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레터, 열다섯 번째 이야기

버터(Butter)


“빵에 발라 먹거나 요리할 때 주방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재료죠. 프랑스 미식 문화의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 할 수 있는 식재료입니다.”


프랑스의 인기 방송 프로그램 ‘맛 좀 봅시다’에 소개된 내용 중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주제를 묶은 책 <미식 잡학 사전>에서 위와 같이 정의한 식재료는, 바로 버터입니다. 실제로 여러분의 냉장고에도 버터 한 덩어리가 자리하고 있지 않나요. 요리를 즐겨하지 않더라도 쓰임새가 다양하니까요. 실제로 잘 구운 토스트 위에 버터 한 조각 올려내면, 평범한 식탁이 브런치 카페로 바뀌죠. 오늘은 버터 고르는 법부터, 요리할 때 꼭 알아야 할 버터 쓰임새를 소개할게요.


1. 버터 고르기



버터는 우유의 지방을 분리해 크림을 만들고, 이것을 세게 휘저어 응고시켜 만드는데요. 소금 첨가 여부에 따라 가염과 무염으로 나뉘어요. 무염 버터는 가장 일반적인 버터로, 우유 또는 크림으로만 만들어 유지방을 80% 이상 함유하고 있습니다. 가염버터는 최소 3%의 소금을 넣어 만드는데요, 과거엔 버터의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소금을 넣었다고 해요. 다만 요리할 때 가염버터를 사용한다면 소금의 양을 줄여야 하겠죠.


미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버터의 원산지나 브랜드를 취향에 따라 골라 구입하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명 베이커리는 각자 어떤 버터를 사용하는지를 강조하죠. 이때 자주 언급되는 게 AOP(Appellation d’origine protegee) 인증이죠. 이는 유럽연합(EU)의 원산지 보호에 따른 것으로, 전통적 제조 방식을 엄수한 버터에 부여하는 인증을 뜻해요.


인증 기준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지정된 지역에서 생산되어야 함, 둘째 해당 지역에서 5대 이상 자란 소를 3~10월까지 풀만 먹이며 방목하고 24시간 안에 착유, 정해진 장소에서 48시간 발효하는 등 구체적인 생산 조건을 만족해야 함, 셋째 20~30년 정도 해당 기준을 지킨 기업 같은 명성이 있어야 하는 등 매우 까다롭습니다. 유럽에서 AOP 인증을 받은 버터는 7개로, 이중 프랑스 3개, 스페인 2개, 벨기에 1개, 룩셈부르크 1개입니다.


꼭 AOP인증을 받은 버터가 아니더라도, 제조사에 따라 소금의 함량이나 풍미가 다른 만큼 여러가지 버터를 맛본 후, 내 입맛에 맞는 버터를 골라보세요. 최근엔 발효시킨 크림을 사용해 만든 발효버터도 인기인데요. 맛이 진하고 약간의 산미가 느껴지며, 일반 버터보다 유지방 함량이 5% 정도 높아요.


2. 버터 보관법


버터는 어떻게 보관해야 할까요. 원래 포장된 상태 그대로 또는 밀폐 용기에 넣어 6~10℃의 저온 상태로 보관하는 게 가장 좋아요. 맛과 식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개봉 후 3주 이내에 소비하는 것을 권합니다. 따라서 버터를 한 번에 다 먹을 수 없다면 한 번에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냉동실에 넣어두세요.


프랑스 국립낙농협의회 끄니엘(CNIEL)에 따르면, 냉장고에 버터를 보관했을 때 버터에 다른 음식 냄새가 난다면 얼음물에 버터를 넣었다 꺼내 닦아주면 냄새가 제거된다고 해요.


3. 버터 사용법_요리



요리할 때 기름 대신 버터를 사용하면 전체적인 풍미를 더 할 수 있습니다.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요. 영화 '줄리앤줄리아'의 실제 주인공, 줄리아 차일드의 책 <프랑스 요리의 기술>에 소개된 방법을 소개할게요.


먼저 버터를 뜨거운 팬에 넣어 녹입니다. 열을 계속 가하면 버터에 함유된 수분이 증발하면서 거품이 보글보글 일기 시작하는데요. 이때 버터의 온도는 약 100℃ 정도로 그리 높지 않아요. 열을 계속 받아 수분이 거의 증발하면 거품이 점점 가라앉아요. 거품이 완전히 잦아들면서 연한 갈색이 되고, 다시 진한 갈색으로 변했다가 시커멓게 타는데요. 거품이 가라앉기 시작하는 것이 눈에 보이면 버터가 충분히 뜨거워진 것을 뜻하므로, 이때 재료를 넣어 조리를 시작하면 돼요.


