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유류세 인하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내려간 기름값, 좋으면서도 찜찜합니다

유류세 인하를 앞둔 주유소 풍경. [연합뉴스]세금 오르는 것 좋아하는 이가 없고, 세금 깎아준다는데 마다할 사람 없습니다. 인간이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것 두 가지가 죽음과 세금이라는 말도 있지요.

오늘부터 유류세 20% 인하가 적용됩니다. 휘발유는 ℓ당 약 160원, 경유는 ℓ당 약 110원이 싸집니다. 휘발유 30ℓ를 주유할 경우 5000원 정도 절약됩니다. 어제 전국의 주유소가 한산했습니다. 운전자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정유사 직영 주유소와 알뜰 주유소가 먼저 값을 내리고 나머지 주유소에서는 실제 인하까지 한두 주가 걸린다고 하니 잘 찾아가야 혜택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일부 주유소에 대기 차량이 늘어설 듯합니다.

그런데요, 유류세 인하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국제 유가가 올라 연료비 부담이 커지면 차량 운행이 줄어야 정상입니다. 정상이라는 것은 국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하지 않는 상태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결과라는 의미입니다. 도로로 나오는 차가 줄고 대중교통 이용자 늘게 된다는 뜻입니다. 정부가 꾸준히 장려해 온 일입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평소처럼 차량 운행을 하라는 ‘시그널’을 보냈습니다.

유류세 인하 혜택은 고소득층에게 많이 갑니다. 배기량이 큰 차량 소유주가 아끼게 되는 돈이 많습니다. 가구원마다 승용차를 몰아 두세 대의 차가 있는 가정에 더욱 좋은 정책입니다. 대중교통 이용자에겐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고, 배기량 작은 차량 운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저소득층 차량 운전자에게 연료비 인하가 더 반가운 일일 수는 있으나, 유류세 인하에 이런 조세 ‘역진’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환경 문제를 생각해도 이상합니다. 3년 전에 있었던 수도권 차량 2부제를 기억하십니까? 민간에게 강제하기 어려워 요란하기만 했지 실제로 크게 바뀐 것은 없었지만, 미세먼지 때문에 이 같은 초강력 정책이 나왔습니다. 전보다 줄었다고는 해도 북서풍이 불고 대기 흐름이 나쁜 날에는 여전히 희뿌연 공기가 하늘을 뒤덮습니다. 다들 마스크 쓰고 살다 보니 둔감해졌을 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 줄이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때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제회의에 가서 선도적 국가가 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유류비 상승은 배기량 적은 차나 탄소 배출이 없는 전기차 구입을 유도하는 효과를 냅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정부가 기름값 깎아준다고 나섰습니다.

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 부담을 줄인다는 정부 의도를, 유류비 인상에 따른 연쇄적 물가 상승 가능성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래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 재분배’와 ‘친환경’을 줄기차게 주장했습니다. 재난지원금 선별 지급 때도 소득 재분배 효과를 이야기했습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한때는 차량 2부제 카드까지 꺼냈던 정부입니다.

저도 평범한 사람인지라 내려간 주유비에 반가운 마음이 들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도대체 이 나라에 ‘정책의 일관성’이라는 게 있느냐는 의문을 한 번씩 품을 것 같습니다. 유류세 인하가 가진 문제점을 짚은 기사가 있습니다. 등유를 난방 연료로 사용하는 가정에는 아무런 혜택이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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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rning's pick

1. 요소수 구한 '상사맨'

<지난 1일 한국 본사에서 요소수를 확보하라는 긴급 지시를 받고 바로 요소수 구하기에 뛰어들었다. 사실 모든 업무의 시작은 구글링이다. 우선 요소수 수출입 데이터부터 구했다. 그런 뒤 상위 업체들부터 순서대로 연락했다. (중략) 업체가 처음엔 전화를 받더니 다음엔 안 받더라. 전화통에 불이 나는 상황 같더라. 어떻게든 요소수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바로 짐 싸들고 업체로 찾아갔다. 직원들에게 윗분을 만나게 해달라는 읍소 끝에 ‘한 번 들어와 봐’ 해서 만났다. 이야기해보니 업체도 계약하고는 싶어하는데 걱정이 많더라. 본인들은 지금까지 이렇게 큰 물량을 수출해보지 않았다는 거다. 능력은 되는데 연료도 확보해야 했고, 생산한 뒤엔 부피가 크니 적재 공간이 없어 하루 이틀 안에 물건을 빼줘야 했다. 대량을 컨테이너로 보내야 하는데 어떻게 넘겨야 하는 지도 잘 모르고. 그래서 ‘당신은 생산에만 집중하십시오. 다른 건 우리가 처리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우선 컨테이너에 실을 수 있게 요소수를 담는 대형 탱크 업체부터 수배해서 연결해줬다. 그랬더니 그제야 ‘그럼 해 봅시다’ 하더라. 사실 물건을 확보하기 전인 1, 2일부터 컨테이너 배도 수배하고 있었다. 물건을 잡고 나서 배를 알아보려면 선적과 한국에 도착하는 날짜가 늦어질 수 있어서다.> 베트남에서 요소수 1100톤을 구한 한국 ‘상사맨’이 밝힌 구매 경위입니다. 손 놓고 있다가 허둥대는 모습만 보인 관계 공무원들과 대비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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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LH 직원 무죄의 이유

“피고인 중 한 명은 주거지와 배우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당한 직후 2시간 만에 경찰서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변호인이 동석하지 않는 등 압수수색과 경찰 조사가 이뤄진 경위와 시간 등에 비춰 보면 변호인 조력을 받을 기회가 실질적이고도 충분히 보장됐다고 보기 어렵다.” “A씨가 킥오프 회의 전에 이 사건 정보를 알게 됐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법원이 밝힌 LH 직원 투기 의혹 사건 무죄 판결 이유입니다. 수사 과정이 엉성하고 증거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경찰의 권한은 커졌는데 수사 능력은 별로 달라지지 않은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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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종신 집권으로 가는 시진핑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 위대한 역사의 주동 정신, 거대한 정치적 용기, 강렬한 책임과 담당을 가지고 국내와 국제의 대세를 총괄했다. 오랜 기간 해결하려 했지만 못했던 많은 난제를 해결하고, 과거에 이루지 못한 큰일을 이룩했으며, 당과 국가 사업에 역사적 성취를 추동했고 역사적 변혁이 발생했다.’ 중국 6중전회의에서 통과된 ‘역사 결의’에 들어 있는 시진핑 주석 찬양입니다. 그가 스스로 물러나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혹은 자신이 쓰러질 때까지 재집권 기간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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