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대선 후보의 청년 활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젊은이들이 바라는 것은 ‘감투’나 ‘완장’이 아닙니다

윤석열 후보. [연합뉴스]

“솔직히 요즘 당 상황을 보고 있으면 답답합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활력이 넘쳐나던 신선한 엔진이 꺼져가는 느낌입니다. 최근 선대위의 구성 과정이 진정 당원들과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나요? (중략) 상대 당의 후보는 연일 눈물을 흘리고 넙죽 엎드리고 있습니다. 모든 과오를 반성한답니다. (중략) 매우 위험한 방향이지만, 어쨌든 상대 후보는 정책과 비전을 내놓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에 맞서 어떤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까?”

지난 25일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옮겨 봤습니다. 27세인 임 대변인은 국민의힘 대변인 경선 ‘토론 배틀’ 우승자입니다. 이 글에 많은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당을 걱정하는 진심이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 잘 알겠습니다만, 당 대변인은 어디까지나 당 전체를 대변하는 임무가 우선입니다. 개인적인 논평보다는 당을 대변하는 공식 논평에 집중해 주시길 바랍니다.” 임 대변인의 글에 정진석 의원(국회 부의장)이 이렇게 댓글을 달았습니다. ‘위압감’이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알겠는데, 본인이 맡은 일이나 열심히 해’라는 면박과 다를 게 없었습니다. 정 의원은 당의 최다선(5선) 의원입니다. 공교롭게도 임 대변인과 같은 대학 같은 과 출신입니다. 34년 차이가 납니다. 아버지뻘의 대선배입니다.

당을 대변하는 임무를 맡은 당직자가 개인 SNS를 통해 당을 비판하는 것이 당 중진의 입장에서는 몹시 못마땅했을 수 있습니다. 교전 중인 아군의 뒤통수에 총격을 가하는 것으로 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요, 국민의힘이 ‘나는 국대(국민 대변인)다’는 이색적 선발 과정을 거쳐 20대 청년을 대변인으로 뽑았을 때는 기존 ‘여의도 문법’을 따르지 않는 파격을 기대했던 것 아닙니까?

요즘 이재명, 윤석열 두 대선 후보가 연일 청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윤석열 후보는 그제 정부의 각 부처에 ‘청년 보좌역’을 두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청년들이 바라는 정책이 입안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 보좌역이 부처 내부에서의 ‘발탁’일지, 외부에서의 ‘낙하산’일지는 모르겠습니다. 발탁과 낙하산을 모두 혐오하는 청년이 많습니다. 그들은 공정한 평가에 의한, 타당하고 예측 가능한 ‘업그레이드’를 원합니다.

정부에 젊은 공무원이 많습니다. 행정고시 출신의 5급 사무관이 즐비하고 7, 9급 시험을 통과한 청년들이 셀 수 없이 많습니다. 그들이 소속된 각 부서에서 정책과 제도의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게 하면 자연스럽게 정부가 ‘꼰대’의 틀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별도의 ‘감투’나 ‘완장’이 아니라 젊은 공무원들의 창의력과 혁신 의지를 북돋을 방안이 필요합니다. 똑똑한 청년들이 시험 쳐서 공무원이 되면 ‘나서지 말고 시키는 일이나 하자’고 마음 먹게 되는 현실을 바꿀 방법에 대한 고민이 먼저라는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젊은이들의 눈에는 그들에게 감투 나눠주며 생색내려는 것 자체가 지극히 꼰대적으로 보일 것입니다.

이재명 후보는 여고생에게 지역 공동선대위원장이라는 직함을 줬습니다. 크든 작든 각 조직의 장(長)은 의사 결정을 하는 자리입니다. 조직을 관리하는 책임도 집니다. 18세 학생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도전의 경험입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할 능력을 조금씩 기르는 것입니다. 젊다는 이유로 갑자기 선거운동 책임자 자리에 오르는 게 과연 그 학생이 바라는 것이었을까요?

