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쑨양-하기노 고스케
한중일 수영 삼국지

수영은 아시아 선수들에게 성역(聖域)이었다.

체격조건이 뛰어난 데다 과학적인 훈련을 받는 서양 선수들을 따라잡기가 버거웠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옛말이다. 미국·호주 등 수영 선진국에서 훈련하고 체격이 서구화되면서 아시아 수영도 세계 무대의 한 축이 됐다. 한국·중국·일본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수들이 탄생했다.

한중일 수영 삼국지를 이끄는 선수 세 명이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마린보이' 박태환(27). 중국 수영의 '태양' 쑨양(25). 그리고 일본 수영에 떠오른 '신성' 하기노 고스케(22)다.

3명 신체조건, 경력 등 비교 그래픽 3명 신체조건, 경력 등 비교 그래픽
체격은.. 쑨양>박태환>하기노 고스케 체격은.. 쑨양>박태환>하기노 고스케

박태환의 체격조건은 키 1m83㎝·몸무게 74㎏이다. 일반 한국인 체형보다 좋지만 수영선수로서는 썩 좋은 조건이 아니다. '수영황제'로 불리는 마이클 펠프스가 1m93㎝·88㎏이다. 박태환 스스로도 항상 "키가 더 컸으면..."이라고 했다.

쑨양은 아시아 선수지만 체격은 서양 선수들 못지 않다. 1m98㎝·89㎏로 아시아 수영선수 중 가장 좋은 체격이다. 양팔을 벌린 길이는 2m, 발크기는 360㎜. 팔은 길며 힘차게 스트로크를 하는데 유리하고, 발이 크면 오리발을 신고 수영하는 것처럼 물안에서 빠른 동력을 얻을 수 있다.

하기노의 신체조건은 박태환보다 더 열세다. 1m77㎝·몸무게 71㎏이다.

수영감각은.. 박태환>하기노 고스케>쑨양 수영감각은.. 박태환>하기노 고스케>쑨양

천식을 치료하기 위해 5세에 수영을 시작한 박태환은 신체적인 한계를 천부적인 수영 감각으로 보완했다. 박태환은 폐활량(7200cc)이 타고났다. 좌우 호흡과 팔의 스트로크, 발차기 횟수를 자유자재로 조절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팔을 좌우로 한 번 휘저을 때마다 발차기 횟수를 2~6회까지 늘렸다 줄였다 마음대로 구사했다.

하기노는 철저한 기초교육이 만들어낸 수영 천재다. 생후 5개월에 수영을 시작해 스타트, 턴 이후 수중동작, 킥 등 세세한 부분까지 교육을 받아 자신만의 수영법을 체득했다. 하기노는 2세에 15m를 수영했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굵직굵직한 전국대회를 제패했다.

쑨양은 타고난 감각보다는 좋은 신체적인 조건으로 폭발적인 파워 수영을 한다.

세계 신기록은.. 쑨양>박태환=하기노 고스케 세계 신기록은.. 쑨양>박태환=하기노 고스케

세 명 중 쑨양만 현재 세계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쑨양은 자유형 1500m 세계 신기록(14분31초02) 보유자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세운 기록이다.

박태환은 주종목인 자유형 200, 400m에서 수차례 아시아 신기록을 세웠지만 세계 신기록까지는 세우지 못했다.

하기노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개인 혼영 200m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했다. 아직 세계 신기록은 없다.

리우 전망은.. 하기노 고스케>쑨양>박태환 리우 전망은.. 하기노 고스케>쑨양>박태환

올림픽에서 제일 먼저 두각을 나타낸 건 맏형인 박태환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쑨양은 출전했지만 메달은 따지 못했다.
하기노는 14세로 올림픽 출전이 꿈인 유망주였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스타는 쑨양이었다. 쑨양은 자유형 400·1500m에서 금메달을 땄다.
박태환은 자유형 400m에서 쑨양과 대결했지만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기노는 이 때 처음 올림픽에 참가해 개인 혼영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리우 올림픽은 하기노의 시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4관왕을 달성한 하기노는 꾸준히 성장해 일본 대표팀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리우 올림픽 자유형 200m, 개인 혼영 200·400m에 출전한다.

쑨양은 지난 4년간 무면허 운전, 열애설, 훈련 태만 등 갖가지 구설수에 올랐다. 런던올림픽 때보다 기대와 주목은 덜하다. 그래도 자유형 200m는 올 시즌 기록 1위, 400m는 2위에 올라있다.

마린보이, 리우에서 다시 한 번 마린보이, 리우에서 다시 한 번

박태환은 유종의 미를 거두려 한다.

수영 선수는 보통 20대 후반에 은퇴한다. 체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박태환은 도핑(금지약물 복용) 파문으로 훈련을 제대로 못했다. 하지만 메달에 대한 열망은 크다.

자유형 100·200·400·1500m에 출전하는 박태환은 출국 전 포부를 이렇게 밝혔다.

"어렵게 출전하는 올림픽이다. 메달을 꼭 목에 걸고 돌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