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중앙일보 프리미엄 디지털 서비스 구독자 여러분. 매주 월, 수요일 아침 뉴스 내비게이션 레터 서비스를 통해 주요 시사 현안을 정리해 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어제 이집트 카이로에서 극적으로 합의가 이뤄진 국제 기후 협약 관련입니다.


어렵게 뗀 '기후 정의' 첫 걸음, 한국의 부담은?

파키스탄 대홍수

인류의 기후변화 대응에서 또 하나의 의미있는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서 기후 재앙을 겪는 개발도상국을 위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보상 기금안이 타결된 것입니다. 당초 협의 일정을 이틀이나 넘긴 난산이었습니다.

기후변화 대응은 전 인류 앞에 놓인 시급한 과제입니다. 하지만 그 책임과 부담을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 간 이견이 컸습니다. 이미 산업화를 마무리한 선진국은 개도국에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라고 요구합니다. 반면에 개도국은 이런 선진국의 요구를 '이기적'이라고 비난합니다. 자신들은 누릴 것 다 누려놓고 뒤따라오는 나라들이 올라 타려는 사다리를 걷어차는 격이라는 주장입니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는 이런 개도국의 주장에 일리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2020년 현재만 놓고 보면 중국이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0.6%를 차지했습니다. 미국(13.5%), EU(7.5%), 인도(7%), 러시아(4.5%)가 2~5위를 차지했군요. 그러나 산업화 이후 최근까지(1750~2020년)의 이산화탄소 누적배출량에서는 선진국이 압도적 우위입니다. 미국이 4167억톤으로 전세계 누적 배출량(1조6965억톤)의 4분의 1에 달합니다. 유럽연합(EU)이 2901억톤으로 2위입니다. 중국(2355억톤)은 미국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개도국으로선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를 겪은 파키스탄,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물에 잠기기 시작한 카리브해와 남태평양 등의 섬나라들이 볼멘 소리를 냈습니다. 사고는 선진국이 치고 수습은 개도국이 하는 '기후 부정의'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유럽 같은 선진국에선 1990년 이후 경제 규모가 커질수록 탄소배출량은 오히려 줄어드는 '탈동조화'가 관찰됩니다. 산업 구조가 전통적 제조업에서 벗어나고 기후·환경 관련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은 자신들의 경험과 기술을 개도국에 전수하고 비용도 적정하게 부담해야 '기후 정의'를 이룰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