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고속도로 데이터로 찾아낸 사고다발 구간 18

마의 고속도로 데이터로 찾아낸 사고다발 구간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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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1

2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친 지난 7월 9일 경부고속도로 버스 추돌사고.
사고 원인은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이었다. 하지만 하나 더 주목할 것이 있다.
버스는 경기도 오산을 출발해 서울로 가던 중, 양재나들목 인근에서 사고를 냈다.
이 구간은 2013~2015년에도 졸음운전 사고가 세 건 발생했던 곳이다.

7월 9일 경부고속도로 버스 추돌 사고.
원인은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이었다.
하지만 하나 더 주목해 봐야할 것이 있다.

왜 비슷한 곳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반복될까.
소위 고속도로 ‘마()의 구간’은 정말 있는 걸까.

본지는 전국 고속도로를 1㎞ x 1㎞ 단위로 자른 뒤 2013~2015년 사고 장소를 찍어봤다.
사망사고가 한 건 이상 난 곳 전체와 사상사고가 3건 이상 중복 발생한 곳을 겹쳐봤다.
그 결과 총 4487건의 사고 가운데 1378건이 발생한 사고다발 구간 18곳이 확인됐다.
여름 휴가를 떠나기 전 내가 이용할 고속도로의 ‘마의 구간’을 확인해 보자.

버스는 양재나들목 인근에서 사고를 냈다.
최근 3년간 졸음 사고가 세 건 났던 곳이다.
고속도로 ‘마()의 구간’은 정말 있는 걸까.

본지는 답을 찾기 위해
전국 고속도로 노선을 1㎞ x 1㎞ 단위로 자른 뒤,
2013~2015년 사망사고가 난 곳과
사상사고가 3건 이상 난 곳의 위치를 겹쳐봤다.
그 결과 사고다발 구간 18곳을 추려낼 수 있었다
여름 휴가 전 여행지 ‘마의 구간’을 확인해 보자.

01
가다 서다 ‘쾅’ 경부선 수도권

#전방주시소홀 #정체 #연쇄추돌

지난 6월 29일 정오, 서울 양재동 서울오토갤러리 앞 양재대로. 경부고속도로 양재IC 한남대교 방향으로 진입하려는 차들이 500m 넘게 줄지어 늘어섰다. 이 행렬에 부산 방향 램프로 가려는 차량까지 엉키며 일대는 극심한 혼잡에 빠졌다.

경부선 수도권 주요 구간은 하루 평균 20만대의 차량이 오간다. 기점인 양재IC에서 외곽순환선이 빠져나가는 판교JC를 지나 금곡IC까지, 계속 차가 늘어난다.

일평균 통행량이 약 25만대로 가장 많은 신갈분기점 인근. [중앙포토]

7월 9일 발생한 버스 추돌사고 역시 이 구간에서 발생했다. 사고를 낸 버스 노선은 북오산톨게이트로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해 신갈JC·판교IC·양재IC를 거친다. 상습 지·정체가 심해 졸음운전이나 전방주시소홀로 인한 추돌사고가 많은 구간이다.

양재IC-판교JC-금곡IC

차가 많다 보니 정체도 잦다. 차들이 끊임없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때문에 뒤차가 앞차를 추돌하는 사고가 많다. 경부선에서 서울과 경기도를 구분하는 지점이자 상습정체구간인 일명 '달래네고개'에서도 지난 4월 25일에도 BMW 미니가 정차 중인 SM5를 추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음주운전 사고도 많다. 출·퇴근 운전자들이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3년간 총 27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있었는데, 이 중 11건이 사망·중상 사고였다. 운전자 중 5명은 사고를 낸 뒤 도망갔다.

