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브랜드 미식가 박이담 기자입니다. 여러분, 더현대 서울 가보셨나요? 아마 대부분이 “그렇다”고 대답하실텐데요. 어떻게 아느냐고요? 수치가 그렇게 나옵니다. 더현대 서울에서 올해 구매건수가 1400만건을 돌파했어요. 구경만 하고 오시는 분들도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방문자 수는 3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미 더현대서울은 첫 개장한 지난해에 연매출 8000억원을 넘어서면서 큰 주목을 받았어요. 2년차인 올해도 흥행이 계속되는 분위기인데요. 특히 MZ세대가 흥행의 원동력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매출 대부분이 MZ세대로부터 나오고 있어요. 올해 9월 기준 2030세대가 현대백화점 카드 매출의 64%를 차지한다고 하네요. MZ세대는 왜 더현대 서울을 찾아 지갑을 여는 걸까요?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이희석 현대백화점 영패션팀장을 만나봤습니다.

이희석 현대백화점 영패션팀장. 사진 현대백화점


MZ를 끌어당기는 엔진, 팝업스토어

더현대 서울에서 MZ세대가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바로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그라운드’입니다. 이곳은 기획 단계부터 MZ세대를 겨냥해 만들어진 공간이에요. 이곳에는 성수동이나 신사동에서나 볼법한 힙한 브랜드들이 가득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사람이 몰리는 곳은 팝업스토어에요. 팝업스토어는 짧은 기간 운영하는 임시 매장을 말합니다. 인터넷 웹페이지에서 떴다가 사라지는 팝업 창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크리에이티브그라운드에는 팝업스토어가 총 3군데에 있어요. 지하철과 연결된 출입구 바로 앞에 있는 ‘팝업 아이코닉’, 그리고 층 깊숙한 곳 좌우에 ‘팝업 웨스트’, ‘팝업 이스트’가 있습니다.

더현대 서울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의 도면. 사진 현대백화점

이희석 팀장은 크리에이티브그라운드의 초기 기획부터 운영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는 팝업스토어를 “MZ세대가 더현대 서울로 방문하도록 하는 핵심 공간”이라고 설명합니다. 뿐만 아니라 팝업스토어를 찾은 사람들이 자연스레 다른 브랜드 매장에도 방문하기 때문에 주변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까지 한다고 합니다.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내는 겁니다.

저희는 팝업스토어를 ‘엔진’이라고 표현합니다. 새로운 트렌드의 발신지 역할을 하면서 고객을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이곳에 세개의 엔진이 있어 낙수효과가 상당합니다. 팝업스토어 주변 브랜드 중에는 매출이 두배 가까이 증가한 곳들도 꽤 됩니다.”

지난해 2월 더현대 서울이 문을 연 후 지금까지 173개의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진행했어요. 마뗑킴, 그레일즈, 쿠어, 디스이즈네버댓 등 온라인에서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끈 패션 브랜드는 물론 잔망루피나 뉴진스 같은 캐릭터와 아이돌도 이곳을 거쳤습니다. 더현대 서울은 인기 있는 팝업스토어에서 대기표를 발급하는데, 수백명이 동시에 몰리면서 600번대 대기표도 빈번하게 등장한다고 합니다.

MZ세대에게 팝업스토어는 온라인으로만 만나던 브랜드와의 놀이 공간입니다. 택배 박스로만 만나던 물건을 직접 고를 수 있고, 브랜드를 만든 인플루언서와 사진도 찍을 수 있고, 또 신상품이나 한정판 제품 등 다양한 프로모션에 참여할 수 있어요.”

MZ세대 사이에서 더현대 서울의 팝업스토어의 위상이 높아지자 이곳에 입점하려는 브랜드들의 경쟁도 치열해졌습니다. 팝업스토어는 보통 1주에서 2주 정도 열리는데요. 내년 3월까지 이곳 입점 스케줄이 다 찼다고 합니다.

