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흙수저 창업신화 13년…김봉진, 배민 이어 DH도 떠난다 [팩플]

    흙수저 창업신화 13년…김봉진, 배민 이어 DH도 떠난다 [팩플]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지난 2019년 12월 서울 송파구 방이동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 창업자가 한국에 이어 아시아 배달 사업에서 손을 뗀다. 한국의 배달 앱 시장을 키우고, 스타트업 매각 신화를 쓴 이의 퇴장, 혹은 새로운 출발이다.    ━  무슨 일이야    7일 우아한형제들은 김봉진 창업자가 우아DH아시아 의장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김 의장이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를 사임한 지 5개월 만이다. 이날 오전 김 의장은 우아한형제들 전 직원에게 ‘고맙고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의 e메일 보내 “제 인생의 큰 쉼표를 찍어본다”며 사임 인사를 했다.    우아DH아시아는 독일계 배달 플랫폼 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와 우아한형제들의 합작사로, DH의 아시아 13개국 사업을 관장한다. 김 의장은 지난 2020년 12월 우아한형제들을 DH에 매각한 뒤 우아DH아시아 의장으로 아시아 배달 사업을 이끌어 왔다. 앞으로는 DH와 우아한형제들의 고문직만 맡게 된다.    ━  김봉진 13년 성취   김 의장은 한국 외식 산업을 배달 중심으로 재편한 주역이다. 2010년 출시한 배달의민족 앱은 국내 모바일 기반 B2C(소비자 대상) 플랫폼 전성시대를 열었다. 창업 초기에는 전단지를 모으고 식당 주인들을 설득해 입점시키며 ‘흙수저 창업신화’를 썼다.    웹 디자이너 출신인 김 의장은 명함에 ‘경영하는 디자이너’라고 적을 정도로 디자인과 마케팅을 중시했다. ‘을지로체’, ‘한나체’ 같은 글씨체를 자체 제작해 배포했고,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등 B급 감성의 광고로 주목받았다.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배민다움’ 등 자율·팀워크를 강조한 기업문화롤 만들고 알렸다.   지난 2019년 말 DH의 배민 인수는 한국 스타트업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사건으로 평가된다. DH는 당시 ‘요기요’와 ‘배달통’을 내세워 배민과 경쟁했지만 배민을 꺾지 못하자 결국 인수합병(M&A)를 택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민을 인수하려면 요기요를 매각하라’라고 했고, DH는 요기요를 팔고 배민을 품었다.    김 의장은 “배민 매출이 100억원일 때 그 정도면 상장하라는 이들도 많았지만, 회사를 더 키우는 길을 택했다”고 나중에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DH의 공습을 막아내고 국내 배달시장 1위를 고수한 끝에, 40억 달러 규모의 엑싯(exit·스타트업 투자자나 창업자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이뤄낸 것. 이후 하이퍼커넥트(아자르 앱)가 미국 매치그룹에 인수되고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등 한국 유니콘 기업의 대형 엑싯 사례가 이어졌다. 서울 시내의 한 배민라이더스 센터 앞에 배달용 스쿠터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  김봉진 미완의 과제   아시아 진출의 꿈은 미완으로 남았다. 김봉진 의장은 우아한형제들 지분을 DH에 매각할 때 현금화하는 대신 DH 지분으로 전환해, DH 이사회 멤버(글로벌 자문 이사회)로 경영에 참여했다. 앞서 배민은 2019년 ‘BAEMIN’ 브랜드로 베트남에, 2020년 ‘푸드네코’ 브랜드로 일본에 진출했었다.    김 의장의 우아DH의 아시아 사업 13개국 사업을 주관하며 아시아 사업에 의욕을 보였다. 그러나 DH는 2021년 12월 ‘경쟁 심화와 노동력 부족’을 이유로 일본 사업을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베트남의 BAEMIN은 그랩 같은 동남아 대기업에 밀려 현지 시장 점유 4위권에 머물고 있다(베트남 전자상거래 백서 2022).   한국 배민은 혁신과 유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배민은 주식보상비용을 제외하면 2021년 사실상 흑자 전환했고, 지난해는 매출 2조9471억원에 영업이익 4241억원을 기록했다. 명실상부 돈 버는 기업이 된 것. 다만 외국계 모기업 DH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에 머무는 것이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지난 1분기 DH 매출의 37%는 아시아에서 나왔고, 아시아 매출의 상당 부분은 한국 배민이 차지한다.    ━  김봉진은 앞으로   김 의장은 사임 후 디자인 분야 창업과 스타트업 투자 계획을 밝혔다. 그는 서울예술대학 실내디자인과를 졸업했고 배민 창업 전 네오위즈·네이버 등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김 의장은 직원 대상 메일에서 “이제 ‘경영하는 디자이너’가 진짜 좋아했던 디자인이라는 일에 대한 새로운 도전도 해보고 싶다”라며 “커다란 세상에 ‘작은 생각 하나’와 ‘뜨거운 열정 하나’를 품고 세상과 맞짱을 떠보려는 후배들도 도와보려 한다”라고 적었다. 그는 “여러분을 생각하면 ‘고맙다’는 말 밖에는 생각나지 않네요”라며 “고맙고 또 고맙고, 고맙습니다”라고 이메일을 맺었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사옥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아래는 이메일 전문.    안녕하세요 김봉진입니다. 오랜만에 전체 메일을 드리네요. 무더운 여름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우리 배민’은 열정적이고, 정열적입니다.   우리 구성원들과의 함께 했던 그 열정의 시간들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열정은 너무 뜨겁고 너무 큰 힘을 쓰는 일인지라 좋은 쉼표가 있어야 좋은 마침표로 완성됩니다. 이제 제 인생의 큰 쉼표를 찍어봅니다.   ‘우리들의 배민’과의 연결은 계속될 것입니다. ‘고문’이라는 역할로 여러분과 연결되어 뜨거운 도전에 지속적으로 힘을 더할 겁니다.   우리의 생각은 멋졌고, 우리의 시간들은 행복했습니다. 풋~ 하고 함박웃음을 터뜨리고, 아! 하며 우리의 생각은 진화되었습니다. 우리들의 ‘풋!’과 ‘아!’는 대한민국의 외식시장을 진화시켰다고 자부합니다. 구성원들이 함께 이룬 것들입니다. 고마움을 전합니다. ‘평생직장 따윈 없다. 최고가 되어서 떠나라’ 우리 회사 공간에 적혀있는 문구입니다. 여러분의 멋진 도전을 위해 제가 적은 것입니다. 그때 생각이 눈 앞을 스쳐 지나갑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한 작은 시작 앞에서 여러분들과의 시간을 가슴에 담아봅니다.   이제 ‘경영하는 디자이너’가 진짜 좋아했던 디자인 이라는 일에 대한 새로운 도전도 해보고 싶습니다. 또한 커다란 세상에 ‘작은 생각 하나’와 ‘뜨거운 열정 하나’를 품고 세상과 맞짱을 떠보려는 후배들도 도와보려 합니다.   새로운 도전에 우리 배민 구성원들이 응원해주면 큰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을 생각하면 ‘고맙다’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시 생각해보아도 ‘고맙다’는 말 밖에는 생각나지 않네요. 고맙고 또 고맙고, 고맙습니다.  관련기사 [팩플] 1년만에 4200억 흑자 낸 배민...“압도적 1위의 독식, 나머지는 다 적자” ‘적과의 동침’ 그 후 2년…LINE·배민, 오겡키데스카 배달 미래? ‘나 배고파’에 있다…구글맨이 ‘요기요’ 택한 까닭 퀵커머스 : 배송의 미래인가, 파산행 급행열차인가 [팩플] 배민다움은 한마디로 ‘이·따·떠’…“연봉·근무환경 자신있다” 네카라쿠배 성장의 비밀⑤

