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레터, 열두 번째 이야기


한해의 마지막인 12월은 마지막이라는 아쉬움과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렘이 교차합니다. 저는 아쉬움은 달래고 설렘을 즐기며 '슈톨렌'을 준비해요. 주말 아침 조금씩 잘라 커피와 함께 먹으며 한해를 돌아보며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인데요. 이번주 요리레터는 '빵요정'으로 유명한 김혜준 푸드 콘텐츠 디렉터의 슈톨렌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슈톨렌의 유래부터 맛있게 먹는 법, 올해 출시된 슈톨렌은 저마다 어떤 개성을 담고 있는지 전문가의 눈으로 분석하고 친절하게 소개했습니다.


오늘의 이야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렘, 슈톨렌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설렘은 어른이 되었다고 사라지지 않죠. 설렘의 대상이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에서, 달콤하고 따뜻한 시간으로 바뀌었을 뿐이죠. 연인이나 가족, 지인과 함께 하는 홈파티도 크리스마스가 기다려지는 이유인데요. 따스한 홈파티를 즐기는 사람이 늘면서 크리스마스에만 만날 수 있는 화려한 케이크와 파네토네·팡도르·슈톨렌과 같은 유럽의 크리스마스 빵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몇년 전부터 선물하기 좋은 의미와 크기, 보존성 덕분에 한국에선 슈톨렌(stollen)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처음 슈톨렌을 소개하는 글을 쓰기 시작한 십여 년 전만 해도 직접 슈톨렌을 만들어 파는 빵집은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였습니다. 오월의종, 뺑드빱바, 리치몬드 과자점과 같이 한국의 제과제빵 업계의 기둥과 같은 곳들이었죠. 5~6년 전부터는 FRITZ 커피 컴퍼니가 본격적인 디자인 굿즈로 기획해, 판매하면서 젊은 층에 새로운 크리스마스 선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점차 업장마다 개성을 담뿍 넣은 레시피로 슈톨렌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이 늘면서, 올해는 그 정점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매번 '수도사 망토 위에 쌓인 눈의 모양에서 모티브를 땄다, 아니다' '아기 예수 그리스도가 잠들어 있는 요람의 모습에서 비롯됐다' 등 다양한 설로 이어지는 슈톨렌은 독일 드레스덴에서 시작됐습니다. 빵 반죽 속에 1년간 럼에 절인 건과일과 견과류 그리고 마지판을 넣어 구운 후 보존성을 위해 버터로 코팅하고 설탕이나 슈가 파우더로 겉을 감싼 크리스마스 과자입니다. 지금도 매년 겨울이면 슈톨렌 축제가 열리는데, 거대한 슈톨렌을 마차에 싣고 행진하는 것으로 유명하죠.


슈톨렌을 맛있게 즐기는 저만의 방법을 소개하겠습니다. 12월 초부터 매주 주말 얇게 저미듯 슈톨렌을 썰어 2~3조각을 준비하세요. 따스하게 끓인 뱅쇼와 같은 와인 음료나 위스키, 코냑 등과 함께 즐기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려 보세요. 럼에 1년간 절인 건과일과 견과류, 달콤한 마지판 등을 넣은 응축된 맛의 결합체인 터라 결이 맞는 과실주 베이스가 제일 잘 어울리거든요. 강렬한 향신료나 럼의 향이 부담스럽다면 우유와 같은 음료와 함께 먹는 것도 좋아요. 큰 덩어리의 슈톨렌을 중간 부분부터 잘라 먹으며 나머지 양 단면을 붙여 랩으로 싸 보관을 하면 1달여는 걱정 없이 실온에 두고 먹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매년 12곳 이상의 슈톨렌을 구입해 맛을 보며 의견을 나누는데요. 올해는 새로운 업장의 라인업까지 더하니 20곳이 훌쩍 넘네요. 제가 슈톨렌의 다양함에서 기준으로 삼는 점은 3가지입니다. 1. 마지판이라 불리는 아몬드 페이스트의 유무, 2. 향신료의 강도, 3. 반죽의 경도입니다. 요즘은 만드는 기술자의 기호에 따라 달콤한 맛의 중심이 되는 마지판을 심처럼 반죽 중간에 넣지 않아도 반죽에 함께 섞어 굽거나 과감히 생략하는 곳도 있습니다. 결국 밸런스에 주요한 기준이 되는 요소를 가감하면서 표현하는 방법이 재미있죠.


