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레터 vol 29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다’고 하죠. 식재료도 마찬가지예요. 정해진 때 먹어야 맛도, 영양도 가득한 제철 식재료가 있어요. 감자 에디터가 열심히 찾아보고 공부한 식재료를 소개하는 <제철탐구>, 이달엔 ‘매실’입니다.


안녕하세요. 제철 식재료를 맛보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는, 에디터 감자입니다. 봄엔 주꾸미, 여름엔 가지, 가을엔 새우, 겨울엔 굴처럼 일 년 열두달을 지나다 보면 그때그때 찾아서 먹고싶은, 아니 먹어야할 식재료가 있는데요. 자연에서 햇볕을 받고, 비바람을 견뎌내 그 맛과 영양이 최고인 제철 식재료입니다. 곧 다가올 5월엔 어느 과실나무보다 먼저 새하얀 꽃을 틔워낸 매화나무를 주목해야해요. 이맘때면 꽃이 진 자리마다 초록 열매가 복스럽게 열릴 채비가 한창이거든요.


Intro 5월의 주인공은 나야, 나! 매실


매실이 등장하는 영화들이 있어요, 먼저 영화 <카모메 식당> 의 주인공은 핀란드 헬싱키에서 작은 식당을 하며 매실 장아찌 주먹밥을 만듭니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에선 네 자매가 55년 된 매실나무에서 딴 매실로 에이드와 매실주를 나눠 마셔요. 하지만 톡 까놓고 말해 매실은 주연급 식재료가 아니죠. 하지만 5월엔 누가 뭐래도 매실이 주인공입니다.



광양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의 박종수 팀장의 전언에 의하면 올해 청매실 계통은 5월 하순~6월 상순에, 홍매실 계통은 6월 중하순에 출시될 예정이라고 해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는 COOKING 뉴스레터 구독자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미리 공부하고 준비하는 ‘슬기로운 매실 탐구생활!’, 그럼 시작해 볼까요.


1교시, 매실 너는 누구냐?

매실나무가 장미과라는 거 아세요? 매실, 살구, 자두, 배, 사과, 복숭아, 체리도 장미과의 과일이에요. 오늘의 주인공 매실이 장미과 과일 중에서 제일인 건 ‘향’이에요. 매화의 향을 맡아보면 진하고 달콤한 걸 알 수 있어요. 그 향이 얼마나 좋으면 꽃차로도 만들어 먹을 정도죠. 국립원예특작과학원 김윤경 연구관은 매화 차를 이렇게 설명해요.

“매화는 꽃봉오리일 때 따서 씻은 후 냉동실에 넣어두거나 말려서 꽃차로 먹기도 해요. 꺼내서 뜨거운 차에 살짝 띄우면 꽃이 피는데 향이 참 좋아요.”



향은 단데 맛은 어떨까요? 아시다시피 매우 셔요. 익으면 신맛은 약해져요. 그래서 매실을 ‘과일’처럼 즐기지 않죠. 꽃향기가 달콤하니 과실도 달지 않을까 생각했던 매실의 배신이라고나 할까요.

매실의 신맛은 발효해도 남아요. 매실에는 구연산, 사과산, 수산이 포함돼 있는데, 신맛이 센 것은 사과산 때문이에요. 매실은 익을수록 구연산은 늘고 사과산은 줄어들어요. 그래서 익으면 신맛이 덜 해지는 거죠. 광양농업기술센터 기술보급과의 박종수 팀장은 “구연산을 먹기 위해 매실을 먹는다”고 말해요. 배가 살살 아플 때 약 대신 매실청을 물에 타 먹어본 적 있으신가요? 구연산이 가진 효능 때문이에요. 구연산은 피로를 해소하고, 소화불량과 위장장애 등을 개선해주죠. 또 식중독과 변비도 예방해준다는 사실! 이쯤이면 매실의 배신이라기보다는 반전 매력이라고 해야 하는 게 맞겠네요.