    2023.07.07 16:40

  • [팩플] 18살 대표, 21살 이사…00년대생 창업자도 온다 [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⑤

    [팩플] 18살 대표, 21살 이사…00년대생 창업자도 온다 [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⑤

     ━  01년생 이사, 04년생 대표…“Why not?”   #1. 지난해 7월 창업한 휴에이아이는 공동창업자 3명 가운데 2명이 2001년생이다. 코믹한 증강현실(AR) 가면을 쓰고 만나는 랜덤 영상통화 앱 ‘키킼’을 운영한다. 인공지능(AI)으로 웃음을 측정해 대화 상대를 많이 웃길수록 높은 보상(앱 내 코인)을 준다. 심박수를 감지하는 초기 기술로 할 수 있는 70가지 이상의 아이템을 검토했다. 초등학생 시력 지킴이, 원격 아기 컨디션 분석기, 생체신호 기반 감정 분석 등에 도전하다 더 큰 시장을 찾아 피봇했다.   이 회사 공동창업자이자 개발자인 김동규(21) 이사는 중학교 때부터 창업을 결심했다. 스스로를 ‘창업 중독자’로 부른다. “주체적으로 낸 아이디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하는 게 너무 재밌어서, 남들이 시킨 것만 개발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대학도 창업에 도움될 전공 아니면 안 간다는 마음으로 골랐다. 그는 경희대에서 산업경영공학과 소프트웨어융합학을 복수 전공한다.   김 이사는 “대학에서 1~2년 걸려 배울 내용을, 창업하면 1~2주 만에 해야 한다”며 “(창업은) 일찍 경제적 자유를 얻는 건 물론이고 공부나 취업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계속 창업할 것”이란 그가 제일 좋아하는 말은 수년째 ‘Why not?’(왜 도전하지 않나)이다.   (왼쪽부터) 베가스페이스 허성현 대표 겸 CTO, 최현우 베가추진연구소 소장, 양서연 엔지니어가 새로 개발한 엔진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베가스페이스 #2. 재사용 가능한 모듈형 초소형 로켓을 개발하는 베가스페이스는 세인트존스베리아카데미(SJA) 등 제주도 국제학교 재학생들로 이뤄진 팀이다. 고등학생 팀원들이 로켓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개발하고 회사 운영도 직접 한다. 제주 본사 주변 회사들을 돌며 초기 투자금 500만~700만원을 유치했다. 창업 19개월 차인 이 회사는 고도 1~2㎞에 도달할 수 있는 고체 로켓을 만들었다.    허성현(18) 베가스페이스 대표는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 국내 항공 우주 스타트업인 페리지항공우주와 이노스페이스의 활약을 보면서 로켓으로 사람도 물건도 실어나르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느꼈다”며 “고등학생이란 이유로 이 타이밍을 놓치면 억울할 것 같아 곧장 창업했다”고 말했다. 현재 고3인 그는 입시와 창업을 병행 중이다. 대학 진학 후 창업에 전념해 민간 우주 운송 사업을 선도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는 게 목표다.   베가스페이스의 초기 테스트 로켓 고정 발사 장면. 사진 베가스페이스  ━  거래친화적 인간의 탄생   00년대생 창업자들이 90년대생 창업자 뒤를 부지런히 쫓고 있다. 이들은 “창업은 기회”라 배우며 자랐고, 제 몸처럼 모바일 플랫폼을 써온 세대다. 〈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5회는 일찍이 호모 메르카투스(mercātus, 거래·시장을 뜻하는 라틴어), 즉 ‘거래하는 인간’으로 진화한 00년대생 예비 창업자를 살펴본다.   90년대생이 디지털 네이티브라면, 00년대생은 플랫폼 네이티브다. 네이버가 국내 1위 검색포털을 꿰찰 무렵 태어나 초등학생 때부터 아이폰과 유튜브, 카카오톡을 썼다. 플랫폼이 창출하는 ‘연결’의 가치를 체화한 세대다. 매일 접속하는 SNS나 모바일 게임을 통해 일찌감치 광고와 보상의 관계를 깨쳤다. 당근마켓에서 의류나 문구류를 거래하고 SNS 마켓에서 글·그림·꾸미기 재능을 사고파는 것에도 익숙하다.   00년대생이 자주 접하는 페이스북 메신저, 틱톡 광고, 당근마켓 ‘랜봉(판매자가 알아서 물건을 골라 넣는 랜덤봉투)’ 거래 현장. 사진 각 사 캡처 00년대생들은 직장에 대한 생각도 이전 세대와 다르다. 직장에 묶이지 않아도 유튜브나 온라인 클래스로 손쉽게 지식을 얻을 수 있고, 개성과 능력을 팔아 돈 벌 수 있는 플랫폼이 많기 때문이다. 웹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뒤 창업할 생각이라는 전남 무주고 3학년 송진현(18) 학생은 “요즘은 앱 개발 프로그램도 많아서 ‘이런 앱 하나 만들어볼까’ 하는 친구들이 많고, 나도 고1 때 학교 과제로 비트코인 관련 앱을 만든 적이 있다”고 말했다. 투자 경험도 남다르다. 지난해 7월 기준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에 만 19세 투자자들이 예치한 원화는 4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10개 증권사 신규 미성년자 계좌 수는 48만개를 넘겼다. 2015~2019년 개설된 전체 미성년자 계좌(32만건)를 크게 웃돈다.   부모가 자녀 명의로 주식계좌를 보유한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이전 세대보다 자산 투자에 일찍 눈뜰 수 있는 환경이다. 한 IT기업 임원 김모씨는 “2009년생 아들이 유튜브로 로블록스 상장 소식을 보더니 ‘나도 세뱃돈 투자할 수 있냐’기에 10~20주를 사줬다”며 “벌써 1년 넘게 주가 흐름을 지켜 보더니 투자의 재미와 쓴맛을 모두 느꼈다더라”고 말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  높아진 창업자·개발자 인기   스타트업이 만들어 성공한 서비스들을 어려서부터 써봤기 때문일까. 00년대생들에게  창업의 인기는 높아지는 추세다. 교육부의 지난해 청소년 희망직업 순위에 따르면 ‘경영자(CEO)’는 중학생 10위, 고등학생 9위로 10위권에 안착했다. ‘개발자’는 중학생 8위, 고등학생 4위로 전년보다 3계단씩 올랐다.   대학의 창업 지원도 늘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창업 관련 학과 및 전공이 설치된 대학은 2015년 40개에서 2020년 78개로, 학생 창업을 지원하는 전담 교직원은 401명에서 507명으로 늘었다.   포스텍 영재기업인교육원 6기 학생들이 포항공대 포스코 국제관에서 ‘사업 기획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포스텍 예비 창업자 전문 육성 기관도 활성화되고 있다. 포스텍과 KAIST는 매년 중학생들을 선발해 2년간 교육하는 영재기업인교육원을 운영한다. 