마지판을 가장 돋보이게 사용하는 곳으로는 프릳츠 커피 컴퍼니와 우스블랑을 꼽을 수 있습니다. 마지판은 단순히 단맛을 책임지는 것뿐만 아니라 반죽 전체의 촉촉함에 영향을 주기도 해요. 반면 마지판 없이 견과류의 고소함으로 맛을 끌어낸 곳은 꼼다비뛰드입니다. 포트 와인과 코냑을 넣어 절인 견과류에 그랑 마르니에와 럼에 절인 건체리와설타나 그리고 바닐라 빈이 풍미와 맛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향신료를 가장 섬세하게 잘 사용한 곳으로는 제과를 전문으로 하는 세드라와디저티스트, 그리고 빵 전문점 뺑드에코가 있습니다. 세 번째 반죽의 경도는 많은 호불호를 불러일으킵니다. 오월의 종 슈톨렌은 단단한 비스코티 같은 식감으로 유명합니다. 반대로 폭신한 식감은 빵에갸또의 슈톨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구워진 반죽을 버터를 덧입혀 코팅한 후 고운 슈가 파우더 대신 머스코바도 설탕의 입자를 살려 겉을 붙여냈습니다. 이는 맨 처음 슈톨렌을 베어 물었을 때 드라마틱한 효과를 자아내죠.



집안마다 김치나 장맛이 다른 것처럼, 빵을 만드는 베이커, 케이크와 과자를 만드는 파티시에들이 만드는 슈톨렌은 그들이 지향하고자 하는 제품들의 방향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다양한 업장의 제품을 선택해서 먹고 선물하는 재미가 있는 거겠죠. 1년 동안 마음에 담아왔던 고마움과 안부를 전하는 따스한 마음을 슈톨렌으로 표현해보세요. 처음 반죽을 만지는 기술자, 포장하는 점원부터 구입해서 카드를 쓰는 사람 그리고 두 손에 받아들게 되는 사람 모두가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가 될 거예요.




[COOKING]에서 찾았습니다.


홈파티뿐 아니라, 길어진 겨울밤을 보내는 데 필요한 게 있죠. 바로 술 한잔인데요.

맥주, 와인, 위스키, 소주, 전통주 등 원하는 술을 고르고 이에 어울리는 안주를 준비해 보세요.

겨울밤이 달콤해 질 거예요.


1. 매콤한 풍미의 '향라갈비'


홈파티가 계획돼 있다면 조금 여유를 두고 안주를 준비하면 어떨까요. 중국의 대표적인 매운 소스인 향라를 활용한 향라갈비는 매콤한 풍미에, 두툼한 갈비를 뜯는 재미까지 더해진 일품 안주인데요. 고기를 잘 손질해 하루 전 재워두면 풍미가 더욱 깊어지니까 미리 준비해보세요. 중식당 중심의 소태창 셰프가 소개하는 돼지고기 잡내를 잡는 노하우도 꼭 확인하세요.




2. 감칠맛 가득한 '양송이 타파스'


스페인에서는 식사 전에, 술과 곁들여 한두입에 나눠 먹을 정도의 음식인 타파스를 즐겨 먹는데요. 양송이에 짭조름한 스페인 소시지 초리소를 다져 넣어, 찌듯 익혀내 보세요. 와인뿐 아니라 맥주와도 잘 어울리는 '양송이 초리소 타파스'가 완성됩니다. 푸드스타일리스트 김보선 실장님의 레시피라면 요리 시간도 20분이면 충분해요.



3. 술맛 돋우는 칼칼한 '닭무침'


매콤한 양념으로 무쳐낸 닭무침은 시원한 맥주나 달큰한 막걸리와도 잘 어울리는데요. 신혜원님의 닭무침 레시피라면 요리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뚝딱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시중에 파는 닭가슴살 제품을 사용하면 닭을 삶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죠. 술맛을 돋우면서 닭고기의 맛을 업그레이드해주는, 매콤한 양념 비법은 아래 레시피에서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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