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크닉] 패션 브랜드로 성공하려면, 마뗑킴에게 배워야 한다
비크닉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요즘 푹푹 찌는 날씨에 아침마다 옷차림이 고민입니다. 시원하면서도 스타일을 살리고 싶을 때 여러분은 어떤 옷을 선택하게 되나요? 저는 이때 가장 손이 가는 게 프린트 반팔 티셔츠와 바람막이입니다. 가슴팍에 프린트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바람막이는 가방에 둘둘 말아 넣었다가 에어컨 바람이 강한 실내나 차 안에서, 또는 갑자기 비가 쏟아질 때 꺼내 입으면 이만큼 좋은 콜라보가 없죠. 그래서 여름이면 괜찮은 프린트 티셔츠와 바람막이를 찾는데, 올해 유독 눈에 띄는 이름이 있어요. 바로 ‘Martin Kim’이에요. 무신사부터 W컨셉, 29cm, 하고까지 온갖 패션 플랫폼의 여성복 순위 상위에 랭크된 티셔츠와 바람막이에 새겨져 있죠. 마틴 킴? 아뇨, 패션업계 관계자들이 ‘올해 가장 성공한 여성복 브랜드’로 꼽는 ‘마뗑킴’입니다.
마뗑킴의 영문 로고를 넣은 크롭 티셔츠.
단어에서 느껴지는 강렬하고 활기찬 느낌이 좋아 브랜드명을 그렇게 정했다. [사진 마뗑킴]
마뗑킴은 92년생 김다인 대표가 설립한 패션 브랜드입니다. 온라인, 그중에서도 소셜미디어를 유통 출발점으로 잡은 만큼 패션에 관심 있는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선 인기가 높은 ‘잘 나가는 브랜드’이지만, 아직 이름이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겁니다. 비크닉이 마뗑킴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의 행보가 2022년 성공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 기억할만한 전략과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2년 만에 50억→500억, 이렇게 잘 팔린다고?
“미쳤다.” 한 국내 패션업계 관계자가 마뗑킴의 성장세를 보고 한 말이에요. 그럴 만도 한 게 불과 5년 전만 해도 연 매출 10억 정도였던 쇼핑몰이었던 마뗑킴이 자신의 브랜드를 전개하기 시작하더니 3년 만에 매출 50억원(2020년)을 달성합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어요.
2021년 마뗑킴의 연매출은 200억원을 찍었습니다. 1년만에 4배의 성장을 이뤄냈죠. 올해는 어떨까요. 6월말 이미 지난해 1년 매출액을 넘어섰고, 올해 말 500억원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에선 “큰 이슈가 없는 한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내더군요. 2년 만에 브랜드 규모가 10배나 커진 겁니다.
마뗑킴의 BI. [사진 마뗑킴]
마뗑킴의 김다인 대표. [사진 마뗑킴]
지금까지 마뗑킴의 유통 채널은 온라인이었습니다. 2021년 무신사를 시작으로 W컨셉, 하고, 29cm 등 국내 유명 패션 플랫폼엔 모두 입점했습니다. 올해는 온라인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오프라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7월 2일엔 서울 성수동에 플래그십 매장을 마련했고, 올해 하반기엔 주요 백화점 4곳의 오프라인 매장에도 도전한다고 합니다. 온라인에서 시작해 오프라인까지 성공을 거둔 스트리트 브랜드들은 꽤 있었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이런 규모를 만들어낸 여성복 브랜드는 없었습니다(미쳤다고 할만 해요). 대체 무엇이 마뗑킴을 이런 스타 브랜드로 만든 걸까요.
로고가 새겨진 바람막이 점퍼. 마뗑킴의 히트작 중 하나다. [사진 마뗑킴]
친구처럼 '패션 토크'...소통의 힘
마뗑킴과 다른 여성복 브랜드의 다른 점을 꼽자면 단연 ‘소통’입니다. 자칭 ‘인스타그램 헤비유저’인 김 대표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1만7000명이에요. 이들과 친구처럼 언니처럼 소통하고, 리그램을 통해 서로의 게시물을 나눕니다.