정보기술(IT)은 물론이고 기업가 정신, 고객 분석, 비즈니스 모델링 등을 배워 실제 모의창업, 모의투자까지 해보는 과정이다. 포스텍 영재기업인교육원은 올해로 717명의 예비 창업자를 배출했다.   이들에게 창업이란 뭘까. 이 교육원 11기인 신지원(18) 학생은 팩플팀에 “창업은 세상에 말하고 싶은 걸 말하고, 바꾸고 싶은 걸 바꿀 수 있는 것”으로, 김민우(17) 학생은 “나를 성장시킬 수 있는 효율성 좋은 활동이 창업”이라고 정의했다. 두 사람은 대학 진학 후 창업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다.   00년대생 청소년 희망직업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9년간 예비 창업자를 연구한 유현실 단국대 상담학과 교수는 “요즘 창업 지망생들은 중·고교 때부터 코딩, 디자인, 경영,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등 창업에 필요한 스킬을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한다”며 “유럽·중동의 레퍼런스를 척척 찾아 적용하는 등 국경 없이 정보를 수집하고 시장의 문제를 사업으로 발전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분석했다.   유 교수는 또 “이들과 대화해보면 10대 후반~20대 초반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력 10년 이상 사업가 같은 깊이가 느껴질 때도 많다”고 했다.    ━  K팝 아이돌 다음은 창업자?   최근 미디어에서 IT·스타트업이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점도 이런 변화를 반영한다. 지난 3년새 방송가엔 수지·남주혁 주연 〈스타트업〉, 임수정·장기용 주연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등 IT업계를 조명한 드라마가 잇따라 나왔다. 김혜수·전지현 등 톱스타가 스타트업 광고 모델로 등장하고, ‘타다금지법’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도 화제가 됐다. 개발자나 게임업계를 소재로 한 웹툰·웹소설도 많아졌다.   IT·스타트업을 배경으로 한 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2019)’와 ‘스타트업(2020)’. 사진 tvN 가수 오디션을 잇는 서바이벌 예능식 ‘창업 오디션’도 부상했다. 지난해 SBS는 SK 최태원 회장,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 등이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아이디어리그’를 편성했다. 비슷한 시기 90년대생이 만든 스타트업 전문 유튜브 채널 EO도 창업 오디션 ‘유니콘하우스’를 선보여 화제가 됐다. 82년생 이승건 대표가 이끄는 토스도 5일 스타트업 서바이벌 ‘토스 파운드’를 공개한다. 그만큼 스타트업의 세계를 간접 체험할 기회가 늘었다는 방증이다.    ━  코딩 가르치고, 창업 권하는 부모   전문가들은 ‘부모들의 인식 변화’도 예비 창업자를 키우는 한 동력으로 분석한다. 네이버·카카오에 이어 배달의민족·쿠팡·마켓컬리·토스 등 유니콘 기업들이 경제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코로나19 이후 개발자 몸값이 치솟으며 이런 흐름이 굳어졌다. 과거 전통 대기업 오너 중심이던 포브스 선정 한국 50대 부자 명단에도 IT 혁신기업 창업가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올해 이 명단 1위는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였고, 스마일게이트 권혁빈(5위), 두나무 송치형(9위), 쿠팡 김범석(14위), 토스 이승건(36위) 등이 순위 안에 들었다.   강남·판교 등에서 코딩학원을 운영하는 송영광 디랩 대표는 “예전엔 IT기업 다니는 부모들이 애한테 코딩 가르치겠다고 찾아왔는데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성공하려면 코딩 배워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며 다양한 학부모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창업 오디션 ‘유니콘하우스’ 본선에 진출했던 김재익(13) 웜미들컴퍼니 대표. 웜미들컴퍼니는 스낵용 소스 ‘핫첩’을 판매하는 가족 회사다. 사진 EO 유튜브 벤처캐피털 소풍벤처스의 최경희 파트너는 “직장이 노후나 행복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요즘 부모들은 자녀의 창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며 “위험한 선택이 아닌 해볼 만한 도전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최 파트너는 유니콘하우스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본선에 진출했던 ‘초등학생 대표님(현재는 중학교 1학년)’ 김재식(13) 웜미들컴퍼니 대표에게 엔젤투자를 했다.   유현실 교수는 “00년대생의 부모인 X세대나 밀레니얼 세대는 아이의 선택을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개방적인 성향”이라며 “기업가 정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 위험감수)인데, 어릴 적 부모의 지지를 통해 회복탄력성을 키운 이들일수록 이 역량이 뛰어나다”고 분석했다.     ■ 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by FACTPL 「 팩플팀이 미래 산업(Future of Business)의 주인공이 될 90년대생 창업자, 이들이 뛰어든 비즈니스와 기술에 대한 심층 리포트를 선보입니다. ‘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시리즈는 3일 1~3회가, 4일부터 4~6회가 하루 한 편씩 공개됩니다. 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① 넥스트 이해진·김범석·김슬아 여기서…90년대생 창업자가 온다 ② 글로벌 주류 노리는 90년대생, ‘쳅(CHEBB)’에 걸었다 ③ 통계로 본 90년대생 창업…여성 늘고, SKY 줄고, 무대는 글로벌 ④ 너의 성장은 곧 나의 성장…“격자무늬처럼 일하라” ⑤ 00년대생 창업자 ‘호모 메르카투스’도 온다 ⑥ 글로벌도 이미 90년대생이 주도…“韓 90년대생, 훨씬 글로벌하게 성공할 것” 」  배너 클릭 시 구독페이지로 이동합니다. https://www.joongang.co.kr/factpl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2022.05.05 05:00

