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브랜드 소개팅 전문 정세희 기자입니다. 여러분 ‘인생네컷’ 찍어보셨어요? 혹시 ‘그게 뭐냐’고 하실 분들을 위해 설명을 하자면, 요즘 Z세대가 줄서서 찍는 셀프 사진 스튜디오 브랜드예요. 창립 5년만에 매장 수가 300여개 넘고요. 작년 한해 이용자 수만 1800만명이라고 해요. 고화질 휴대폰을 놔두고 왜 굳이 아날로그 사진을 찍는지 궁금하시다고요? 이번 브랜드 소개팅은 인생네컷을 운영하는 엘케이벤처스 이호익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프로필

서울 은평구에 있는 셀프 사진 스튜디오 인생네컷 매장 전경. 사진 인생네컷

생년월일: 2017년 12월 30일

워너비 : 한 시대를 주도한 혁신적인 브랜드 '애플'

가치관 : 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자!

꿈: 한류를 넘어선 K-포토의 세계화

이상형: 끊임없이 사람들과 교감하고 성장하고 싶은 이들 


Z세대의 새로운 놀이 문화

인생네컷 매장 앞에서 고객들이 줄 서 있는 모습. 사진 인생네컷

인생네컷은 요즘 MZ세대가 친구를 만나면 밥을 먹듯 꼭 하는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어요. 사진을 찍겠다고 이 더운 날 몇 미터씩 줄 서기를 하는 광경도 흔해요.

즐기는 방법도 함께 진화하고 있어요. 마음의 준비를 못 하고 카메라 앞에 서면 어색한 표정을 짓고 경직된 자세를 취하기 쉽잖아요. 몇번 실패를 겪은 상급자(?)들은 미리 인터넷에서 인원 수별 인생네컷 포즈 팁을 보고 같이 연습도 해요.

인생네컷 고객들이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인생네컷

친구 얼굴에 손가락으로 하트를 그린다거나, 다 함께 귀를 당겨 원숭이처럼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는 등 다양한 포즈를 연습하다 보면 그 자체로 재밌겠죠?

이처럼 인생네컷은 사진관을 찾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냈어요.

“사진관에서 우리는 항상 진중했어요. 대부분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 목적인지라 의상을 맞추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했죠. 처음 보는 사진가 앞에서 어색하게 웃어야 했고요. 말 그대로 사진 찍기 참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스마트폰은 너무 쉬워요. 쉽게 찍고 지우면 그만이었잖아요.”

기존 사진관의 번거로움과 휴대폰 사진의 남발성에서 오는 아쉬움을 해소하는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한 거죠. 일상을 손쉽게 기록하고 싶어하는 시대의 요구와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고요.

“아이가 중학생만 돼도 가족사진은커녕 모이는 것도 힘들잖아요. 그런 아들이 인생네컷을 찍을 때는 얼굴을 들이 밀어준단 말이에요. 금전적으로도 가볍고, 보정하느라 애쓰지 않아도 편하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거죠.”


몇 시간씩 기다려도 들어가면 웃음 터지는 신기한 곳 

인생네컷 초창기 매장 없이 사진 기기로 운영되던 시절 모습. 사진 인생네컷

처음 인생네컷은 사진 장비(키오스크) 하나로 대구에서 시작했어요. 매장도 따로 없이 사람 많이 지나다니는 골목에 세워뒀대요. 지하철역에 놓여진 증명사진 기계처럼요. 그런데 얼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던 그 증명사진 기계와 달리 인생네컷으로 찍으면 얼굴이 묘하게 예쁘게 나왔어요. 사람들 사이에선 정말 ‘인생 사진’이 나온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요.

우연히 인생네컷을 접한 이 대표는 ‘이거다’ 싶었대요. 당시 인생네컷을 제조·유통하던 대표에게 찾아가 서울·경기 총판을 맡겠다고 연락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왜 사진을 찍는지는 이해가 안 갔어요. 젊은 친구들이 사진 찍기 위해 줄을 서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니까 안경집 사장, 식당 주인 등 주변 상인들이 다 나와서 무슨 일이냐며 구경했어요.”

더 신기한 일은 그 작은 기계 안에서 벌어졌다고 해요.