이런 친근함은 오프라인에서도 그대로 연결되는데요, 김 대표를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면 마치 오랜만에 만난 동네 친구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사진을 찍어요. 자신의 옷이라도 입고 있으면 단숨에 알아보고 “마뗑 입었네요!”라며 손가락 하트를 날리고요. 이런 유쾌함과 열정을 맛본 사람들은 금세 마뗑킴에 ‘입덕’하게 됩니다.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저는 사람들에게 친구처럼 찾아갔어요. 워낙 사람을 좋아하기도 하고, 서로 취향이 같으면 소통하는 게 즐겁잖아요. 멋진 척, 무게 있는 척하지 않고 (소셜미디어에서)더 쉽고 가깝게 사람들과 어울렸어요.”
방송인 김나영과 함께 성수동 '하우스 바이'에서 유머러스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 김다인 대표. [사진 마뗑킴]
사실 패션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어요. 디자이너, 패션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이것이 멋진 것’이라는 메시지와 제품을 보여주죠. 그런데 김 대표는 이런 벽을 깼어요. 패션을 소재로 같이 놉니다. 그의 인스타그램만 봐도 이를 알 수 있어요. 한껏 멋진 포즈를 잡은 사진도 있지만, 기괴한 포즈나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고무줄로 머리를 질끈 멘 모습도 그대로 보여줘요.
특히 그가 즐겨 사용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엔 ‘짤’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요. 누군가가 “언니 이 티셔츠 재고 있어요?”라고 질문을 올리면 그걸 캡처해서 “있습죠(하트)”라고 써서 같이 올려주고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퀘스천 박스(질문 툴)를 사용해 직접 팔로워와 소비자의 궁금증을 듣고 답해줍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속도감이 좋아요. 다이나믹하고 신나거든요. 저와 함께 스토리에서 소통하는 친구들도 그런 속도감을 좋아하고요. 그렇게 함께 놀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직접 캐치하고 브랜드 방향성을 정해가는데, MZ세대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브랜드가 달라지는 것에 매우 기뻐해요.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거죠.”
디자이너? 아니, 시대에 반응하는 크리에이터
김 대표는 패션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누구보다도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20대 중반의 나이에 남편인 아티스트 박문수씨와 함께 1년간 해외에 거주하던 시절, 포에버21에서 파는 빅사이즈 옷처럼 한국엔 없는 옷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연출해 입고 이 사진을 블로그에 올리며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어요. 다른 인플루언서들처럼 그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동구매도 하고, 자신의 아이템을 만들어 본 게 브랜드의 시작이 됐답니다. 처음엔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옷을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떼다가 파는 쇼핑몰을 운영하다, 2018년부터는 아예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을 만들면서 브랜드 마뗑킴이 태어났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인플루언서 아미 송과 그의 브랜드 ‘더 스타일 오브 송’과 비슷한 행보죠.
김다인 대표(왼쪽)와 박문수 디렉터. 두 사람은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소울메이트다. [사진 마뗑킴]
소셜미디어와 디지털을 통해 패션을 배운 김 대표는 트렌드에 그 누구보다 민감한 사람이 됐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뗑킴의 제품을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말이 ‘지금 딱 입어야할 아이템’이란 말이에요. 한마디로 압축하면 ‘트렌드’에 딱 맞는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거죠. 김 대표 주변의 업계 관계자들은 “그는 본능적으로 트렌드가 뭔지 아는 것 같다”고 말해요. 지금 10~20대 소비자들이 입고 싶어하는 패션 트렌드를 콕콕 집어 내고, 이를 한국인의 정서와 체형에 맞게 잘 만들어 낸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가슴이 보일 정도로 길이가 짧은 크롭 티셔츠가 유행이라면, 이를 가져와 가슴에 영어 로고를 새기고 길이와 통을 조정해 몸에 잘 맞게 변형해요.
"제품을 만들 땐 디자이너의 관점보다는 나도 소비자라고 생각하고 만들어요. 한국 사람은 패션을 볼 때 실용성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가방이라고 하면 더 많은 수납공간이 있었으면 좋겠고, 크롭 티셔츠가 유행이더라도 더 오래 여기저기 편하게 입고 싶어해요. 이 모든 것은 친구들(고객과 팔로어)과 이야기하면서 알아가는 것들이에요."
