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 엊그제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의 무릎 우산 과잉 의전 사건을 기억하시죠. 지난해 1월 보건복지부 차관은 거기서 봉변을 당했습니다. '두 차관의 진천'을 되짚어봅니다.

지난해 1월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연수원에서 주민에게 봉변을 당하는 김강립 복지부 차관(왼쪽), 지난달 27일 같은 장소에서 '무릎 우산 의전'을 받고 있는 강성국 법무부 차관(오른쪽). 사진 뉴스1, 뉴시스

당시만 해도 코로나19가 아니었다. 우한폐렴으로 불리는 경우가 더 많았다. 바이러스의 정체를 잘 모르던 지난해 1월 29일, 중국 우한교민 귀국이 이틀 앞으로 닥쳤다. 이들이 입소할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는 주민들의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방역 당국은 마음이 급해졌다. 그날 밤 세종시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 보건복지부 김강립 차관(지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진천으로 향했다. 밤 10시 30분, 건물 내에서 주민 대표와 간단히 대화하고 바깥의 200여명 주민 속으로 들어가 대화를 이어갔다.

김 차관은 “여러분의 우려가 기우(쓸데없는 걱정)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주민 설득에 나섰다. 이 말이 끝날 무렵 물병·종이컵·나무젓가락 등이 날아들었다. 머리채를 잡혔고, 이쪽저쪽으로 밀렸다. 이런 상태가 10분가량 이어지면서 옷이 찢어졌다. 경찰이 나서면서 난감한 상황이 끝났다.

김 차관은 서둘러 현장을 빠져나왔다. 당시 현장에 있던 복지부 직원은 "나중에 수습해보니 나도 여기저기 긁힌 상처가 있었고, 멍투성이였다"고 회상한다. 김 차관은 더했을 것이다. 하지만 병원에 가는 건 생각도 못 했다. 다음날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상임위원회 회의가 예정돼 있었다.


당시 기자도 회사에서 코로나19 기사를 마무리하고 귀가하던 중 이 소식을 들었다. 후배 기자가 재빨리 움직였고, 한창 돌고 있는 윤전기를 세워 김 차관이 봉변당하는 사진을 중앙일보 1면에 갈아 끼웠다. 사진의 설명 기사를 출고한 시간이 그날 밤 11시 54분이었다.

김 차관은 왜 불 속으로 들어갔을까. 복지부 직원의 설명.
"당시 진천 주민의 분위기를 따질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코로나19가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서 주민 소통이 절실한 상황이었어요. 이해와 협조를 구하려고 심야에 나선 것이지요."

김 차관의 설득 덕분인지, 진천 주민들은 우한교민 173명을 받아들였다. 환영 현수막을 내걸기까지 했다. 우한 교민들은 2주간 인재개발원에서 생활한 뒤 건강하게 문을 나섰다. 김 차관은 봉변 다음 날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사과했다. 그는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지역 주민들과 충분히 소통해 양해를 구하는 게 순서인데, 소홀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후에도 상처·멍 등을 따로 내색하지 않았다고 한다.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이 이번에도 뉴스의 중심에 섰다. 진천 주민들이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와 가족 377명을 따뜻하게 받아들였다. 이들은 정착지가 정해질 때까지 8주간 머문다.

지난달 27일 아프가니스탄 입국자가 인재개발원에 입소한 직후 '무릎 우산 과잉 의전' 논란이 빚어졌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이 10여분 아프가니스탄 입국자 지원 방안을 발표할 때 직원이 무릎을 꿇은 채 우산을 씌워줬다. 이 직원의 행동이 현장 방송 중계 스태프의 요청에서 시작됐다지만 우산을 직접 들고 브리핑을 못할 이유가 없다. 그 모습을 보고 국민이 분노했고, 김부겸 총리, 문재인 대통령이 경고 메시지를 냈다. 

강 차관이 브리핑한 내용은 통역·방역·보육 등의 지원 방안이다. 빗속에서 브리핑을 할 정도로 중요한 것인지 의문이다. 외교부나 행정안전부가 나서지 않고 법무부 차관이 나섰는지도 의아하다. 같은 장소에 두 차관이 있었지만,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중앙일보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100세 시대요람에서 무덤까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나요?
31년 기자생활 중 복지담당 21년의 지식을 나눌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