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 오늘은 연금개혁 얘기를 할까 합니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은 인구변화, 출산율,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해 5년마다 재정을 따져보고 대책을 세우게 돼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2018년, 공무원 사학연금은 2020년 재정재계산을 하긴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는데도 아직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의 후세대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습니다. 전문가들의 경고를 소개합니다. 
 
 "어느 시점에서 미래세대의 반란이 일어날 것이다."
이창수 숭실대 차기 한국연금학회 회장(정보통계보험수리학)은 최근 연금학회·인구학회 학술대회 토론자로 나서 이렇게 말했다. 연금 개혁이 늦어지면서 미래세대에게 얼마나 큰 짐을 지우는지를 지적했다. 윤석명 한국연금학회 회장도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프랑스가 고령화사회(65세 이상이 인구의 7%)에서 초고령사회(20%)로 가는 데 157년 걸렸는데 한국은 27년밖에 걸리지 않는다"며 "우리 사회가 정말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8년 국민연금 재정을 따질 때(4차 재정재계산) 출산율을 1.24~1.38명으로 가정했다. 2065년 생산가능인구 1명이 0.9명의 노인을 부양하는 걸로 나왔다. 

하지만 이 교수는 "출산율을 1.05명(2017년)으로 낮추면 생산가능인구 1명이 노인 한 명 이상(1.05명) 부양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겠느냐.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경고했다. 게다가 지난해 출산율은 0.84명으로 더 떨어졌고 올해는 0.7명대로 예상된다. 출산율을 1.05명으로 가정하면 기금 소진 시기(2057년)는 달라지지 않지만 그 해 적자가 124조원에서 239조원으로 늘어난다. 또 기금운용 수익률이 0.5%p 줄면 2055년에, 1%p 줄면 2053년 기금이 고갈된다고 한다. 
 
 이 교수는 "(정부가)국민연금 기금이 2057년 고갈된 후 어떻게 되는지 그래프를 보여주지 않아 의아해했다. 나중에 이유를 깨달았다. 그래프가 급전직하(급격히 하락)한다.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2088년 1경4000조~1경8000조원(경상가격)의 적자가 쌓이는데, 이걸 미래세대가 감당할 수 있을까.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고 탄식했다.

 이 교수는 2065년 국민·사학·공무원·군인 등 공적연금의 재정 적자를 메우려면 그 해 정부 예산의 22.8%를 써야 하고, 출산율을 1.05로 낮추면 24%를 쏟아야 한다고 내다봤다. 지금의 공적연금은 수지상등(보험료 부담이 보험금 지급액과 같음) 원칙을 위배하고 있어서 이런 문제가 생긴다. 

이 교수는 "지금의 연금제도가 일종의 폰지게임(다단계 금융사기의 일종) 속성을 갖고 있어 후세대한테 계속 부담을 전가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00년 대계인 공적연금을 5년 임기의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현실"이라며 "공적연금은 정치 실패의 가능성이 높아 정치권으로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금의 문제가) 당국자의 책임감 결여에서 비롯한 것이며 거기에 편승해 목소리를 못 내는 전문가도 반성해야 한다"며 "독일은 진작 손봤고, 우리가 일본을 우습게 봤는데 일본도 벌써 개혁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공적연금 어디로 가시나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날 윤석명 회장도 "주요 정책 결정자들이 카르텔을 형성해서 제대로 된 정보를 차단하고 있다. 인구구조가 세계에서 가장 안 좋은데, (연금개혁은) 가장 느리게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22일 추가 통화에서 "재정 당국이 공무원·군인연금 국가부채(를 적게 보이려고) 추계에 꼼수를 쓴다"며 "국민연금도 미적립부채가 1500조원(국민 1인당 289만원)에 달하는데, 국가가 국민의 사용주가 아니라는 이해하기 힘든 이유를 대며 국가부채에 포함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윤 회장은 "한국의 연금 상황이 그리스보다 훨씬 심각하다. 출산율(0.84명) 반등 가능성이 희박한데 세금 걷어서 연금을 주면 된다(부과방식)고 한다"며 "부과방식이 되면 높은 세금 때문에 청년들의 탈(脫)한국 러시가 생기고 중국과 일본에서 3D 업종의 일을 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나라가 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을 각오하고 미래를 위한 국민연금 개혁을 2007년 단행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들여 공무원연금을 개혁했다"며 "현 정부는 국민연금 부채를 오히려 늘리는 사지선다형의 골병 드는 안을 내놓은 뒤 손도 안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연금백서 말미에 '어렵게 개혁했지만 충분하지 않은 반쪽 개혁'이라고 했는데,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 현 정부는 이미 연금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8년 4차 재정재계산을 해서 2042년 적자가 시작돼 2057년 기금이 소진된다고 추정했다. 이를 토대로 네가지 개혁안을 만들어 그해 12월 국회에 제출했다. 정부도,국회도 그걸로 끝이다. 
 

중앙일보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100세 시대요람에서 무덤까지 어떻게 준비하고 계시나요?
31년 기자생활 중 복지담당 21년의 지식을 나눌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