“정체구간에서 갑자기 차 속도를 줄일 땐 비상등을 켜는 게 좋다. 뒤차가 추돌하는 걸 막을 수 있다.” - 고속도로순찰대

신갈JC-수원신갈IC-동탄JC-오산IC

대한민국 고속도로 가운데 가장 번잡한 구간이다. 하루 평균 통행량이 약 25만대나 된다. 본선에 차가 많은 데다 지선에서 차가 합류하며 접촉·추돌사고가 잦다.

봉담~동탄 간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동탄JC 인근은 상습정체 구간이다. 이곳에선 2013~2015년 총 61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20m당 한건 꼴이다.

오산IC~오산톨게이트 하행선은 특히 차로를 바꿀 때 신경을 써야 한다. 톨게이트까지 거리가 채 200m도 안 되는데 하이패스 차로는 하나 뿐이라, 갑자기 차로를 바꾸는 차들이 많다. 여기에 서울 방향 경부선에서 빠져나온 차들도 1차로로 합류한다.

“본선 진입차량과 합류차량 간 접촉사고가 잦다. 차로를 바꿀 때 반드시 표시등을 켜야한다.” - 고속도로순찰대

안성JC인근-안성IC

주말 정체 때 서울에서 출발한 운전자들이 슬슬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하는 구간이다. 이곳을 지나는 차들 중엔 화물차 비중이 20% 가까이 된다. 평택을 지나는 고속도로와 국도가 여기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 구간에선 특히 휴게소에 들고 날 때 진로변경 사고가 잦다.

“상습정체 구간에선 앞차와의 안전거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무리한 차로 변경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 고속도로순찰대

02
사망사고 비중 1위 남해선

#꾸불꾸불도로 #본선지선교차 #차로변경

지난 6월 29일 마산톨게이트에서 창원JC로 차를 달렸다. 편도 2차로였던 도로가 창원JC 부근에서 4차로로 넓어졌다. 승용차들은 일제히 1ㆍ2차로로, 대형차들은 3ㆍ4차로로 달려갔다. 수십대의 승용차ㆍ화물차가 복잡하게 엇갈렸다. 흡사 곡예운전을 보는 듯 했다.

창원JC에서 서로 교차해 달리는 승용차와 화물차. 창원=위성욱 기자

북창원IC-창원JC-동창원IC

평균 교통량이 6만(왕복4차로)~8만(왕복8차로)대로, 전국 5위권이다. 창원·부산 등을 오가는 화물차가 전체 통행량의 35%를 차지한다. 주말·명절 땐 승용차도 많이 몰린다. 우회도로가 마땅치 않고, 경전선 열차를 타면 이동시간이 오래 걸리는 탓이다.

창원JC 부근에선 순천에서 부산으로 가는 본선과 도심(마산)에서 들어오는 지선이 합쳐진다. 본선엔 화물차, 지선에는 승용차가 많다. 문제는 화물차 지정차로가 따로 있다는(3·4차로) 점이다. 이 탓에 승용차·화물차가 ‘X자 주행’을 하게 되고 사고가 많이 난다.

이 구간의 차량 진행방향은 왜 이렇게 꼬이게 됐을까. 현재 남해고속도로 본선은 2000년대 신설됐다. 원래 이름은 마산외곽고속도로였다. 하지만 차량 통행량이 계속 늘어나 이름이 남해선 본선으로 바뀌게 됐고, 원래 남해선은 남해1지선이 됐다. 결과적으로 지선이 먼저 생기고 본선이 만들어지며 차량 진행방향이 꼬이게 된 것이다. 교통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화물차 전용 우회도로를 신설하는 게 사고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창원JC를 지나 진영휴게소까지 갈 땐 내리막길에 주의해야 한다. 2차로가 4차로로 늘어나며 차들이 속도를 높여 사고가 자주 난다. 비가 올 땐 미끄러짐 사고도 잦다.

서김해IC-대저JC

차량 통행량이 많고 정체도 심한 구간이다. ICD가 있는 양산에서 화물차도 많이 들어온다.

김해로 빠지는 차와 대동·물금·양산에서 남해선으로 들어오는 차가 엇갈리며 추돌사고가 잦다.

