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40대 후반 홈매니저 이희영입니다.
원래는 20년 넘게 미용사로 일했어요.
끼니가 불규칙해 속병이 나 그만두게 됐죠.
그 뒤에 작게 사업을 시작했는데
사람들에게 상처를 많이 받고 곧 접었어요.
한동안 그렇게 생각했죠.
그러다 가사서비스를 애용하던 친동생을 보면서
이런 분야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처음엔 힘들다고 말리더라고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요.
아마도 제 능력 보다는
사회적 편견을 걱정했던 것 같아요.
이 업에 뛰어들고 보니
제가 보통사람보다 손이 빨라요.
냉장고나 옷장 정리를 해드리면
놀라서 말을 못 잇는 분도 있어요.
그 순간이 너무 기뻐서 일을 좋아하게 됐어요.
그저 집안일일 뿐인데,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고 도움이 되리란 걸
이전엔 상상도 못했거든요.
가령 냉장고 냄새의 근원은 선반의 찌든 때예요.
제대로 된 수납용기를 쓰지 않거나 대충 넣어서죠.
꼼꼼하게 손 보려면 서너 시간 걸려요.
때가 찌든 컵은 구연산과 베이킹소다로 닦아요.
화장실을 청소할 땐 바닥 물기까지 제거해야
물때가 적게, 천천히 끼죠.
그렇게 따지면 요리는 뭐,
레시피가 없어서 못하나요?
어떤 레시피가 좋은 건지 알아보기도 어렵고요.
가사일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잘하는 사람, 전문가는 따로 있죠.
성장 환경도, 투자한 시간도 다르잖아요.
살림 못하는 게 죄가 아니라는 걸
또래 주부들에게도 꼭 말해주고 싶어요.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니까요.
언제 일을 할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저는 오전 오후 4시간씩 두 타임을
꽉 채워 일하는 편이에요.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다른 동료들도 비슷해요.
그걸 이해하고 인정하는 게
가사서비스도 하나의 근로영역이라는
사회적 합의의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해요.
어려운 점도 있죠.
고객들 중엔 너무 좋은 분들도 많지만
저희를 하찮게 보는 분들도 꽤 있거든요.
심부름 같은, 계약 안 된 서비스를 요구하거나
인격 모독도... 솔직히 가끔은 있어요.
가사도우미들의 생각은
※ 가사서비스업체 '대리주부' 가사도우미(홈매니저) 63명온라인 설문, 조사 기간 2018.1.15~23. (단위: %)
학벌, 자격증 없어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고객 평가 안 좋으면 금세 도태됩니다.
법이 우리를 직업인으로 인정하면
사회적 인식도 점차 바뀌지 않을까요?
조금 더 준비해서
정리수납 전문가가 되는 게 꿈이랍니다.
은퇴요? 아마 힘 닿는 데까지 할 거 같아요.
잘하고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가사도우미(가사관리사)는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 근로자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한 유일한 직종이다. 예외 조항을 삭제하기엔 '각종 노무 관련 문제에 대한 제도적 마련이 미흡하다'는 우려가 있었다. 절충안으로 인증 업체 소속 가사도우미는 근로자에 준하는 보호를 받게 하는 특별법이 추진됐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국가와 사회가 가사도우미도 노동자로 인정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제화가 되면 유연한 대처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