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주말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줄 뉴스레터 서비스 ‘문화 비타민’입니다. 매주 금요일 음악ㆍ방송ㆍ영화ㆍ문학ㆍ미술 등 각 분야를 담당하는 중앙일보 문화부 기자들이 놓치면 아쉬울 문화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주는 공연을 담당하는 홍지유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VIP석 34만원, 파리오페라발레 '지젤' 공연의 경제학

세계 최고(最古) 발레단, 파리오페라발레(POB)가 30년 만에 내한했습니다. 1993년 첫 내한 때와 마찬가지로 발레 ‘지젤’로 한국을 찾았죠. 이번 서울 공연은 역시 이름값을 하는 것 같습니다. 가장 싼 B석이 12만원, 가장 비싼 VIP석은 34만원입니다. 발레를 사랑하는 커플이 큰맘 먹고 VIP석을 '질러' 버린다면 공연 전후 식음료 비용을 포함할 때 70만원은 넘게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세계 최고라니 그러려니 하지만, 대체 왜 이렇게 비싼 걸까요. 'VIP석=34만원'의 근거를 따져 봤습니다.

파리오페라발레(POB) '지젤' 공연 중 2막 윌리 군무의 한 장면. 사진 LG아트센터

우선, 해외 유명 발레단의 내한 공연 티켓이 생각보다 비싼 것은 당연합니다. 수많은 무용수와 스태프들이 장거리를 이동한 다음 체류하는 비용이 티켓값에 포함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2020년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내한 공연은 VIP석 24만원, R석 18만원이었습니다. (공연은 코로나 등을 이유로 취소됐습니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더라도, POB 공연이 다소 비싸다는 느낌입니다. 프랑스 특유의 자존심을 내세운 것일까요?

POB는 세계적인 발레단 중에서도 해외 투어 개런티가 가장 비싼 편이라고 합니다. POB는 프랑스의 국립발레단입니다. 프랑스에서만 1년에 200회 가까운 공연을 올립니다. 발레단 레퍼토리가 다양하고 연중 상시 공연하는 만큼 무용수들이 2~3개 작품을 동시에 연습하는 경우도 많다고 하죠. 이렇게 자국 내 공연에 치중하다 보니 해외 투어를 제한적으로 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개런티가 더 높아지는 편이라는 겁니다. 뭐든 희소하면 비싸지니까요. 발레단 입장에서는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받는 비영리 국립 단체인 만큼 흡족하지 않은 개런티를 받으면서까지 무리해서 해외로 무용수들을 돌릴 필요도 없기도 하겠고요. 1993년 첫 내한 이후 두 번째로 한국 관객을 찾기까지 30년이나 걸린 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