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비크닉 ‘Voice Matters’ 김민정 기자입니다. 더 따뜻하고 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의 목소리,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환경과 패션입니다.



11년 시간은 흐른다

"남은 시간은 11년,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기후재앙을 맞는다."

지난 2019년 3월 UN(유럽연합) 고위급 총회에서 나온 섬뜩한 경고입니다. 마치 시한폭탄을 건네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조금씩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지만, 당장 내 삶에 치명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자주 후순위로 미뤄뒀던 문제입니다.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그날 이후 환경을 위해 작지만 꾸준히 실천하는 1인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당장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건 적게 사고 다시 쓰는 것입니다. 실천 의지를 가장 손쉽게 실행시킬 수 있는 곳, 옷장으로 곧장 향했습니다.


옷장을 환경을 위한 행동 시작점으로 삼은 이유

이산화탄소 전체 배출량의 8%, 연간 사용하는 물의 양만 1조 5000억 리터, 연간 잘려 나가는 나무 1만 5000그루,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지나치게 과소평가되는 산업. 바로 패션입니다. 어마어마하게 사용되는 자원 못지않게 의류를 염색, 가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화학물질도 치명적 위험이 될 수 있죠. 원료-디자인-제조-소비-폐기 등 일련의 과정만 일직선으로 놓고 볼 때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을 안길 수 있는 산업입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순환적 사고 방식이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폐기를 최소화하는 대신 제품을 다시 쓰고, 새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애초 제품 생산 첫 단계부터 쓰레기와 오염원을 제거해 설계, 디자인하는 등 전 과정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게 된 것입니다.


‘올바른 순환’을 실천하는 브랜드

올바른 순환, 지속가능성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패션 브랜드가 ‘파타고니아’입니다.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친환경 글로벌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지난 2013년 한국에 직진출했습니다. 당시 공고한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시장 점유율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죠. 만년 적자였습니다. 그로부터 6년 뒤 드디어 첫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죠. 환경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인식 확산, ‘착한 기업’에 대한 관심이 매출 신장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시류에 편승한 결과물이 아닌 그저 가야할 길을 묵묵히 갔기 때문에 얻은 선물이라고 파타고니아 측은 얘기합니다.

파타고니아 로고(사진=파타고니아 코리아)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 이는 곧 파타고니아의 소명이기도 합니다. 적자가 나더라도 매년 매출액의 1%는 풀뿌리 환경 단체에 기부하는 ‘지구를 위한 1%(1% For the Planet)’, ‘새 옷 보다 나은 헌 옷(Better that New)’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지난 40년 동안 이어온 원웨어(Worn Wear) 캠페인 등이 대표적 예입니다. 특히 낡은 옷을 수선해 주는 ‘원웨어’는 우리네 할머니, 선조들이 삶 속에 자연스레 녹여온 고쳐입기 문화와도 맞닿아 있는데요. 무분별한 소비를 지양하고 오래 입은 옷의 멋스러움을 알리며, 환경 보호를 위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활동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죠.

파타고니아가 전개하고 있는 '원웨어' 캠페인(사진=파타고니아 코리아)


남성 정장 재킷을 해체해서 만든 브랜드 래코드의 여성 상의(사진=코오롱FnC)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에서 BTS(방탄소년단)가 입은 친환경 의상이 주목받았는데요. 코오롱 FnC의 래코드(RE;Code)가 폐기될 자사 의류를 해체, 재조합해 새롭게 탄생시킨 업사이클링 의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3년 동안 판매가 안 된 제품은 수명을 다한 거라 생각하고 폐기하는 게 패션업계 관행이었습니다. 20여 개가 넘는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코오롱 FnC로서는 재고 처리가 큰 숙제였죠. 단순 재활용이 아닌 디자인적 요소를 더해 새 숨결을 불어넣기로 마음먹었습니다. 10년 전, 래코드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올바른 순환을 사람들이 일상에서 잘 실천할 수 있도록 갖가지 대중화 노력을 해왔다는데요. 자신이 가진 옷 중에 의미 있는 옷, 그러나 지금 다시 입기는 애매모호한 것을 가지고 가면 최대 50만원 이내 가격으로 디자이너가 관여해 멋스런 옷으로 재탄생 시키는 리콜렉션(re-collection), 일일 업사이클링 공방 리테이블(re:table) 등이 대표적 예입니다.

코오롱 FnC 래코드가 운영하고 있는 업사이클링 공방 '리테이블'(사진=리테이블 인스타그램 캡처)


똑똑한 외면, 행동하는 소비자

이들 브랜드 외에도 지속가능한 성장, 올바른 순환을 실천하는 브랜드는 많습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용어가 유행처럼 소비되는 때 환경을 고민하지 않는 기업을 찾기가 외려 더 힘든 때이기도 하죠. 하지만 진정한 노력없이 이 같은 수요에 그저 무임승차 하려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깐깐히 따지고 보면 친환경이라 할 수 없지만, 그럴싸하게 무늬만 포장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그린 워싱’ 논란이 심심찮게 일고 있기도 합니다.

영국은 올해부터 기업의 ‘그린 워싱’을 강력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요. 규제당국인 경쟁시장청(CMA)이 첫 조사 대상으로 삼은 건 패션 부문입니다. CMA가 단속 원칙으로 삼은 6가지 ‘그린 클레임스 코드(Green Claims Code)’는 ‘친환경 의류’라는 말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특정 브랜드의 어떤 제품보다 몇 % 많은 재활용 섬유를 사용했다, 혹은 이 제품은 어떤 친환경 소재가 몇 % 함유돼 있다 등 자세한 설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만약 설명이 충실하지 못하거나 기업의 허위 주장이 적발되면 해당 기업은 소송까지 당할 수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규제 당국이 이 정도의 깐깐한 잣대를 드리우고 있지는 않은데요. 규제 정비, 강화 속도가 더디다면 소비자의 분별력이 보다 까다로워져야겠죠. 우선 ECOTEC(친환경 섬유제품 인증), 저탄소 인증, GRS(국제 재활용 재료 함량 인증), GOTS(국제 유기농 섬유 인증), bluesign(스위스 친환경 섬유 인증) 등 대표적 친환경 인증을 분별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눈속임하는 브랜드를 향한 똑똑하고 냉정한 외면도 필요하고요. ‘물건 하나 사는 게 이리 복잡하고 힘들까’ 문득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소 번거롭지만 ‘똑똑한 외면’을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기후변화 대재앙까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10여 년 남짓. 그 귀한 시간은 지금도 흘러가고 있습니다.

대표적 친환경 인증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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