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인지 학습법』, 『임포스터』 등 쓰는 족족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리사 손 버나드대 교수. 그는 두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이기도 합니다. 대체 아이를 둘이나 키우면서 어떻게 그렇게 성공적으로 커리어를 관리할 수 있었을까요?

“첫 아이를 낳고 일하면서 매일 한 시간씩 울었어요. 아이 데리러 가기 전에요.”

뭔가 대단한 노하우가 있었을 거라고 기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허무하잖아요. 그래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게 울면서 찾은 교수님만의 해결책은 뭐냐”고요.

“할 수 없다는 걸 인정했어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연구 실적이 뛰어나고 강의도 잘하는, 그런 완벽한 교수가 될 수 없다는 걸. 그리고 가사와 육아를 가장 잘하는 완벽한 엄마도 될 수 없다는 걸.”

일과 양육, 두 가지 다 잘하고 싶었습니다. 아이 키운다고 일터에서 열외 취급받고 싶지 않았고, 일한다고 아이 대충 키운다는 말도 듣고 싶지 않았어요. 리사 손 교수는 이게 바로 ‘슈퍼우먼 가면’이라고 했습니다. 왜 가면이냐고요? 사실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요. 진짜 내 모습은 슈퍼우먼이 아니잖아요. 저녁 시간은 하루 중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입니다.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고 회식을 한다? 불가능하죠. 일하면서 아이의 숙제며, 준비물을 완벽하게 챙긴다? 이것도 불가능합니다.

둘 다 할 수 없으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아니라 인정해야 합니다. 가면을 벗어야 하죠. 그러면 뭐가 달라질까요?

“실수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죠. 스트레스를 덜 받아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누군가에도 도움을 청할 수 있어요. 나는 할 수 없으니, 도움을 받는 건 당연한 거죠.”

리사 손 교수에 따르면 이게 바로 ‘메타인지’입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 인식하는 게 바로 메타인지니까요. 메타인지는 공부하는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었습니다. 리사 손 교수가 “메타인지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한 건 그래서고요.

그런데 놀라운 게 뭔지 아세요? 오히려 그렇게 인정하고 나니 더 훌륭한 교수가, 그리고 더 좋은 양육자가 되었다는 겁니다. 엄마도, 교수도 사실 완벽한 사람이 아니고, 답을 찾아가는 여정에 있다는 사실이 더 실수가 잦은 아이에게, 학생에게 용기를 주었다고 해요.

완벽하지 않은 나를 인정하고 내보이는 것, 어쩌면 거기서부터 문제가 해결되는 것 아닐까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저부터 용기를 내보려고 합니다.


천재의 대명사, 아인슈타인이 사실 천재인 척 연기를 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세상을 놀라게 한 그의 학문적 성취는 엄청난 실수와 실패 끝에 이룬 건데, 사람들은 그를 천재라고 생각했습니다. 책상 앞에서 공부하면서 그는 자신을 바보 같다고 느꼈는데도 말이죠. 그런데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아 천재인 척 살았다는 겁니다. 세상을 떠나기 몇 달 전에 한 인터뷰에서 자신을 ‘원치 않았지만 사기꾼(involuntary swindler)이었다’고 고백했을 정도로요.

사람들이 아인슈타인을 천재라고 생각한 건 결과만 봤기 때문입니다. 그가 공부하고 연구하며 실수와 실패를 거듭한 건 보지 못하고요. 그러니 천재로 보일 밖에요. 하지만 연구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와 실패를 모두 아는 아인슈타인 입장에서 자신은 결코 천재일 수가 없는 겁니다. 그저 노력의 노력을 계속해서 겨우 성과를 얻어낸 평범한 사람일 뿐인 거죠.

메타인지는 진짜 나를 제대로 인지하는 겁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아는 거죠. 그런데 이 메타인지를 방해하는 게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썼던 천재 가면 같은 거죠. 사실 나는 그렇지 않은데 그런 척하는 겁니다. 우리가 가면을 쓰는 건 바로 타인의 기대 때문입니다.

