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러분의 주말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줄 뉴스레터 서비스 ‘문화 비타민’입니다. 매주 금요일 음악ㆍ방송ㆍ영화ㆍ문학ㆍ미술 등 각 분야를 담당하는 중앙일보 문화팀 기자들이 놓치면 아쉬울 문화계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새 책 소개와 서평을 맡고 있는 이후남 기자가 이번주 이야기를 전합니다.


‘빨리 감기’의 시대, 콘텐트 소비 방식에 담긴 속마음 

새로 나온 책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표지. 

영화나 드라마를 1.5배 속도 등 '빨리 감기'로 보신 적이 있나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10초 앞 등으로 '건너 뛰기'를 하신 적은요? 아직 보지 않은 영화나 드라마의 요약본을 유튜브 같은 데서 미리 찾아 본 적은요? 

직업적인 이유로, 그러니까 일 때문에 여러 드라마나 영화를 한꺼번에 몰아봐야 한다면 이런 방식을 마다할 이유가 없죠. 한데 요즘은 일과 관계없이,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 이런 콘텐트 소비 방식이 흔해졌다고 합니다. 

최근 나온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나다 도요시 지음, 황미숙 옮김, 현대지성)은 이 현상을 흥미롭게 다룬 책입니다. 일본의 DVD 편집장 출신이 쓴 책인데, 콘텐트 소비 방식의 다양한 면면과 여기서 드러나는 요즘 젊은 세대의 특징을 다양한 취재를 통해 담아냈습니다. 

우선 책에 나오는 각종 조사에 따르면, '빨리 감기' 경험은 20~69세 응답자의 30%가량이 해당됩니다. 20대로 한정하면 이런 응답은 50%가량으로 높아지고, 스무살 안팎의 대학생들에게 물으면 90%가량까지 높아집니다. 

젊은 세대는, 아니 요즘 콘텐트 이용자들은 왜 '빨리 감기'나 '건너 뛰기'를 할까요. 첫번째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봐야할 드라마나 영화가 워낙 많아졌기 때문이죠. 지상파, 종편, 케이블, OTT를 아울러 하루가 멀다고 신작이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당연히 '시간 가성비'가 중요해집니다. 월정액 OTT 이용이 늘면서 작품 한 편의 감상 비용은 상대적으로 줄었습니다. 예전에 비디오나 DVD를 한 편마다 돈을 주고 빌릴 때는 대여료가 아까워서라도 끝까지 봤죠. 요즘은 시간이 더 아깝습니다. '작품 감상'은 둘째치고, 볼만한 작품이 뭔지 파악하거나 SNS 이슈를 따라잡는 '정보 수집'이 목적이라면 빨리 감기와 건너 뛰기는 나름 효율적인 방법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