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 2주전 이 코너에서 일한다고 연금 깎인 9만명의 비애를 다뤘습니다. 그 이후 좀 더 자세히 알아보니 연금이 10원 깎이는 경우가 있더군요. 1000원 이하 삭감자가 700명 가까이 됩니다. 이거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코메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깎이는 것도 열 받는데, 10원, 100원 깎다니요. 정부가 미처 삭감의 하한선을 두지 않아서 벌어진 일입니다.  
 
노 모(64) 씨는 올 2월부터 국민연금 수령자가 됐다. 60세 넘어 국민연금에 가입해 10년을 겨우 채웠다. 기쁨도 잠시였다. 노 씨는 이런저런 일을 해서 월 254만원(근로소득 공제 후)의 소득이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을 삭감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노 씨를 더 화나게 한 것은 삭감액이 월 10원이라는 점이다. 정상 연금이 월 28만360원인데 지금은 28만350원을 받는다. 67세까지 삭감된다.  

 일하는 연금 수령자의 삭감 기준선은 월 소득 253만9734원①이다. 근로소득 공제나 필요경비 공제 후의 소득이다. 근로소득 공제 전이면 350만2629원이다. 이를 넘으면 삭감된다. 노 씨의 월 소득은 254만원②이다. 기준 초과액은 266원(②-①)이다. 이의 5%(13.3원)를 삭감하는데, 반올림해서 10원이 됐다.

 4월 현재 국민연금 삭감 수급자는 8만5400명이다. 삭감 기간은 62~67세(5년)이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10원 삭감자가 노 씨외 1명 더 있다. 10원 초과~100원 미만 삭감자가 41명, 100원~1000원 미만이 593명이다. 1000원 미만 삭감자가 636명이다. 1만원 미만 삭감자가 9195명이다. 삭감 이유는 과잉 보장 방지다. 소득 있는 사람에게 연금이 많이 가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재정 안정 목적도 있다.  

 은퇴자는 여러 가지 이유로 국민연금을 온전히 받지 못한다. 한 사람에게 국민연금이 두 개 돌아갈 경우 중복 조정 삭감을 한다. 국민연금이 45만원 넘으면 65세 이후에 기초연금을 최대 15만원 깎는다. 국민연금이 동네북 신세다.

 삭감자 8만5400명은 얼마나 벌까. 기준선(253만9734원) 초과 소득이 100만원 미만이면 1구간에 속한다. 이후 100만원 오를 때마다 구간이 올라간다. 5구간은 400만원 이상이며 50만원 이상 삭감한다. 1구간 해당자가 4만275명(47.1%)이다. 초과액의 5%를 삭감한다. 연금 삭감액이 1만원 미만인 9195명이 모두 1구간에 속한다. 

 삭감액이 1만원도 안 되니 별문제 없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자. 겨우 이 정도 깎으려고 연금에 칼질한다? 오히려 기분만 나쁘게 한다. 국민연금공단은 10원 삭감자에게도 일일이 통보한다. 아무리 소득이 높아도 삭감의 상한선은 연금의 50%이다. 그런데 하한선이 없다. 법대로 하니 10원 삭감이 나온다. 

연금공단 지사에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에 폐지를 계속 건의하지만 허사다. 지난해 1321억원 삭감해 재정을 절감했다. 4월 국민연금 적립금 674조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한국연금학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일하는 수급자의 연금을 깎는 게 이중과세라고 지적한다. 연금과 근로소득에 세금을 매기고 또 연금을 깎는 것을 말한다"며 "공무원연금처럼 많으면 몰라도 국민연금 액수(평균 52만원)가 얼마 되지도 않은 마당에 삭감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한다. 

윤 회장은 "일본은 연금 삭감 대신 고령자의 근로를 장려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우리는 제도가 성숙하지 않은 데다 실익도 없는데 삭감함으로써 부정적 인식을 심어준다"고 말했다.

 한국인이 주요 직장에서 은퇴하는 시기가 55세 전후다. 국민연금을 받을 때까지 7년가량 소득 크레바스(틈, 공백)를 건너야 한다. 그래서 닥치는 대로 일을 한다. 어렵게 소득 크레바스를 건넜는데 62세에 연금을 깎아버리니 근로 의욕이 감퇴할 수밖에 없다.  

 '소득 있다고 연금 깎인 9만명 슬프다'는 기사 〈중앙일보 6월 30일 자 23면〉엔 "점점 일할 의욕을 없게 만드는 이상한 정부" "노후에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억울한 세상"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민주당 최혜영 의원실 박상현 보좌관은 "고령화를 극복하기 위해 한편에서 노인에게 일자리를 권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연금을 깎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노인의 근로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서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고 말했다. 

박 보좌관은 "10원,100원 깎는 것은 정말 말이 안 된다. 정부가 국민연금법 시행령에 '1만원 이상 삭감'으로 제한하는 조항을 둬야 하는데, 아직 과도한 조치를 방치하는 이유가 뭔지 이해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과잉 보장 방지를 위해 유지해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지금 연금을 받는 사람은 가입 기간이 길고 소득대체율이 높았기 때문에 최대의 혜택을 봤다"며 "과잉 보장 방지를 위해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다만 10원, 1000원 깎는 것은 제도의 불신을 부추기기 때문에 1만원 이하는 깎지 않도록 하한선을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연금급여팀 홍찬자 서기관은 "제도 폐지는 어렵고, 삭감자가 몰려 있는 소득 초과 금액이 많지 않은 구간을 없애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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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있다고 연금 깎인 9만명은 슬프다

중앙일보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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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기자생활 중 복지담당 21년의 지식을 나눌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