  • '바람의 나라' 간 김정주···'한국 디즈니' 꿈꾼 넥슨 창업자 별세

    '바람의 나라' 간 김정주···'한국 디즈니' 꿈꾼 넥슨 창업자 별세

    김정주 NXC 대표 [사진 NXC] 국내 1위 게임사 넥슨의 창업자 김정주 NXC 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54세.   NXC는 1일 "넥슨을 창업한 김정주 NXC 이사가 지난달 말 미국에서 유명을 달리했다”고 밝혔다. NXC는 “유가족 모두 황망한 상황이라 자세히 설명해 드리지 못한다”며 “다만 고인은 이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들어 악화한 것으로 보여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조용히 고인을 보내드리려 하는 유가족의 마음을 헤아려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산학과 박사 과정에 다니던 1994년 넥슨을 창업했다. 같은 과 친구 사이였던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와 함께 세계 최초 그래픽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만들었다. 이후 넥슨은 ‘퀴즈퀴즈’‘카트라이더’‘크레이지아케이드’‘메이플스토리’ 등을 히트시키며 온라인 게임 전성시대를 열었다. 2008년 던전앤파이터를 만든 네오플을 인수하면서 회사 규모가 커졌고, 2011년 일본 도쿄 증시에 넥슨을 상장시켰다.   특히 고인은 넥슨을 디즈니처럼 사랑받는 지식재산(IP) 비즈니스 회사로 만들고 싶어했다. 2015년 인터뷰가 실린 책『플레이』를 통해 김 창업자는 "디즈니에서 제일 부러운 건 (콘텐트를 즐겨 달라고) 아이들을 쥐어짜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김정주 [중앙포토] 그는 국내 대표적인 벤처 1세대 기업인으로도 꼽힌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으로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 투자책임자(GIO)와 동기다. 두 사람은 KAIST 대학원 시절 기숙사 룸메이트이기도 했다. 모두 '한국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길남 KAIST 명예교수의 제자들이었다. 이광형 KAIST 총장도 고인을 아꼈다. 두 창업자와 비슷한 시기 학교에 다니다 창업한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재웅 전 쏘카 대표 등은 1세대 벤처 5인방으로 불렸다. 고인과 4명의 창업가는 2014년 유한회사 ‘C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했다. C프로그램은 벤처자선기구(Venture Philanthropy)로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는 혁신 기업·단체를 후원하고 있다.     정보통신(IT) 업계에선 고인을 ‘승부사 기질이 강한 사업가이자 투자자’로 평가한다. 세계 최고의 게임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엔씨소프트와 글로벌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 인수를 함께 추진하기 위해 엔씨 지분을 매입(2012년) 하는가 하면, 글로벌 강소 브랜드와 스타트업들에도 꾸준히 투자했다. 넥슨을 2005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게임 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긴 이후 전 세계를 돌며 벤처투자에 몰입했다. 북유럽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를 비롯한 명품 브랜드를 인수했고, 뉴욕 기반의 콜라보레이티브 펀드 이사로 활동하며 혁신 스타트업들을 발굴하는 데 열심이었다. 특히, 현재 넥슨의 핵심 자산이 된 던전앤파이터 개발사 네오플 인수는 국내 IT업계가 꼽는 성공적인 인수합병(M&A) 사례다. 유망한 후배 창업가들에게 엔젤투자를 하는 데도 적극적이어서 '김정주 키드'로 불리는 창업가들이 많다. 국내 손에 꼽히는 자산가이지만 등산복 차림에 배낭 메고 다니는 걸 즐겼다.     그러다 지난 2016년 고교 동창이던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 4억2500만원어치를 공짜로 준 혐의를 받고 곤혹을 지르기도 했다. 그는 2018년 5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로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날 김정주 창업자의 사망 소식을 들은 벤처 IT업계에선 황망하다는 반응이 잇따른다.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우리의 친구이자 멘토인 그는 세상에 헤아릴수 없을 정도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상 주변의 회의론자들을 무시할 수 있게 ‘창조적 본능을 믿으라’며 우리를 격려해줬던 그를 잃은 슬픔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며 “많은 넥슨 가족과 친구들이 그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 남궁훈 신임대표 내정자는 “업계의 슬픔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경험과 인맥을 통해 여러 혁신적 창업가들을 지원했던 분이고 아직도 사회에 더 많은 기여할 수 있는 분이신데 이렇게 가셔서 황망하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2022.03.01 22:07

  • [팩플]역대급 플랫폼 때리기 국감…카카오 김범수 나온다

    [팩플]역대급 플랫폼 때리기 국감…카카오 김범수 나온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강한승 쿠팡 대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왼쪽부터). 다음달 1일 시작하는 국정감사가 코앞인 요즘 IT 기업 대관 담당자들은 국회를 찾느라 바쁘다. 창업자와 대표이사 등 각 기업 VIP들이 증인 출석 대상에 올라 있기 때문. 이미 증인 채택을 의결한 정무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를 비롯해, 국토교통위원회, 행정안전위윈회 등 6개의 상임위가 카카오·네이버·쿠팡 등의 임원들을 카메라 앞에 세울 태세다. 이들 기업이 ‘독과점 플랫폼’의 주축이라는 비판이 커진 영향이다.     ━  '국감 출석' 기업별 주요 쟁점은   ① 카카오 카카오는 총 8개 상임위원회에서 증인 출석 후보에 올랐다. 정무위·문체위는 증인 출석이 확정됐다. 금융, 택시, 웹툰, 메신저 등 다양한 시장에 진출한 만큼 '오너 나오라'는 상임위도 많다. 카카오의 문어발 확장을 따지겠다는 국회의 문어발 출석요구 전략인 셈. · 김범수 의장은 5일 정무위 국감 출석 대상자로 확정됐다. 정무위 의원들은 김 의장을 상대로 전방위 사업 확장과 독점 시장에서 수수료 인상, 골목상권 침해 등 플랫폼 독과점 이슈 전반을 질의할 예정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금산분리 위반'과 ‘계열사 누락' 혐의로 조사 중인 김범수 의장 개인회사 케이큐브홀딩스 관련 질의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 국토위도 카카오 김범수 의장과 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선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국토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여러 의원이 카카오 김범수 의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만큼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국토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 카카오T블루에 콜을 몰아줬다는 의혹에 주목하고 있다. 국토위 야당 간사인 송석준 의원(국민의힘)은 “택시뿐 아니라 전화콜 대리운전 사업 등 업계의 반발이 있는만큼 카카오가 어떤 해결 방안을 준비 중인지 묻겠다"고 말했다.     2018년 과기부 국정감사 당시 김범수 카카오 의장(오른쪽 세번째)등 IT기업 대표들이 국감에 앞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② 네이버 오랜기간 ‘공룡 포털’ 소릴 들어온 네이버는 국감 단골 기업으로 꼽힌다.