또 하나, 버터에 기름을 살짝 더하면 발연점이 높아져 버터만 넣을 때보다 더 높은 온도까지 가열해도 타지 않아요. 프랑스 요리에서는 소스의 농도를 조절할 때 버터를 사용하는데요. 소스에 버터를 넣으면 좀 더 부드러워지고, 약간 걸쭉해집니다.


4. 버터 사용법 _ 베이킹


베이킹에서 버터는 필수죠, 버터를 포함한 지방은 일반적으로 베이커리를 더 부드럽게 만들거든요. 미국 요리학교 CIA에서 베이킹을 전공한 권은경 몰토베네 대표는 “버터는 베이킹에서 풍미와 부드러움, 크리스피한 식감, 수분감을 주는 중요한 식재료”라고 강조하며 버터의 형태에 따른 베이킹 사용법을 소개했는데요.



먼저 콜드 버터는 크루아상이나 스콘에 주로 쓰는데, 차가운 버터가 베이킹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녹으면서 반죽의 결을 만들어줘, 볼륨을 만드는 역할을 해요. 다만 이때는 성형중 버터가 녹지않도록 반죽을 차갑게 유지해야 해요.


다음으로 실온 상태의 버터로 대표적으로 파운드 케이크를 만들 깨 사용해요. 버터를 다른 재료들과 완전히 크림화하는 과정에서 쓰이고 설탕과 섞이면서 가볍고 부드러운 식감을 만들죠. 마지막으로 녹은 상태의 버터로, 대표적으로 브라우니에 쓰여요. 녹은 버터는 다른 재료와 밀착력 있게 섞이면서 무게감과 쫄깃한 식감, 빵을 촉촉하게 만드는 역할을 해요.



5. 버터 즐기기


개인적으로 버터의 진가는 따뜻한 빵 위에 올려 살짝 녹아내리면 한 입 크게 베어 물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버터는 무염 보다는 소금을 넣은 가염 버터가 잘 어울려요. 만약 무염 버터만 있다면, 위에 소금을 살짝 뿌려서 함께 먹어 보세요. 고소한 버터의 풍미와 짭조름한 소금이 잘 어우러져 빵 한 조각은 순식간에 사라질 맛이거든요.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한 허브버터는 잘 구운 고기나 빵과 함께 먹으면 은은한 허브 향과 풍미가 더해져, 맛을 한층 끌어올려 줘요. 허브버터는 집에서 간단히 만들 수 있는데요. 무염 버터 4큰술에 바질과 타임, 이탈리안 파슬리 1작은술씩, 여기에 소금 1작은술을 준비하세요, 버터를 상온에서 부드럽게 녹인 뒤, 허브를 다져 소금과 후추를 넣어 잘 섞어요. 마지막으로 유산지를 깔고 버터를 올려 김밥을 말듯이 말아서 냉동실에 넣어 20분 정도 얼려 모양을 굳혔다 원하는대로 잘라서 사용하면 됩니다. 취향에 따라 레몬 제스트나 드라이 토마토, 올리브, 안초비, 마늘 등을 넣을 수 있어요.




[COOKING]에서 찾았습니다


버터를 떠올리기만 해도, 고소한 풍미가 생각나죠. 이 버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요리부터 소스, 베이킹 레시피를 소개할게요. 하나씩 따라 해보면서 버터의 매력을 제대로 느껴보시면 어떨까요.


1. 고소한 버터 라이스와 포크소테



따뜻한 밥에 버터를 올려 쓱쓱 비비면 버터의 고소한 풍미가 밥알에 코팅돼 입맛을 돋우죠. 오늘은 제대로 버터 라이스 만드는 레시피를 소개할게요. 나카가와 히데코 요리 선생님의 버터 라이스와 포크소테인데요. 태우지 않고 고소함을 더 하는 버터 라이스 레시피와 함께 돼지고기를 부드럽게 조리한 포크소테를 만나보세요.





2. 부드러운 칼칼한 맛의 케이준 꽃게



버터는 요리의 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하죠. 칼칼한 마라와 케이준 소스에도 버터를 더하면 맛이 한층 부드러워져요. 푸드스타일리스트 김보선 실장님의 케이준 꽃게 레시피는 케이준 소스에 버터를 넉넉히 넣어 한층 부드러운 맛을 완성했어요. 해산물의 감칠맛과 버터의 고소함, 케이준 소스의 칼칼함이 어우러진 완벽한 맛의 조합을 확인해 보세요.




3. 쫀득하고 촉촉한 브라우니


버터의 진가가 100% 발휘되는 조리법은 역시 베이킹이죠. 초콜릿의 달콤함을 만끽하기 좋은 브라우니는 초콜릿만큼 버터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버터와 초콜릿을 많이 넣을수록 식감이 쫀득해지거든요. 반대로 박력분을 많이 넣으면 빵 같은 식감이 나요. 쫀득한 브라우니 레시피가 궁금하다면 아래 이미경 네츄르먼트 소장님의 레시피를 확인해 보세요.





cooki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