커브구간이 많고 단속카메라도 많아, 차들이 속도를 높였다 줄였다 한다. 3차로였던 도로가 1차로로 줄어드는 북부산요금소 부근에선 병목현상도 심하다.

“차로가 넓어졌다가 곧 다시 좁아지니, 과속을 하면 안 된다. 화물차 운전자들은 피곤해 졸음운전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방어운전에도 신경 써야 한다.” - 고속도로순찰대

갑자기 차로가 줄어드는 북부산요금소. 부산=이은지 기자

장유IC-냉정JC

차로가 둘 뿐이다. 길이 좌·우로 연달아 꺾이는 ‘연속 커브’ 구간도 있다. 속도를 늦추고 앞차와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으면 연쇄추돌 사고가 나기 쉽다.

1973년 왕복 2차로로 출발한 남해선(현재 남해1지선)은 수십번 공사를 거쳐 왕복 4차로가 됐다. 폭은 늘었지만 기존 도로를 따라 확장 공사를 해 급커브 구간이 많다. 도로 선형(線形)이 ‘국도급’이다.

냉정JC 근처 부산방면 3㎞ 지점은 내리막길이다. 옛날엔 단속카메라가 있었지만 과속을 하던 차들이 갑자기 속도를 줄이다가 오히려 사고가 난다는 지적이 많아 카메라를 없앴다.

“도로 선형이 나쁘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운전해야 한다. 단속카메라가 많아 급제동을 하는 차들도 많으니, 연쇄 추돌사고에 주의하자.” - 고속도로순찰대

03
직선도로의 덫 천안·청주권

#직선도로 #과속 #승용차

지난 6월 27일 충남 천안 북천안IC 부근 경부고속도로. 직선으로 쭉 뻗은 4개 차로를 차들이 빠르게 질주했다. 천안IC까지 5㎞를 달리는 동안 제한속도(시속100㎞)로 지킨 취재차량은 계속 추월당했다.

북천안IC에서 직선도로가 계속 되다 천안IC에서 커브길이 나오며 정체가 발생하는 경부고속도로. [중앙포토]

북천안IC-천안IC

북천안IC에서 천안IC까지는 커브길이 없다. 상습 정체구간을 지나 길이 소위 ‘뻥 뚫리는’ 구간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차가 속도를 많이 낸다. ‘다른 마(魔)의 구간’과 달리 과속 사고가 많은 건 그 때문이다. 직선 구간을 빨리 달리다가 갑자기 지·정체 구간이 나타나면 속도를 줄이지 못해 사고가 나는 것이다.

이 구간의 하루 평균 통행량은 상·하행선을 합쳐 약 19만대다. 경부고속도로 53개 구간 평균 11만대보다 약 8만대가 많다. 차량 통행량이 많다 보니 한번 사고가 나면 줄줄이 사고가 이어진다. 연쇄추돌 사고 발생률이 경부선 수도권 구간만큼 높다. 사고가 나 서있는 차를 못 보고 재차 들이받는 2차사고도 흔하다.

“길이 좋다고 과속하면 안 된다. 고정식 과속단속 장비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고속도로순찰대

남천안IC-남풍세IC

서울을 출발해 하행하는 운전자의 집중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구간이다. 양재IC에서 경부선을 타다가 논산천안고속도로로 접어든 차들은 대부분 정안알밤휴게소까지 130㎞를 쉬지 않고 달린다. 평일 기준 1시간30분 정도 거리지만, 한두 차례 정체를 만나면 2시간은 족히 걸린다. 이 구간에 졸음운전 사고가 많은 건 그래서다.

풍세TG가 철거되기 전에는 요금을 내기 위해 정차한 차를 뒤따르던 차가 추돌하던 사고도 잦았다. 겨울철에는 급제동 차량이 미끄러지며 중앙분리대와 요금소를 들이받는 사고도 빈발했다.