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2017·2018년 국감에 잇따라 출석해 뉴스 배열 알고리즘과 댓글 조작 논란 관련 질문 공세를 받은 바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10월 6일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5년 연속 출석 기록을 세우게 됐다. · 환노위에선 플랫폼 기업 중 유일하게 네이버(한성숙)를 증인으로 확정했다. 지난 5월 네이버 소속 개발자가 직장 내 괴롭힘과 업무 스트레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 이어, 최근 공익재단 해피빈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의혹이 제기된 영향이다. 당초 이해진 GIO가 증인 후보에 올랐지만 최종안에선 한 대표로 결정됐다. 환노위 의원들은 한 대표를 상대로 책임과 대책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네이버웹툰(김준구 대표)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진수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들 플랫폼 기업이 웹툰창작자들에게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계약’을 강요하는지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 한성숙 대표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증인 후보에도 올라 있다. 위원회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동물용 의약품이 불법 유통되는 실태를 따지고, 대책을 묻겠다고 한다. 2021년 국정감사 출석하는 플랫폼 기업 명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③ 쿠팡, 배민, 야놀자 숙박·배달 플랫폼도 수수료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했다. 관련 기업 임원들이 대거 국감 증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 쿠팡(강한승 대표), 배민(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 야놀자(이수진 총괄대표)는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증인 신청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쿠팡과 배민의 경우 배달 앱 수수료 적정성 문제와 ‘별점 테러’로 확인된 플랫폼 관리 책임에 대한 질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야놀자는 업주에 광고료를 과도하게 떠넘긴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 환노위는 배달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와 안전 문제를 배민 김봉진 의장에 묻겠다며 증인 신청 명단에 올렸지만, 최종안에서 증인으로 채택하진 않았다.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는 쿠팡(강한승 대표)을 불러 지난 6월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 이후 대책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④ 넥슨 그리고 구글·애플·넷플릭스 · 게임 회사들 중에선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주주가 출석 명단에 올랐다. 정무위는 올해초 불거진 ‘확률형 아이템 게임의 공정성 논란’을 이유로, 김정주 창업자를 증인으로 채택했다.  · 외국계 빅테크 기업들 가운데선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의 당사자인 구글과 애플의 한국법인 대표들이 과방위 증인으로 채택됐다. 과방위는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디지털 콘텐트 사업자들을 불러 인터넷망 이용료 부담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인터넷망 무임승차 방지법’에 대한 입장도 들을 예정이다. 넷플릭스의 경우, 한국법인 대표(레지날드 숀 톰슨)를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27일 이 회사의 한국인 팀장으로 최종 결정됐다.    ━  플랫폼 국감, 관전 포인트는    구글·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각국 의회의 견제가 국내에서 토종 플랫폼 기업 대상으로 재현되는 분위기다. 지난해 미 의회는 빅4로 불리는 4대 IT 기업 수장들을 불러 반독점 청문회를 열었다. 이후 미 의회와 정부는 기술 플랫폼 독과점 시대에 필요한 규제의 틀을 다시 짜고 있다. 이번 국감이 한국판 빅테크 청문회 같은 역할을 할지 주목하는 이유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플랫폼 횡포에 비판적인 국민 정서에 올라탈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회에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등 총 8개의 플랫폼 규제 법안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거래·수익 규모가 작은 소규모 플랫폼 스타트업마저 규제 대상에 포함돼 ‘싹 자르는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① ‘호통 국감’ 넘어설까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에 제동을 원하는 여론은 있지만, 일부 국회의원들이 국감장에 나온 기업인들에게 면박을 주거나 호통만 치다 끝나는 '갑질 국감'도 제동 대상으로 꼽힌다. 플랫폼 기업 임원들이 대거 출석할 이번 국감, 좀 다를까. 정무위 야당 간사인 김희곤 의원(국민의힘)은 “플랫폼을 너무 줄세워 부르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일부 동의한다"면서 “기업인에 호통 치고 규제로 압박하는 식이 되어서는 곤란하고, 덩치 커진 플랫폼이 제 역할을 하도록 규율을 고민하는 국감이 돼야 한다”고 했다. ② ‘시장 경쟁’ 빅픽처 만들까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14일 상생안을 발표하며 “지난 10년의 성장 방식을 버리겠다"고 했다. ‘플랫폼이 무료 서비스를 내세워 시장 지배력을 높인 뒤 전방위적으로 사업 분야를 넓히고, 수수료 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이다. 이에 유병준 서울대 경영학 교수는 “확장이 문제가 아니라 경쟁이 사라지는 것이 문제"라면서 “오프라인보다 낮은 수수료를 무작정 낮추라고 기업에 요구하기 보단 경쟁을 통해 (수수료를)낮출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③ '플랫폼 공정' 점검할까    플랫폼의 독과점 논란은 이들 기업이 ‘적자’를 벗기 시작하며 증폭된 면이 있다. 카카오T 앱을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매출(2800억원)이 167% 성장하며 영업손실(129억원)을 전년(221억) 대비 크게 줄였다. 올해 유료상품(기사 멤버십, 스마트호출)을 확대해 흑자 전환을 노렸다가, 반발을 샀다. 여전히 적자라 해도 시장 90%를 장악한 플랫폼의 유료화는 여론의 거부감을 산 것. 이 과정에서 콜 배분이 공정하지 않다는 의심도 샀다. 이에 대해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실장은 “플랫폼이 적자 경영을 감수하고 혁신을 시도하며 소비자 편의를 높인 면은 평가 받아야 한다"면서 “플랫폼 전체를 갑질 프레임으로 보고 규제 대상으로 몰아가는 건 과도하다"고 말했다. 이에 한 여당 관계자는 “그렇다면 더더욱 플랫폼의 수익모델을 점검해야 할 때”라며 심판이 직접 플레이어가 되는 것이 공정한지 따져보자”고 말했다.   .   관련기사[팩플] 백기 든 카카오, 네이버처럼 '상생ㆍ글로벌'…그 길도 험난[팩플] 누가 카카오택시를 '갑질 1등'으로 만들어줬나“네이버·카카오·쿠팡·배민·야놀자 다 나와”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2021.09.27 17:07

