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병주의 시선] 조국의 법철학과 한동훈의 전쟁사

    문병주 논설위원 독서 욕구에 기름을 부었다. 내로라하는 철학자들과 역사적 전쟁이 등장하고, 조국ㆍ한동훈 전·현직 법무부 장관이 저술 혹은 노출했으니 무엇을 전하려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솟아났다.    『조국의 법고전 산책』은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가 “예쁘게”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예고한 것처럼 지난 17일 북콘서트장에 올려졌다. “학자이자 저술가로서 저자의 역량을 새삼 확인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갖는다. 처지가 어떻든 좋은 책”이라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SNS 글도 회자했다.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된 조 전 장관에 대한 위로 차원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과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등 쟁쟁한 사상가들의 고전에서 조 전 장관이 읽어낸 핵심은 국가 구성원이 국가의 주인이고 스스로 권리를 지켜야 한다는 명제다. 출간 인터뷰에서는 부정뿐 아니라 무능도 혁명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시민 불복종』을 언급했다. 불법을 저질러야만 탄핵이 가능한 우리나라 상황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소로가 주장하는 것처럼 “대표자가 폭정을 일삼는 것 외에 무능할 때도 제거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논란이 일자 “ ‘우리나라에서도 무능을 이유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말한 적은 없습니다”는 추가 설명이 나왔지만 인터뷰 맥락은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연결돼 있다.   그러면 어떠한가. 고전의 함의를 뽑아 해석하는 건 학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누릴 자유고 권리다. 하지만 그의 ‘처지’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머리말에서 “저 자신과 가족 일에 철두철미하지 못했던 점, 면구하고 송구합니다. 자성하고 자책합니다”는 부분이 있으나 자녀 입시비리 등 잘못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방어를 미리 하지 못한 후회로 읽힌다.    “법학 개념이나 이론의 구사는 최대한 줄이고, 중고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설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는 글에 “중고등학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자성의 모습을 담았습니다”와 같은 문장을 더할 순 없는 것일까. 일제 강제동원과 관련해 일본에 구상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북콘서트에서 “(대법원의 판결에 배치되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며 법원 판결에 힘을 실었으니 그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SNS 활동을 공개적으로 시작한 조민씨도 당당하다.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아버지가 실형을 받으시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는 떳떳하지 못한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다”며 “저는 떳떳하다.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했다. “피고인들의 자녀 입시비리 범행은 대학교수의 지위를 이용한 것으로 동기와 죄질이 불량하고, 입시제도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해 죄책도 무겁다”는 아버지에 대한 1심 판결 내용을 부인하는 것인지, 아버지의 행위와 자신은 무관하다는 건지 해석이 잘 안 된다. 전자가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  「 서양 법고전 훑은 조국의 신간 전쟁사 책 들고 유럽 간 한동훈 힘의 논리 넘어서는 소통 필요 」    또 한 권의 책, 현실주의 국제정치의 고전으로 불리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다. 지난 7일 선진국의 이민정책 등을 살펴보고자 유럽으로 출국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손에 들려있었다. 기원전 5세기, 지중해 패권을 놓고 30년 가까이 벌어진 이 전쟁은 급격하게 부상하는 아테네에 위협을 느낀 스파르타의 두려움 때문에 발생했다. “힘이 있는 자는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으나, 힘이 없는 자는 굴복할 수밖에 없다”는 식의 현실주의적 논리가 힘을 얻어가며 광기 어린 전쟁으로 빠져들었다.     국내 정치 역시 마찬가지다. 대화와 타협은 오간 데 없고, 오직 힘의 논리에 따르려는 분위기가 자리 잡고 있다. 상대방의 지지세력이 많아진다 싶으면 먼저 공격해 제압해야 한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의 강경파식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한 장관의 품에 안긴 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논의하는 세계법무부장관 회의에 참석하는 그에게 국제정치적 시각을 제공했을 것이다. 이뿐 아니라 한국정치가 장기간 회복할 수 없는 후유증을 앓을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받았으면 한다. 인간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 한 전쟁은 계속 발생할 것이라는 투키디데스의 예언을 국내 정치에서도 끊어내야 한다는 함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조국 전 장관의 저서도 추천한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 저항권에 대한 조 전 장관의 해석을 일독한다면 한국 법무를 책임지는 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투키디데스의 예언에서 벗어날 길은 진정하고 활발한 소통에 있다.   문병주 논설위원

    2023.03.20 01:00

  • [문병주의 시선] ‘윤석열 과녁’과 초등학생의 화살

    문병주 논설위원 정치가 넘쳐서일까. 얼마 전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활쏘기 행사가 열렸다. 현 정권에 대한 적개심을 앞세워 집회를 이어가고 있는 단체들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얼굴 사진을 붙인 인형들을 과녁으로 만들어 초등학생에게 활을 넘겨줬다. ‘난방비 폭탄, 전쟁 위기, 깡패 정치, 친일 매국 윤석열에 활쏘기’라는 현수막도 보였다. 장난감 활이었지만 활 쏘는 장면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선전했다. 비판이 일자 “장난감 활쏘기는 명예훼손이 될 수 없다”는 논평을 냈다. 1주일 후 이어진 집회에는 ‘윤석열 샌드백’이 등장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어린이에게 저주와 패륜, 폭력을 가르친다”(양금희 수석대변인)는 비판이 나오고, 보수단체는 발끈하며 행사를 주최한 단체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은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이에게 얼굴을 향해 활을 쏘게 하는 행위는 끔찍한 아동학대”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지난 11일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진보 성향 시민단체 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진을 향해 장난감 활을 쏘는 부스가 설치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사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헌법에서 보장하는 집회ㆍ결사ㆍ표현의 자유로 봐야 한다는 반박도 있다. 지난해 가을 ‘부천 국제만화축제’에 전시된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 ‘윤석열차’와  2019년 단국대 천안캠퍼스에 붙었던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판 대자보 사건은 같은 논란이 일었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윤석열 과녁 쏘기 놀이 역시 표현의 자유 제한 조건이 되는 명예훼손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수사당국 혹은 법원의 판단이 뒤따르겠지만 어린이들까지 어른들 정치 싸움에 동원하는 게 적절한지 질문이 남는다.     한국 사회는 남북분단 상황의 특수성을 중심으로 각종 경제ㆍ사회적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를 단순히 흑백 논리로 재단해 아이들을 반정부적 활동에 참여시키는 사례가 종종 목격됐다. 2008년 광화문 일대를 중심으로 벌어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에서 “싼 쇠고기는 이명박 너나 먹어라”고 외친 초등학생에겐 어떤 진실이 각인된 것이었을까. ‘한국인이 광우병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인간광우병에 걸릴 위험성이 94%나 된다’는 허위사실(대법원 2011년 정정보도 판결)을 앞세운 MBC ‘PD수첩’의 방송 내용이 검증되기 전이었다. 대법원이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고 해서 ‘PD수첩’의 보도 행태와 이를 활용한 행위가 정당화할 순 없다. 교사 말을 듣고 교사와 함께 집회에 참여한, 몸과 마음이 훌쩍 커버린 학생들은 ‘정정 교육’이라도 받았을까.     ■  「 정권 증오 놀이에 아이들 참여 시위 단상 발언에 반미 공연도 진실 왜곡된 확신 심어줄 우려     」    2019년 가을 서울 서초동 거리를 달궜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 집회도 비슷했다. ‘우리가 조국이다’ ‘정치검찰 OUT!’이 적힌 피켓을 손에 쥐고 “조국 수호”를 외치는 아이들이 카메라에 잡혔고, “(윤석열) 총장님, 쬐끄만 게 까분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총장님이 법무부 장관입니까?”라는 초등학생의 단상 발언에 환호가 이어졌다. 이 아이들의 부모와 주최 측 인사들, 환호했던 이들은 조국 전 장관 사건과 관련해 이어지는 유죄판결을 접하며 아직도 아이들의 발언을 자랑스러워할까.     사상 선전에 초등학생을 동원해 공연하는 현장도 있었다. 2019년 광복절을 앞두고 옛 통합진보당(2014년 헌법재판소 위헌정당 해산 결정) 출신이 주축인 민중당 등 50여개 단체 연합체인 ‘민중공동행동’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반일ㆍ반미 시위에 어린이 공연단을 무대에 올렸다.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 ‘뽀로로’ 주제곡과 동요들을 개사했는데 “일본 손 잡고 미국 섬기는 매국노 자한당(자유한국당) 후후 불어서 저 바다 건너서 섬나라 보내자”와 같은 내용이 담겼다. 이 공연은 유튜브에서도 공개됐다. 아이들에게 비판의식을 길러주겠다는 취지라는 항변도 있다. 3ㆍ1운동이나 4ㆍ19혁명과 같은 경우에도 초등생들까지 나섰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식이다. 일제와 독재정권이라는 논란의 여지가 없는 세력과 현 정권을 동일 선상에 놓겠다는 말로 들린다.     정보기술(IT) 발달 영향으로 아이들은 여과 없이 쏟아지는 혐오 발언들과 가짜뉴스, 그리고 유사언론의 황색뉴스에 노출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성인들마저 진실을 분간하기 힘든 정치적ㆍ사상적 다툼의 현장 참여는 아이들에게 혼란을 넘어 왜곡된 확신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 형사처벌을 면제받는 나이(현재 만 14세 미만)를 법률로 규정한 것도 넓게는 판단력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시기까지 아이들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읽힌다. 정치 과잉의 시대일수록 아이들을 증오와 혐오에 찬 현장에서 한 발 떨어진 곳에 둘 수 있는 어른들의 자제력이 필요하다.       문병주 논설위원

