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 #067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앤츠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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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주식 맛집

있는 집은 디지털도 잘하네! (feat.돈 잘 버는 최대주주)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 #067



구독자님, 오늘도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 입니다. :)



골디락스(Goldilocks)피크아웃(Peak out). 정반대 뉘앙스인 두 단어가 최근 국내외 증시의 키워드로 떠올랐습니다.

한쪽에선 기업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는데금리는 낮은 상태를 지속할 거라며 하반기 코스피 3500을 전망합니다(노무라증권). 너무 뜨겁지도(급등) 차갑지도(급락) 않은 골디락스 상황이 지속될 거란 낙관적 전망인데요. 최근의 물가상승이 일시적이라고 보는 것도 그 근거입니다. 참고로 골디락스는 금발머리란 뜻(금발머리 소녀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죽을 발견하고 먹어버리는 ‘금발머리와 곰 세 마리’ 동화에서 따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고 딱 좋아! 골디락스. 셔터스톡

반면 피크아웃론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기업 실적 회복세가 3분기에 정점을 이루고 꺾일 거란 전망입니다. 게다가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인상까지 예고한 상황이어서 주가엔 부담이란 거죠. 실제 삼성전자가 깜짝 실적(2분기 영업이익 12.5조원)을 내고도 주가가 되레 떨어진 것 역시 3분기가 정점이고 이후엔 불확실하다는 ‘피크아웃’ 우려 때문입니다.


정점이야. 내려가야 해. 피크아웃. 셔터스톡

워낙 팽팽히 맞서서(그리고 둘다 그럴 듯해서) 어느 쪽으로 기울지 모르겠는 상황이었는데요. 어라,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델타변이.

한국은 이미 델타변이로 난리이고, 미국에서도 델타변이로 위험한 가을이 올 거란 무서운 경고가 나오기 시작했는데요. 델타변이를 생각하면 한편으론 이미 정점을 지났고 3분기부터 기업실적이 꺾이는 건가 걱정되고, 다른 한편으론 그럼 코로나가 끝나려면 멀었으니 금리인상도 물건너 가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시장은 과연 둘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게 될까요?(부디 후자였으면!) 이번 주에 한번 잘 지켜보시죠(재택근무하면서...).













전통의 강자는 디지털에 지지 않았다, 제일기획

·광고시장 재편 발맞춰 M&A로 데이터 역량↑
·매출 절반이 디지털, 2분기 사상 최대 실적 낼 듯
·추가 M&A로 점프업 예고…코로나 확산은 변수


제일기획 본사. 

디지털이 판을 흔드는 건 모든 산업이 마찬가지지만, 유독 그 흐름이 빠른 게 미디어 영역이죠. 디지털 물결에 휩쓸려 사라져버리지 않고 그 흐름에 올라타려면 필요한 건 두가지. 빠른 방향 전환, 그리고 과감한 M&A를 할 수 있는 돈입니다. 이 기업은 그 둘을 모두 갖췄네요. 제일기획입니다.




제일기획이 만든 삼성카드 광고.

제일기획=종합광고대행사=TV광고 만드는 곳? 이렇게 알고 있는 분들 많을 텐데요. 물론 제일기획은 여전히 TV광고를 잘 만들고, 유명 광고제에서 상도 많이 탑니다. 하지만 제일기획 매출총이익에서 전통매체(신문·TV·잡지·라디오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19%(1분기 기준). 2012년 44%였던 전통매체 비중이 완전히 쪼그라들어 버렸습니다.


제일기획 매출총이익 중 48%가 디지털. 전통매체(ATL)가 19%이고 전시, 행사 등(BTL)이 33%이다. 

그럼 대신 뭘 하느냐. 디지털을 합니다. 1분기엔 매출총이익의 거의 절반(48%)이 디지털이었죠. 소셜 마케팅, 데이터 기반 마케팅, 이커머스 등등, 모두 합니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온라인 플랫폼 ‘삼성닷컴’ 채널 운영, 제일기획이 합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텍사스주에 특화된 디지털 캠페인 ‘텍사스 넘버원’을 진행했는데요, 이것도 제일기획이 한 겁니다. 올해는 위스콘신, 아이오와주에서도 비슷한 걸 한다는 군요.


제일기획이 지난해 한 '텍사스 넘버원' 캠페인 이미지.

1분기 실적 좋았고, 2분기는? 아마도 사상 최대 분기실적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디지털, 특히 북미지역 실적이 급증한 덕분인데요. 최대 광고주(실적의 70% 차지, 최대주주이기도 함) 삼성전자가 5G폰과 비스포크 가전 마케팅을 세게 한 영향이 컸죠. 동시에 코로나가 잦아든 중국에선 삼성뿐 아니라 비삼성 기업 물량도 빠르게 늘어나는 중. 



그런데 이런 의문이 들죠광고 잘 만든다고 디지털도 잘 하나멋진 광고를 만들어 TV 프라임타임에 잘 내보내는 것아날로그 시대엔 그걸로 충분했죠이젠 시대가 바뀌었습니다소비자의 행동패턴을 분석해 꼭 맞는 타깃 소비자를 찾아내 광고하고그 효과를 깊이있게 분석해서 광고주에게 알려줄 수 있어야 합니다가장 필요한 건 데이터!


