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 대한민국 vs 스웨덴

바이킹 뚫는 패스 없었다... 유효슈팅 0의 이유

짠하고 아쉽다. 열심히 뛰긴 했는데 소득이 없었다. 18일 러시아 월드컵 스웨덴과의 첫 경기(0:1 패) 얘기다. 패인이 뭐였을까. ‘유효슈팅 0’은 결과일 뿐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개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과정을 되짚어 봤다. 스웨덴전 ‘오답노트’가 남은 두 경기(멕시코ㆍ독일) 승리의 발판이 되길 기원한다.

한국과 스웨덴의 볼 점유율은 48 대 52로 대등했다. 한데 왜 슈팅수는 5 대 15, 유효 슈팅수는 0 대 4로 밀렸을까.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줄기인 패스 데이터를 꼼꼼히 들여다 보자.

패스 분포도

※선수를 클릭하면 선수별 시각화 데이터를 볼 수 있습니다. 패스 선이 굵을수록 패스 횟수가 많음을 의미합니다.

패스 분포도

※선수를 클릭하면 선수별 시각화 데이터를 볼 수 있습니다. 패스 선이 굵을수록 패스 횟수가 많음을 의미합니다.

이날 한국팀이 뿌린 패스는 총 351개였다. 이중 278개를 성공시켰다(패스 성공률 79%). 반면 스웨덴은 417개의 패스 중 352개를 성공시켜 한국 보다 앞선 84%의 패스 성공률을 보였다.

패스의 핵은 기성용과 장현수였다. 기성용은 49회, 장현수는 42회 패스를 담당해 한국 선수들 가운데 1·2위를 차지했다. 패스 성공률도 모두 88%로 후반 중반 이후 투입된 정우영(패스 성공률 90%)을 제외하면 가장 높았다. 후방부터 두 사람이 공세전개(빌드업)에 핵심역할을 맡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신태용 감독은 조직력이 약한 한국 수비에 대한 처방으로 기성용을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배치한 후 수세시 중앙수비 가담, 공세시 볼 전개를 맡기는 실험을 해왔다. 빌드업이 좋은 장현수도 기성용과 함께 미드필더 지역까지 올라와 볼 전개를 도왔다. 두 사람이 주고 받은 패스가 총 13번으로 전체 선수간 패스 가운데 가장 많았다.

위치별 패스 분포도 한국 대표팀 기성용이 패스한 선수와 선수별 패스 횟수. 왼쪽 아래는 경기장 위치별 패스 분포도, 오른쪽 아래는 기성용의 움직임을 기록한 히트맵이다. 화살표는 한국팀의 공격 방향을 가리킨다.

문제는 두 사람에서 전개된 패스 방향과 기회 창출 횟수다. 기성용은 오른쪽 수비수(윙백)인 이용에게 가장 많은 9번, 이어 장현수에게 7번 패스를 했다. 기성용·장현수가 손흥민·황희찬 등 공격진에 볼을 배급한 횟수는 기성용 5회(손흥민 4회, 황희찬 1회), 장현수 1회(황희찬)에 불과했다. 한국팀의 패스가 주로 수비지역에서 이뤄졌고 공격 전개로 이어지는 패스는 상대적으로 적었던 거다.

소속팀(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는 구자철은 스웨덴에 철저히 봉쇄당했다. 구자철은 미드필더 진형에 있었음에도 총 14회의 패스 밖에 뿌리지 못했다. 이 중 공격진에 공을 전달한 건 단 두 차례(황희찬) 뿐이었다.

공격 패스가 막힌 결과는 한국팀의 에이스 손흥민이 움직인 기록(히트맵)에 그대로 나타난다. 손흥민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필드 전체를 분주히 뛰어다녔다. 공격에 집중하지 못한 거다. 전반 34분 놀라운 스피드로 하프라인부터 페널티박스까지 돌파를 보여줬지만, 그게 전부였다. 손흥민에게 가는 패스는 날카롭지 못했고, 손흥민은 스웨덴의 집중수비에 막혔다.

손흥민이 스웨덴 진영을 단독 돌파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 손흥민이 18일 열린 러시아월드컵 F조 스웨전 전에서 전반 스웨덴 진영을 단독 돌파하고 있다. 왼쪽 위는 손 선수의 스웨덴전 움직임을 기록한 히트맵. [AP=연합뉴스]

또 다른 패인은 한국 선수들이 뛴 거리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아이슬란드 등 전력상 약팀으로 분류됐던 팀들이 선전을 하고 있다. 이들은 '선수비 후역습', 체력을 바탕으로 한 걸음 더 뛰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팀은 스웨덴 전에서 총 103 ㎞를 뛰었다. 102 ㎞를 뛴 스웨덴에 근소하게 앞섰지만, 상대적으로 느린 스웨덴을 압도할만한 속도나 압박을 보여주지 못했다. 개막전에서 러시아가 120 ㎞, 같은조에 속한 독일과 멕시코가 각각 110 ㎞, 106 ㎞를 뛴 걸 고려하면 특히 아쉬움이 남는 수치다.

상위 10명 뛴 거리 비교

양팀 선수별 뛴 거리를 따며 보면 한국은 상위 10명 중 5명이 포함됐다. 중앙 미드필더인 이재성이 10.79 ㎞로 전체 1위, 오른쪽 수비수인 이용이 10.5 ㎞로 전체 3위를 차지했다. 기성용과 황희찬, 손흥민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축구통계전문 사이트인 후스코어드닷컴은 이날 한국 선수 2명에게 7점대 평점을 부여했다. 기성용이 평점 7.8점, 골키퍼 조현우가 7.6점을 받았다. FIFA는 놀라운 선방을 보여준 골키퍼 조현우를 홈페이지 메인 사진·기사 중 하나로 소개했다.

골키퍼 조현우 선수가 18일 스웨덴 전에서 마르쿠스 베리와 공을 다투고 있다. 한국 대표팀 골키퍼 조현우 선수가 18일 스웨덴 전에서 마르쿠스 베리와 공을 다투고 있다. 이날 조현우는 영국 BBC선정 경기 최우수 선수에 꼽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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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8.6.19

  • 기획 정원엽
  • 데이터정리 배여운
  • 디자인 임해든
  • 개발 전기환, 김승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