    2023.02.27 00:50

  • [문병주의 시선] 혐오정치의 끝은 어디인가

    문병주 논설위원 쉽고도 효과가 뛰어나다. 혐오를 드러내는 글ㆍ발언ㆍ행위의 유혹은 그래서 마약 같고 금단 현상도 강한 듯하다. 이를 지양하겠다는 정치인들의 약속 역시 같은 이유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힘들다.   지난달 30일 국회의원 131명이 참여하는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이 출범했다. 극단적 대립ㆍ혐오의 정치를 극복하겠다는 목표를 앞세웠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가 모두 참여했다. 이런 모임이 만들어진 자체는 고무적이다.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이 나날이 커지는 가운데 어떻게라도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문제의식이 보였다. 향후 선거제도 개선이나 헌법 개정을 통한 통치제도 개혁을 이뤄내기 위한 시발점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하지만 1주일도 되지 않아 그저 보여주기식 행사 몇 번 계속할 것 같다는 예상이 감돈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이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ㆍ검사독재 규탄 대회’를 열었다. 방점은 이재명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검찰 수사에 있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방탄용” “제2의 조국사태”라는 대응 경고가 나왔다. 단상에 오른 정치인들의 발언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엔 또다시 찬반을 앞세운 혐오스러운 표현이 실렸다.     앞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들이 언론 게시판에 올린 ‘민주당 의원들 검찰 방문 및 발언 SNS 전수조사’란 제목의 게시글이 논란이 됐다. 민주당 의원 169명을 가나다순으로 나열하고 이 대표가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을 때 동행했는지와 검찰 관련 비판 발언 여부를 항목별로 ‘O 또는 X’를 명기한 표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의원실과 의원 휴대전화에 문자 폭탄이 더해졌다. 지역별 참여 인원 할당과 같은 장외집회 총동원령이 가운데 이 대표마저 “진정한 동지라면 내부 향한 비난ㆍ공격 오히려 말려주셔야…”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  「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 지지부진 ‘욕설정치'에 정치양극화 깊어져 중도가 사라진 팬덤정치의 폐해   」    ‘개혁의 딸(개딸)’과 같은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은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이 대표 이외의 정치 세력을 적대시하는 팬덤 정치를 더욱 공고히 만들었다. 대표적 표출은 온라인 댓글이다. 지난달 31일 성균관대와 한국언론학회가 연 ‘온라인 혐오 표현과 정치’ 주제 세미나에서 이재국 성균관대 교수팀은 20대 대통령 선거 당시 주요 포털 뉴스 댓글에 나타난 모욕과 멸시, 증오 선동 현상을 분석해 발표했다. 댓글 내용이 남아 있는 약 2700만건 중 약 1400만건에 이런 혐오 표현이 담겼다. 윤석열 당시 대통령 후보의 경우 ‘쥴리’ ‘국짐당’ 등 자신보다 배우자 또는 소속 정당과 관련된 글이 다수였고, 이재명 후보는 ‘이죄명’ ‘찢개명’ 등 전과 또는 욕설과 관련된 내용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후보자 경선 과정에서도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은 이낙연 후보 지지자들을 ‘문파’ ‘똥파리’ ‘수박’이라고 지칭하는 혐오적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수박 표현의 경우 5ㆍ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두고 극우 성향 커뮤니티들을 중심으로 호남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돼 논란이었다.   팬덤 정치와 뗄 수 없는 혐오 정치의 책임은 결국 정치인들이 져야 한다. 팩트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민주당 의원,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에서 심장병을 앓는 어린이의 집을 방문한 것을 ‘빈곤 포르노’라고 지칭한 장경태 민주당 의원도 너무 쉬운 선택을 해버렸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혐오를 부추겨 그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선동이나 다름없었다.     1심에서 자녀 입시 비리와 관련해 대부분 유죄판결을 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도 마찬가지다. 검찰 수사에 대해 사실관계가 어찌 된 것인지 상관없이 정치적 이익을 앞세워 감정에 호소하는 혐오적 표현들로 ‘조국 수호’에 시민들을 서울 서초동 거리로 불러 모았던 상황을 되돌아봐야 한다. 직장 동료는 물론 가족 식사 자리에서 얼굴을 붉히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반민주적이고 생각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던 혐오적 분위기는 어땠나.   중도 세력의 운신 폭이 좁은 정치 양극화는 혐오 정치를 부추긴다. 그러면서 중도적 목소리를 더욱 사장하는 악순환이 확대된다. 강성 지지자들만이 득세하는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가 더 진행될수록, 총선이 다가올수록 시민들은 극단의 정치적 선택을 요구하는 혐오적 목소리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혐오 정치 퇴출을 기치로 닻을 올린 초당적 정치개혁 모임의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문병주 논설위원

    2023.02.06 00:47

  • [문병주의 시선] 검찰의 ‘창’과 이재명의 ‘방패’

