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주말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줄 뉴스레터 서비스 ‘문화 비타민’입니다. 매주 금요일 음악ㆍ방송ㆍ영화ㆍ문학ㆍ미술 등 각 분야를 담당하는 중앙일보 문화팀 기자들이 놓치면 아쉬울 문화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번 주는 영화·공연을 담당하는 나원정 기자의 이야기입니다.


15년만에 에세이 낸 김혜자, 죽음에 관한 내밀한 고백 

배우 김혜자(82)가 15년 만에 에세이집을 냈습니다. 아프리카 어린이 구호활동에 몸 바친 10년을 기록한 책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2008년)에 이은 이번 책의 제목은 『생에 감사해』(사진·수오서재). “연기와 아이들을 위한 봉사만으로 벅찼던” 배우인생 60년을 돌이킨 소감을 담은 제목입니다.

지난해 12월 출간 이후 서점가 베스트셀러 1, 2위를 다툰 것이 ‘국민 배우’를 향한 관심 덕인가, 했는데요. 읽어보니 인간 김혜자가 껴안고 살아온 삶과 연기,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책장마다 켜켜이 지층처럼 새겨져 있었습니다.

『생에 감사해』는 대중이 많이 안다고 생각해온 ‘김혜자’라는 바닷속으로 더 깊이 잠수하도록 이끄는 책입니다. 미군정 시절 재무부 장관을 지낸 아버지(김용택)로부터 “찰리 채플린처럼 좋은 배우가 되라”는 지지를 받은 그는 1962년 이화여대 미대 2학년 때 KBS 탤런트 공채 1기생으로 뽑히며 연기생활을 시작했죠. “그래 이 맛이야”라고 빙그레 미소 짓는 조미료 광고 모델을 1975년부터 27년간,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1980~2002)의 심성 고운 억척 며느리 역할은 20년 넘게 해내 ‘국민 엄마’로 불려온 믿고 보는 배우의 원조죠. 하지만 책을 보니 그의 마음속엔 뜻밖에도 ‘죽음’의 그림자가 늘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드라마 ‘모래성’ ‘겨울 안개’ ‘사랑이 뭐길래’ ‘엄마가 뿔났다’ ‘디어 마이 프렌즈’ ‘우리들의 블루스’ 등과 영화 ‘만추’ ‘마요네즈’ ‘마더’ 등, 김혜자가 살아온 생은 100개가 훌쩍 넘습니다. 그런 그가 온전히 ‘김혜자’로서 평생 써온,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일기 글과 2년에 걸친 심층 인터뷰로 책은 구성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