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vs 독일

독일 잡은 한국축구 승리 방정식

한국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1%의 기적’을 썼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 챔피언이자 현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독일을 2:0으로 잡아낸 것이다. FIFA 랭킹 57위의 한국이 독일을 꺾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간밤의 감동의 가시기 전, 축구전문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 닷컴의 경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승리의 방정식’을 복기해 보자.

승리 방정식 1 - 골키퍼 조현우

독일전 최고수훈선수(MOM, Man of the match)로 꼽힌 골키퍼 조현우가 역시 첫 번째 승리 요소다. 독일은 이날 총 28개의 슈팅을 때렸다. 이중 19개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때린 것이었고, 특히 그 중 1개는 골문 바로 앞에서 때린 슛이었다. 이 28개의 슈팅 중 9개를 수비수가 막아냈고 1개는 골대를 스쳐 갔다.

  • 독일의 슈팅
  • 조현우의 결정적 선방

이번 월드컵 ‘최고의 발견’이라 불리는 조현우는 총 6개의 유효 슈팅을 선방(세이브)했고 펀칭을 2차례, 걷어내기(클리어런스)를 3차례 했다. 공중볼 경합을 따낸 것도 2차례 있었다. 볼 터치 횟수만 봐도 총 49회로 팀 전체에서 세 번째로 많았다(1위는 이용 56회, 2위는 이재성 55회)

조현우 선방 사진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대한민국의 골키퍼 조현우가 독일의 슈팅을 선방하고 있다. [카잔 AP=연합뉴스]

특히 전반 38분 독일 훔멜스가 혼전 중에 골문 바로 앞에서 때린 슛을 막아낸 장면과 후반 2분 고레츠카의 헤딩슛, 후반 52분 브란트의 중거리 슛을 막아낸 장면은 압권이었다. 세계 최고 골키퍼라도 실점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조현우는 단 한번도 골라인을 허락하지 않았다.

후스코어드닷컴의 기록에 따르면 조현우의 공식 선방(유효슈팅 선방)은 6차례였지만, 실제로는 10차례 이상 실점 위기를 막아냈다.

승리 방정식 2 - 망했다던 수비의 집념

승리의 두 번째 요소는 몸을 아끼지 않은 수비였다. 이날 한국팀이 패스나 슈팅을 몸으로 막아낸(블록) 통계 데이터를 보자. 한국은 이날 21차례의 블록(슈팅 9, 크로스 12)을 기록했다.

몸으로 막은 독일 공격

선수별로는 김영권ㆍ장현수가 각각 3개의 슈팅을 몸을 던져 막았다. 윤영선은 2차례, 정우영은 1차례 몸으로 슈팅을 막았다. 이들을 포함한 수비진은 총 12번, 미드필더도 후방까지 내려와 7번 블록을 해냈다. 전방의 손흥민ㆍ구자철도 각각 1차례 몸을 던졌다. 시간대별로 보면 전반 30~40분 사이 6차례, 후반 5분~10분 사이 3차례의 육탄방어가 나왔다.

독일의 슈팅과 한국의 블록

독일이 시도한 슈팅과 한국 수비의 블록 파란색 원은 독일의 슈팅 위치. 붉은색 원은 한국 선수들의 블록 위치

위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 한국 수비진은 독일의 슈팅을 온몸으로 막았다. 골대를 향하던 9개의 슈팅이 조현우에게 닿기도 전에 수비진에 막힌 것이다.

한국이 독일 공격을 걷어낸 위치

걷어내기 통계 붉은색 원은 한국이 독일의 공격을 차단하고 공을 걷어낸 위치

클리어런스 데이터를 봐도 이날의 치열했던 수비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클리어런스 숫자는 총 42개. 독일(12개)보다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머리로 걷어낸 게 15번, 발로 걷어낸 게 27번이었다. 위 이미지에서 보듯 그 대부분(38번)이 페널티 박스에서 걷어낸 경우였다. 수비수들은 총 24개, 미드필더진도 12개의 클리어런스를 기록했다. 가장 많은 클리어런스를 기록한 선수는 오른쪽 수비 이용이었다(총 7번).