    문병주 논설위원 한쪽에선 피의사실 공표라는 창을 들고 덤빈다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불체포특권이라는 방패를 들었다고 비판한다. 서로 받아들일 수 없는 비유다.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법률적ㆍ도의적인 선을 아슬아슬하게 타고 있거나, 이미 넘었다.    ━  이재명 수사에 ‘방탄 국회’ 논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을 시작으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검찰청에 출석하며 ‘정치 검찰’ ‘검찰 쿠데타’ ‘정권의 시녀’ ‘검찰 공화국’과 같은 단어를 포함한 격앙된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면서도 “특권을 바란 바도 없고, 잘못한 것도 없고, 피할 이유도 없으니 당당하게 맞서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민주당 지도부와 수많은 지지자에 둘러싸인 모습은 이 발언을 무색하게 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비책도 마련했다. 이 대표에게 닥쳐올 상황을 확신한 듯 민주당은 단독으로 지난 9일부터 30일간 임시국회를 소집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의 해외 순방과 민주당 의원 20여 명의 해외 출장이 예정된 상황에서 안보위기와 경제위기를 이유로 들었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헌법 제44조 1항)는 불체포특권을 행사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방탄국회’라는 비판을 비껴가려니 군사독재 시절에나 사용하던 험악한 말을 검찰 앞에 붙여가며 억지 수사라고 연일 주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대표의 위법 행위 의혹과 관련된 기사가 나올 때 자주 “정치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했다”고 한다.    예행연습도 마친 상태다. 지난해 12월 28일 6000만원의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 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여야 의원 271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01표, 반대 161표, 기권 9표가 나왔다. 무기명 투표여서 누가 반대표를 던졌는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169석을 가진 민주당에서 대부분의 반대표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제21대 국회에서 정정순 전 민주당 의원, 이상직 전 무소속 의원,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3건은 모두 가결됐다.      ━  정제된 수사 내용 공개 아쉬워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책임을 돌렸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체포동의안 요청 설명을 하면서 피의사실 공표를 했다고 비판했다. 한 장관의 설명은 구체적이었다. “‘저번에 주셨는데 뭘 또 주냐, 저번에 그거 제가 잘 쓰고 있는데’라는 목소리, 돈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도 그대로 녹음돼 있다”고 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정부를 대표해 법률에 따라 설명 의무를 다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장관의 설명이 역대 어느 체포동의안 요청 설명보다 자세하고 길었지만 위법한지를 따질 명확한 규정은 없다. 국회법 제93조가 상임위원회의 심사를 거치지 않은 안건에 대해서 제안자가 안건의 ‘취지’를 설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구체적인 방법과 수위에 대한 기준이 없고, 실제 유죄판결 난 사례도 없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4차 본회의에서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로라면 민주당과 검찰(혹은 한 장관) 간 피의사실 공표를 둔 공방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미 민주당은 대장동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엄희준ㆍ강백신 부장검사, 그리고 수사검사를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됐다는 이유에서였다. 해석이 필요 없는, 정제된 수사 내용 공개라면 이런 문제제기조차 있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쉽다.    ━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제한 필요     ‘방탄 국회’라는 오명의 씨앗이 된 불체포특권 제한 논의도 재개돼야 한다.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원회는 지난해 1월 체포동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면 즉시 의결하고 기명 투표로 표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민의힘도 지난해 5월 체포동의안 표결 시점을 본회의 보고 72시간 이내에서 48시간 이내로 단축하고 기한을 넘기면 가결된 것으로 간주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개헌이 필요한 폐지 대신 권한을 축소하자는 현실적 방안이었다.   이 대표 자신도 지난 대선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를 공약으로도 내걸었었다. 지난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면서 ‘방탄 출마’라는 공격을 받자 “의원들 면책ㆍ불체포특권이 과하다. 100% 찬성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지방선거 이후 이 대표는 물론 여야 모두 이 논의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물론 여야 의원들의 당시 주장이 허언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해 보여주길 바라는 건 과도한 바람일까.   문병주 논설위원

    2023.01.16 00:58

  • [문병주의 시선] “가석방 불원” 김경수가 해야 할 일

    문병주 논설위원 이유는 다르지만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사면을 원치 않는다고 밝힌 데 동의한다. 공감이 아니다. 특검 수사를 거쳐 재판받는 과정, 그리고 수감 생활에서 보여준 모습을 보면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그가 사면 대상에 포함될 수 있나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진행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회의에서 김 전 지사를 특별사면 대상으로 하되 복권은 안 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27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되면 윤석열 대통령이 28일자로 사면을 단행할 전망이다. 결과가 알려지자 또 한 번 거친 말들이 오갔다. “참 잔인하다. 아무리 묶여있는 몸이지만 사면을 원치 않는다고 했음에도 그마저도 묵살했다”(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는 평가에 “‘친문 적자’라는 셀프 훈장이 얼마나 크고 대단하기에 자신을 전직 대통령과 견주며 정치적 몸집을 키우고 있다”(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는 반박이 나왔다.     ■  「 복권 없는 특별사면 논의에 반발 1ㆍ2심, 대법원 모두 범죄 인정 당사자는 “잘못 없어 반성 못해” 」    김 전 지사의 배우자인 김정순씨가 지난 13일 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보면 김 전 지사는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 나는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논의 중인 특별사면에 대해서도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들러리가 되는 끼워넣기 사면, 구색 맞추기 사면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했다. ‘양심수 코스프레’ ‘독립투사라는 착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13일 '가석방 불원서'를 공개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의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전 지사의 배우자 김정순씨는 이날 김 지사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올려 "지난 12월7일 남편은 교도소 측에 가석방을 원하지 않는다는 '가석방 불원서'를 서면으로 제출했다"고 밝혔다. 뉴스1   김 전 지사의 반발은 정치활동을 제약하는 조건의 사면 논의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과 함께 거론되면서 내년 5월이면 형기(징역 2년)가 만료되는데 굳이 정치적 균형 맞추기의 대상이 되는 게 싫다는 건 외연이다. 복권 없는 사면은 형기만 줄여주는 것이라 가석방이나 다름없다. 단지 대통령이 자신의 권한으로 행사할 따름이다.     복권되지 않는다면 김 전 지사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형기가 만료되는 내년 5월 이후 5년간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차기 총선이나 대선 후보자가 될 수 없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복권된다면 바로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다. 이번 사면 논의에 이런 정치적 고려가 담긴 것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김 전 지사는 자신의 범법 행위에 대한 특검과 사법부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가석방 불원서’에 “가석방은 교정시설에서 ‘뉘우치는 빛이 뚜렷한’ 등의 요건을 갖춘 수형자 중에서 대상자를 선정해 법무부에 심사를 신청하는 것이라고 교정본부에서 펴낸 『수형생활 안내서』에 나와 있다”고 했다. 자신은 죄가 없는데 왜 뉘우쳐야 하냐는 항변이 담겼다.       기억을 몇 년 전으로 되돌려본다. 2018년 4월, 뜻하지 않은 사건이 경기도 파주에서 터졌다. 일명 ‘드루킹(김동원씨) 사건’이었다. 경찰과 허익범 특검팀의 수사 결과 드루킹 일당과 김 전 지사는 2016년 12월부터 2018년 4월까지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의 기사에 당시 여권에 유리한 댓글 118만8000여 개를 상단에 노출되도록 ‘댓글 조작’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내용은 1심과 2심, 그리고 대법원에서 모두 인정돼 김 전 지사에게 징역 2년형이 선고됐다. 가장 논란이 됐던 댓글조작 시스템 ‘킹크랩’의 시연을 드루킹 조직의 사무실 ‘산채’에서 참관하고, 그 개발과 운용을 묵시적으로 동의ㆍ승인했다는 점이 받아들여졌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이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지난해 7월 26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구 창원교도소 앞에서 재수감 전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를 취재하던 언론을 압박하기 위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와 소송까지 벌였지만 사실로 드러났다. 더군다나 김 전 지사는 교도소로 향하면서 “사법부에서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고 해서 있는 그대로의 진실이 바뀔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말씀드린다”고 했다. ‘가석방 불원서’에 이런 뜻은 다시 담겼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도 “사법절차 안에서 규명하고자 했던 진실은 끝내 찾을 수 없게 됐다”고 대법원을 비판했다.   김 전 지사가 이토록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건 댓글 조작이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행위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특검이 연장되지 않고 60일 수사로 끝나면서 김 전 지사 외 연루된 이들이 더 있는지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 그 조작이 선거 결과를 바꿀 만큼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수혜자는 결국 문 전 대통령이었다. 청와대는 “대통령과 무관하다”는 입장만 내놨었다.   사면이 결정되면 김 전 지사는 창원교도소의 문을 나서야 한다. 탐탁지 않다면 그 자신에게 제약을 가하는 방법도 있다. 형기가 만료되는 내년 5월까지만이라도 ‘가석방 불원’ 입장을 되새겨보고 그에 따라 행동하면 될 일이다.     김경수 사건일지.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문병주 논설위원

