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이틀 앞둔 지난 11일 오전 10시 30분. 보이스택싱 ‘캠퍼스 편’ 취재를 위해 신촌으로 향했다. 이대입구 역에서 신촌역으로 방면으로 가던 길,인근 대학 학생인 강세린(22)씨와 장수인(23)씨가 보이스택싱에 승차했다 “투표도 투표지만 국회의원들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국민세금 가지고 자기들 좋은 일만 하고 그러잖아요. 믿음도 안 가구요. 만날 말만 반성한다 하지만 글쎄요….”
신설동 로터리에 강씨 일행을 내려 준 시각은 오후 12시30분이었다. 인근 고려대로 방향을 돌렸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고려대 이과대 1학년 김우철(19)씨가 고대병원 앞에서 보이스택싱에 올랐다. “이번이 첫 투표예요. 정치를 혐오한다고 해서 투표를 안한다면 더 바뀌는 게 없지 않을까요. 핑계 거리는 많지만 그래도 투표는 꼭 할 거예요.”
1시간 뒤 대학로에서 승차한 이혜나(20)씨는 성균관대 사회과학대에서 공부 중이다. “선거철이라고 공약을 막 던지는 분들이 많아요. 어차피 해주지도 않을 거면서 뭐든 표에 도움된다면 던지고 보는 거죠. 그런 분들이 없는 국회가 됐으면 해요. 제 자취방이 있는 지역 선거구(종로구)에 정치 거물들이 많이 나오셨는데 대학생을 위한 공약은 별로 없더라구요. 자취하는 학생들의 주거불안 문제도 신경 써주셨으면 합니다.”
오후 2시 30분쯤 승차한 곽지은(20)씨는 휴가복귀하는 남자친구를 배웅하고 오는 길이었다. “투표는 당연히 합니다. 권리잖아요. 이번에 뽑히는 국회의원들은 제발 ‘갑질’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선거 때만 나타나서 열심히 한다고 하는데 평상시에도 ‘을’의 자세로 임했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육군 상병인 남자친구는 제대가 9개월 남았다고 한다. 예쁜 사랑 이어가세요!
서울대 자연과학대에서 농생명과학대로 이어지는 가파른 언덕길에서 전주대 4학년 김지성(27)씨가 보이스택싱을 보고 손을 들었다. 정보시스템학 전공인 김씨는 서울대에 입주해 있는 스타트업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있다. “자기가 한 것에 대해 제대로 보상받게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요즘 보면 아르바이트를 해도 제대로 돈 못받고 그러잖아요. 어떤 노력을 했는지 어떤 힘을 들였는지 정당하게 본인이 한만큼 제대로 평가해서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해줬으면 해요.”
김씨를 지하철역에 내려준 뒤 다시 서울대 후문으로 돌아왔다. 이 대학 이과대 신입생 윤성월(19)씨가 급하게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윤씨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이번 첫 선거에서 뽑고 싶다고 했다. “언제부턴가 투표가 누구를 뽑아야 ‘통수’를 덜 아프게 맞을까 고민하는 상황이 된것 같아요. 그래도 어쨌든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니까. 그렇게 부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오후 7시쯤 숙명여대에서 숙대입구역으로 가는 좁은 도로에서 오지현(22)씨를 마지막 손님으로 태웠다. 교육학과를 다니는 오씨는 현재 임용고시를 준비 중이다. 그는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7급 공시생 송모(26)씨의 정부서울청사 침입 사건에 대해 한마디 했다. “놀라운 일이죠. 그런데 더 놀라운 건 주변 친구들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누군가 부정한 방법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다들 머릿속에 있는 거겠죠. 부디 이번에 뽑힐 의원님들은 세상을 깨끗하게 만들어주셨으면 해요.”
차고지인 시흥동으로 돌아가는 길. 마포대교를 넘을 때 눈에 들어온 수많은 불빛들은 이날 운행한 9시간 동안 청춘승객들이 털어놓은 정치에 대한 바람들을 생각하게 했다. 13일은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날. 누가 뽑히더라도 청춘이 지고 있는 무거운 짐을 국회가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게 되길 보이스택싱은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