  • [팩플] 위메이드 비밀 병기 “다음은 해리포터 같은 비밀지도”

    [팩플] 위메이드 비밀 병기 “다음은 해리포터 같은 비밀지도”

    팩플 인터뷰 권승조 메타스케일 대표 게임 ‘미르의 전설2’(이하 미르) 개발사 위메이드는 요즘 주식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회사 중 하나다. 올해 초 6409억원이었던 시가총액은 지난 3일 2조 2142억원(종가 기준)으로, 8개월 만에 3배 이상이 됐다. 신작 미르4의 성과에 더해,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이 회사의 움직임을 눈여겨보는 투자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 7월 설립된 ‘메타스케일’은 그런 위메이드의 미래를 완성하는 핵심 퍼즐로 꼽힌다. 카카오 최고 지식재산 책임자(CIPO)를 지낸 권승조(45) 대표가 창업했고, 위메이드는 자회사(위메이드트리)를 통해 이 회사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투자 금액 비공개). 임직원 8명에, 아직 프로덕트도 없는 극초기 스타트업을 위메이드가 낙점한 이유는 뭘까.   지난달 10일 권승조 메타스케일 대표를 서울 삼성동 한 공유오피스에서 만났다. 2000년대초 커뮤니티 포털 프리첼에서 아바타를 만든 권 대표는 NHN(현 네이버)의 자회사(NHN아츠) 대표 시절 아바타 기반의 소셜 커뮤니티 ‘라인 플레이’를 선보였다. 2018년 카카오 합류 후에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사업 등을 이끌었다. 창업자로 변신한 그는 “일본과 미국의 10대를 위한 SNS 기반 메타버스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권승조 메타스케일 대표가 지난달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공유오피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위메이드]   어떤 서비스인가. “커뮤니케이션 기능에 집중한 메타버스다.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를 주로 쓰는 10대가 타깃이다. 우리는 게임 기반 메타버스와 달리 10대 타깃 ‘메신저’를 중심으로 기획하고 있다.”   메신저도 그렇고, 메타버스향(向) 플랫폼은 이미 차고 넘친다.   “10대가 선호하는 메신저는 많지 않다. 이들에게 기존 메신저인 왓츠앱·라인 등은 부모님과 대화할 때만 쓰는 무거운 앱일 뿐이다. 선호하는 소통방식이 달라서다. 10대가 좋아할 만한 기능만 추려 담은 가벼운 메신저를 생각하고 있다.”   어떻게 다르게 만들 것인가. “지도를 활용할 것이다. 보통 메타버스라면 3차원 가상공간을 얘기한다. 하지만 실생활과 동떨어져 있으면 재미가 덜하다. 그래서 실제 지도 기반으로 실생활과 연결해 메타버스를 구성하려고 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해리포터에 나오는 비밀지도를 상상하면 쉽다. 지도를 보면 해리포터와 친구들이 어딨는지 표시된다. 메신저에서 친구를 허용하면 서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능 등을 생각하고 있다. 실제 프랑스 10대가 많이 쓰는 ‘젠리’(genly)는 이런 기능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또 ‘스냅챗’처럼 메시지를 보내면 10초 뒤에 사라지는 등 10대가 선호할 여러 기능을 담을 것이다.” 아바타 소셜 커뮤니티 서비스 라인 플레이는 일본과 동남아, 미국 등에서 5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했다. [사진 라인플레이 캡처]   메타버스로는 어떻게 확장하나. "아바타를 활용한다. 예전에 만들었던 ‘라인 플레이’가 요새 말하는 메타버스다. 나의 분신인 아바타가 있고, 현실에선 평범한 학생도 온라인에선 더 멋지고 예쁘게 꾸밀 수 있지 않나. 라인 플레이 때는 2G(세대), 3G 통신 시절이다보니 서비스 구현에 한계가 있었다. 많이 모여봐야 30~50명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수만 명, 수십만 명이 모일 수 있는 가상공간을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다. 그때 못다 한 서비스들을 이참에 구현해 볼 생각이다."   메타스케일이 이것을 잘할 수 있는 이유는.   “경험이다. 인터넷 초창기부터 프리첼 아바타로 커뮤니티 서비스를 운영했다. 라인 플레이를 글로벌 소셜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성장시켜본 경험도 있다. 또 카카오프렌즈를 이끌면서 일본과 미국에서 IP 사업 경험을 쌓았다.”   메타스케일 현재 직원 수는 8명이다. 네이버·카카오·넥슨 등에서 실력파로 이름난 개발자와 기획자들이 모였다. 초기 스타트업치고는 특이하게, 변호사가 창업멤버로 합류했다. 카카오 법무팀에서 일하던 장윤희 변호사다.    아직 초기인데 법무 담당까지 합류한 이유는. "20년 정도 회사생활을 해보니, 신사업 할 때마다 법무와 부딪히는 게 많았다. 다 만든 서비스도 법률적 검토를 거치면 출시 못하게 될 수도 있고. 그래서 아예 아이디어 단계부터 법률 전문가가 참여해 서비스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   꿈에 비해 아직 팀은 작아 보인다. “작고 강한 회사가 목표다. 제품을 만들 때까지 10명 이내로 준비할 생각이다. 글로벌 히트 게임 ‘브롤스타즈’를 만든 슈퍼셀은 10명 미만으로 게임 만드는 방식으로 유명하지 않나. 라인이나 카카오톡도 처음엔 다 10명 미만 팀이 만들었다.” 2000년대 10대들을 위한 메신저로 큰 인기를 끈 버디버디의 최근 홈페이지. [사진 위메이드 홈페이지 캡쳐]   안정적인 카카오를 나와 창업 택한 이유는.   “5학년(50대)이 되기 전 마지막으로 도전해보고 싶었다. 내가 뭘 잘할 수 있나 고민했고, 아바타와 커뮤니티 서비스를 주로 했으니 메타버스를 직접 해보자고 생각했다. 카카오에서도 내부에서 신사업을 만들 수 있게 많이 도와줬는데 아무래도 속도를 내려면 창업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김범수 의장님에게 인사하러 갔더니 ‘서비스 나오면 꼭 보여달라’며 격려해줬다.”   위메이드와는 어떻게 협업하나.   “위메이드는 10대 메신저로 2000년대에 큰 인기를 끌었던 ‘버디버디’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블록체인을 게임에 접목하고 있고 최근 메타버스 전문 개발사 ‘프렌클리’에 전략적 투자를 하는 등 관련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우리와 협업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위메이드는 2008년 버디버디를 인수했다가, 4년 만에 서비스를 접은바 있다. 그러다 올해 3월 버디버디 홈페이지를 다시 열며, 서비스 재개를 예고했다.)    ■ 뉴스 그 이상 The JoongAng에서 팩플을 만나보세요 「 팩플은 중앙일보의 테크·비즈니스 뉴스 브랜드입니다. 팩플 기자들이 만드는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면 매주 화·목·금 잘나가는 기업들의 최신 소식과 이슈 해설을 이메일로 배송해 드립니다. 잘나가는 기업이 궁금할 땐, 팩플을 구독하세요!   ▶구독신청은 여기서 → https://www.joongang.co.kr/factpl/letter 」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2021.09.06 06:03