“운전자들은 보통 목적지에 최대한 가까운 곳까지 간 다음 쉬려고 한다. 졸음쉼터 이용을 권장해야 졸음운전 사고를 줄일 수 있다.” - 교통안전공단 송봉근 교수

서청주IC-남이JC

서청주IC는 청주 서북부권 주민들이 중부고속도로에서 자주 이용하는 나들목이다. 오창 산업단지와 진천·음성 산업단지로 출퇴근하는 승용차 통행량이 많다. 인근에 청주산업단지가 들어서고 백화점·대형마트 등이 입점하며 화물차 통행량도 늘었다. 이 탓에 화물차·승용차가 엉키며 사고가 많이 난다.

지난해 6월 21일 이 구간 하행선 251㎞ 지점에서는 이모(53)씨가 몰던 트레일러가 사고 수습을 위해 정차 중인 최모(34)씨의 쏘나타 등 차량 3대를 잇달아 추돌했다. 지난해 7월엔 A씨(26)가 몰던 승용차가 앞서 가던 승용차를 들이받으며 6중 추돌 사고가 났다. 나들목 정체를 예상 못한 운전자들이 앞 차와 안전거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였다.

화물차 사고가 많다 보니, 상대적으로 사망·중상사고 비율이 높은 것도 이 구간 특징이다.

청주IC-남이JC

남청주IC에서 진입해 청주IC로 가는 상행선 길은 큰 정체구간이 없다. 전반적으로 차량 흐름이 순조로운 편이다. 하지만 청주IC를 1㎞ 앞둔 지점에서 갑자기 오른쪽으로 휘어진 커브길이 나타난다. 지난 3년간 이 구간에서만 총 23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대부분 뒷차가 앞차를 들이받는 추돌사고였다.

갑자기 커브길이 나타나 추돌사고가 많은 부산방면 청주IC 1km 직전 지점. 청주=최종권 기자

이 구간을 지날 때 보통 승용차들은 1차로, 화물차는 2ㆍ3차로를 달린다. 화물차들은 커브를 돌 때 대개 속도를 줄이지만, 승용차들은 그러지 않는다. 그 탓에 순간적으로 차로를 이탈하며 느리게 가던 앞 화물차를 추돌하는 경우가 많다.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에 승용차 통행이 늘며 병목·정체가 발생한다. 사고 건수에 비해 큰 사고가 많은 편이다. 안전거리 확보에 유의하자.” - 고속도로순찰대

04
‘공포의 화물차’ 경기·인천권

#화물차 #톨게이트 #출퇴근 #상습정체

조남JC 인근-안산JC

서해안고속도로는 수도권(서울 금천)과 호남(전남 무안)을 연결하는 유일한 고속도로다. 그만큼 차량 통행량이 많다. 특히 조남JC 인근에서 서울외곽순환도로와 만나며 통행량이 급증한다. 이 때문에 2㎞ 남짓 짧은 거리에서 사고가 잦다.

특히 조남JC 인근은 내리막 구간이라 사고 위험이 더 높다. 이 구간 사이에 위치한 서서울톨게이트 부근도 사고 다발 구간이다. 3년간 20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톨게이트를 지난 직후 램프 진입구간에서 무리하게 차로를 바꾸다 사고가 많이 난다.” - 고속도로순찰대

서평택JC-서해대교

서평택JC를 이용할 땐 화물차 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인근 아산 국가산업단지와 평택·당진항을 오가는 화물차가 많이 다니기 때문이다. 이 구간 하루 평균 통행량이 5만4200여대인데, 이중 7570대(14%)가 대형·특수 화물차다.

2006년 서해대교에서 발생한 29중 추돌사고. 안개 때문에 전방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과속을 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중앙포토]

서해대교에선 연쇄추돌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안개가 자주 껴 시야 확보가 힘든 탓이다. 지난 2006년에는 안개가 낀 날 과속하던 차가 29중 추돌사고를 내기도 했다.