    2022.12.26 00:48

  • [문병주의 시선] 이재명의 한명숙 사건 소환

    문병주 논설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을 소환했다. 전방위적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자신을 과거 한 전 총리의 입장과 나란히 하면서 검찰을 저격했다. 지난달 25일 노무현재단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북스’에 출연해서 “한명숙 사건 같이, 없는 사건을 만들어 덮어씌우는 방식의 새로운 국가폭력범죄는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표적을 정해 놓고 그에 맞춰 수사하는, 기소를 위해 수사를 하는 일이 있다”고 비판했다.   팩트 체크가 필요하다. 한 전 총리는 있지도 않은 범죄로 기소되고 복역한 검찰의 희생양인가. 2015년 8월 20일 대법원은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한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만장일치로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에 대해 유죄 판결했다. 전 한신건영 대표 한만호씨로부터 2007년 현금 1억5000만원, 미화 5만 달러, 수표 1억원을 받았다는 부분은 13명 모두 인정했다. 현금 3억3000만원과 미화 27만7500달러를 추가로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8명이 유죄라고 봤다. 이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검찰이 엄청난 능력을 발휘해 대법원의 판단력을 흐린 사건이다. 또한 판결의 결정적 근거였던 1억원짜리 수표는 검찰이 위조한 증거가 된다. 이 돈은 한 전 총리가 받아 동생의 전세자금으로 쓰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민국 검사들을 과대평가했다.   25일 유튜브 ‘알릴레오 북스’에 출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 유튜브 캡처] 대법원에서조차 인정한 혐의를 검찰의 덮어씌우기로 보는 이 대표가 되돌아볼 자신의 사건도 있다. “정말로 지옥서 되돌아온 듯하다”고 소회한 2020년 7월 16일의 일이다. 자신의 형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관련해 2018년 5월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지시한 바 없다”고 말한 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대법원은 무죄 판단을 내렸다. 2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아 그대로 확정된다면 도지사직에서 물러남은 물론 대선 출마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의 대표 자리도 불가능했을 일이다.   ■  「 “없는 사건 덮어씌우나” 검찰 비판 대법원의 유죄 판결은 거론 안 해 살아온 궤적과 범죄 혐의 큰 차이 」    이 선고 역시 전원합의체의 판단이었다. 다만 한 전 총리 사건처럼 만장일치 결론이 난 부분은 없었다. 과거 이 대표의 변호를 맡은 전력이 있던 김선수 대법관을 제외한 대법관 11명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참여했다. 유죄냐 무죄냐를 두고 팽팽한 심리가 진행됐다. 연차가 낮은 대법관부터 의견을 개진하는 전원합의체의 심리 진행 방식에 따라 10명의 대법관 의견이 5대5로 맞선 상황에서 최고참인 권순일 당시 대법관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행사했다. 거기에 김 대법원장이 가세하면서 7대 5의 의견으로 이 대표는 ‘지옥’에서 벗어났다.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한 이 대표는 자신이 받은 선고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는 것일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이 확정된 한명숙 전 총리가 2015년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인사를 한 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더군다나 권 전 대법관이 누구인가. 이 대표 재판을 전후로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8차례 만났고, 퇴임 직후에는 화천대유로부터 10개월 동안 월 15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화천대유는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김씨 등이 설립한 자산관리회사다. 관련 인사들이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 측에 사업 로비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대장동 사업을 위해 김씨가 이 대표의 무죄를 끌어내기 위해 권 전 대법관에게 로비했다는 ‘재판거래 의혹’이 뚱딴지같은 소리라 치부하긴 어렵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이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을 막기 위해 판사·검사·변호사·교수 등으로 구성된 등록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의뢰했다.   이런 모순을 모를 리 없는 이 대표가 한 전 총리 사건을 소환한 건 범민주당 차원의 방어가 절실한 때문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는 오랜 사회운동과 김대중 정부(여성부 장관), 노무현 정부(환경부 장관, 국무총리)에서의 지위 때문에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 대모로 통한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나 대법원의 유죄 판결 이후에도 그를 보호하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다. 판결을 다시 해 달라는 정상적인 법적 절차, 즉 재심 청구 대신 검찰의 수사만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과 극심한 대립을 보이고,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까지 진행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역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물론 지난 8월 대법원이 윤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국정감사에서 “과거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수사할 때 회유 문제가 나와서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검사들이 시달린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와 삶의 궤적은 물론 수사 대상이 된 혐의의 차이가 너무 큰 이 대표가 이런 비호를 받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문병주 논설위원

