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21 밀폐된 콩나물시루 안 방역, 운에 맡겼다? 청해부대 그 배 일주일 타본 기자의 시각

2021-07-22 16: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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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라디오 스물 한 번째 에피소드는 중앙일보 군사안보팀 박용한 기자와 함께 청해부대 코로나 집단 감염 사태에 대해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박용한 기자는 2년 전 이번 감염 사태가 일어난 문무대왕함에 일주일 간 탑승해 취재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박 기자는 해군사관생도 140명과 함께 배를 타고 진해부터 필리핀까지 항해했습니다.

4400t급 문무대왕함은 적정 탑승 인원을 230명 정도로 봅니다. 이번 아덴만에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파병된 청해부대 34진은 총 301명이었습니다. 최대 350여명은 승선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배 내부의 밀집도는 굉장히 높은 상황이었습니다.

승조원 301명은 좁은 공간을 공유하며 배 위에서 단체 생활을 했습니다. 함장 등 고위장교는 1인실을 쓰기도 하지만 직급에 따라서 1인실부터 5~6인실, 20인실까지 다양하게 구성돼 있습니다. 식당은 총 3곳으로 병사·부사관·장교들의 식당이 나누어져 있지만 음식 조리는 모두 한곳에서 이뤄집니다. 샤워 공간도 공용 공간입니다. 승조원들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서로 밀접한 접촉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배에는 창문이 없기 때문에 환기를 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무더운 아프리카 해역에서 항해하는 터라 24시간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으면 함정 내부에서 숨을 쉬기도 어렵습니다. 그야말로 배 안에는 밀폐된 콩나물 시루같은 환경으로 감염병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죠.

상황이 이렇지만 군의 대처는 처음부터 안일했습니다. 신속항원 검사키트를 구비해야 하는 군 지침을 어기고 청해부대는 800여개의 신속 항체 검사 키트만 들고 출항했습니다. 항체 검사 키트는 항체가 형성되고 2주 후에야 진단할 수 있기 때문에 초기 감염 여부를 잡아 내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군은 또한 해외 파병 장병들을 위한 백신 공급에 대해서도 적극적 논의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 인식이 겹치며 문무대왕함은 국내외를 통틀어 군의 단일 함정 내 최대 감염이라는 오명을 안게 됐습니다. 방역을 ‘운’에만 기댄 군의 안일한 대처가 불러온 비극입니다.

청해부대 코로나 감염사태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정글라디오 팟캐스트에서 들어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