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대입 시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5지선다 교육에 무슨 미래가 있냐?"고 묻습니다

수능 시험을 마치고 고사장에서 나온 수험생들. [뉴스1]대입 시험에서 서술형ㆍ논술형 문항 도입은 국제적 추세다. 우리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비판적 사고력과 창의력, 문제 해결력을 선다형·단답형으로 측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의 SAT나 ACT,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중국의 가오카오(高考) 등이 모두 서술·논술형이다. 우리나라도 채점 능력은 충분하다. 대입 수험생 자체가 많이 줄었고 논술을 치르지 않는 학생들도 있으니 실제 채점 인원은 더 줄어든다. 1차 채점은 국가에서 하고, 2차 채점은 각 대학에서 한 뒤 두 곳의 평균 점수로 합격자를 뽑으면 공정성 논란도 줄일 수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에서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도입하려면 국민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 2021년 2월 3일 자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수능은 표준화된 절차에 따라 출제, 채점, 성적 통지가 이루어지는 등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의해 철저하게 운영ㆍ관리되어 대입 전형 요소로서 공신력과 변별력을 갖춘 신뢰성 있는 시험으로 인식되고 있음. 하지만, 선다형 위주의 수능으로 인해 고등학교 수업이 지식 중심의 암기식, 문제풀이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선다형 문항만으로는 고등사고능력이나 미래사회 대비 핵심역량 평가에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 따라서, 초·중등 교육의 최종 관문인 수능에서도 기존의 선다형 위주 체제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발전 방향을 설정해야 하며, 유력한 대안의 하나인 서·논술형 수능의 도입 가능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음. 그동안, 선다형 위주 수능 시험 준비를 위한 교육과정과 교수·학습의 파행적 운영을 억제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표현력 등의 핵심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서·논술형 수능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음.’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보고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성과와 발전 방향 : 서·논술형 수능 도입 가능성 모색’(2020년 9월 29일)에서.

선진국 입시는 대부분 논술형이며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객관식 입시를 치르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밖에 없다. 그런데 미국은 객관식 입시가 고교 교육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구조적으로 차단되어 있고, 일본은 본고사를 병행하므로 객관식 입시의 영향력이 적다. (중략) OECD 35개국 가운데 객관식(선다형) 입시를 하는 나라는 한국, 일본, 미국, 터키, 칠레, 멕시코 6개국이다. 나머지 나라의 입시는 논술형 문항으로 되어 있다. (중략) 선다형 문항은 ‘이미 하나의 정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만 할 수 있다. 반면 논술형 문항은 그보다 폭넓은 역량과 창의력을 유도하고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객관식 문항은 항상 남(출제자)의 의도를 알아맞히도록 유도하는 반면, 논술형 문항에서는 나의 논리, 나의 의견, 나의 정서를 표현하고 구성하고 정리하는 것이 중시된다. 무엇이 민주시민 교육에 유리할까? 당연히 논술형이다.’ -교육평론가 이범의 『문재인 이후의 교육』(2020)에서. (※이 글의 제목에 있는 “5지선다 교육에 무슨 미래가 있냐?”는 질문도 이 책 내용에서 따온 것입니다.)

어제 대입 수험생이 수능시험을 치렀습니다. 학생, 가족, 선생님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런데요, 저는 어제 이런 형식의 시험을 학생들이 계속 치르도록 해야 하느냐는 생각을 내내 했습니다. 다수의 교육자, 교육 이론 전문가, 교육 행정가들이 서·논술형 대입 시험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 이유는 위에 인용한 말과 글에 잘 표현돼 있습니다. 정말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습니다. 아니, 그 때가 이미 한참 지났습니다. 지난 4년 반의 문재인 정부에서 ‘교육 개혁’이라고 부를 만한 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수시와 정시의 비율을 어떻게 하느냐, 수시에 어떤 요소를 넣고 빼느냐만 놓고 시간을 보냈습니다. 현재의 두 유력 대선 후보들도 입시나 근본적인 교육 개혁에 대해서는 말이 별로 없습니다. 

어제 치러진 수능시험에 대한 기사가 있습니다. 출제위원장은 너무 어렵지 않게 문제를 내는 데 힘썼다고 말합니다. 매년 시험의 난도가 국민의 관심사가 됩니다. 이렇게 한 해 한 해가 지나갑니다.


The morning's pick

1. "서울대에서 뭘 배웠는지..."

<한국에선 내로라하는 우등생이었지만, 그는 사실 한국 교육에 회의적이다. 막상 올라선 국제무대에서 보이지 않는 장벽에 가로막혔던 경험 때문이다. 공무원 2년 차,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장에서 “(역량이 부족한) 내가 나라를 대표하는 자리에 앉아 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이 알고 싸워야겠다”는 생각에 유학을 결심했다. “유학생활은 처절했다”고 한다. “이른바 ‘좋은 교육’을 한다는 서구권에선 늘 건설적으로 비판하기를 훈련했지만, 한국에선 그렇지 않았다”면서다. 그는 “그렇게 힘들게 공부해서 서울대에 왔는데 뭘 배웠는지 기억도 안 난다. 남은 게 뭔지 생각하면 허무하다”고 했다.> 구글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규모 인공지능(AI) 경진대회 ‘캐글’ 데이터 분석대회에서 우승한 이수형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인터뷰 기사의 한 대목입니다. 우리 교육의 실상이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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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입원 대기 확진자 폭증

<1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집에서 병원 입원과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하루 넘게 기다리는 확진자가 423명에 달한다. 입원 대기자가 367명, 생활치료센터 대기자가 56명이다. 이달 1~3일 한 명도 없었는데 보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은 중증환자 병상의 78.2%(서울은 80.9%)가 찼다.> 사태가 나날이 심각해집니다. 유럽에서는 '일상 회복'에서 다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돌아가는 나라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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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김정은 양복의 의미

<기괴하게 이번에는 ‘조선노동당 총비서동지’가 양복을 입기 시작했다. 신년사에서나 드물게 입던 옷이다. 사회주의 세습왕조국가 북한의 양복은 사실 복식(服飾) 모순이다. “인민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시는 백두혈통의 천출명장”은 그간 인민복으로 권력 정당화를, 두발상태로 혈통 차별화를 동시에 가시화해왔다. 그가 갑자기 꺼내입은 양복은 이제 북한이 정상 국가 대열에 끼고 싶다는 의사표현이겠다. 봉쇄완화 적극 요청의 묵언 메시지로 읽히는 것이다.> 서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가 ‘중앙시평’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이상한 나라의 빈대떡신사’라고 일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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