시간대별로는 특히 후반 45분 이후 주어진 추가시간대에 클리어런스가 많았다. 총 11개의 클리어런스가 이 시간대에 나왔다.

승리 방정식 3 - 더 끊고 더 뛰고

한국은 이날 공격수들도 수비에 힘을 보탰다. 한국의 파울 통계를 보면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 총 16개의 파울을 범했는데 이중 12개가 공격진영에서 범한 파울이다. 독일이 밀고 올라올 시간을 주지 않고 전방에서부터 압박을 했다는 의미다.

한국의 파울 위치

파울 통계

선수별로 봐도 미드필더인 문선민(6차례)과 이재성(4차례)이 가장 많은 파울을 기록했다. 두 사람 모두 옐로카드를 받았지만 전방압박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날 한국이 받은 옐로카드는 총 4개였다.

상위 10명 뛴 거리 비교

선수들이 뛴 거리를 봐도 이날 한국이 얼마나 이를 악물었는지 알 수 있다. 한국팀의 뛴 거리는 총 118㎞로 이전 스웨덴ㆍ멕시코 전의 평균치인 103㎞보다 무려 15㎞나 많았다. 한국이 많이 뛰니 독일도 더 뛸 수밖에 없었고(총 115㎞) 이는 경기 후반 독일의 체력고갈, 집중력 저하로 나타났다. 한국팀에서 가장 많이 뛴 선수는 미드필더 이재성으로 12.14㎞를 뛰었다. 이어 정우영 11.93㎞, 홍철 11.24㎞, 이용 11.18㎞ 등의 순이었다. 한국팀 대부분의 선수가 뛰고 또 뛴 셈이다.

승리 방정식 4 - 공격 집중력

수비를 아무리 잘 해도 골을 넣지 못하면 이기지 못 한다. 이날 한국 공격진은 수비진 못지 않은 집중력 보여줬다. 이날 볼 점유율을 보면 독일이 74%, 한국이 26%로 독일이 월등히 앞섰다. 독일은 733개의 패스를 기록했고 패스성공률도 90%에 달했다. 반면 한국은 257개의 패스를 성공(성공률 69%)하는 데 그쳤다. 공중볼 경합에서도 키가 큰 독일에 65% 대 35%로 뒤졌다. 독일은 신체적 우위를 기반으로 33개의 크로스를 시도했고, 28개의 슈팅을 퍼부었다. 코너킥도 9번이나 했다. 하지만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했다.

반면 한국은 단 3번의 세트피스(코너킥) 찬스 중에 1번, 2번의 역습 중 1번을 골로 연결시켰다. 후반 중반 이후 체력이 떨어진 시점에서 집중력이 승부를 가른 거다.

축구공은 둥글다. 어제의 월드컵 우승팀이 오늘 조별예선에서 떨어지기도 하는 게 축구다. 팬들은 우스갯소리로 한국이 속한 F조의 험난함을 이렇게 표현했다.

조1위 - 세계랭킹 1위를 꺾은 두 팀을 이긴 팀(스웨덴)
조2위 - 세계랭킹 1위를 1골차로 꺾은 팀(멕시코)
조3위 - 세계랭킹 1위를 2골차로 꺾은 팀(한국)
조4위 - 세계랭킹 1위(독일)

팀 코리아 독일전을 앞둔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함께 모여 전의를 다지고 있다. [카잔 AP=연합뉴스]

한국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다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세계최강을 꺾어봤다는 경험은 한국 축구팀의 큰 자산이 될 것이다. 축제는 끝났지만, 2018년 러시아월드컵은 오래 기록될 것이다.

발행일 : 2018.6.28

  • 기획 정원엽
  • 데이터정리 배여운
  • 디자인 임해든, 김한울 인턴
  • 개발 전기환, 원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