    2022.12.05 00:40

  • [문병주의 시선] 트위터ㆍ푸르밀의 잔인한 해고 칼바람

    문병주 논설위원 달갑지 않은 e메일 하나가 왔다. 트위터코리아 홍보팀이 해체됐다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총 440억 달러(당시 환산 약 63조원)에 트위터 인수를 완료한 일론 머스크의 해고 칼춤이 한국법인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전체 직원의 절반에 달하는 3700여명에게 해고 통보를 했는데 한국법인 역시 절반 가까운 인원이 직장을 잃게 됐다.    ━  e메일 한통으로 갑자기 해고 통보    미국 노동 관련 법규는 해고와 관련해 차별과 보복행위가 아니면 고용주의 필요에 의해 가능하게 하고 있어 머스크의 해고가 법적으로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 분위기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역시 지난 9일 1만1000명이 넘는 직원들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에게 “이번 결정으로 피해를 본 이들에게 미안하다.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고싶다”고 했다. 반면 머스크는 사과 없는 e메일 한 통으로 해고를 알리는 냉혈한 경영자의 모습을 취했다.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라며 스스로 공감 능력이 없다고 자인한 모습 그대로다.   트위터 로고와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로이터=연합뉴스   그가 한국법인 직원들에게까지 일방적 해고 통보를 하면서 간과한 게 있다. 트위터코리아는 상법상 유한회사로 속지주의 원칙에 따라 국내법 적용을 받고 있다. 근로기준법(제24조)은 정리해고하기 위한 요건을 명시하고 있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 회사가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 대상자 선정을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해야 하며,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을 노조, 혹은 노조가 없다면 근로자 대표에게 해고 실시일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히 협의해야 한다. 머스크가 한국의 이런 법규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고용노동부가 조사 중이니 곧 결과가 나올 것이다.    ━  위기 공유 논의 없이 일방적    다행스럽게도 극한 상황까지 가지 않았지만 유제품 기업 푸르밀의 사업종료 선언도 머스크의 행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17일 사업종료와 함께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리해고를 진행한다는 일방적 통보를 했다. 직원 350여명과 협력업체 직원 50여명, 화물 배송 기사 100여명, 500여개의 대리점주, 그리고 24개 낙농가는 직장을 잃고 납품처를 잃을 판이었다. 이들의 강한 반발과 고용노동부의 중재로 사업종료가 아닌 직원 30% 구조조정 후 사업지속 및 매각 추진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국화학노조 산하 푸르밀 노조가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 앞에서 푸르밀 정리해고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푸르밀은 신준호 전 회장(60%)과 장녀 신경아 대선건설 대표(12.6%), 차남 신동환 대표(10%) 등 총수 일가가 9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 전 회장은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넷째 동생으로, 2007년 롯데에서 분리 독립(당시 롯데우유)해 푸르밀을 경영했다. 지난 2018년 전문경영인을 배제하고 신동환 대표가 단독 경영을 맡은 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8년 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9년 88억원, 2020년 113억원, 2021년 123억원 등 적자가 계속 늘었다. 경쟁 유제품 업체들이 건강기능식품, 커피 사업 등으로 경영 활로를 뚫은 데 반해 이렇다 할 신사업을 키우지 못했다.    사업 위축의 고통은 고스란히 임직원들이 떠안았다. 지난해부터 본사 부서장들은 30%씩 기본급을 삭감했고, 직원들은 근로시간을 1시간씩 단축해 임금을 반납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총수 일가는 매각을 추진했으나 잘 안 되자 아예 사업을 접기로 결정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런데 신 대표 일가는 왜 기업청산이나 폐업이 아닌 사업종료를 택한 것일까. 법인세 면제 혜택 등을 활용해 돈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푸르밀은 지난 4년간 영업적자를 보면서 100억원 넘는 법인세를 차감받을 수 있게 됐다. 법인을 청산할 경우 이 혜택이 사라진다. 푸르밀 관계자들에 따르면 신 대표 일가는 회사 매각이 어렵게 되자 부동산 관련 사업을 시작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 본사 부지를 포함해 부산 해운대의 토지ㆍ건물, 전주ㆍ대구 공장 등 공시지가 472억원 수준의 부동산을 활용할 수 있다.    ━  법적 고려와 공감 능력 없는 처신     푸르밀 신동환 대표. [중앙포토] 하지만 머스크처럼 간과한 게 있다. 큰 결정이니만큼 법적 검토를 했겠지만, 임직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하는 과정이 근로기준법상 정해진 조건 및 절차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일단 사업종료는 하지 않기로 했지만 30%에 달하는 임직원이 회사를 떠나야 한다. 그 이후라도 적자를 벗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유제품 소비 감소와 원윳값 상승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무능한 경영진의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고통을 나누려는 공감 능력 발휘보다 자신들의 돈만 지키려고 사업종료라는 한 수를 꺼내 들었던 총수 일가의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     문병주 논설위원

    2022.11.14 00:32

  • [문병주의 시선] 대법원ㆍ헌재 권위, 누가 깎아먹나

    문병주 논설위원 876억여원이 제 주인을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 최고 사법기관이라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위 다툼 때문이다. 헌재는 지난 7월 GS칼텍스·롯데디에프리테일(옛 AK리테일)·KSS해운에 세무당국이 부과한 세금을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  같은 사안 두고 서로 다른 판단    GS칼텍스의 경우 1990년 상장하려는 기업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옛 조세감면규제법에 근거해 자산 재평가를 하고 주식 상장을 추진했지만 2003년 상장을 포기했다. 세무 당국은 개정 이전 법령의 부칙에 따라 1990년도 이후 법인세 등을 다시 계산해 세금 707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GS칼텍스는 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2008년 세무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헌재는 2012년 대법원의 판단을 뒤집고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GS칼텍스는 이를 근거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서울고법은 “한정위헌 결정은 법률조항을 해석·적용한 것이지 조항 자체가 헌법에 위반되는지 판단한 것이 아니다”며 소를 기각했다. 그러자 GS칼텍스는 대법원의 판결과 서울고법의 재심 기각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는 법원의 판결 자체를 취소하는 결정을 9년 만에 내렸다.    ━  권리구제 못 받는 상황 만들어    그렇다고 달라진 건 없다. 이들 회사는 대법원과 서울고법에 또다시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하지만 대법원이 “헌법상 최고법원인 대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법원 외부의 기관이 그 재판의 당부를 다시 심사할 수 없다”고 못박아버려 결론이 바뀌기 어렵다. 대법원과 헌재 간 권한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한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이 사달의 근원이다. 기업들은 법원이 기각하면 또다시 이 기각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국정감사장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박종문 헌재 사무처장은 “이제 국회에서 입법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1항에서는 법률의 위헌결정은 법원과 그 밖의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를 기속하도록 정하고 있는데, 한정위헌 역시 위헌결정과 같은 효력이 있다고 명시해달라는 것이다. 이영진 헌법재판관이 지난 13일 출입국관리법 63조 1항 위헌제청사건 공개변론을 위해 헌재 대심판정에 입장해 있다. 연합뉴스   헌재 스스로 권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골프 접대 의혹에 연루된 이영진 헌법재판관이 헌재의 결정에 계속 관여하고 있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헌재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 사형제, 국가보안법과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한 위헌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이 재판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고 있다. 무고하다 하더라도 결론이 나올 때까지 각종 결정에 그의 의사가 반영되는 게 합당한 것인지 자문해야 한다.          ━  권위 다툼 앞서 내부 정화해야     대법원이라고 다를 바 없다. 지난달 26일 취임 5주년을 맞은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의 날 기념사에서 사법행정에 대해 “종전의 폐쇄적이고 관료화된 모습에서 벗어나 국민과 법원 구성원의 요구가 합리적으로 반영되는 수평적이고 투명한 구조로 탈바꿈해 나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신임 법관 임명식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법원 안팎의 평가는 다르다. 오히려 그가 취임하기 전보다 법원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결혼해 직장까지 있는 아들 부부가 공관에서 함께 살며 ‘공관 재테크’ 의혹을 샀고, 며느리는 자신이 일하는 기업 법무팀을 공관에 불러 만찬을 했다. 자신과 가까운 인사들을 요직에 앉히는 편파 인사 탓에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공식 항의를 받기도 했다. 2020년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내겠다고 하자 “(민주당이 임 부장판사를) 탄핵하자고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를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며 거부한 것과 관련해 김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 대상이 됐다. 이 같은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임 전 부장판사의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거짓말로 드러나 고발당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재판 지연이 가장 큰 문제다. 김 대법원장이 취임한 후 2년 이내에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이 민사소송은 3배, 형사소송은 2배로 늘어났다. 법원을 개혁하겠다며 법원장 후보추천제도를 도입하고, 고법 부장 승진제도를 폐지한 게 큰 이유로 해석된다. 사건처리율도 판사들의 인사고과 항목에서 제외했다. 실력이 없더라도 구성원들의 환심을 사면 법원장이 될 수 있고, 열심히 일해도 성과를 평가받을 방법이 줄다 보니 의욕이 사라졌다는 말들이 나온다. 오죽하면 1주일에 판결문을 2개만 쓰겠다는 ‘당당한’ 판사들도 생길까.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받고 있다. 워라벨 찾기와 권위 다툼보다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호하려는 진지한 모습을 김 대법원장부터 보여야 한다. 문병주 논설위원