지난 3월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캐릭터 '잔망 루피'의 팝업스토어. 사진 현대백화점


더현대가 브랜드를 발굴하는 법

더현대 바이어들은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기 위해 치열하게 ‘손품’을 팝니다. 주로 온라인 상에서 이뤄지는데, 핵심은 ‘광신도’급 충성 고객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브랜드를 찾아내는 겁니다.

손품은 3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시작은 패션 플랫폼. 무신사나 W컨셉 등 감도 높은 국내 브랜드가 몰려 있는 플랫폼에 접속해 판매 랭킹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주목할만한 브랜드가 있는지 확인해요. 그 다음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차례. 특히 플랫폼에서 발견한 브랜드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을 면밀히 살펴보죠. 이때 단순히 브랜드들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를 절대적인 판단기준으로 삼지는 않아요.

“인스타그램이 등장한 초반에 이용자들은 이 서비스가 처음이다 보니 여러 계정을 쉽게 쉽게 팔로잉(구독)합니다. 하지만 지금 인스타그램이 나온지 10년이 넘었거든요. 이제는 팔로잉했던 계정을 언팔로잉(구독 취소)하는 시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브랜드가 최근에 팔로워 2만을 만들었다면, 옛날에 팔로워 10만을 만든 브랜드보다 훨씬 충성도 높은 팬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눈에 띈 브랜드의 팔로워 수 변화를 꾸준히 추적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댓글과 좋아요 수도 데이터화합니다. 인스타그램에 새로운 피드를 올렸을 때, 어느 정도 반응이 나오는지도 충성 고객 수를 판단하는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손품의 끝은 자사몰을 살펴보는 단계입니다. 자사몰은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이커머스용 홈페이지를 말해요. 여기선 브랜드의 성장 역량을 엿볼 수 있죠.

자사몰을 보면 해당 브랜드의 정체성이 나타납니다. 어떤 브랜드는 수많은 상품을 빠르게 올리는 데만 치중합니다. 단순한 ‘셀러’라는 느낌만 주죠. 반면, 어떤 브랜드는 이미지 한장 한장에 정성을 기울입니다. 브랜드 이미지에 적합한 모델을 골라 사진을 찍고, 그 사진도 감도 있게 자사몰에 배치하는 거죠. 이런 브랜드는 앞으로의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합니다.”

지난 9월 열린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 '그레일즈'의 팝업스토어. 사진 현대백화점

손품이 끝나면 마지막 관문, ‘발품’이 남았습니다. 업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평판 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화점은 이미 수많은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잖아요. 이들 브랜드 담당자들과 만나, 관심 있게 보던 브랜드에 대해서 물어봅니다. 브랜드를 만든 이는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죠.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거친 브랜드에게 비로소 팝업스토어 제안을 합니다.


흥행을 위한 시공간 전략

지난 7월 열린 스윔웨어 브랜드 '써피'의 팝업스토어. 사진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은 팝업스토어를 더욱 흥행시키기 위해 시·공간적 측면에서 차별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먼저 시간 전략입니다. 더현대 서울은 새로운 팝업스토어를 목요일에 시작합니다. 통상 백화점은 외부 업체와 함께하는 행사를 금요일마다 교체해요.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이 금·토·일요일에 가장 많기 때문이죠. 이 시간대에 맞춰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여 초반 매출을 극대화합니다.

하지만 더현대 서울은 팝업스토어를 여는 브랜드가 MZ세대에게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이들은 충성고객과 온라인으로 활발한 소통을 합니다. 팝업스토어 오픈 소식을 라이브방송이나 SNS로 알리면 첫날인 목요일도 흥행 효과를 누릴 수 있죠. 이어지는 주말에 내방한 고객들로부터도 매출 증대 효과를 얻을 수 있고요. 팝업스토어의 골든 타임을 3일에서 4일로 늘리는 전략이죠.