“여름 뙤약볕이 얼마나 뜨거워요. 숨 막히는 더위에 기나긴 줄을 서서 겨우 깡통 같은 곳에 들어가면, 이상하게도 꺄르르 꺄르르 웃음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들어가는 사람마다 1, 2분 정도 난리가 났어요. 그걸 보고 이 기계가 쉴 새 없이 사람들을 소리치게 하는 ‘롤러코스터’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으악’하는 괴성은 안 나오지만요.(웃음)”

하지만 이 대표는 인생네컷의 전망에 많은 기대를 걸지 않았어요.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라도 내리면 망할 줄 알았답니다. 겨울에 저 쇳덩이를 만지면 당장 손이 시릴텐데 누가 찾을까 싶어서요. 그런데 그 줄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어요. 지금까지도요.


고데기 하고 화장 고치는 만남의 장소

지금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을 만든 것은 거리에서 고생하던 젊은 친구들이 생각나서였대요.

“답답한 깡통기기 안에 들어가겠다고 줄 서 있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 괜히 죄짓는 마음이 들었어요. 제가 돈을 벌고 있다는 게 미안했어요. 그것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요. 그래서 이들이 더 편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 싶었죠.”

그는 2017년 4월 인생네컷 전국 사업권을 포함, 모든 권리를 인수했어요. 그리고는 바로 그해 겨울 청주, 부평, 안산, 인천 등에 매장을 열었습니다.

인생네컷 매장에 꼭 필요한 화장대. 밝은 조명 아래 머리를 만질 수 있는 빗, 고데기 등이 놓여있다. 사진 인생네컷

“스타벅스가 성공한 건 커피에 공간을 입혔기 때문이잖아요. 단순히 커피만 파는 게 아니라 쾌적하고 아늑한 곳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했죠. 인생네컷이 단순히 사진 찍는 곳이 아니라 만남의 장소가 됐으면 했어요. 친구 만나기 전에 고데기하고 거울 보면서 화장도 고칠 수 있는 편안한 곳이요.”

사실 이 대표가 인생네컷을 인수하고 매장으로 사업형태를 전환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모두 반대했다고 해요. 이미 인기 있는 상권에 장비가 다 들어간 상태라 더이상 확장 가능성이 없다고 본 거죠.

하지만 이 대표는 ‘된다’는 확신이 있었답니다. 직접 몸으로 쌓은 경험에서 나온 촉이 발동했죠.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무인 자판기 시장에 관심이 많았대요. 소주에 타 먹는 녹차 맛 액상 자판기를 운영해보기도 하고, 군대에 납품하는 라면 자판기 사업도 준비하고요.

“사업적으로 자동판매기는 비용이 적게 들어 운영 부담이 적다는 장점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자판기가 아무리 잘 나가도 하나의 ‘브랜드’로 알려지는 건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인생네컷은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스스로 바이럴 되고 있더라고요. 인생사진 건지는 기계’로요. 나중에 사진 자판기는 못 팔지언정, 인생네컷이라는 브랜드는 키울 수 있겠다 싶었어요.”


옛날 스티커 사진이랑 비교하지 말아 주세요

2000년대 유행이었던 스티커 사진. 사진 JTBC 드라마 '경우의 수' 

사실 스티커 사진은 이미 유행한 적 있어요. 1990년대 말에 등장해 2000년대 초반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휴대폰이나 다이어리에 스티커 사진 한장 안 붙인 사람이 없었죠. 하지만 이 대표는 당시의 스티커 사진기와 비교하지 말아달라고 했어요. 영역이 완전히 다르다고요.

“스티커 사진 판매기가 나온 지 20년이 넘었는데요.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있나요? 없을 겁니다. 이름도 없었어요. 스티커 사진 찍으러 가자고 했지, 인생네컷 하러 가자곤 안 했잖아요.”

사람들에게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해요. 고유의 정체성이나 철학이 없는 채로 죽어있는 상태였다는 것을 말하죠.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물건만 파는 장사와 달리 어떤 가치를 만든다는 거고, 이에 공감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거예요. 반면 당시 스티커 사진 시장은 일본 사진을 카피해 들여놓기 바빴죠. 돈은 벌었을 지 모르겠지만 감동은 주지 못했어요.”

그는 일상을 재미있게 기록하고 추억할 수 있는 MZ세대의 문화 구심점이 되겠다는 철학을 세웠다고 했어요.

“스티커 사진 회사에는 기기 고장을 수리하는 부서는 있을지 몰라도,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팀은 없었을 거예요. 저희는 사진 프레임은 물론 공간의 작은 요소까지 고객들의 이야기를 반영하려고 해요. 문화라는 건 함께 만들어 나가는 거니까요.”


인생네컷의 무기, 역시 소통 

지금의 핑크색 간판 인생네컷이 나오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대요. 좋은 공간을 선사하겠다는 욕심에 접근성은 무시한 채 건물 3층에 100평짜리 매장을 꾸며보기도 하고, 지금컨셉과는 전혀 다른 화이트와 우드톤의 인테리어를 시도해보기도 하고요.

