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바이러스가 인간의 어리석음을 파고듭니다 

방호복 틈을 테이프로 막은 한국 선별진료소 의료진. [연합뉴스]

캐나다 심리학자 로저 부어러가 20여 년 전에 사회적 실험을 했습니다. 대학생들에게 졸업 논문을 쓰는 데 얼마 걸릴 것으로 예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학생들의 예상 평균 시간은 34일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어느 정도 걸릴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물을 때는 27일, 어려움이 많을 것을 가정하면 48일이 평균치였습니다. 실제로 이들이 졸업 논문을 쓰는 데 걸린 시간을 나중에 확인해 보니 평균 55일이었습니다. 평균적으로 21일이 더 소요됐습니다. 로저 부어러는 학생들의 예상이 빗나간 것은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에 의한 오류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간은 합리적인 척하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과거의 경험, 자신의 능력 등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냉철하게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졸업 논문 작성 지연은 작은 일에 속합니다. 전쟁, 재난 등에 대한 오판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잃게 합니다. 

인간의 판단 오류 중 가장 뼈아픈 것은 이미 예상 경로에 대한 시나리오가 제시된 경우입니다. 몰라서 당하는 게 아니라 알면서도 예측된 미래를 외면해 화를 입습니다. 

지난 4월 중앙일보 취재팀이 조기 백신 접종에 성공한 이스라엘로 출장을 가 율리 에델스타인 보건부 장관을 만났을 때 그는 “(선진국이) 정글 안 빌라(villa)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에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면 백신을 맞은 사람이 많은 이스라엘도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말이었습니다. 

“백신 접종의 행운을 누릴 수 있는 일부 국가의 사람들에게는 거의 끝난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새로운 변이가 출현해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결국 모든 국가의 취약 계층에 대한 백신 접종을 해야만 끝날 수 있습니다.” 수개월 전에 유니세프(UNICEF) 백신 책임자인 릴리 카프라니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고문 브루스 에일워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대표인 세스 버클리 등도 같은 경고를 했습니다. 경제력이 약한 저개발국에 백신을 공급하지 않으면 끊임없는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결코 코로나19 재앙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감염병과 백신 전문가들이 얘기했습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는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어리석음은 언제나 악착같은 것이다. (중략)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믿고 있었지만 재앙이 존재하는 한 그 누구도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안전이 보장되는 ‘정글 안 빌라’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또 다른 면에서 목도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에 코로나19로 52명의 국민이 숨졌습니다. 27일에는 56명으로 하루 사망자가 더 늘었습니다. 코로나19에 의한 하루 평균 사망자 수는 5.3명입니다. 평균의 열 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상 회복’에서 후퇴하지 못합니다. 자영업자 보호 대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이 자영업자 손실 보상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선진국에서 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야 제2, 제3의 파도가 몰려올 때 자영업자들의 협조가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무시했습니다. ‘곳간’에 있는 돈을 모든 국민 또는 88%의 국민에게 몇십만원씩 뿌렸습니다. 그 결과로 자영업자에게 다시 제한된 영업을 요구하기가 어려운 형편이 됐습니다. 

제 발등에 떨어진 불만 보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교묘히 파고듭니다. 그 생명력과 영악함이 무섭습니다. 인간의 이기심, 욕심, 오만에 대한 응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전 세계가 다시 절망의 시간을 맞고 있습니다. 관련 기사를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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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rning's pick

1. 20대에서 대선 박빙

<연령별로는 여권의 핵심 지지층으로 불리는 40, 50대에서 이 후보 지지율이 높았고, 나머지 세대에선 윤 후보가 강세였다. 다만 만 18~29세 응답자는 특정 후보에게 지지를 몰아주지 않는 경향을 보였다. 이 연령층에서 윤 후보 지지율이 21.9%로 1위였지만, 이 후보(19.7%), 심 후보(16.9%), 안 후보(13.9%) 등 모든 후보가 두 자릿수 지지율이었다. 지지 후보가 없다거나 모름, 무응답이라고 답한 비율은 24.8%였다.> 중앙일보 의뢰로 엠브레인퍼블릭이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의 결과입니다. 20대 유권자가 대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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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멍 때리기는 피난"

<WP는 한국 사회에 대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치솟는 부동산 가격, 길고 고된 업무 시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변화 속도 등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한 뒤 “한국에서 제대로 된 성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심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피난처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신문이 한국에서의 ‘멍 때리기’ 유행을 이렇게 전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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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펑솨이의 진실 묻힐 것"

<문제는 펑솨이가 아직 살아있음을 보여줬을 뿐 미투 폭로의 진실 여부를 캐는 노력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그저 사태 수습에 안간힘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장가오리에 대한 보도도 없고 펑솨이의 성폭행 피해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면 왜 그런 글이 나오게 됐는지에 대한 추적 역시 이뤄지지 않는다. 사실이 아닐 경우 장가오리가 입게 된 피해는 누가 또 어떻게 보상할 건가. 중국 공산당의 이미지에 먹칠하는 사건이니 그냥 덮자는 일념만이 작동 중인 것으로 보인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이 펑솨이 폭로 사건의 진실은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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