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인문대학원 김헌 교수는 네 아이를 키운 아빠입니다. 하나도 키우기 힘든데, 넷이나 어떻게 키웠을까요? 그를 인터뷰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건 바로 이것이었죠.

“저는 당근마켓 매너온도가 상당히 높아요. 애들이 뭘 배우다 그만두면 그걸 팔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웃음)”

김헌 교수는 아이들이 뭘 배운다고 하면 하지 말라는 얘기를 해본 적이 없으시대요. 가능하면 지원은 다 해주시고요. 그렇게 시작해서 얼마 안 가 그만둔다고 하면 보통은 “그래도 1년은 해봐”라고 할 법도 하잖아요. 그런데 그런 말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집안에 남겨진 잔해(?)를 중고거래로 팔다 보니 만렙의 당근 셀러가 됐고요. 그런데 정말 신기합니다. 어떻게 넷이나 키우면서 뭘 배워보라고 권한 적이 없을 수 있죠?

“답을 모르니까요. 제 인생의 답도 모르는데, 제가 어떻게 아이의 삶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하겠어요.

“내 인생의 답도 모른다”고 했지만, 그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김헌 교수는 사실 고등학교 교사였습니다. 10년 차 무렵, 유학을 결심하죠. 아이가 둘이나 있는 가장이었는데 말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고민 끝에 오른 유학길이었기에 그는 5년 만에 학위를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올 때는 네 아이와 함께였다고 하네요. 삶에 대해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용기 있는 김헌 교수의 교육 철학이 궁금했습니다.

교육은 말하는 게 아니라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 부부는 아이들이 본받지 않았으면 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김헌 교수는 “넷 중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없다”면서도 “다들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찾아 하는 주체적인 아이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에서 자부심이 느껴졌죠.

2016년 발표된 다보스포럼 일자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7세 아이들의 6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직업을 갖게 될 거라고 합니다. 아이에게 뭔가를 권하기보다 하고 싶은 걸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헌 교수가 주체적인 아이를 키운 노하우가 담긴 오늘 레터, 끝까지 읽어보세요!


김헌 교수는 서양 고전, 특히 그리스·로마 신화 전문가입니다. TV 강연, 대중 강연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분이죠. 그를 찾는 곳이 그렇게 많습니다. 그런 그가 애정을 가지고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어린이 책 출판입니다. 그는 학습만화 『그리스·로마 신화』를 감수했고, 그리스·로마 신화 바탕으로 쓰인 동화 『신통한 책방 필로뮈토』 기획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그가 바쁜 시간을 쪼개 어린이 책 출판에 힘을 쏟는 건 교사 출신 교육자로서 교육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교육의 시작은 이야기여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이야기만큼 강렬하고 힘 있는 지식 전달 도구가 없다는 겁니다.

이야기는 문자가 발명되기 전 인간이 경험과 지식을 후대에 전달하는 도구였습니다. 문자가 없으니 구전으로 전달해야 하는데, 인간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형태의 도구를 선택한 것이죠. 신화가 만들어진 이유입니다. 고대 인간이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과 지식을 축적해놓은 게 바로 신화라는 것이죠. 그래서 그는 오늘날 어린이들도 신화를, 이야기를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김헌 교수의 인터뷰 기사는 최근 발행된 저희 기사 중에서도 상당히 인기가 좋은 편이었는데요, 그의 신화론, 그리고 이야기 교육론에 그만큼 많은 사람이 공감했다는 뜻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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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얘기가 나온 김에 그림책 리뷰를 보고 갈까요? 이번주 저희가 고른 그림책은 “정말 그럴까?” 하고 의문을 가져볼 수 있는 책입니다.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는 모르는 분 안 계실 거예요. 아이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림책으로, 동영상으로, 음성 콘텐츠로 굉장히 많이 읽고 보고 듣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악역을 맡은 늑대가 “나는 억울하다”고 주장합니다. “너희가 알고 있는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는 다 거짓말”이라는 겁니다.

그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할머니 생신 케이크를 만들다가 설탕이 똑 떨어져서, 설탕을 빌리러 이웃집 돼지네 집에 갔다가 재채기가 나왔는데 그 바람에 돼지 집이 날아갔다고요. 건물 잔해에 깔린 돼지는 늑대에겐 그냥 ‘치즈 버거’ 같은 거였다는 겁니다. 마치 사슴이 지나가다 나무에 열린 블랙베리를 따먹듯이 자기도 죽은 아기 돼지를 먹었을 뿐이라고요.

늑대의 말을 듣고 있자면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는 속담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과연 늑대의 말대로 그는 정말 누명을 쓴 걸까요?

아이가 모든 책을 이렇게 뒤집어 보고, 자기만의 관점으로 해석해보려고 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책을 가지고 이렇게도 저렇게도 놀 수 있는 수준 높은 독자가 되었다는 의미일 테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주 추천하는 그림책도 꼭 한 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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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육아’라는 말 들어보셨죠?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면 아이의 두뇌 발달과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겁니다. 코로나19로 야외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더 주목받았던 말이죠. 집에서 아이와 놀아주려면 뭔가가 필요하니까요. 게다가 어디까지 보려고 저러나 싶게 늘어나는 미디어 타임을 줄이는 데도 효과가 있고요.

그런데 만 두 돌 전의 아이에겐 책을 읽어주는 게 두뇌 발달을 돕는 아주 좋은 자극은 아니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번에 신의진 교수를 찾아온 23개월 아이의 아빠는 퇴근 후 매일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책 육아를 실천해왔는데요, 정작 아이는 아직 엄마, 아빠 같은 말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했습니다.

“책을 읽어주기보다 몸으로 놀아주세요. 도리도리, 잼잼 같은 상호작용 놀이도 많이 해주시고요.”

신의진 교수의 조언은 너무 예상 밖이었습니다. 세상 간단한 도리도리, 잼잼 같은 게 책을 읽어주는 것보다 더 두뇌 발달에 효과적은 자극이라니요. 신 교수는 “두 돌 전엔 상호작용하면서 의사소통 의지가 커지고, 그래야 말문이 트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혹시 신체 놀이보다 책 읽어주는 데 더 열심을 쏟고 계신다면, 오늘 상담을 놓치지 말고 읽어보세요.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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