    2022.10.24 00:38

  • '디올·조말론 생파' 윤지오 떠오른다...뻔뻔한 김성태 '황제도피' [문병주의 시선]

    문병주 논설위원 잊힐 만하면 자의든 타의든 존재감이 살아나는 이들이 있다. 마약범죄가 심각해지는 와중에 인기를 얻은 드라마 ‘수리남’의 모델이 된 마약왕 조봉행이 대표적이다. 상당 시간 기억에서 밀려나 있던 또 다른 이름이 최근 소환됐다. 윤지오씨다. 2009년 유력 인사들에게 성 상납을 강요받고 폭력에 시달려왔다는 폭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한 배우 장자연씨의 억울함을 입증하겠다던 주요 증인이었다.   장씨의 전 소속사 대표 김모씨는 윤씨를 지난달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윤씨가 2019년 3월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 조사에서 “장자연이 약물로 성폭행당했다”는 내용의 거짓 면담을 했다는 내용이다. 윤씨는 2018년부터 각종 프로그램과 기사에서 같은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고 장자연씨 사건의 유일한 증언자를 자처했던 동료 배우 윤지오씨(오른쪽 네번째)가 2019년 4월8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당시 일부 의원들은 ‘윤지오와 함께 하는 의원 모임’을 만들고 윤씨를 초청해 간담회를 여는 등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뉴스1    ━  고소에 수사 압박하자 해외 도피   윤씨의 발언을 정치권이 앞장서 기정사실화하면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그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이 추진됐다. ‘윤지오와 함께 동행하는 의원 모임’이 만들어지고 윤씨의 책을 선전하는 북콘서트도 국회에서 열렸다. 경찰은 윤씨의 신변 보호를 위해 호텔 사용료 900만원을 대줬다. 하지만 윤씨 증언에 의문이 제기되고, 윤씨의 책 출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만난 김수민 작가는 2019년 4월 그를 고소했다.   이튿날 윤씨는 아무 제지 없이 출국 장면을 스스로 인터넷 생중계하며 캐나다로 떠났다. 후원자들의 배신감은 컸다. 그는 당시 “문재인 대통령께서 직접 재수사와 사실 규명에 대해 언급하고 과거사위원회의 수사 연장이 확정된 만큼 장기전에 대비해서 후원계좌를 열었다”고 소개하면서 후원금을 모금했다. 1억원 이상이 모인 것으로 전해진다. 후원했던 400여 명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2019년 6월 1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고(故) 장자연 사건'의 증언자인 배우 윤지오 씨에 대한 후원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인단 대리인이 소송장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윤씨가 이후 자신의 발언은 거짓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경찰 수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자 법원은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치도 취해졌다. 하지만 그는 보란 듯 캐나다에서 잘 지내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왔다. 지난해에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언제든 귀국해 수사에 응할 생각을 갖고 있다”며 “건강 상태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한 가족과 지인의 만류로 귀국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달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지인들과 생일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올렸다. 조말론 디퓨저와 향수, 몽블랑 카드지갑, 디오르 구두와 같은 럭셔리 선물도 등장했다.     이 정도면 귀국해 조사받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윤씨 말을 듣고 후원금을 건넨 사람들이나 호텔비 900만원을 지원했던 경찰은 물론 “(윤씨의) 사기극 설계자”라는 말까지 들었던 안민석 의원의 심정은 어떨까. 안 의원이라도 적극 나서서 윤씨의 귀국을 독려해야 하는 건 아닐까. 서울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 사옥의 모습. 뉴스1    ━  떳떳하면 입국해 사실 규명해야    도피 사정도 수사받는 사건 규모도 다르지만,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시장이 구속되면서 수사가 확대되고 있는 쌍방울그룹 인사들 역시 주목받고 있다. 핵심 인물은 쌍방울의 실소유주인 김성태 전 회장이다. 그는 각종 횡령ㆍ배임 혐의를 포착한 검찰이 수사를 본격화하려던 지난 5월 말 출국해 귀국하지 않고 있다. 검찰수사관 출신 임원을 통해 회사 압수수색영장 내용을 빼낸 직후였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김 전 회장과 사건 주요 인물들의 출국을 막지 않았다는 이유로 현 수원지검 수뇌부를 질타했다지만, 5월 말 부임한 현 지검장을 비롯한 수사팀에 책임을 묻긴 힘들다. 신성식 전 수원지검장 등 이전 수뇌부의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   현재 김 전 회장 역시 인터폴 적색수배는 물론 여권 무효화 조치가 취해져 불법체류자 신세다. 이런 상황에서도 회사 임원과 접촉하고, 한식과 횟감 등을 공수해 즐기는 ‘황제 도피’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나 의혹에 연루됐다고 의심받는 이들이야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무심함이 묻어난다. 비슷한 시기 해외로 나갔던 주변 인물은 하나둘 귀국해 조사받고 있다.     서울 서빙고역 인근 쌍방울그룹 본사 내에 있는 아태평화교류협회에 걸린 사진. 구속된 이화영(오른쪽에서 세번째)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이재명(왼쪽에서 네번째) 당시 경기도지사가 북측 인사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채혜선 기자  ━  연루 의심 인사들도 귀국 촉구를      하지만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연루 의혹을 비롯한 각종 혐의의 진실은 김 전 회장에 대한 조사 없이는 명쾌하게 판단될 수 없다. 이 대표는 지난달 1일 국회에서 “쌍방울그룹이 이 대표의 변호사비 20억원을 내줬다는 이른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당사자”라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주장에 “나와 쌍방울의 인연은 내복 하나 사 입은 것밖에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사실이라면 이 대표로선 참으로 기가 찰 일이다. 김 전 회장의 귀국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그를 통해 의혹을 제대로 풀어 무고함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면 이 대표의 말에 힘이 실릴 것이다.   관련기사 한동훈 “쌍방울 김성태, 계속 도망다닐 수 없어…송환·체포 성과낼 것” 김성태에 875억 안기고 뇌물? 檢 주목한 이화영-쌍방울 '윈윈' 이화영 구속한 검찰, 정진상 겨눈다…이재명 턱밑 압박     문병주 논설위원

