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넷째 주 <115호>

여러분, 코로나19로 누구보다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졌지요. 계속 붙어 지내다 보니 부딪칠 일이 많아지고 순간 욱해서 짜증을 내신 적도 있으실 겁니다. 길어지는 거리두기로 인한 스트레스로 괜한 일에 화가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박혜은 필진이 연말이 되니 생각나는 영화 한 편을 소개해 주셨는데요. 영화에서 헬멧 속에 숨어있던 아이 어기는 이렇게 말합니다. 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라고. 그리고 작은 기적이 세상을 바꾼다고. 옳음과 친절함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부디 친절함을 택해주세요.


박혜은의 님과 남(107) 2021.12.17
옳음과 친절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강의를 하며 종종 영화나 음악을 활용하곤 합니다. 따듯한 가족영화 ‘원더’는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영화인데, 얼마 전 강의를 준비하며 다시 영화를 보게 되었죠. 이미 다 아는 스토리임에도 가끔 다시 볼 때마다 다가오는 찡한 감동의 포인트는 여전합니다.

유전자 결합의 이상으로 선천적 안면기형으로 태어난, 그래서 20번이 훨씬 넘는 힘든 수술로도 여전히 남과 다른 외모로 살아가는 어기가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불편한 어기는 늘 선물 받은 우주인 헬멧을 쓰고 다니며 우주로 날아가고 싶은 꿈을 꿉니다. 어기에게는 자신의 외모를 감출 수 있는, 그래서 늘 숙이고 다녔던 고개를 들고 신나게 타인과 시선을 맞출 수 있는 할로윈데이가 한 해 최고의 날입니다.

엄마와 함께 홈스쿨링으로 공부를 이어가던 어기가 10살이 되던 해, 더 이상 숨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 어기의 엄마, 아빠는 아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자 합니다. 더 많은 사람과 부딪쳐야 하는 학교에 다니기로 결정하죠. 그렇게 어기가 헬멧을 벗고 세상으로 나오게 되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하지만 영화의 주인공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용기를 내는 어기만이 아닙니다. 그 어기를 그저 바라보며 지지하는 엄마와 아빠, 끝없이 지지하지만 그 안에서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는 누나 비아, 낯선 외모를 넘어 진짜 어기를 발견하는 친구들 모두가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두는 헬멧을 쓰고 자신의 외모를 감추고 싶어하는 어기처럼 나의 상처를 가리기 위해, 때로는 타인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헬멧으로 진짜 나를 감춥니다.

크게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 동화 같은 내용으로 갈등을 풀어가는 이야기가 다소 심심하다는 평도 일부 있지만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스토리는 탄탄하게 중심을 잡아주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안겨줍니다. 기회가 된다면 ‘아름다운 아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영화의 원작도 읽어보길 권합니다.

영화에는 마음에 남는 멋진 대사들이 등장합니다. 지속해서 어기를 괴롭히던 학생의 부모를 만나게 된 교장선생님은 말하죠. "어기는 외모를 바꿀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보는 관점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학교에 등교하는 첫날 두려워하는 어기에게 누나는 말합니다. “얘들이 쳐다보면 그냥 그러라고 해. 네가 돋보이게 태어나서 섞이기 힘든 거니까.” 그리고 때로는 “너만 힘들다고 생각하지 마, 우리 모두가 실은 힘들어. 왜냐하면 학교는 거지 같으니까. 그리고 사람들은 변하니까. 평범한 아이가 되고 싶으면 그걸 알고 있어야 해”하고 직면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늘 힘이 되는 엄마는 어기에게 말하죠. “넌 정말 기적이야!!”

그리고 어기가 학교에 등교한 첫날 담임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전한 격언은 영화의 중심처럼 들립니다. 선생님은 규범에 대해 말하며 규범이란 우리에게 동기 부여를 해주고 중요한 일을 결정해야 할 때 길잡이가 되어 준다고 설명하죠. 그리고 말합니다.

“옳음과 친절함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친절을 택해라.”

영화의 마지막, 학교를 졸업하는 날 졸업생을 대표해 상을 받게 된 어기는 모두 앞에서 말합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안다면, 아무도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부디 친절하세요. 모든 사람이 힘든 싸움을 치르고 있으니까요. 어떤 사람에 대해 정말로 알고 싶다면, 바라보기만 하면 됩니다.

자극을 받으면 반응합니다. 사람의 행동 역시 여러 자극의 반응이죠. 그리고 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필터가 존재합니다. 필터를 만드는 것은 다양합니다. 삶의 많은 경험들, 만나 왔던 사람들, 책이나 영화 혹은 종교 등도 필터에 영향을 미치죠. 아주 사소하게는 집에서 양말을 접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 행동이 나와 다르다고 해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얼마 전 식당에서 들려온 아르바이트생들의 대화 중 “기본은 하자!!”라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유례없이 가족과의 시간이 길어진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들 입니다. 가족 안에서 지켜져야 할 진짜 기본은 무엇일까요? 옳음과 친절함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친절함을 택하라는 영화 속 격언을 우리 가족 안에서 생각해 봅니다.

연말 가족과 함께 따듯한 영화 한 편으로 서로를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생길 수 있길 바라며 추천해 본 영화였습니다.

굿 커뮤니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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