메타인지를 잘하려면 과정에 집중해야 합니다. 결과가 아니라요. 그래야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걸 구별하고 대응할 수 있습니다. 과정은 곧 노력이고, 노력은 곧 실수와 실패를 의미합니다. 대단해 보이는 사람도 사실은 다 과정을 겪어내고 성취를 이룬 거죠. 결과만 보는 우리는 그걸 잊지만 말입니다. 리사 손 교수를 슈퍼우먼으로 본 것도 그런 이유일 겁니다.

아이의 메타인지를 키우고 싶다면 리사 손 교수의 인터뷰에 주목하세요. 메타인지를 키우는 세 가지 학습법도 메모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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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양육자라면, 누구나 슈퍼우먼 가면을 쓰는 것 아닐까요? 메타인지를 연구하는 리사 손 교수마저 그랬으니까요. ‘신의진의 괜찮아 부모상담소’에 찾아온 상담자도 그랬습니다. 오늘 상담자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의 학습 태도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공부하면서 스스로 머리를 때리거나 소리를 지르는 식의 행동을 한다는 겁니다. 최근엔 “20분 공부했으니까, 유튜브 20분 보여달라”는 식으로 보상을 요구하기 시작했고요.

신의진 교수는 “5살 때 다닌 영어유치원이 문제의 시작이었던 것 같다”며 상담자에게 당시 상황과 아이의 상태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아이가 영어유치원을 싫어하게 된 원인을 찾기 위해서요. 신 교수의 질문에 상담자는 “일하랴, 육아하랴 너무 지쳐서 자세하게 뭔가를 알아볼 여유가 없었다”며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이는 게 다 내 탓인 것만 같다”고 말했습니다.

일도, 육아도 잘하고 싶은 마음에 자신을 압박하는 것 같아요.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원인을 찾는 건 누구 탓인지를 가리기 위한 게 아닙니다. 그래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알파맘, 슈퍼우먼의 또 다른 표현입니다. 특히 아이가 학령기에 들어가면 양육자의 부담은 더 커집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선행학습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입학 전에 한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게 일반적일 정도잖아요. 사실 이 정도면 선행학습이라 부르기도 어렵죠. 영어가 가장 대표적인 선행 과목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에서야 배우는 영어를, 5~6살이면 공부하기 시작하니까요.

리사 손 교수가 말했듯 우리는 가면을 벗고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양육자가 받는 스트레스와 압박이 아이에게 그대로 전해지니까요. 리사 손 교수가 쓴 책의 부제가 인상적입니다.

‘가면을 쓴 부모가 가면을 쓴 아이를 만든다’(『임포스터』)

‘생각하는 부모가 생각하는 아이를 만든다’(『메타인지 학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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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그림책, 동화책 대신 조금 특별한 걸 리뷰해봤습니다. 원격 코딩 수업 서비스 위즈라이브입니다. Parents’ Review를 통해 그림책이나 동화책뿐 아니라 양육자가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리뷰해볼 생각입니다.

최근에 SNS에서 인상적인 글을 봤습니다. “사회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전공으로 취업할 수 없다는 걸 일찌감치 깨닫고 개발을 배워 개발자가 될 수 있었다”는 취지의 글이었어요. 경영학이나 언론정보학 같이 취업 가능성이 열려 있는 학과를 전공했다면 개발자가 될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요.

코딩할 줄 알면 골라서 취업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윤석렬 대통령 당선인도 “코딩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안 그래도 관심이 높은 코딩 교육이 더 주목받게 될 것 같습니다. Parents’ Review에서 코딩 교육 서비스를 리뷰해보기로 한 이유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를 섭외해 직접 서비스를 체험해보게 했는데요. 과연 어린이는 어떤 반응이었을까요? 그리고 수업을 지켜본 양육자는 얼마나 만족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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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자가 필요한 모든 콘텐츠, hello! Parents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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