“서평택JC까지는 기상 상황이 괜찮다가도 서해대교에 진입하면 갑자기 시야가 뿌예지는 경우가 있다. 해안가라 수증기 공급이 많은 탓이다. 과속은 금물이다.” - 기상청

신월IC-서운JC, 서창JC 인근

신월IC-서운JC

이 구간 경인고속도로는 한 마디로 ‘포화상태’다. 청라국제도시, 삼산지구 등이 잇따라 개발되며 서울-인천간 통근 인구가 크게 늘어서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상습 지·정체가 발생한다.

서운JC 인근에서는 경인고속도로에서 서울외곽순환도로 계양·중동IC 방향으로 가려는 차들이 끼어들기를 자주한다.

서창JC 인근

서창JC 인근도 하도 막히다보니 차로를 바꾸는 차들이 많아 접촉 사고가 많이 난다.

남양주IC-하남IC

한강을 사이에 두고 강변북로·올림픽대로와 이어지는 서울외곽순환도로 구간이다. 구리와 남양주·하남 주민들의 승용차와 인근 백화점·수산센터 등을 오가는 화물차가 복잡하게 뒤섞인다. 여기에 구리남양주 톨게이트의 병목현상까지 겹쳐 도로가 자주 막힌다. 그 탓에 수도권 경부고속도로처럼 연쇄추돌사고가 많다. 앞선 사고를 보지 못하고 재차 추돌사고를 내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05
길 잃기 일쑤 대구·울산·김해권

#운전난이도최고 #연쇄추돌 #사망중상

갑자기 갈래길이 튀어나온다. 초행길이면 열이면 열 모두 헷갈려 한다. 도로가 급하게 꺾이고, 화물차도 많이 다닌다. 대구와 울산, 부산 인근 고속도로 사고다발 구간은 모두 운전 난이도 ‘상(上)’급이다.

금호JC-도동JC

경부고속도로 금호JC 인근에선 전복사고가 많다. 램프구간 제한속도는 시속 60㎞지만, 고속도로를 시속 100㎞로 달려온 차들은 대부분 이를 지키지 않는다. 문제는 급커브 구간이 많다는 점. 과거 구마고속도로(현 중부내륙선)과 경부고속도로의 교차지점이었기 때문에, 다른 분기점과는 달리 연결도로가 꼬여있어서다. 다른 고속도로 분기점처럼 생각하고 고속으로 커브를 돌다 튕겨나가는 전복되는 차들이 많다.

도로가 꼬여 급커브구간이 있는 금호분기점. 대구=백경서 기자

도동JC는 부산-포항·팔공산 갈래길과 포항-팔공산 갈래길이 급작스럽게 나온다. 처음 가는 사람이라면 표지판을 찾다 갈래길을 지나쳐 다른 방향으로 가기 십상이다. 이 탓에 갑자기 진로변경을 하다 사고가 나는 경우도 많다.

“램프 구간 제한속도를 지키자. 도동JC 인근은 내비게이션 안내가 늦게 나올 수 있으니 표지판을 체크하며 안전주행을 해야 한다.” - 한국도로공사

언양JC-통도사IC

지난해 10월, 언양JC 부근을 지나던 관광버스가 급차로 변경을 하다 방호벽을 들이 받았다. 버스에서 불이 나 10명이 사망했다. 이 구간은 ‘죽음의 도로’라는 오명을 얻었고, 현재 확장공사 중이다. 공사 탓에 갓길이 없어져 도로는 더 혼잡해 졌다.

언양JC 지점은 구서IC에서 진입한 차가 약 30㎞ 정도 달리면 도달하는 지점이라, 졸음운전 가능성도 높다.

통도사IC 인근에선 울산으로 가는 차들이 사고를 많이 낸다. 서울산IC를 통과한 차가 경부고속도로로 합류한지 불과 500m 만에 다시 울산고속도로로 빠져 나가야하기 때문이다.

