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 오늘은 건강보험료 얘기입니다. 한 달에 건보료를 6000만원 넘게 낸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실제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과도하다 못해 징벌적 부과처럼 보입니다. 건보료보다 훨씬 많은 세금을 낼텐데도 그렇네요. 자세히 보시죠.


서울에 사는 김모(94)씨는 전국에서 건강보험료를 가장 많이 내는 직장인이다. 6월에 6086만원을 냈다. 이 중 회사가 절반을 부담하니까 3043만원을 본인이 냈다. 건강보험공단이 7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에게 제출한 건보료 상한액 현황 자료에 김 씨는 월급에 건보료 2962만원을, 월급 외 금융소득 등에 81만원을 냈다. 올해 내내 이렇게 낸다. 올해 건보료로 7억3032만원(본인부담 3억6516억원)을 부담한다.

 건보료는 세금과 달리?상한액이 있다. 지지난해 직장인 평균 건보료의 30배(지역가입자는 15배)가 상한선이다. 이게 월 704만원이다. 월급이 1억272만원이다. 이를 초과해도 여기까지만 낸다. 직장인은 회사와 352만원씩 반반 나눈다. 월급쟁이라도 월급 외 다른 소득(금융·임대 등)이 연 3400만원 넘으면 별도 건보료를 낸다(월급 외 건보료). 지역가입자와 월급 외 건보료의 상한선은 352만원이다.

 그렇다면 김 씨는 704만원에다 월급 외 건보료 81만원만 내면 되는데 왜 6000만원 넘게 낼까. 건강보험법에 한 사람이 투잡(두 개의 직장)이건, 그 이상이건 간에 소속된 회사 월급에 모두 건보료를 내야 한다.

투잡이라면 두 군데서 건보료를 낸다. 둘 다 월 소득이 1억원 넘으면 704만원씩 상한액을 내야 한다. 김 씨는 약 9~10곳의 법인에 소속돼 있고 7~8곳에 상한 보험료가 나온다고 한다. 그걸 다 더하니 3000만원이 넘는다는 것.

여러 곳의 소득을 더해서 건보료율(6.86%)을 적용하는 방식이 아니다. 서울에 사는 이모(94)씨도 상황이 비슷하다. 매달 1400만원 넘게 건보료를 낸다. 여러 개의 법인 직장인으로 돼 있고, 따로따로 건보료를 낸다. 이 중 이 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의 직장 건보료가 상한액(월 704만원)에 해당한다. 다른 데 것을 더하면 1400만원이 넘는다. 

 건보와 비슷한 사회보험인 국민연금은 다르다. 소득 상한선(올해 524만원)의 9%인 47만1600원을 보험료로 낸다. 직장인이면 회사가 절반 낸다. 투잡이건, 그 이상이건 소득을 다 더해 524만원까지만 보험료를 문다. 두 개 회사에 소속돼 있으면 절반(23만5800원)씩 나눠낸다. 

최 의원실 박상현 보좌관은 "노후에 돌려받는 국민연금은 가입자 개인별로 상한을 적용하는데, 소멸하는 건강보험은 소득 발생지별 상한선을 적용하는 건 과도하다"며 "건보료가 세금이 아닌 사회보험인 만큼 개인별 상한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올 6월 상한 건보료(직장인 월 704만원, 지역 352만원)를 낸 사람이 8154명에 달한다. 직장인이 6661명, 지역가입자 1493명이다. 대개 대기업 사주나 고위 임원, 잘 나가는 벤처기업 임원들이 건보료 상한선에 드는 경우가 많다. 상한액을 무는 사람은 해마다 증가한다. 2016년 2670명에서 지난해 8730명으로 늘었다. 올 연말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상한 보험료도 오른다. 2017년 478만원(지역 228만원)에서 2018년 619만원으로 확 뛰었고 매년 올라 올해 704만원이 됐다. 4년 만에 47.5% 올랐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 7월 상한액 기준을 바꿨기 때문이다. 게다가 매년 건보료가 2~3% 오르고, 소득이 오르면서 상한액도 덩달아 오른다. 

건강보험료에는 하한선도 있다. 올해 직장인은 월 1만9140원(지역 1만4380원)이다. 195만명이 하한 보험료만 낸다. 하한선은 4년 동안 11.8% 올랐다. 이 때문에 상한선과 하한선 차이가 점점 벌어진다. 

 7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직장 건보료의 상한액은 하한액의 368배에 달한다. 지역은 245배다. 한국처럼 보험료 방식으로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다른 나라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크다. 직장인 기준으로 일본은 24배, 대만은 9배, 독일은 4.4배다. 프랑스는 상하한선이 없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보고서에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이 더 부담해 약자를 돕는 게 건강보험이라고 하더라도 일부 고소득층이 과도한 보험료를 부담한다"고 지적했다.

 손석호 경총 사회정책팀장은 "건보는 보험료 부담과 관계없이 같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현행 상한액은 부담 능력에 따라 차등적으로 보험료를 부담하자는 취지를 넘어 징벌적 수준에 가까운 비합리적 제도"라고 지적했다. 손 팀장은 "여러 개 사업장에서 소득이 있어도 일부에만 상한액 보험료를 매겨야지 다 매기는 것은 너무 과하다"며 "한 군데 사업장에서 왕창 벌면 704만원을 내고, 여러 사업장에서 적게 벌어도 각각 704만원을 낸다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진영주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건보료 상한액제도 취지는 사회연대 효과를 위한 것인데, 사업장별로 일일이 상한액을 부과하는 게 불합리한 면이 있어보인다"며 "내년 7월 2단계 건보료 부과체계개편 때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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