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종합부동산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종부세 못 내면서 비판하면 '바보'인가요?

국세청에 쌓인 종부세 고지서. [연합뉴스]

“토지 보유 상위 10% 안에 못 들면서 손해 볼까 봐 기본소득 토지세를 반대하는 것은 악성 언론과 부패 정치세력에 놀아나는 바보짓이다.” 지난 15일 이재명 후보가 한 말입니다. 국토보유세를 걷어 기본소득 재원으로 쓰겠다는 공약에 반대하는 사람 중에 가진 땅도 별로 없으면서 반대하는 사람은 바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국민 90%는 내는 것보다 받은 것이 더 많아 이익”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종합부동산세(종부세)에 적용하면 그 ‘바보짓’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시가 11억원 이상의, 시가로는 15억원 이상의 집을 가지지 않은(못한) 사람이 종부세를 비판하는 것은 무엇이 자기에게 이득인지를 모르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종부세 문제를 지적하는 기사와 논평이 많습니다. 위의 시각에서 보면 이는 종부세를 내는 2%의 국민(가구 기준으로는 약 5%) 편을 드는 ‘악성 언론’의 행태입니다. 언론인 중에 종부세를 내야 하는 이가 많거나, 종부세를 낼 상황도 아니면서 ‘부화뇌동’하는 이가 많다는 주장도 가능합니다.

정말 많은 언론인이 종부세 납부라는 개인의 ‘불이익’을 막기 위해서 또는 그렇지도 않으면서 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서 비판의 대열에 합류한 것일까요? 아니면 언론인 가운데 이타적인 사람이 많아서 종부세에 고통받는 사람들의 사정을 대변하고 있는 것일까요?

위의 시각은 모든 사람이 자기의 이득과 손해를 꼼꼼히 계산하고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기 이해를 기준으로 어떤 정책이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하는 ‘사회 모델’입니다. 옳은지, 그른지는 따지지 않고 좋은지, 나쁜지만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데요, 자기의 이해득실에 대한 생각을 가급적 배제하고 어떤 일에 대해 판단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만인대 만인의 이해 투쟁’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 것입니다.

존 롤즈는 『정의론』에서 ‘공정으로서의 정의’는 ‘원초적 입장(original position)’에서의 ‘공동 결의’를 통해 만든 원칙에 의해 달성된다고 설명합니다. 원초적 입장에서의 결의는 이런 상황을 가정합니다. ‘아무도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계층상의 위치를 모르며, 누구도 자기가 어떠한 소질이나 능력, 지능, 체력 등을 천부적으로 타고났는지를 모른다. 심지어 당사자들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특수한 심리적 성향까지 모른다고 가정된다.’

정의의 원칙은 자신의 유불리에 대한 판단에서 벗어난 원초적 입장에서의 합의를 전제로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의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와 장단점을 압니다. 그래서 롤즈는 ‘어떻게든 우리는 사람들이 사회적, 자연적 여건을 그들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도록 유혹하는 특수한 우연성의 결과들을 무효화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당사자들이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 속에 있어야 한다고 가정한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이득에 반하는 ‘바보짓’이 실은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합리적 선택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려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사람들은 눈앞에 놓인 당장의 이득을 위해 투쟁하는 존재만은 아닙니다. 종부세를 내지 않는 사람이 그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보고 반대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종부세를 내는 사람이 종부세 부과에 찬성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한 대학교수가 “나는 종부세를 내지만 종부세 제도에 적극 찬성한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해득실에 따른 투쟁으로 종부세 문제를 몰고 가지 않아야 합리적 논의가 시작됩니다. 과세의 목적은 무엇인지, 그 목적이 과연 달성되고 있는지, 이 제도가 조세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를 진지하게 다시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초적 입장’에서 말입니다.

누가 얼마나 종부세를 내게 되는지를 설명하는 기사가 있습니다. 고가의 집을 하나 가진 부과 대상자의 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보는 국민도 있고, 집값이 그냥 올랐을 뿐인데 왜 세금을 내야 하느냐는 생각을 가진 국민도 있을 것입니다.

기사보기


The morning's pick

1. "김종인 없이 갈 수도"

“겉으론 수습된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 금요일 부터 매일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 없이 갈 수도 있다’는 뜻을 주변에 강하게 밝혔다고 들었다. 김 전 위원장도 불쾌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선대위 구성 관련 기사에 있는 관계자의 말입니다. 기사에는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이 결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는 문장이 있습니다. ‘밀당’이 잘못돼 파탄에 이르는 관계도 많습니다.

기사보기


2. "경찰 채용 제도 바꿔야"

“경찰관을 뽑는 채용 제도부터 바꿔야 한다. 성적 높은 순서대로 뽑는데, 시험 성적 좋다고 경찰관을 잘하는 게 아니다.” “영어 한 문제로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는 경찰관 선발 제도도 문제다. 소명의식을 가지고 경찰관이 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안정적인 공무원으로서 경찰관이 되는 경우도 많다.” 경찰의 현장 대응 능력을 진단한 기사에 있는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선발과 훈련의 문제로 초점이 모아집니다.

기사보기


3. '돌파 폐렴' 급증

<백신 효능 감소, 기온 하강 등의 여파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돌파 감염자 중 폐렴으로 악화하는 비율이 크게 늘고 있다. 이로 인해 사망률이 오르고, 병상 부족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중환자실과 일반격리병상은 이달 중순 이미 꽉 찼다. 이달 1~17일 일반격리병상 12명 환자 중 5명, 중환자실 18명 중 11명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한 후 확진된 돌파 감염자이다. 양쪽 병동의 돌파 감염자(16명) 중 14명이 폐렴으로 번졌다.> 상태가 점점 나빠집니다.

기사보기



이상언의 '더 모닝' 구독에 감사드립니다.
제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e-메일로 보내주세요.

lee.sangeon@joongang.co.kr


이상언의 '더 모닝'을 e-메일로 받아보세요.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뉴스 모닝콜을 드립니다.

이상언의 '더 모닝' 구독신청



이상언의 '더 모닝' 뉴스레터를 놓치셨나요?
아래 버튼을 누르시면 이상언의 '더 모닝' 목록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지난 뉴스레터 바로가기



오늘 뉴스레터가 좋으셨다면 이상언의 '더 모닝' 구독 페이지를 공유해주세요.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오피니언 , 정치 , 경제 , 문화 , 라이프스타일까지!
관심 분야의 뉴스레터를 편하게 받아보세요.

더 많은 뉴스레터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