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단계적 일상 회복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확진자 급증, 예상했던 대로 아닙니까?

코로나19 검사소에 줄선 사람들. [연합뉴스]

‘도시 전체가 밖으로 쏟아져 나와서, 고통의 시간은 종말을 고했지만 망각의 시간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은 그 벅찬 순간을 축복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광장마다 모여서 춤을 추었다. 교통량은 지체 없이 현저하게 증가해, 수가 늘어난 자동차들은 사람들이 밀려든 거리거리를 간신히 통과하고 있었다. 시내의 모든 종들이 오후 내내 힘껏 울렸다. 종들은 푸르른 황금빛 하늘을 그들의 진동으로 가득 채워 놓았다. 과연 교회들에서는 감사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오락의 장소들은 터질 듯한 성황을 이루었으며, 카페들은 앞일을 걱정도 하지 않은 채 마지막 남은 술을 다 털어 내놓는 것이었다. 카운터 앞에는 한결같이 흥분한 사람들의 떼가 밀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구경거리가 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부둥켜안고 있는 쌍쌍들도 있었다. 모두들 소리치거나 웃고 있었다. 그들은 저마다 자기 영혼의 불빛을 낮게 줄여 놓고 살아온 지난 몇 달 동안에 비축되었던 생명감을, 마치 그날이 자기들의 생환 기념일인 양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민음사)에 등장하는, 전염병 종식이 선언된 날에 대한 묘사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에서 해방된 도시의 표정입니다. ‘낮과 밤에 걸쳐서 성대한 축하 행사가 마련되었다. 동시에 기차는 역에서 연기를 뿜기 시작했다. 한편 머나먼 바다로부터 항해해 온 배들은 어느새 우리 시의 항구로 뱃머리를 돌렸고, 제각기 그날이 생이별에 애달파했던 모든 사람들의 역사적인 재회의 날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 주고 있었다’라는 대목도 있습니다. 

지난 1일 이른바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된 뒤 마치 페스트 확산이 끝난 오랑의 주민처럼 사는 시민이 많아졌습니다.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거리의 모습은 코로나19 발생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단계적’이 아니라 ‘총체적’ , ‘급진적’으로 일상 회복이 이뤄졌습니다. 애당초 연착륙을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어젯밤 9시까지 부산을 제외한 전국의 신규 확진자는 281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동시간대 최다였던 지난 9월 24일(2924명)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수입니다. 서울에서는 1380명이 확진돼 동시간대는 물론, 종전 하루 최다 기록인 1221명(9월 24일)도 훌쩍 넘어섰습니다. 

사실 모두가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입니다. ‘위드 코로나’로 앞서간 다른 나라에서 같은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영국, 싱가포르, 이스라엘, 독일 등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최근 영국에서는 하루에 100명 정도가 코로나19로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위중증 환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생각한 것보다 아주 오랫동안 코로나19와 함께 살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 잠깐 참고 견디면 될 일이 아니다. 확진자는 계속 늘어나는데 인력이 충원되지 않아 보건소 방역 요원과 병원 의료진이 퇴근도 못 하고 주말도 없이 일하게 만드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단계적 일상 회복은 자영업자도, 보건소 방역 요원도, 의료진도 일상을 회복해야 가능하다.’ 이틀 전 중앙일보에 실린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 글의 결론 부분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일상 회복’이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돌아가기도 어렵습니다. 정부도, 국민도 난감한 상황입니다.

『페스트』 주인공 리유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모든 일은 영웅주의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것은 단지 성실성의 문제입니다. 아마 비웃음을 자아낼 만한 생각일지도 모르겠으나, 페스트와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성실성입니다.’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을 전하는 기사는 오늘 발표될 16일의 하루 확진자 수가 지금까지의 최다 기록인, 그 9월 24일의 3273명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합니다. 오늘이 아니라면 내일이나 모레쯤 기록이 경신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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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왕비 시해 간단했다"

‘나는 진입을 담당했다. 담을 넘어 간신히 오쿠고텐(奧御殿)에 이르러 왕비를 시해(弑)했다. 생각보다 간단해 오히려 놀랐다.’ 명성왕후 시해에 가담한 일본 외교관이 쓴 편지의 일부입니다. 한 수집가가 입수해 보관해 온 것입니다. 126만에 공개가 됐습니다. 오쿠고텐은 집 뒤쪽의 침전과 여성 공간을 가리키는 일본어입니다. 경복궁 후원 건청궁(乾淸宮)의 왕비 침전인 곤녕합(坤寧閤)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범죄 현장의 일본 현직 외교관이 1인칭 시점으로 자신의 범행 사실을 인정한 편지가 발견된 것은 을미사변이 일본의 국가범죄라는 명백한 증거”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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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시진핑의 공세

 “대만 당국이 미국에 기대 독립을 도모하고, 미국 일부 인사가 대만으로 중국을 제어하려는 의도를 보인다. 이 추세는 매우 위험한 불장난으로, 불장난하는 자는 스스로 타 죽는다.” “우리는 인내심이 있지만, 최대한의 성의와 최대한의 노력으로 평화통일을 원하지만 만일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이 도발하고,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어쩔 수 없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 대만 문제의 진정한 현상과 하나의 중국 원칙의 핵심은 세계에는 단 하나의 중국만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며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것이다.” 어제의 미중 화상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한 말입니다. 여차하면 대만을 향해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말로 들립니다. 요즘 시 주석의 행보를 보면 정말 그런 날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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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윤 지지율 50% 넘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 상승이 이어지는 가운데, 윤 후보가 처음으로 50%대 넘는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6일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3~14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야 대선 후보 가상 양자대결 조사 결과, 윤 후보는 52.7%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50%대를 넘어섰다.>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는 기사입니다. 50% 넘는 지지율이라는 이 결과가 윤석열 후보에게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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