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집은 안녕하십니까 부동산의 나라 대한민국 리포트

73.6%. 우리나라 가계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미국(34.9%)ㆍ일본(43.7%)ㆍ영국(55.3%) 등과 비교해 압도적인 수치다. 한평생을 바쳐도 집 한 채 마련하면 끝인 나라.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정부가 이 문제를 풀겠다고 팔을 걷어 붙였다. 해법은 크게 두 축이다. 하나는 집값을 잡는 규제책. 대한민국에서 가장 집값 비싼 동네, 서울 강남이 주 타깃이다. 다른 하나는 도시재생사업이다. 낙후된 인프라를 개선해 ‘못 사는 동네’를 ‘살 만한 동네’로 만드는 사업이다. 두 정책은 대한민국 부동산 피라미드의 양극단을 노린다. 맨 위는 끌어 내리고, 맨 아래는 끌어 올리는 게 목표다.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풀겠다고 팔을 걷어 붙였다. 해법은 크게 두 축이다. 하나는 집값을 잡는 규제책. 대한민국에서 가장 집값 비싼 동네, 서울 강남이 주 타깃이다. 다른 하나는 도시재생사업이다. 낙후된 인프라를 개선해 ‘못 사는 동네’를 ‘살 만한 동네’로 만드는 사업이다. 두 정책은 대한민국 부동산 피라미드의 양극단을 노린다. 맨 위는 끌어 내리고, 맨 아래는 끌어 올리는 게 목표다.

과연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성공할까.

강남 집값의 비밀

바보야, 문제는 교육이야

01강남에 붙은 불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어휴, 사모님. 여기 집값은 안 떨어져. 단기적으로 많이 떨어져도 1억~2억(원)이에요. 다들 교육 보고 오는 동네잖아요. 실수요가 떠받친다니까. 그리고 재건축하면 20억 갈 거예요. 강남은 집 사기 좋은 때가 따로 없어요. 오르는 건 확실한데 떨어지는 건 안 떨어지잖아. 그러니까 아무 때나 사면 돼요. 조금 더 비싸게 사냐, 덜 비싸게 사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니까.”

2017년 9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정부가 강남 집값 잡겠다고 난리인데, 지금 사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망설이자 돌아온 답이다. 실제로 8ㆍ2 부동산 대책이 나온 뒤 이 일대 아파트 거래 건수는 급감했지만,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은마아파트 76.79㎡ 짜리 최고가는 8ㆍ2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약 한달 뒤 13억원을 기록했고, 이후 2018년 5월 현재 15억1000만원까지 올랐다.

02특목ㆍ자사고 많이 보내는 중학교,
강남 집값을 떠받친다

강남 집값은 왜 요지부동일까. 부동산중개업자 말처럼, 정말 교육이 강남 집값을 떠받치는 걸까? 중앙일보는 서울대 공유도시랩과 함께 서울 시내 아파트(총 6460개 단지)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따져봤다.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R을 이용해 각 요인과 집값의 상관관계를 회귀분석하는 방법을 썼다. 그 결과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 와 그 외 지역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강남 집값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교육
집값과 교육·교통·경과년수(재개발)의 상관관계. 회귀계수가 클수록 두 변수간의 관계를 가장 잘 설명.

강남 3구에선 교육의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컸다. 각 요인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력을 비교해보면, 비강남 지역의 교육 회귀계수(숫자가 클수록 두 변수간의 관계를 가장 잘 설명. 음수는 반비례)는 33.5지만 강남3구에선 55.6까지 치솟는다.

교육 다음으로 회귀계수(영향력)가 큰 경과년수는 강남과 비강남이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비강남 지역에선 회귀계수가 -16.9로, 새 아파트일수록 가격이 높았다. 반면 강남 3구에선 회귀계수가 5.4로,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오히려 집값이 비쌌다. 이석준 서울대 공유도시랩 연구원은 “교육은 실수요를, 경과년수는 재건축 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를 반영한다”며, “강남 3구의 집값을 교육이라는 실수요가 상당 부분 떠받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통은 비강남 지역에선 집값에 영향을 미쳤지만, 강남에선 상관관계가 없는(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03학부모가 되면
다들 강남으로

교육 전문가들은 “각 지역 중학교의 특목ㆍ자사고(자율형사립고) 진학률를 보면 답이 보인다”고 말한다. 교육부ㆍ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서울 소재 10개 대학의 올해 신입생 3만3737명 중 31.4%가 특목ㆍ자사고 출신이다. 특목ㆍ자사고가 명문대 진학의 주요 변수가 되면서, 이들 학교 진학률이 높은 중학교에 가기 위해 초등학교 고학년 때 강남으로 이사를 가는 집이 많다는 것이다.

실제 그럴까. 서울 시내 381개 일반 중학교 졸업생의 특목ㆍ자사고 진학률을 전수 조사해봤다. 국제ㆍ특수중학교는 학군에 상관 없이 진학하기 때문에 소재지 집값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보고 분석에서 제외했다.