  • [팩플] 의장님, 어디로 가시나이까? 이해진·김범석 향한 물음표

    [팩플] 의장님, 어디로 가시나이까? 이해진·김범석 향한 물음표

    그래픽=정다운 인턴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회사와 더 멀리 떨어지겠다”고 했다. 지난 5월 있었던 네이버 직원 사망 사건에 대해 30일 전 직원에 보낸 사과 이메일에서다. 지금도 회사와 거리는 꽤 멀다. 직함은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인데, 직급상으로는 네이버에 100명 넘게 있는 미등기임원 중 한 명이다.   국내 경영과 ‘거리 두기’ 중인 건 김범석 쿠팡 창업자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5월 ㈜쿠팡 이사와 의장직을 사임했다. 이유는 ‘국내 경영 대신 글로벌에 집중하겠다’는 것. ㈜쿠팡의 모회사이자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 Inc.의 대표 및 이사회 의장직은 유지한다.   표면적으로 두 창업자는 국내 경영을 주관하지 않지만, 중요 사안일수록 다들 창업자를 바라본다. 여기서 짚어볼 점은.     ━  #1. 욕심이 없나   IT 기업 창업자가 경영진에서 빠지는 건, ‘가진 지분은 적은데 과도한 경영권을 휘두른다’고 비판받아 온 기존 대기업들의 과거와 반대로 보이기도 한다.   이해진 창업자는 2004년 CEO직을 내놨고, 2017년에는 의장직을, 2018년엔 등기이사직을 그만뒀다. 현재 A홀딩스(네이버와 소프트뱅크 합작사) 대표 외에 계열사 겸직도 없다. 이 GIO의 네이버 지분은 3.73%로, 창업 1세대 치고 적은 편이다. 창업 초기부터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유망 기업을 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해, 그때마다 본인 지분이 줄어든 것. 업계에선 “자기 지분 희석을 개의치 않고 사업적 결정을 내린다”는 데 높은 점수를 준다. 지분이 적다고 경영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기도.   김범석 창업자의 쿠팡 Inc 지분은 10.2%. 최대주주인 소프트뱅크 지분(33.1%)의 3분의 1도 안 된다. 그러나 김범석의 경영권은 강력하다. 대주주들이 차등의결주식 보유를 동의해준 덕에 그는 76.5%(5월 기준)의 의결권을 가졌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좌),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우). 사진 중앙포토  ━  #2. 책임이 없나   한 편으로는 ‘책임 회피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들이 불편해하는 그룹 총수(동일인) 지정과 규제, 국정감사 출석, 각종 법적 책임에 대해서.   쿠팡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 물류센터 화재 발생 직후, 김범석 창업자의 ㈜쿠팡 의장직 사임이 알려졌기 때문. 쿠팡은 별도 자료까지 내서 ‘이사직 사임은 화재 발생(6.17) 전인 5월 31일 등기 완료됐고, 늦게 알려졌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민감한 노무·안전 문제에서 창업자가 거리를 둔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화재사고 입장문도 강한승 ㈜쿠팡 대표 명의로 냈다.   쿠팡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지난달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김범석 쿠팡 Inc 대표의 올해 기본급은 85만 달러(약 10억원). 지난해와 비슷하다. 다만 김범석 대표는 지난해 148억원의 주식 보상을 받았다. 쿠팡 매출은 올해도 대부분 한국에서 나올 텐데, 국내 경영에서 손 뗀 김범석 대표가 올해 주식 보상을 얼마 받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그간 이해진 GIO는 ‘네이버 총수’를 피하려 애썼다. 2017년 네이버가 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될 무렵, 직접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아가 ‘나는 지분도 적고, 네이버를 지배하지 않는다’라고 호소했다. 2017~2018년 네이버 주식을 2300억원 규모 이상 팔아 개인 지분을 낮추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총수로 지정됐고, 2017·2018년 국회 국정감사에 2년 연속 증인으로 출석해 네이버 뉴스 편집과 드루킹 사태 등에 대해 곤란한 질문을 받았다. 이해진 GIO는 지난해 급여로 네이버 본사 C레벨 경영진보다 적은 20억원을 받았고, 스톡옵션은 받지 않았다.    ━  #3. 사실은 오래된 질문   글로벌 스탠다드는 대표이사와 의장을 분리해 상호 견제하는 것이다. OECD ‘기업지배구조원칙’은 “동일인이 CEO와 의장직을 겸할 경우 기업은 그 이유를 공시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지난 2019년 국민연금(당시 대한항공 2대 주주)이 조양호 전 회장(대표이사 겸 의장) 연임에 반대표를 던져, 조 전 회장이 경영권을 잃었다. 주주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한진칼에 8000억원을 수혈한 산업은행도 대표이사/의장 분리를 정관에 못 박을 것을 회사에 요구했고, 반영됐다.   반면, 2019년 열린 SK 주주총회에서는 국민연금의 반대(당시 지분 8.4%)에도 불구하고 최태원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출석 주주의 과반이 찬성표를 던졌다. 당시 재계에서는 “장기적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오너의 경영을 원하는 주주도 많다”고 주장했다. SK는 이때부터 의장을 사외이사가 맡는다.   한국증권거래소 산하 기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매년 상장사 지배구조를 평가해 등급을 발표한다. 그런데 ‘오너=대표이사=의장’ 구조인 엔씨소프트와 현대자동차도 A 등급을 받았다. 기업지배구조원 측은 “오너의 겸직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지분 적은 창업자가 의사결정에 크게 관여해 주주-대리인(경영자)이 어긋날 때가 문제”라고 했다.    ━  #4. IT업계 의장님은 상왕?   한국 IT업계는 그야말로 ‘창업자 의장님’ 전성시대다. 이해진 창업자가 도입한 모델을 너도나도 따른 것. 김범수(카카오), 장병규(크래프톤), 방준혁(넷마블), 김대일(펄어비스), 김봉진(우아한형제들), 최근에는 조만호(무신사) 의장까지.   의장이 되면 아무래도 법적·사회적 부담이 줄어든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책 ‘지속가능한 혁신공동체를 향한 실천전략’에서 “의장님이란 애매한 입지를 택함으로써, 정부 행사 참여 같은 번거로움이나 규제로 인한 대표이사의 법적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IT 업계 관계자는 “IT 창업자들은 직원이 좀 늘면 경영을 골치 아프게 여겨, 전문경영인에 넘기고 자신은 좋아하는 신산업 발굴 등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창업자의 사내 영향력은 여전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형식적 이사회의 독립성보다도, 사외이사가 사업 내용을 파악하는 전문성을 갖췄는지, 창업자 의견에 반대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네이버 노조는 “이해진 GIO는 이사회에 없지만, 실상 네이버의 모든 것은 그가 결정한다”고 했다.   빅테크 창업자들  ━  #5. 해외 빅테크는   많은 경우, 미국 창업자는 오래도록 현업에 남아 CEO로 재직하면서 의장까지 한다. 현역 중엔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퇴역 중엔 20년 이상 CEO로 재직한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MS)나 제프 베조스(아마존)가 대표적. 베조스는 7월부터 CEO직을 내려놓고 이사회 의장만 맡는다.   반면, 구글의 초기 투자자들은 대학원생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곁에 연륜 있는 에릭 슈미트를 붙여줬다. 전문경영인 슈미트는 10년간 구글 CEO를 맡아 회사를 키웠다. 현재 구글과 모회사 알파벳 CEO는 모두 순다 피차이가 맡고, 창업자 페이지와 브린은 알파벳 이사회 일원이다.   경영 능력에 문제가 있는 창업자를 이사회가 쫓아내기도 한다. 우버의 트래비스 캘러닉, 위워크의 아담 노이만 등이 그 사례. 스티브 잡스도 한때는 애플의 쫓겨난 창업자였다. 한편으로는 일만 잘한다면 겸직도 시킨다. MS는 지난달 사티아 나델라 CEO를 이사회 의장도 겸하도록 하면서 “사업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렛대 삼아 이사회 의제 설정을 이끌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모바일 전환에 뒤처졌던 MS를 되살려놓은 능력을 인정한 것이다.   팩플'이해진 사람'을 건들수 있나···네이버 앞 3가지 질문"무조건 돈 쓰지 않아…쿠팡플레이, 쿠팡스타일대로 간다"네이버, 이베이엔 안 써도 여기엔 '7000억 쯤이야'!'직원 극단선택' 네이버, 리더십 개편…최인혁 COO는 사의  ■ 요즘 뜨는 기업 궁금하세요? 「 ㅤ 이 기사는 6월 29일 팩플 뉴스레터로 구독자들에게 발송된 '의장님, 어디로 가시나이까'의 요약본입니다. 뉴스레터 전문을 읽고 싶으시면 이메일로 구독 신청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기업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가 찾아갑니다.   구독신청 → https://url.kr/factpl 」  QR코드를 찍으면 팩플 구독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심서현, 김정민

    2021.07.02 05:00

  •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 주식 1000억원 전 직원에 나눠준다

    크래프톤 장병규 의장, 주식 1000억원 전 직원에 나눠준다

    장병규 크래프톤 창업자가 본인 소유 주식 1000억원 어치를 전 직원에게 나눠준다. 크래프톤의 최대주주인 장병규 이사회 의장은 6일 회사의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같은 결심을 알렸다. 주식을 받는 대상은 크래프톤 본사와 국내외 계열사 임직원 2000여 명이며, 입사 예정자도 포함된다.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 최정동 기자 장 의장은 이메일에서 “이사회 의장이 아닌 최대주주이자 자연인 장병규로 메일을 보낸다”라며, “글로벌 전체 구성원에게 감사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방법으로 사재 주식의 증여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우리사주조합 제도도 고려했으나, 현행법상 국내에만 적용돼 해외법인 직원에게 해당되지 않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는 것. 현재 크래프톤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이 90%에 가깝다.   장 의장은 “저의 글로벌 고객, 시장, 구성원들 등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받아 주시면 감사하겠다”며 “앞으로도 탄탄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오래도록 더 크고 좋은 회사로 만드는 일을 함께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크래프톤은 지난달 초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인 기업공개(IPO)에 착수했다. 장 의장과 배우자는 크래프톤 지분의 17.41%를 보유하고 있다. 장 의장은 평소 “크래프톤은 크래프톤이고 장병규는 장병규”라며 “(회사와 창업자를 구분하는) 원칙이 분명해야 재벌과 같이 되지 않는다”는 지론을 공개적으로 펼쳐 왔다.   크래프톤의 글로벌 히트 게임 '배틀그라운드'. 사진 크래프톤. 크래프톤 계열의 국내외 전 직원은 2000여 명이며, 올해 700여 명 규모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장 의장은 “올해 9월까지 입사하게 될 구성원들에게도 주식을 드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여러분들이 없다면 크래프톤도, 저도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고, 항상 감사하다”며, “크래프톤이 글로벌 고객을 위한 진정한 글로벌 회사가 되기를, 창업자로서 진심으로 바란다는 점을 기억해달라”고 이메일을 맺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 요즘 뜨는 기업 궁금하세요? 「 ㅤ  이메일로 구독 신청하세요. 요즘 핫한 테크기업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는 ‘기사 +α’가 찾아갑니다. 구독신청 → https://url.kr/factpl 」 