디지털 마케팅의 핵심은 데이터. 셔터스톡

광고기획하던 사람한테 데이터 분석을 맡길 순 없는 노릇. 제일기획은 데이터 역량을 키우기 위해 왕성한 M&A를 벌이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인수한 업체만 9개사. 지난해엔 중국 빅데이터 업체 ‘컬러데이터’를 인수했죠. 올해는 연초에 “북미·유럽 지역에서 테크·데이터 관련 대형 M&A를 연내에 성사시키겠다”고 선언. 이를 위한 충분한 현금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곳을 인수할지 기대됩니다.



증권사들은 하반기에도 실적이 좋을 거라며 제일기획 목표주가를 일제히 올려잡고 있습니다. 일단 8월 예정된 게 있죠. 갤럭시 폴더블폰 언팩 행사. 이 행사도 물론 제일기획이 하는데요. 마침 경쟁사 애플이 9월 아이폰13 공개를 앞두고 있어서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흥행이 중요한 상황. 돈 잘 버는 삼성전자가 마케팅을 더 세게 한다면? 제일기획엔 당연히 좋은 일입니다.


제일기획이 제작한 삼성전자 갤럭시S21 광고.


삼성전자 마케팅비 따라 오르는 제일기획 주가. 대신증권

제일기획 장점 중 하나가 배당이죠. 당기순이익의 60% 정도를 해마다 배당해왔는데요. 배당수익률(주가 대비 주당 배당금)은 2020년 4%였습니다. 올해도 이런 고배당 정책을 유지할 전망.

가장 큰 변수는 역시나 코로나입니다. 코로나로 마케팅을 줄였던 기업들이 이제 다시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재개하던 중인데, 자칫 여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으니까요. 또 올림픽은 전통적으로 광고회사에 호재인데요(광고 수요↑). 도쿄올림픽은 분위기상 별로 재미가 없을 듯하고요. 2022년 2월 열릴 베이징 동계올림픽이때는 부디 상황이 좀 나아져야 할 텐데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안정적인 성장에 배당까지!






마틴 소렐 전 WPP 회장, 현 S4캐피탈 회장. S4캐피탈 홈페이지

추방됐던 광고계 전설의 화려한 귀환

제일기획을 들여다본 김에 광고 얘기 좀더 해볼게요. 광고계의 전설마틴 소렐(Martin Sorrell)이 몰락한 줄 알았건만. 웬걸. 아주 화려하게 부활해있더군요.

마틴 소렐은 세계 최고 광고대행사 WPP의 창업자로서 한때 광고계에선 성공의 대명사였죠. 1985년 장바구니를 만들던 WPP(Wire and Plastic Product)를 인수해 공격적인 M&A로 광고 제국을 건설한 스토리는 유명하죠. 자신을 ‘끔찍한 작은 똥(odious little shit)’이라 칭했던 데이비드 오길비(광고계의 아버지)가 세운 ‘오길비 앤드 매너’를 M&A해버린 것도 성공 스토리에서 빠지지 않고요. 그는 영국 기업을 세계에 알린 공로로 2000년 기사작위도 받았습니다.

2018년 소렐은 자신이 세운 WPP에서 쫓겨났죠. ‘회사 자산을 유용했다는 이유로 이사회가 조사에 나섰고결국 그만둬버림.

2018년은 이미 WPP가 가라앉던 시기였습니다. 디지털에서 밀려난 탓이었죠. 액센추어딜로이트 같은 컨설팅업체가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마케팅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내면서 WPP는 ‘지는 해’ 신세가 됐죠. 이 때문에 ‘마틴 소렐 사임=정통 광고대행사의 몰락’처럼 여겨졌습니다.


S4캐피탈이 인수한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 미디어몽크스의 LA 사무실. 

하지만 웬걸. 소렐은 보란 듯이 S4캐피탈이란 디지털 마케팅 회사를 세웠습니다. 기존 광고대행사 모델은 끝났다며 ‘데이터-테크-디지털콘텐츠’를 중심으로 하는 회사를 세운 건데요. 이후 데이터 분석·컨설팅 기업들을 엄청나게 M&A하며 회사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소렐이 WPP와 비교해서 ‘땅콩’이라고 불렀던 S4캐피탈이 어느새 시총 30억 파운드로 WPP의 4분의 1 수준까지 따라왔을 정도.

소렐은 이른바 ‘광고쟁이’는 뽑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WPP는 여전히 임원 대다수가 광고대행사 출신이지만, S4캐피탈은 10%만이 광고대행사 출신이라고 합니다. “(일자리를 잃은 광고대행사 인재가 넘쳐나지만) S4캐피탈은 나같이 잘린 사람들의 집이 될 수 없다”는 게 그의 발언. 아는 사람이 더 무섭..

WPP는 지난 4월 소렐에게 주기로 돼있던 장기 성과급을 취소했는데요소렐이 WPP 기밀정보를 기자들한테 유출했다는 게 이유소렐은 이에 대해 땅콩 질투(peanut envy)”라며 비난을 퍼부었죠적이 많기로 유명한 소렐이지만, 76세라는 그의 나이를 생각하면 대단하단 생각도. by.앤츠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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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노인이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없을 거라고 잘못 생각하는데, 그건 실수입니다."

-마틴 소렐, 2020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