    2022.10.03 00:34

  • [문병주의 시선] ‘검수완박’(검찰청법)과 ‘검수완복’(시행령)의 운명

    문병주 논설위원 ‘신의 한 수’인가 ‘꼼수’인가. 다시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논란이 불거졌다. 다음달 10일 시행되는 검수완박법(검찰청법ㆍ형사소송법 개정안)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시행령 개정이라는 맞불을 놓으면서다. 검수완복(검찰 수사권 완전 복원)을 노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11일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검사의 수사개시 규정과 관련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2월 여야와 검찰ㆍ경찰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제4조 1항)에 대해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수 있게 한 검찰청법을 통과시켰다. 이를 민주당이 단독으로 지난 5월 국회 본회의를 열어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제한했다. 법사위 안건조정위를 비껴가기 위해 민형배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비교섭단체 몫의 조정위원으로 선임된 일이 발생했다. 꼼수 탈당 논란은 민 의원의 민주당 복당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다”(이재명 의원)는 복당 지지 발언도 나온다.    ━  검찰 수사권, 시행령으로 복원   법안 개정을 위해 형식적 절차를 다 지켰다 주장하지만 결국 사달이 나고 말았다. 애초 ‘부패범죄, 경제범죄 중(中)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제한했던 검사의 수사권한은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등(等)’으로 바뀌었다. 박주민ㆍ이수진 민주당 의원이 나서서 확대 해석의 여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이미 경제ㆍ부패라고 법률에 명시해놓은 상태에서, 하위법인 시행령이 이를 거스르고 수사 범위를 늘릴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나오면서 수정이 이뤄졌다. 당시 본회의장에선 “검사가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에 한하여 수사를 개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입법의 취지에는 다름이 없다”는 민주당 의원의 취지 설명이 있었다.   그러나 ‘법 기술자’들은 과감히 틈새를 노렸다. 한동훈 장관은 지난 11일 기자 회견을 열고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예고하고 설명했다. 부패 범죄와 경제 범죄를 재분류해 검찰 수사 범위를 2020년 개정법률 상태로 돌렸다. 공직자의 허위공문서 작성이나 직권 남용, 선거 범죄에 해당하는 매수 및 이해 유도, 기부 행위를 부패 범죄로 규정해 검찰 수사가 가능하게 했다. 마약 유통이나 방위 산업 관련 범죄도 경제 범죄에 포함시켰다. 한 장관은 “개정안 내 ‘등’의 취지가 대통령령에 범죄 유형을 구체화할 권한을 준 것이 명확하다”며 “시행령 개정은 법률이 위임한 범위 안에서 이뤄진 것이며 이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국회 입법을 시행령으로 무력화시키는 ‘시행령 쿠데타’이자 국회 입법 취지를 무시하고 제멋대로 법문을 해석한 ‘법 기술자’들의 꼼수”(이수진 원내대변인)라는 반발이 나왔다.    ━  헌재 심판 미루는 새 논란 커져   오늘(22일) 법사위에 출석할 예정인 한 장관과 민주당 의원들은 ‘등’ 이라는 한 글자를 두고 설전을 예고했다. 어학사전식 해석 논란도 있다. 국어사전들은 ‘그 밖에도 같은 종류의 것이 더 있음을 나타내는 말’ ‘두 개 이상의 대상을 열거한 다음에 쓰여, 대상을 그것만으로 한정함을 나타내는 말’로 설명한다. 법무부는 전자의 해석에 근거해 이번 시행령을 마련했다. 2020년 개정법 역시 6대 중요범죄 뒤에 ‘등’이란 글자가 있었지만 이를 두고 더 많은 범죄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다는 식의 논란은 없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법무부의 시행령 개정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의겸, 기동민, 박범계,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헌법재판소의 책임도 크다. “헌재에 권한쟁의심판 청구된 건이라서 헌재에서 빨리 결정을 해줘야 하는데 답답하다”(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 교수)거나 “법률에 문제가 있더라도 헌재의 결정이 필요하다”(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법무부가 국회를 상대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행위에 대해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 공개 변론을 법 시행 17일이 지나는 다음달 27일에야 연다. 법무부가 시행령을 서둘러 만든 이유 중 하나가 헌재의 지체된 논의다.    ━  대법원이 위법 여부 결론 가능성     헌재가 국회의 손을 들어 검수완박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더라도 법무부는 시행령을 강행했을 것이다. 새 시행령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헌법은 ‘명령ㆍ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제107조 2항)고 규정하고 있다. 새 시행령에 근거해 검찰 수사를 받은 피의자가 법원에 위법 여부 판단을 요청할 수 있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국회에서 “결국은 재판에서 문제 될 가능성이 있다고는 본다”며 “그 사건 담당 재판부가 당사자의 주장과 심리를 거쳐서 판단들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꼼수 법’에 대항하려 만든 시행령이 ‘신의 한 수’도 ‘꼼수’도 아닌 ‘패착’으로 결론 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관련기사 [문병주의 시선] 좋은 티타임, 나쁜 티타임   문병주 논설위원

    2022.08.22 01:18

  • [문병주의 시선] 좋은 티타임, 나쁜 티타임

    문병주 논설위원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반발 중심에 섰다. “국가를 통치하는 소위 검언유착을 더 강화하겠다는 소리밖에 안 들린다”고 했다. “검찰 수사 관행의 역사적 후퇴”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지난달 25일을 기점으로 검찰의 ‘티타임(Tea Time)'이 부활했다. 2019년 12월 1일 공식 폐지된 지 약 2년 8개월 만이다.    ━  2년 8개월 만에 검찰 티타임 부활     국회에서 벌어진 박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티타임 재개 설전엔 두 사람의 과거사가 묻어난다. 박 의원은 조국ㆍ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바통을 이어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재임 당시 티타임과 관련한 법무부 훈령에 손을 댔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었다. 기소 전 형사사건에 대한 공보(전문공보관만 가능)에 대한 피의자의 반론권 보장, 피의사실공표 행위에 대한 인권보호관의 직권조사 진행 등이 추가됐다.      지난달 2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 국회의사중계시스템 갈무리]   시기상 미묘했다.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 사건’ 감찰 결과 발표와 때를 같이했다. 참고인 재소자를 100여 회 이상 하고 부적절한 편의 제공 등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과 더불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진상조사와 수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이 발표에 포함됐다. 공보 조건을 더 강화해 주요 사건의 수사 상황이 언론에 알려지지 않게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보도 ^라임ㆍ옵티머스 보도 ^월성원전 보도처럼 하나같이 문재인 정부에 민감한 사안이 부적절한 수사 보도의 예로 제시됐다.     ━  ‘전 정권 수사 위한 도구화’ 반발   앞서 티타임을 공식 폐지한 검찰 공보 규정은 2019년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이 추진했다. 조 전 장관과 그 가족이 자녀 입시비리와 불법 펀드투자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이었다. 언론보도와 수사에 브레이크를 걸려는 ‘셀프 방탄 훈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의식한 듯 조 전 장관은 “제 가족 수사가 마무리된 후에 시행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가 물러난 후이긴 했지만 정작 이 공보 규정의 첫 시혜자는 조 전 장관과 그 가족이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수사 진행 내용 역시 이 규정에 근거해 공개되지 않았다.      2019년 10월14일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이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이 포함된 검찰개혁 방안 발표를 위해 법무부 브리핑실에 들어서고 있다. 뉴스1   한동훈 장관에겐 시련의 시작이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직에 오른 2019년 7월부터 이듬해 초 부산고검 차장으로 인사 날 때까지 약 6개월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일했다.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대검 차원의 수사지휘를 맡았다. 이전 2년간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지내며 이명박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기소 하기도 했다. 전국 검사를 통틀어 가장 티타임이 활발한 자리였다. 그의 중요한 발언은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됐고, 수사의 추동력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오해도 생긴다. 왜 하필 지금, 전 정권에 대한 각종 비위 의혹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티타임을 복원하냐는 질문이 나온다. 지난달 28일 진행된 서울중앙지검의 부활 첫 티타임에서 역시 민감한 문제가 거론됐다. ‘탈북어민 강제 북송’ 사건과 관련해 “국내에서 탈북어민들의 살인죄 처벌이 가능했다” “귀순 목적과 의사도 구별돼야 한다”고 했다. 수사의 방향이 읽히는 말이다. 박범계 의원 입장에서는 검언유착이 공식화하는 나쁜 티타임의 한 장면으로, 한동훈 장관이 보기엔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한 좋은 티타임으로 여겨질 수 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정보흘리기 수사 없앨 계기 돼야     위 사건을 포함, 부활한 티타임에 가장 가슴 조이는 이들은 최근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된 각종 사건의 당사자일 것이다. 티타임이 사라진 시절 진행된 사건 중 상당수가 다시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지난 정권의 주요 인물과 야권 인사가 다수 등장한다. 티타임을 하는 검사 역시 맘이 편하지는 않을 터.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가 있음은 물론 예전 티타임이 가능했던 시기 존재하지 않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비껴가면서도 여론을 등에 업고자 한다면 익명성 뒤에 숨는 ‘정보 흘리기’의 유혹은 사라질 수 없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포함한 각종 대형 수사에서 팩트처럼 흘러나오는 정보에 대한 처벌은 이뤄진 적이 거의 없다는 경험도 있다. 수사가 본격화하지 않았는데도 “전 정권에 대한 보복성 수사” “야당 탄압” “검찰 공화국을 만들려는 시도”와 같은 반발이 나온다. 해법은 이미 제시됐다. “공개된 장소에서 정해진 방식으로 책임 있는 사람에게 공평하게 질문할 기회를 주는 것이 (국민의 알권리와 인권보호의) 조화로운 길”이라는 한동훈 장관의 말에 답이 있다. 좋은 티타임으로 정보 흘리기 관행에도 제동을 걸어야 한다.    문병주 논설위원 moon.byungjoo@joongang.co.kr

