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재난 상황에서의 대통령 역할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국민 생명 책임’이 탄핵 결정문에 적혀 있습니다

코로나19 전담 병원 중환자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는 네 가지로 정리돼 있습니다. 사인의 국정개입 허용과 대통령 권한 남용, 공무원 임면권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의무 등 위반입니다. 그중 생명권 보호의무 등 위반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것입니다. 탄핵심판 결정문 중 이 부분과 관련된 곳에는 이런 문구가 들어 있습니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헌법 제10조). 생명·신체의 안전에 관한 권리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근간을 이루는 기본권이고,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이 위협받거나 받게 될 우려가 있는 경우 국가는 그 위험의 원인과 정도에 따라 사회·경제적 여권과 재정 상황 등을 감안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의 안전을 보호하기에 필요한 적절하고 효율적인 입법·행정상의 조치를 취하여 그 침해의 위험을 방지하고 이를 유지할 포괄적 의무를 진다.

피청구인(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보호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행사하고 직책을 수행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

헌재는 국가와 대통령에게 국민의 생명·신체 보호의무가 있다고 준엄하게 말합니다. 헌재는 그러나 세월호 참사 대응 문제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사유에 포함하지는 않았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많은 국민이 사망하였고 그에 대한 대응조치에 미흡하고 부적절한 면이 있었다고 하여 곧바로 피청구인이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밖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피청구인이 생명권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이 부분과 관련한 김이수·이진성 헌재 재판관의 보충의견이 결정문에 실려 있습니다. 그중 일부를 인용해 봅니다. ‘국가주권 또는 국가를 구성하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체계 등 국가의 핵심요소나 가치, 다수 국민의 생명과 안전 등에 중대한 위해가 가해질 가능성이 있거나 가해지고 있는 ‘국가위기’ 상황이 발생한 경우, 가원수인 대통령은 국가위기 상황에 대한 시의적절한 조치를 취하여 국가와 국민을 보호할 작위의무를 부담한다.’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이며 군국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위기 상황을 지휘, 감독함으로써 경찰력, 행정력, 군사력 등 국가의 모든 역량을 집중적으로 발휘할 수 있고, 인력과 물적 자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으므로, 구조 및 위기 수습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진척될 수 있다.’

병원에 가 보지도 못하고 집에서 앓다가 숨지거나, 입원은 간신히 했으나 초기에 치료를 받지 못해 결국 생명을 잃는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수도권의 중환자실이 꽉 차 다른 병 때문에 입원해야 하는 환자들이 치료를 제대로 못 받고 목숨을 잃고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을 다시 읽어 봤습니다.

의료계에선 정부가 민간 병원에 병상을 늘리라고 지시하는 것만으로는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국립중앙의료원(NMC) 등의 국공립 병원에 코로나19 환자 병상을 대폭 추가하고, 하루라도 빨리 임시 병동을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합니다. ‘일상 회복’ 조치에 대한 재검토도 주문합니다. 어제 1일 확진 코로나19 환자가 6000명이 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은 재난에서 안전할 권리, 위험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국가는 국민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안전에 국가의 책임은 무한하다”는 말도 했습니다. 헌재 결정문에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보호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행사하고 직책을 수행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고 선명하게 적혀 있습니다.

정부가 제 역할을 못 해 화를 키우면 의로운 백성이 국난 극복을 위해 발 벗고 나섭니다. 외적의 침입이나 대형 재난 발생 때마다 그랬습니다. 패턴이 늘 똑같습니다. 국민의 생명·안전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포스트 세월호’ 정부에서도 그렇습니다. 서울의 한 병원이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의 전환을 자원했습니다. 고맙고 존경스러운 일이지만 국가의 역할을 생각하면 씁쓸합니다. 관련 기사를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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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갈라치기 방역 정책"

<백화점과 종교시설이 방역패스 대상에서 빠진 데 대해 “대기업 편의를 정부가 봐준 것” “종교계 눈치를 본 결정” 등 확인되지 않은 글이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누구나 감염병에 걸릴 수 있고 백신을 안 맞을 수도 있는데 그것이 마치 공공복리 저해 요인인 것처럼 분위기가 조장되고 있다”며 “정부의 갈라치기 식 방역 정책이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영업자의 화살이 정부가 아닌 교회 등으로 향하고 있는데 정부는 모른 척한다. 정부가 국민에게 짐을 전가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구정우, 임명호 두 교수의 말에 눈길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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