안녕하세요? 오늘은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공로자' 수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진짜 '미라클' 보여준 진천 주민에게 상 줘야

오늘 입국하는 아프가니스탄인 391명이 머무르게 될 충북 진천군의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연합뉴스]
요즘 뉴스에서 밝은 이야기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연일 2000명을 넘나들고, 언론법 파동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합니다. 대선 주자들을 봐도 나라의 미래가 그다지 희망적이지가 않습니다. 그런 가운데 훈훈한 소식 하나가 전해졌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오는 ‘특별공로자’ 391명이 머무르게 된 지역의 주민들이 그들의 체류에 동의했다는 것입니다.


그제 그들이 충북 진천군의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가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소문’ 수준으로 들었을 때 지레짐작으로 ‘주민들이 피켓 들고 나서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아프간 난민 수용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커 그곳 주민들도 쉽사리 양해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그곳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됐을 때 한국으로 피신한 중국 우한의 교민들을 임시로 머물게 했던 곳이라 “왜 또 여기냐?”는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정부가 '특별공로자' 라는 이름을 붙인 아프가니스탄인들은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 등에서 근무한 사람과 그들의 가족입니다. 그대로 아프가니스탄에 있으면 '부역자'로 몰려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을 데려오기로 한 정부 결정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국민도 많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반드시 있어야 할 장애인 학교가 하나 새로 만들어질 때마다 인근 주민들이 “결사반대”를 외치는 것도 봐왔습니다. 아파트값, 땅값 떨어진다는 글이 주민들 인터넷 카페에 도배가 된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 당연히 인재개발원 주변의 진천군, 음성군 주민도 반대하는 집단 행동을 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섣부른 기자의 ‘뇌피셜’이었습니다.

반대하는 주민이 없는 것은?아니지만, 진천군 덕산읍과 음성군 맹동면 주민 대표들의 회의에서 아프가니스탄인 임시 체류를 막지 않는다는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어제 있었던 법무부 차관 등의 정부 관계자와 주민 대표단 면담도 차분하게 진행됐습니다. 391명 중에 어린이가 100명쯤 된다는 정부 측 설명에 수용을 수긍하는 분위기가 더 확고해졌다고 합니다. 오늘 주민들이 환영의 뜻을 표하는 현수막을 걸고 선물도 전달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인 391명을 탈출시켜 군 수송기로 한국까지 이동하게 하는 일에 ‘미라클 작전’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저는 진짜 ‘기적’은 그들을 흔쾌히 받아 주기로 한 인근 주민들의 따듯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사상가 자크 아탈리는 이 험난한 시대에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의 이타심뿐이라고 말합니다.

주민들이 보상을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겠지만, 정부가 마땅히 ‘선물’을 내놓아야 합니다.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 때의 우량기관 배치나 특별교부세 증액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기우일지 모르나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길 때마다 정부가?수용 장소로?이곳을 먼저 고려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선의를 저버리는 결과가 됩니다. 그리고 지금 주민들이 염려하는 방역을 비롯한 안전 문제가 빈틈없이 잘 처리되기를 바랍니다. 모쪼록 이번 일이 결말도 아름다운 상생의 휴먼 스토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인재개발원 주변 주민들의 동의가 이뤄질 때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보시죠.


더 모닝's Pick
1. 이준석의 이인영 '저격'
중앙일보의 새로운 콘텐트 '저격'이 연일 독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을 '저격'했습니다. 이 대표는 '민주화를 외치며 전두환과는 싸웠지만 숱한 사람들을 수용소에 집어넣고 무단으로 살해한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와는 상생하고 공존할 수 있다고 믿는 집권세력의 모순을 젊은 세대는 비웃는다'고 지적합니다.

2. 마이너스 통장 개설 33% 증가
5대 은행의 지난 17~20일 마이너스 통장 신규 개설 건수(7557건)가 1주일 전(10~13일)에 비해 33.2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정부의 가계대출 조이기가 현실로 나타나자 대출 '막차'에 오르려는 움직임이 나타난 것입니다. 무작정 대출을 막으면 수입이 급감한 자영업자와 전세금 급증으로 목돈이 필요한 사람은 어쩌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3. 유주택자도 사전청약 가능
공공택지 민영주택 사전청약이 유주택자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85㎡ 초과 민영주택은 가점제와 추첨제로 절반씩 분양하는데 추첨제에 유주택자가 신청할 수 있습니다. 추첨제의 75%가 무주택자에게 돌아가고 나머지 25%가 유주택자 몫이라 물량이 많지는 않습니다. 기사에 자세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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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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