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님, 많이 걷는 편이신가요. 무더위에 걷기가 쉽지 않으실 겁니다. 걷고 나서 휴대폰의 걸음 측정기를 확인하시지 않으시나요. 만보를 채우려고 노력하시지 않나요. 만보가 비과학적인 기준이며 미신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휴대폰의 삼성헬스 앱을 자주 들여다봅니다. 오늘 보니까 하루 걸음 목표를 6000보로 설정했네요. 6000보를 달성하면 녹색 그래프가, 그렇지 않으면 회색 그래프가 나타납니다. 왜 6000보냐고요? 기준은 없고, 걸어서 출퇴근하는 거리에 맞춘 것입니다. 녹색 그래프를 보면 내 몸에 책임을 다한 것처럼 뿌듯해지고, 회색을 보면 괜히 불편합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에는 만보기를 허리띠에 차고 다녔지요. 요즘에는 만보기(만보계)가 거의 사라졌지만 '1일 만보'는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운동을 잘 못 하는 현대인에게 만보는 일종의 강박관념처럼 박혀있지요. 
 
뉴욕타임스(NYT) 이달 6일자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습니다. 제목은 'Do We Really Need to Take 10,000 Steps a Day for Our Health? (건강을 위해 하루 만보가 정말로 필요한가). 결론은 "No"입니다. 그래첸 레이놀즈 기자가 작성했네요. 그는 만보가 만보기를 팔기 위한 미신일 뿐이라고 일축합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일본의 한 시계 업체가 만보기를 대량 생산했고, 하루 만보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수십 년에 걸쳐 그게 통용됐고, 세계인의 뇌리에 각인됐다는 거죠. 
 
레이놀즈 기자는 이런저런 전문가의 연구를 들어 많이 걷는 게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라고 제시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일반적인 가이드라인은 걸음 수가 아니라 시간, 즉 일주일에 150분이라고 합니다. 하루 기준으로 30분 정도입니다.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아이민 리 교수(역학)는 걸음 수로 환산해 일주일에 1만6000보 좀 넘게, 하루 2000~3000보를 제시합니다. 
 
국내 전문가들의 권고도 다르지 않습니다. 동국대 일산병원 오상우 교수(가정의학과)는 이렇게 말합니다.
"만보라는 게 모호한 개념이지요.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만보가일상화됐어요. 사람마다 걷는 능력에 차이가 있는데, 살찐 사람이나 노인에게 만보를 권고하는 건 천편일률적이지요. 아마도 기억하기 쉽고 많이 걸어라는 의미를 담아 만보라는 용어를 쓰는 것 같아요. 상징적 개념이지요. 만보를 걷는 게 건강에 도움이 되고 안 하는 것보다 낫지만, 반드시 만보라고 강조하지 않아요."
 
오 교수는 "하루 30분~1시간 걷되 본인의 운동능력에 맞게 하면 된다"고 제안합니다.  
"쇼윈도를 보며 걷는 것처럼 천천히 걷는 것은 효과가 떨어집니다. 하루 30분을 걷되 숨이 차는 걸 느낄 정도로 속도를 유지하는 게 좋아요. 옆 사람에게 가볍게 인사할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는 것이지요. 바쁜 현대인이 30분을 채우기 힘드니 10분씩 나눠서 걸어도 좋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 한 정거장 전에 내려서 빨리 걷거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회사 주변을 빠른 걸음으로 한 바퀴 도는 것도 방법이지요.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는 식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걷기를 실천하는 게 좋습니다."
 
서울대병원 강은교 교수(가정의학과)도 같은 의견을 제시합니다. 
강 교수는 "연구 결과들을 보면 1만 걸음 이하를 걸어도 충분한 건강 효과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냥 즐겁게 산책하면 되지 만보기의 명칭에 얽매여서 반드시 만보를 채울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강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 운동 권고 기준에 따라 주당 150분 이상 빠르게 걷기를 권장한다"고 말합니다. 대략 하루 30분 빠르게 걷기를 하면 좋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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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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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기자생활 중 복지담당 21년의 지식을 나눌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