    2021.05.06 19:12

  • "재산 절반 기부"…10조 번 김범수의 마음 움직인 시 한편

    "재산 절반 기부"…10조 번 김범수의 마음 움직인 시 한편

    “격동의 시기에 사회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더욱 심화되는 것을 목도하며 더이상 결심을 더 늦추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카오가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의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을 찾고 지원해 나갈 생각이다.”   지난해 카카오톡 10주년을 맞아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낸 김범수 카카오 의장 [사진 카카오] 국내 최대 모바일 플랫폼 ‘카카오톡’을 만든 김범수(55)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재산의 절반이상을 기부하겠다고 8일 발표했다. 목적은 ‘사회문제 해결’. 5조원이 넘는 규모의 기부 계획을 그는 카카오 직원 7000여명이 포함된 단체 메시지로 공개했다. 그는 또 “기존 방식으로 풀 수 없는 문제가 많아지면서 함께 지혜를 모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공유하며 아이디어도 얻고 기회도 열어 드리겠다”고도 말했다. 기부 계획을 알린 방식만큼이나, 향후 실행도 기존의 관성을 따르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김 의장은 국내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자, 1세대 정보기술(IT) 창업자다. 한게임ㆍNHN을 거쳐 창업한 카카오로 그는 모바일 플랫폼 시대를 열었다. 그런 그가 재산 50% 이상 기부를 약속하고, 이를 통해 사회 문제를 풀겠다고 공언함으로써 한국에 새로운 기부 모델을 확산시킬 지 주목된다. 해외에서도 IT 기업 리더들이 자산 기부를 통한 사회문제 해결을 주도한다. 재산 90% 기부를 선언한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빌 게이츠나 주식 99% 환원을 약속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CEO 퇴진후 자선사업과 새로운 문제해결에 집중하겠다고 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등이다.    김 의장 역시 수년 전부터 사회적 영향력을 뜻하는 ‘소셜임팩트’와 ‘사회문제해결’을 입에 달고 살았다. “사회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조직은 기업”, “기업이 선한 의지를 가지면 사회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다”며 기업의 방식을 차용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카카오톡이란 국내 최대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만든 그가 사내외 플랫폼을 통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가능성도 있다. 사회공헌재단 카카오임팩트 이사장도 맡고 있는 그는 ‘사회문제 정의 플랫폼 100up’을 만들며 이렇게 말했다. ”플랫폼을 만들어 사회문제의 근본적 원인을 찾고, 문제정의를 올바르게 해두면 해결은 다양한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이번 기부 발표에도 해법에 대한 그의 고심이 묻어난다. 김 의장은 이날 “지난해 3월 (카카오톡) 10주년을 맞아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자가 되자고 제안 드린 후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앞서 그는 지난해 3월 직원들에게 공개한 영상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보더라도, 카카오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아직 미흡하단 걸 느꼈다. 사회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5500만명이 쓰는 모바일 플랫폼 만들기엔 성공했지만, 보건ㆍ교육ㆍ환경 등 더 큰 문제 앞에선 무력한 현실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교육 격차ㆍ일자리 문제ㆍ환경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가 심각해진 만큼 확실한 ‘소셜 임팩트’가 필요하단 생각에 기부 결심을 공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서울 명동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열린 카카오임팩트 '100up' 콘퍼런스에서 김범수 카카오임팩트 이사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 김 의장이 평소 좋아한다는 시(詩)도 그의 기부 결심을 해석하는 열쇠다. 그는 평소 미국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의 『무엇이 성공인가』라는 시를 자주 읽는다고 한다. 김 의장과 가까운 IT업계 인사는 “김 의장은 이 시의 구절을 인용해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를 카카오톡 상태메시지로 쓸 만큼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이 강하다”고 전했다.     재산기부 발표 시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타격을 거의 입지 않은 카카오는 지난해 기업가치가 급등한 기업으로 손에 꼽힌다. 8일 기준 시가총액 41조원에 육박, 1년새 포스코 같은 전통 대기업을 밀어내고 코스피 시총 10위 안에 안착했다. 카카오 주식 13.67%(5조5617억원)를 보유한 김 의장의 재산도 크게 불어났다. 김 의장 개인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카카오 주식(11.15%, 4조5380억원)까지 합치면 그의 카카오 주식 가치는 10조1000억원에 달한다. 포브스 기준 김 의장은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ㆍ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에 이은 세번째 부호다. 마침 올해초 가족들에 대한 주식 증여도 마무리했다. 그는 약 1450억원 어치의 주식(33만주)을 직계 가족과 친인척에게 증여했다. 사회적으론 여당이 ’코로나 이익공유제‘를 추진하는 등 잘나가는 기업들의 양극화 해소 노력을 요구한단 점에서도 타이밍이 나쁘지 않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주요 사재 기부 내역. 카카오   이제 관심은 김 의장이 기부 재산을 어디에, 어떻게 쓸 할 것인가로 쏠린다. 카카오 관계자는 “교육ㆍ빈부 격차, 소외, 기후변화 등 사회경제 문제 전반에 김 의장의 문제의식이 깊다”며 “혼자서 해결할 문제를 결정하기보단 직원들과 의논하고 사회적 논의의 물꼬를 트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최근 코로나19 이후 더 심해진 ‘격차’ 문제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2남 3녀 맏이로 태어나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 살았을 만큼 유년시절 형편이 어려웠던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도 장학ㆍ교육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단순한 재정 지원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키우고 기회를 주는 방식에 주목했다.   김 의장은 “가르치는 쪽도 배우는 쪽도 단순히 지식에 집중하지만, 이젠 스스로 세상의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2016년 스타트업 캠퍼스 총장 취임사 중), ”N개의 성장 사다리를 만들지 않으면 아이들은 방황한다. 우리가 하늘을 열어줘야 한다“(2018년 C프로그램)며 새로운 교육과 기회를 강조했다. 김 의장은 2014년 1세대 창업자 친구들인 이해진(네이버)ㆍ김택진(엔씨소프트)ㆍ김정주(넥슨)ㆍ이재웅(다음ㆍ쏘카)씨와 벤처기부 펀드 C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혁신사업을 지원해왔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 뜨는 기업 궁금하세요? 「 요즘 핫한 테크기업 소식을 입체적으로 뜯어보고 싶다면  →  https://url.kr/qmvPIX   」    QR코드를 찍으면 팩플 구독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2021.02.09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