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몸 쓰는 일'을 하는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청년 도배사를 응원합니다

청년 도배사 배윤슬씨. [사진 본인 제공]

‘사회적으로 높이 평가받는 직업들은 대부분 판단과 행동으로 누군가의 삶에 깊이 관여해야 하는 일들이다. 의사, 변호사, 공무원, 교사 등 당장 떠오르는 직업들만 해도 모두 그렇다. 공부를 하고 시험을 봐서 좁은 문으로 들어가는 것에는 자신 있었지만, 그로 인해 얻게 될 직업이 타인을 만나 그 삶을 들여다보고 영향을 끼치는 일이라면 되도록 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그 영향이 부정적일 수 있다면 말이다.’

지난 7월에 출판된 『청년 도배사 이야기』의 한 대목입니다. 이 책의 저자 배윤슬씨는 20대 여성입니다. 이화외고, 연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한 회사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다 사표를 내고 현재 2년 반의 경력을 가진 도배사가 됐습니다. 이 책이 나온 뒤 여러 언론사의 기사에 등장하고 tvN의 ‘유 퀴즈 온 더 블럭’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습니다. 책을 조금 더 인용해 보겠습니다.

‘도배를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고작 도배 하자를 만드는 일이다. 도배지가 찢어지면 새로 뽑아 붙이면 되고 일을 잘 못하면 돈을 덜 받으면 되는 일이다. 누군가에게 미칠 수 있는 가장 안 좋은 영향 역시 도배가 예쁘게 되지 않아 소비자가 불만을 가지는 것, 그 정도이다. 그마저도 수습이 가능한 일이다. 나의 한순간의 선택이나 실수로 인해 누군가가 다치거나 경제적인 타격을 입을 일이 없는 작업인 것이다.’

‘머리를 쓰는 일은 우대받고 몸 쓰는 일은 그렇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젊었을 때부터 몸을 쓰면 더더욱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다. 젊은 사람이 왜 머리를 쓸 생각은 안 하고 벌써부터 몸을 쓰냐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머리를 쓰는 일을 할 필요는 없을뿐더러 몸을 쓰는 사람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게 어떤 것이 더 잘 맞고 잘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내가 현재 도배를 하며 가장 기쁨을 느끼는 부분은 내가 하는 일이 아주 ’밀도 있다‘는 것이다. 도배를 하며 보내는 시간이 아주 빽빽하고 알차다는 의미다. 회사를 다닐 때에는 책상 앞에 앉아 의미 없다고 느껴지는 일을 하는 것에 회의감을 많이 느끼고는 했다. (중략) 프로그램을 하나 진행해도 그 프로그램 자체를 구상하고 만들어가는 시간보다 물품 하나를 사기 위해 여러 업체들을 돌아다니며 견적서를 받는 시간이 더 길었고 그렇게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들이 허무하고 아깝다는 생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지난달에 종영한 SBS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주인공 홍두식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펀드 매니저로 일하다 배씨가 말한 바로 그 ‘한순간의 선택이나 실수로 인해 누군가가 다치거나 경제적인 타격을 입을 일’에서 벗어나기 위해 작은 어촌에서 ‘몸 쓰는 일’을 했습니다. 홍두식은 그렇게 선택한 일을 존중하고 사랑했습니다. 주인공의 이런 삶에 대한 시청자의 공감이 이 드라마가 큰 인기를 누린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중앙일보에 청년 목수, 도배사, 해녀의 삶을 조명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그들이 추구하는 삶과 가치의 다양성이 느껴집니다. 끝으로 이 기사의 말미에 있는 미국인 교수의 코멘트를 전합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소수의 좋은 대학과 몇 안 되는 일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이런 야망과 근면, 성실함이 한국을 성장시킨 원동력이 됐지만 지금은 지나친 경쟁으로 인해 너무나 많은 ‘청년 패자’를 양산하는 사회적 문제로 변질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의사나 변호사, 대기업 직원이 될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모든 직업이 존중받고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The morning's pick

1. 왜 우리만 요소수 대란?

‘과거에는 국내에서 요소를 생산하는 업체가 있었다. 그러나 석탄이나 천연가스가 나는 중국ㆍ러시아 등 산지 국가들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에 밀리면서 2013년 전후로 모두 사라졌다. 롯데정밀화학의 전신인 한국비료가 적자 끝에 2011년 생산을 중단했다.’ 한국의 요소수 대란의 핵심 원인에 대해 담당 기자가 이렇게 설명합니다.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물질, 소재, 부품이 많습니다. 세계가 평화롭게 교역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과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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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원전 50%는 사회적 합의"

“한쪽에선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었고, 다른 쪽에선 그에 대한 사회적 불만과 반대도 있었다. 국가 차원에서 경제성ㆍ기술력 고민도 있었다. 2050년까지의 전력 공급에 대한 6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 원전 50% 시나리오가 경제성 면에서도 우수하고 에너지 전환 과도기에 적합한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정부가 탈원전 기조에서 후퇴한 배경에 대한 필립 르포르 주한 프랑스 대사의 설명입니다. 그는 ‘사회적 합의’의 결과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그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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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재를 쓰지 못해 망했다"

명(明)의 마지막 황제 숭정제의 최후를 기록한 『명사』의 사관은 이렇게 기록했다고 합니다. ‘조정에 나아가 크게 탄식하며 비상한 인재를 얻고 싶다고 했지만 제대로 된 인재를 쓰지 못해 정사는 더욱 망가졌다. 이에 다시 환관들을 신임하여 요직에 배치함으로써 행동과 조치가 마땅함을 잃고 어그러졌다.’ ‘한중일 삼국지’를 연재 중인 한명기 교수는 숭정제의 비극을 전하며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의 흥망은 제대로 된 지도자의 존재 여부에 달려 있다. 나라 안팎에서 격동의 파고가 더욱 높아질 향후 5년을 이끌 대통령에 대한 선택을 앞둔 오늘, 국민 모두가 사람과 시대를 보는 안목과 능력을 가다듬는 것이 참으로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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