“통도사IC 구간에 진입하거나 외곽도로로 빠질 차량은 무조건 속도를 낮춰야 한다.” - 고속도로순찰대

낙동강 인근 대동JC-초정IC

중앙고속도로 대동JC 인근에는 물류창고가 많다. 때문에 화물차가 많이 다닌다. 차량 통행량에 비해 차로 수가 적어 정체가 심해 2014년 3차로로 확장을 했다. 현재는 부산외곽고속도로 연결 공사 중이라 혼잡하다.

초정IC 인근에는 부산신항으로 가는 전용도로가 있다. 3차로 직선도로지만 교통량이 워낙 많아 소형차들은 갓길로도 달린다. 이 탓에 지·정체 때 접촉·추돌 사고가 많다.

06
번외편 / ‘유령정체’ 영동선

#터널 #유령정체 #졸음운전

차량 운전자들은 어두운 터널에 근접하면 본능적으로 브레이크를 밟는다. 때문에 실제로는 막힐 이유가 없는데 지ㆍ정체가 생긴다. 이런 현상을 ‘유령 정체’라고 부른다.

강원 영동고속도로는 다른 고속도로에 비해 사고가 적은 편이다. 한데 유독 터널 인근에서만 사고가 많이 난다. 특히 둔내터널, 봉평터널, 진부1ㆍ2ㆍ3터널이 그렇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유령 정체’를 꼽는다.

시속100km로 주행하는 차량은 1초에 약 30m를 달린다. 2초만 눈을 감아도 50m 넘게 차가 앞으로 간다는 말이다. ‘유령 정체’가 발생할 때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가 잠깐만 한눈을 팔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해 7월, 강원도 봉평터널에서 유령정체 현상으로 발생한 추돌사고. 20대 여성 4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 [영상 강원지방경찰청]

특히 졸음운전이 문제다. 지난해 7월 봉평터널 참사나, 지난 5월 둔내터널에선 고속버스가 서행하던 승합차를 들이받아 노인 4명이 숨진 사고가 그런 경우였다. 6월에도 비슷한 이유로 5중 추돌사고가 났다.

2017년 5월 발생한 둔내터널 사고. 봉평터널 사고의 복사판처럼 비슷한 연쇄추돌 사고가 났다. [영상 강원지방경찰청]

사고 고속버스 운전기사 정모(49)씨는 “춘곤증 때문에 깜빡 졸았는데, (실제로는 정차한) 차량이 계속 진행하는 걸로 보였다”고 했다.

한국도로공사 강원본부는 둔내터널 등 사고 위험이 높은 터널 앞에 그루빙(도로 포장 표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홈을 내는 것)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하기 위해서다.

“동해안에 놀러왔다가 서울로 돌아가는 차량 운전자가 식사 후 1시간 가량 달렸을 때 도착하는 지점이 둔내~봉평터널 구간이다. 마땅히 휴식할만한 공간이 없어 졸음운전 가능성이 높다.” - 교통안전공단

Chapter 02

7월 9일 경부고속도로 버스 추돌사고는 오후 2시 50분쯤 발생했다.
점심시간 직후 졸음운전이 빈발하는 시간대다.
다른 사고들도 같은 패턴을 보일까.

한 해 약 300명에 이르는 고속도로 사망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시간대와 사고 유형을 정리했다.

7월 9일 경부고속도로 버스 추돌사고는
오후 2시 50분쯤 발생했다.
점심시간 직후 졸음운전이 빈발하는 시간대다.
다른 사고들도 같은 패턴을 보일까.
한 해 약 300명에 이르는 고속도로 사망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시간대와 사고 유형을 정리했다.

중경상 사고는 낮, 사망 사고는 새벽

3년간 발생한 사망사고 718건의 사고 발생 시간대를 표시했다. 오전6시~오전7시, 오후1시~오후2시에 발생한 사망사고가 각각 42건으로 가장 많았다.