    2022.08.01 00:24

  • [문병주의 시선] “위헌이면 위헌, 합헌이면 합헌”

    문병주 논설위원 24년 6개월 만의 빅매치다.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인다. 국민의 권리와 그 침해 여부를 판단해줘야 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 법률에 대한 해석 다툼을 본격화했다. 헌재는 대법원의 재판을 직권으로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고,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공개 반박 자료를 냈다. 헌재의 대법 재판 직권 취소는 1997년 12월 이후 헌장 사상 두 번째다.     표면상 포문은 헌재가 먼저 열었다. 지난달 30일 N씨가 제주도 통합영향평가심의위원회 민간위원을 지내면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에 대해 위촉심의위원을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으로 처벌한 대법원 판단과 관련해 대법원 재판 자체를 취소하는 고강도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확정판결 받은 N씨가 다시 재판을 받게 되면 그보다 형량이 낮아질 가능성이 열린 결정이다.     ━  24년 6개월만, 대법 판결 무효 결정    대법원은 6일 만에 공식 반박 입장을 냈다.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한 헌법 제27조 및 ‘사법권의 독립과 심급제도’를 규정한 헌법 제101조를 근거로 들었다. “헌법상 최고 법원인 대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법원 외부의 기관이 그 재판의 당부를 다시 심사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인다면 3심제를 원칙으로 하는 헌법과 달리 4심제가 된다는 우려가 담겼다. 여기에 덧붙여 헌법재판소법도 도마에 올렸다.  “헌법재판소가 법률 조항 자체는 그대로 둔 채 그 조항에 관한 특정한 내용의 해석ㆍ적용만을 위헌으로 선언하는 이른바 한정위헌 결정에 관하여는 헌법재판소법 제47조가 규정하는 위헌 결정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헌재가 법률의 위헌성 심사를 하면서 합헌적 법률해석을 하고 그 결과로 이뤄지는 한정위헌 결정도 일부 위헌 결정으로, 헌재가 헌법에서 부여받은 위헌심사권을 행사한 결과인 법률에 대한 위헌 결정에 해당한다”는 정반대의 입장이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심판 선고를 위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  한정위헌 놓고 사법기관 간 권한 다툼   이처럼 법률조항의 해석을 놓고 한정위헌 결정 충돌이 다시 일어난 만큼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해당 법률조항의 구체화다. 이런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일례로 국회입법조사처는 2009년 4월 ‘헌법재판소 변형 결정의 기속력에 관한 입법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헌법재판소법 47조와 더불어 ‘헌법재판소는 제청된 법률 또는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만을 결정한다’고 규정한 제45조를 함께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정위헌, 헌법불합치, 한정합헌 등 변형 결정의 유형을 법률에 명확히 해 혼란을 없애자는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법률에 구체화하면 헌법재판의 경직성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현행 법률을 그대로 두면서 판례를 통해 발전되는 게 바람직할 수 있다는 보충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번 대립으로 희망 섞인 보충의견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사라진 형국이다.    ━  헌법재판소법에 명문 없는 변형결정 문제    아예 변형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1987년 개정헌법에 근거해 이듬해 설립된 헌재는 초반에는 위헌ㆍ합헌 결정만 내리다 1991년부터 한정위헌 등 변형 결정을 도입했다. 헌법이나 법률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우리법이 독일법 체계에 기반을 둔 만큼 독일처럼 이런 형태의 결정도 합당하다는 취지였다. 이를 두고 헌재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기본권 보호를 강조하고 소수의견을 많이 내 ‘미스터 소수의견’으로 불렸던 고 변정수(1988∼94년 재임) 재판관은 “헌재가 위헌이면 위헌, 합헌이면 합헌이라고 명확하게 결정해야지 변형 결정을 남발하면 결국 헌재와 헌법의 권위만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의견을 개진한 『위헌이면 違憲(위헌), 합헌이면 合憲(합헌)』(1998)이라는 소수의견집을 내기도 했다. 5년 동안 변 재판관실의 재판연구관을 지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변 재판관의 소신처럼만 헌재가 결정을 내려왔다면 대법원과의 갈등은 없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모습. 뉴스1  ━  헌법재판소법 개정 작업 논의해야    이제 결론을 내려야 한다. 1997년 이길범 전 신민당 의원의 세금소송을 놓고 벌어진 헌재의 대법원 재판 첫 취소 사태는 국세청이 자발적으로 세금을 다시 산출하고, 이 전 의원이 소를 취소하면서 자동 해소됐다. 하지만 이번엔 N씨에게 내려진 징역 2년형 선고에 대해 형량을 조정해줄 방법은 없어 보인다. 그가 헌재의 결정을 바탕으로 재심을 청구해봐야 법원은 이를 무시할 것이고, 또다시 헌재에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상황이 예고돼 있다. 소송비용에 부담을 느낀 당사자가 소송을 더는 내지 않으면 다행이라 기대하는 것일까.    기관 권한만 앞세우지 말고 헌재든, 대법원이든, 국회든 이왕 다시 터진 불완전한 사법 구조에 대한 논의를 공론화시켜 국민 권리 구제에 나서야 한다.     관련기사대법 “헌재, 재판 취소 못한다” 결정 거부…최고법원 공개 갈등헌재, 사상 두번째 대법원 판결 취소…‘한정위헌’ 갈등 재점화문병주 논설위원 moon.byungjoo@joongang.co.kr

    2022.07.14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