*자료=교육부 학교알리미,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2017년 9월 기준)

서울 소재 381개 중학교 중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에 위치한 학교는 총 65개로 전체의 17.1%를 차지한다. 하지만 특목ㆍ자사고 진학률이 서울시 전체 평균(11.8%)보다 높은 143개 중학교 중 강남3구 학교의 비중은 26.6%(38개)였다. 이런 경향은 진학률 비교 기준을 높일 수록 커졌다. 진학률이 높은 학교일 수록 강남3구에 몰려 있다는 얘기다. 특목ㆍ자사고 진학률 상위 10개 중학교 중 절반이 강남3구 학교였다.

특목·자사고 많이 보낸 상위 10개 중학교
순위 이름 소재지 진학률(%)

재미있는 점은 ‘교육 1번지’ 강남에서도 ‘전국구 교육특구’로 꼽히는 대치동 학교보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학교(신사중ㆍ압구정중)의 특목ㆍ자사고 진학률이 더 높았다는 점이다. 대치동에서 교육 컨설팅업체 ‘샤론코칭&멘토링연구소’를 운영하는 이미애 대표는 “압구정동 지역 고교보다 자사고를 더 선호한다. 지역 고교의 명문대 진학률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반면 대치동에는 어지간한 자사고보다 지역 고교가 더 낫다는 인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내 고등학교가 없는 서초구 잠원동에 위치한 중학교(경원중ㆍ신동중)들이 높은 순위에 오른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란다.

“공부 잘하는 학교가 많아 강남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부동산 중개업자의 주장도 데이터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정부 인구총조사 데이터를 보면 2015년 현재 강남 3구의 학령기(만 10~18세) 인구는 총 15만4726명으로, 10년 전인 2005년의 만 0~8세 인구(11만5336명)보다 34% 늘었다. 그만큼이 다른 구에서 강남 3구로 유입됐다는 의미다. 반면 강남 3구를 제외한 서울시 대부분 구에선 이 연령대 인구가 감소했다.

서울시는 지방자치제가 시작되기 이전인 1970년 고속버스터미널을 강남으로 이전하며 일대를 아파트 단지로 조성했다. 이어 강북의 명문 고교를 하나 둘 강남으로 이전시켰다. 종로에 있던 경기고가 1976년 삼성동으로 이전한 걸 시작으로, 78년 휘문고가 대치동으로, 80년 숙명여중ㆍ고가 도곡동, 서울고가 서초동으로 이전했다. 1984년에는 중동고가 일원동으로, 88년에는 경기여고가 개포동으로 옮겼다. 인구 증가와 강남 개발로 1978년 서울시 전체 학군은 9개가 됐는데, 이중 강북 명문고가 옮겨간 강남ㆍ서초구가 8학군이었다. 『강남 만들기, 강남 따라잡기』의 저자 박배균 서울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계획도시로 개발된 강남엔 정책적으로 다양한 인프라가 직접됐고, 이를 중심으로 모여든 중산층이 인프라를 더욱 치밀하고 풍성하게 만들었다. 교육 인프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반포주공아파트 분양권 추첨 모습
1973년 대한주택공사는 국내 최초의 대단지 아파트인 반포주공아파트를 강남에 건설했다. 사진은 반포주공아파트 분양권 추첨 모습. [중앙포토]

서울시는 지방자치제가 시작되기 이전인 1970년 고속버스터미널을 강남으로 이전하며 일대를 아파트 단지로 조성했다. 이어 강북의 명문 고교를 하나 둘 강남으로 이전시켰다. 종로에 있던 경기고가 1976년 삼성동으로 이전한 걸 시작으로, 78년 휘문고가 대치동으로, 80년 숙명여중ㆍ고가 도곡동, 서울고가 서초동으로 이전했다. 1984년에는 중동고가 일원동으로, 88년에는 경기여고가 개포동으로 옮겼다. 인구 증가와 강남 개발로 1978년 서울시 전체 학군은 9개가 됐는데, 이중 강북 명문고가 옮겨간 강남ㆍ서초구가 8학군이었다. 『강남 만들기, 강남 따라잡기』의 저자 박배균 서울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계획도시로 개발된 강남엔 정책적으로 다양한 인프라가 직접됐고, 이를 중심으로 모여든 중산층이 인프라를 더욱 치밀하고 풍성하게 만들었다. 교육 인프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04교육 대책 따로
부동산 대책 따로

데이터로 본 강남 집값의 비밀은 교육에 있다. 명문대 진학을 위해 소위 ‘명문중’ ‘명문고’를 찾아 층층이 이어지는 교육 수요가 강남 집값을 떠받치고 있다. '바람직하냐 아니냐'와는 다른, 엄연한 현실의 문제다. 정책은 현실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으로 과연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투기 수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교육 등 실수요를 막긴 어렵다”며 “실수요가 특정 지역에 몰리는 문제는 억누르기보다 분산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발행일 : 2017.09.21

  • 기획 정선언, 김현예, 정원엽, 조혜경
  • 사진 강정현
  • 3D 심정보
  • 영상 조수진
  • 디자인 임해든
  • 개발 전기환, 원나연
  • 데이터 분석 서울대 도시공유랩 이석준 연구원
  • 본 기획물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