그 중 고수하던 게 있어요. 바로 사진 고유의 감성이에요. “처음 저희가 유명해진 건 뭐니뭐니해도 인생사진을 건진다는 것 때문이었잖아요. 물론 과거 자판기 시절 프로그램은 다 바꿨지만 그때의 톤은 그대로 가져가려고 해요.”

요즘엔 가장 만족할만한 얼굴이 나올 수 있도록 개별 보정 값을 만들어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해요. 예쁘게 나오는 칼러 톤이나 개인이 특별히 보정하고 싶은 데이터를 앱에 저장해두면 자동으로 기기와 연동되는 거죠.

또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려고 애쓴다고 해요. 혹시 기존 프레임이 지루하게 느낄까 하는 마음에 밸런타인데이, 광복절, 삼일절 등 한정판 프레임을 선보여봤는데 반응이 좋았대요.

“실제 한 고객에게서 ‘오늘 여자친구와 100일인데 프레임을 만들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받고 100일 프레임을 만든 적도 있어요. 이후 더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고자 앱을 출시했어요. 앱에는 300~400개의 프레임이 있는데요. 그것도 모자라 직접 만들 수 있게끔 했어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프레임이죠.”

한글날을 기념해 선보인 '인생넉장' 프레임. 사진 인생네컷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처럼, 전 세대가 협업해야 

요즘 브랜드가 성공하려면 MZ세대를 사로잡아야 한다잖아요. 그는 MZ를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라고 해서 무조건 젊은 친구들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강박은 갖지 말라고 조언했어요.

“사실 조직에서 Z세대가 많다고 해서 그들이 MZ세대를 완벽하게 대변한다고 볼 순 없어요. 그리고 기성세대라고 고리타분하지만은 않죠.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아이디어를 실천할 힘이 있으니까요. 저희 회사에는 20대 초반 친구도 있고 50살 넘으신 분도 있어요. 이들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게 제 할 일이죠.”

실제 브랜드 활동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를 많이 시도하고 있어요. 사진 찍기 10초 전 영상, 스냅 디지털 파일 등이 대표적이에요. 인생네컷에서 찍은 사진을 NFT 공간에서 디지털 창작물로 나오게끔 하는 새로운 도전도 하고 있죠. 앞으로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사진 플랫폼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해요.


사람 또 찾게 하는 건 결국 진심

성공 비결을 물을 때마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재차 말하던 이 대표도 자부하는 게 있었어요. 진심으로 사람(고객)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싶었다는 것.

“어떤 심오한 철학으로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어요. 그저 더운 날 고생하는 친구들이 내년에 다시 이 경험을 하게 해선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꼭 사진 찍지 않아도 되니 편하게 놀다가는 곳,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곳이 됐으면 했어요. 무슨 동심 어린 생각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단언컨대 이 마음은 브랜드에 저해요소가 되지 않아요. 왜냐면요. 결국 사람들이 또 찾을 거 아녜요.”

머무는 시간을 늘려 결국 사진을 찍게 하는 게 전략 아니냐고요? 이 대표는 만약 그렇다면 기계당 회전율을 높였을 거라고 답했어요. 인생네컷은 ‘한 철 장사’가 아닌 ‘인생 단골’을 만드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면서요.

“한팀이 사진 찍고 한 2분 안에 빨리 나오면 새로운 사람이 들어가게 하는 게 돈을 빨리 버는 방법이겠죠. 그건 단기간에 이익은 얻을 수 있어도 브랜드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이용’만 하면 결국은 쉽게 식상해질 거거든요.”


나가며 

코로나 19 때문에 함께 수업도 잘 못 듣고 마음껏 어울려 놀지 못했던 MZ세대에게 인생네컷은 사진찍기라는 미션을 함께 수행하는 놀이터가 아닐까요? 카메라 앞에서 모두가 실컷 웃고, 자연스럽게 다른 지역 친구들도 만나고, 성공적인 포즈를 핑계 삼아 다음 약속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요.

이곳이 놀이터라면 길고 긴 줄 서기도 이해가 가요. 재미있는 놀이 기구를 기다리며 친구들과 수다 떨듯,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게 아닐까요. 평생 갈 추억이 될 사진을 위해 기꺼이 줄 서 있는 모습이 낭만적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인생네컷의 꿈은 전 세계에서 K-포토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미 베트남과 태국 등에서 20여개 매장이 있다고 해요. 해외에서도 들어가면 웃음 끊이지 않는 매력적인 장소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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