조력자를 만나다
마뗑킴에 수백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로 성장한 데는 또 하나의 결정적 요인이 있습니다. 바로 든든한 조력자입니다. 패션 브랜드가 성장할수록 갖춰야 할 것도 늘어납니다. 창의성으로 시작한 패션 브랜드의 경우 경영과 유통 관리가 특히 더 풀기 힘든 난제가 되고, 이를 해결해줄 전문가가 필요해집니다.
2021년 초 마뗑킴은 패션 플랫폼이자 패션 브랜드 전문 투자사 ‘하고 엘앤에프(이하 하고)’를 만나 이를 해결했습니다. 하고는 대명화학의 투자를 받아 최근 몇 년 사이 무서운 속도로 국내 디자이너 기반 패션 브랜드에 투자하고 있는 컴퍼니 빌더죠. 컴퍼니 빌더는 패션 브랜드를 인수하기보다는, 브랜드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해요. 지분 투자 방식으로 들어가지만, 디자인이나 브랜드 방향성엔 개입을 최소화하고요.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벤처캐피탈의 액셀러레이터 역할과 같죠. 하고 외에도 오픈런프로젝트, 코웰패션 등이 대표적인 국내 패션업계 컴퍼니 빌더들입니다.
오랜 시간 한 국내 패션 대기업에서 함께 일해온 대표와 직원들이 크루처럼 모여 있는 하고는 과거 패션 디자이너와 대기업의 M&A 히스토리를 기반으로 새로운 한국 패션 브랜드 성장기를 그려내고 있어요. 가능성이 있는 ‘이 시대의 브랜드’를 찾고, 이들을 키워냅니다. 그들의 포트폴리오에 이름을 올린 브랜드만 해도 지금까지 분더캄머, 르917, 제이청, 리플레인, WMM 등 총 23개나 되는데, 첫 번째 빅 히트작이 바로 마뗑킴이 될 것 같군요.
하고의 구체적인 역할은 이렇습니다. 우선 브랜드가 운영될 수 있는 자금을 수혈하고, 작은 브랜드가 가질 수밖에 없는 경영과 생산, 유통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줍니다. 온라인 대비 규모가 큰 오프라인 패션 시장에서의 익힌 노하우를 기반으로 온라인 브랜드의 규모를 키워주는 겁니다.
생산 관리를 예로 들면, 기존 마뗑킴의 생산 시스템은 소량 주문 생산 방식이었습니다. 상품을 드랍 방식으로 내놓고 반응을 봐 팔릴 때마다 50개, 100개씩 공장에 전화해 주문하고 이를 그때그때 생산해 팔았어요. 얼마나 팔릴지 보장하기 힘든 작은 브랜드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이긴 하지만, 그만큼 생산 원가가 올라가고 팔아야 할 ‘때’를 놓친다는 단점이 있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아이템별 팔릴 수량을 미리 예측해 한 번에 생산해내는 것인데, 이를 경험 많은 하고가 대신 해준 겁니다.
마뗑킴, 공간을 마련하다
마뗑킴은 7월 초 성수동에 자신의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옷과 마뗑킴의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대형 쇼룸으로, 남편인 박문수 디렉터의 브랜드 ‘더뮤지엄비지터’와 함께 사용해요. 오픈 날인 7월 2일엔 “쏟아붓는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양이 비가 내렸는데도 약 4000명이 이곳을 찾았죠. 도넛 브랜드 노티드는 오픈을 축하하며 무상으로 1000개의 도넛을 보내 주기도 했고요(힙한 브랜드는 끼리끼리 알아보는가 봅니다).
마뗑킴과 더뮤지엄비지터가 함께 사용하는 서울 성수동 공간 '하우스 바이'. [사진 마뗑킴]
올해 하반기엔 주요 백화점 4곳에 매장을 냅니다. 시기는 9~10월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온라인 세계에서 익힌 성공하는 법이 마뗑킴의 오프라인도 성공으로 이끌어줄지 궁금합니다. 온라인으로 시작한 브랜드 중 오프라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여성복 브랜드는 아직 없거든요. ‘렉토’ ‘로우클래식’ ‘닐바이피’ ‘보카바카’처럼 온라인과 해외 홀세일로 성공적인 브랜드는 꽤 있지만요. 응원하는 마음으로 마뗑킴의 오프라인에서의 행보를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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