삼성전자가 조직문화 개혁을 선언했습니다. 기존의 위계질서를 타파해 수평적 의사소통 구조를 만들려고 하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그래야 세상의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오히려 그 변화를 선도하는 창의적 혁신이 나온다고 보는 듯합니다. 삼성전자는 조직을 젊게 만들겠다며 각 사업부문에 MZ세대 보좌역을 두거나 신입사원을 책임자 자리에 앉히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전시성 인사’가 진정으로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삼성전자의 변화를 소개하는 기사가 있습니다. 젊은 직장인들이 치열하게 일할 동기를 부여하는 데 성공하길 바랍니다.

기사보기


The morning's pick

1. 재택치료가 대책?

“재택치료가 아니라 사실상 재택 관찰인 상황에서 고령 환자들은 조금만 나빠져도 바로 중증, 사망으로 악화할 우려가 있다. 초기에 치료해야 중환자 발생을 막을 수 있는데 항체 치료제 투여 기회조차 박탈하는 것이다.” “입원을 못 하고 대기하는 환자가 많아져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엉뚱한 대책을 내놓았다. 재택치료는 생활치료센터의 대체재인데 뭐라도 내놔야 하니, 대책이라고 내놓고 생색내기를 한다.” 코로나19 환자 재택치료 원칙을 밝힌 정부의 ‘특별방역대책’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입니다. “코로나 걸린 노인들은 집에서 죽으라는 것이냐”는 말도 나옵니다.

기사보기


2. AI가 유튜브를 보면?

<인공지능(AI) 전문기업인 솔트룩스의 연구진은 다섯 살 정도 지능을 가진 AI인 ‘가람이1·2’를 8주일간 학습시키며 대화법 변화를 살펴보다가 충격적인 결과를 받았다. 가람이1에는 LG유플러스의 키즈 콘텐트인 ‘아이들나라’를, 가람이2에게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을 무작위로 보여줬다. 이후에 엄마가 인사를 하자 가람이1은 “반가워요”라며 밝게 말하는 반면, 가람이2는 “뭐가 반가워요? 나한테 관심 좀 그만 줘”라고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유치원에서 뭘 배웠냐는 물음에도 가람이1은 “종이접기 놀이했어요”라고 했지만, 가람이2는 “찌질한 애들뿐이라 노잼(‘재미없다’는 의미로 쓰이는 신조어)이야”라고 대답했다.> 어린이가 유튜브를 많이 보면 어떻게 될지가 상상이 됩니다.

기사보기

3. "북핵 토론이 필요"

①대북 제재 완화 후 비핵화로 연결시키는 방안 ②미국의 ‘전략적 관리’ 정책에 맞추는 방안 ③한국 자체의 핵 역량을 축적하는 방안.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정리한 세 가지 북핵 해법입니다. 그는 ‘어떤 길을 선택해도 국론이 통합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관련국들이 “너희 정책이 언제까지 갈 것이냐”며 내심 폄하하기 때문이다. (중략) 한국의 정치 상황에서 현실적인 길은 대통령 선거전에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토론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치열하면서도 건설적인 토론을 통해 상호수렴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게 국민의 이해를 높여야 선거 후 정부가 초당적 정책을 추진할 공간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대선판에서의 ‘건설적인 토론’, 요원해 보이기는 합니다.

기사보기



이상언의 '더 모닝' 구독에 감사드립니다.
제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e-메일로 보내주세요.

lee.sangeon@joongang.co.kr


이상언의 '더 모닝'을 e-메일로 받아보세요.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뉴스 모닝콜을 드립니다.

이상언의 '더 모닝' 구독신청



이상언의 '더 모닝' 뉴스레터를 놓치셨나요?
아래 버튼을 누르시면 이상언의 '더 모닝' 목록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지난 뉴스레터 바로가기



오늘 뉴스레터가 좋으셨다면 이상언의 '더 모닝' 구독 페이지를 공유해주세요.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오피니언 , 정치 , 경제 , 문화 , 라이프스타일까지!
관심 분야의 뉴스레터를 편하게 받아보세요.

더 많은 뉴스레터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