2교시, 매실 족보 톺아보기

매실에 대해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청매와 황매 정도는 들어보셨을텐데요. 사실 청매와 황매는 같아요. 단지 익은 정도가 다를 뿐이죠. 덜 익어 초록빛을 띠면 청매인 거고, 청매가 익어서 노랗게 되면 황매라고 부르는 거예요.

매실은 익었을 때 빛깔을 보고 계통을 구분할 수 있어요. 익어서 노란빛이 돌면 청매실 계통이고, 붉은빛이 돌면 홍매실 계통으로 분류해요. 매화꽃 여행지로 유명한 광양은 대략 60%가 청매실 계통이고, 나머지 40%가 홍매실 계통을 재배해요. 대표적인 청매실 계통의 품종으로는 백가하, 홍매실 계통은 남고와 앵숙이 있답니다. 요즘 추세라면 황매실과 홍매실 계통을 더 선호해요. 왜냐하면 향과 맛이 좋기 때문이죠.



3교시, 청매 고를까? 황매 고를까?


덜 익은 청매와 익은 황매는 어느 게 더 좋고, 어느 게 더 나쁘다는 게 없어요. 단지 향과 맛, 식감에 따라 선택하면 돼요. 청매는 과육이 단단하고 시원한 신맛이 특징이에요, 반면 황매는 과육이 부드럽고 달콤한 향과 부드러운 신맛이 나요. 일본에서 즐겨 먹는 우메보시는 황매를 소금에 절여 만들고, 우리나라에서는 청매를 설탕에 절여 청을 만들어 먹어요. 이를 두고 발효 카페 ‘큔’의 김수향 대표는 이렇게 분석했어요.

신맛을 즐기지 않는 한국은 주로 당 발효를 하는데 이때는 청매가 적합하고, 반면 일본은 매실을 통해 신맛과 산미를 얻는 쪽에 집중해요. 섬나라인 일본에서는 부패로 인한 식중독을 막아주는 역할로써 매실이 중요시되었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취향이 어떤지를 알면 매실을 구입이 훨씬 쉬워질 거예요.


4교시, 매실 잘 고르고 관리하는 팁

매실은 과실이 무르지 않고 상처가 없어야 해요. 매실청은 크기가 작아도 상관없지만, 과육까지 이용할 요량이면 과실이 큰 것을 고르세요. 향이 좋은 매실주를 담그고 싶다면 풍미가 좋은 황매가 제격이랍니다. 대신 과육이 터져 술이 탁해질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세요.

한 가지 당부하자면 ‘풋매’는 절대 피해야 해요. 풋매는 익지 않아서 열매 속 핵이 굳지 않은 걸 말해요. 풋매와 청매는 색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풋매는 색이 파란빛이 돌 정도로 진한 초록이고, 청매는 이보다 맑은 연둣빛을 띠어요. 또 청매는 빛에 비춰보면 하얀 면이 보이고, 표면에 털도 많지 않은 게 달라요.

매실은 깨끗한 물에 하룻밤 담가서 잘 씻어주세요. 불순물과 잔류 농약을 빼낼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먼지가 낄 수 있는 꼭지는 제거해주고요. 물에서 건져낸 다음에는 그늘에서 물기를 바짝 말려주시는 것 잊지 마세요.

참! 매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쿠킹의 기사 <향은 달콤한데 맛은 시다...매실의 반전 매력>에서 확인하실 수 있어요.




쿠킹에서 찾았습니다

화룡정점, 매실청으로 맛도 영양도 꽉 채워요!


상큼함의 절정 ‘오이토마토무침’

"한 입 먹으면 레몬과 토마토의 상큼함과 오이의 아삭한 식감에 눈이 번쩍 뜨이는 맛이에요. 토마토와 오이를 먹기 좋게 썰어 상큼한 양념장을 고루 섞어 만들어, 어떤 요리보다 만들기 쉬워요."


쫄깃·아삭·상큼… ‘백골뱅이 참나물무침’

"쫄깃한 식감의 골뱅이와 향이 강하지 않은 참나물이 잘 어울리는 메뉴예요. 특히 양념에 매실청을 넣어, 특유의 새콤달콤함이 살아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