“브랜드가 미리 팝업스토어를 한다고 자사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리면 바로 댓글 수백개가 달립니다. 당일 라이브 방송까지 하면 목요일에 충성 고객들이 몰려와 매출이 크게 올라요. 통상 목요일 매출은 금요일의 30~40%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목요일 매출이 커지면서 전체 매출이 커지는 효과가 생겼어요. 앞으로는 시작일을 목요일에서 수요일로 하루 더 당길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간 전략도 참신합니다. 더현대 서울의 팝업스토어는 ‘사진 맛집’을 지향합니다. 입점한 브랜드가 자신만의 특색을 살린 포토 스팟을 만들도록 해요. 고객들이 이곳의 인증샷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자연스레 온라인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어요. 기존 백화점의 지하층 팝업스토어가 별다른 인테리어 요소 없이 상품만 보여주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죠.

브랜드의 DNA가 느껴질 수 있으면서 인스타그램에 최적화된 포토스팟을 연출하는 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간이 재미있거나 고급스럽거나 힙하거나 아기자기하거나. 이 중 하나라도 포인트가 있어야 고객들이 사진을 찍습니다. 천편일률적인 마네킹은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마네킹 회사 몇개 뿐입니다. 모양이 다 비슷해요. 마네킹 쓰면 기존 백화점과 다를 바가 없어요.”

더현대 서울은 브랜드가 팝업스토어 공간을 연출할 때 직·간접적인 지원을 합니다. 그동안 열었던 100여개 팝업스토어의 공간 연출 자료들을 제공해 줘요. 브랜드들은 이를 기반으로 자기만의 새로운 차별점을 더해 독특한 공간을 연출합니다. 팝업스토어 경험이 부족한 브랜드에게는 이곳에서 여러 번 작업을 함께한 인테리어 회사까지 연결해 준다고 합니다.

지난 9월 있었던 '바잇미'의 팝업스토어에서 한 방문자가 자신의 반려견 사진을 찍고 있다. 박이담 기자


팝업스토어는 많은 것을 바꿨습니다. 더현대 서울을 ‘MZ세대가 오는 백화점’으로 만들어냈죠. 사실 백화점은 젊은층이 온라인으로 이동한 뒤, 중·장년층만이 남아 고민이 많았습니다. 지갑이 두툼한 현재의 고객은 확보했지만, 미래 고객 확보가 불투명했죠. ‘백화점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요. 그런데 더현대 서울은 팝업스토어를 통해 미래 고객인 MZ세대를 백화점으로 다시 데려오는 데 성공한 겁니다.

“더현대 서울을 계기로 오프라인의 반격이 시작될 수 있다고 봅니다. 쇼루밍(Showrooming, 물건은 사지 않고 보기만 하는 행위)이 오프라인의 위기를 불러왔는데, 지금은 팝업스토어에서 역쇼루밍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비디오가 나오면서 영화관이 망한다고 했는데, 영화관은 데이트석도 만들고 팝콘을 팔고 여러 영화를 볼 수 있는 멀티플렉스가 되는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며 다시 활황 시대를 맞이했었죠. 오프라인 쇼핑 매장도 공간에 여러 콘텐트를 가져다 놓으면 제2의 활황기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에 머물던 브랜드들에게 팝업스토어는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디딤돌이 됩니다. 여전히 거대한 시장인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작용하는 거죠. 이곳을 찾은 고객을 상대로 브랜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오프라인 쇼케이스 역할을 합니다. 또 오프라인 매장의 운영 역량과 고객을 동원 능력을 증명해 내고, 대규모 투자를 받아 대형 브랜드로 성장하는 모멘텀을 맞이하기도 하고요.

팝업은 온라인에선 잠시 뜨고 사라지지만, 더현대 서울에선 꾸준히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고,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엔진이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온라인에 주도권에 빼앗겼던 오프라인의 반격까지 이끌어내고 있죠. 앞으로는 또 어떤 동력을 만들어낼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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