차가 많으면 그만큼 사고도 많아진다.
3년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총 4487개 사고 가운데 중상 이하(중상ㆍ경상ㆍ부상) 사고들은 대부분 오전 11시~오후 6시 사이에 났다. 차량 통행이 많은 낮시간대다. 새벽이나 밤엔 사고 건수가 낮의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사망사고는 달랐다. 주로 차가 드문 새벽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전6시(전체 151건 중 사망사고 42건), 오전5시(전체 155건 중 사망사고 40건), 새벽1시(전체 193건 중 사망사고 40건) 등이다.

3개 시간대의 사고유형을 들여다보면 ‘차량 전도ㆍ전복’이 7건, ‘정면충돌’이 5건, 공작물충돌ㆍ추돌이 18건 등이다. 혼자 차를 몰고 가다가, 운전대를 잘못 조작하거나, 길을 이탈해, 사망사고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차량이 적어 과속을 하기 쉽고, 졸음운전을 하기 쉬운 시간대인 게 원인으로 추측된다.

식사 직후인 오후 1시에도 사망사고가 42건(전체사고 218건) 발생했다. 사고 원인이 명백하게 졸음운전인 사고도 4건으로, 다른 시간대에 비해 높았다.

공작물 충돌사고, 절반 목숨 잃어

한번 사고가 났다하면 절반은 목숨을 잃는 사고 유형이 있다.
공작물 충돌(추돌)사고다. 공작물은 도로 위에 세워진 중앙분리대·가드레일을 비롯해 교각·옹벽·가로등·전봇대·가로수 등을 말한다. 3년간 발생한 184건의 사고 가운데 89건이 사망사고였다. 일반 도로에서 공작물 충돌 사고 사망률은 약 13% 정도인 걸 고려하면 대단히 높은 비율이다.

차가 전복·전도되는 사고도 주의해야 한다. 총 68개 사고 중 35건이 사망사고였다.

차량 간 추돌사고는 전체 사고 건수(2903건) 건수 대비 사망사고 건수(295건)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한번 사고가 난 뒤 연쇄추돌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차량 사고·고장으로 차 밖에 나와있던 사람이 뒤에서 오던 차에 치어 숨지는 경우도 많다. 고속도로에서 차가 고장나면 가능한 한 휴게소·쉼터 등으로 이동해 수리해야 하는 건 그 때문이다. 피치 못할 경우라면 반드시 안전표지대를 세워놓고 사람은 차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좋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고속도로를 달리기 전 반드시 타이어 체크를 꼼꼼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타이어가 펑크 나 발생한 54건의 사고 중 21건이 사망사고였다. 사망률이 40%가 넘는 셈이다.

사고 20건 당 한 건꼴 음주운전

총 238건. 전체 4487건의 사고 중 음주운전이 최초 원인이 돼 발생한 사고 숫자다(피해차량이 음주운전을 한 경우는 제외).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사람이 20건 중 한 건 꼴이다. 음주사고자들은 대부분 시속 100㎞ 전후로 차를 몰다 졸며 앞 차나 공작물을 들이 받았다. 노선별로는 경부고속도로(68건), 서해안고속도로(26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26건) 순으로 음주운전 사고가 많았다.

사고를 내고 도망간 운전자는 더 많다. 총 437명으로 전체의 10% 꼴이다. 이 중에선 사망사고를 내고 도주한 운전자도 13명이나 있었다. 특히 졸음운전 사고나 음주운전 사고를 낸 운전자들이 다른 사고 운전자에 비해 도주 비율이 높았다. 졸음운전 사고 운전자는 전체 140명 가운데 10명, 음주운전 사고 운전자는 전체 238명 가운데 25명이 사고를 내고 도망갔다.

발행일 : 2017.07.12

  • 취재 위성욱(창원), 신진호(천안), 김민욱(수원·인천), 이은지(부산·김해), 박진호(강원), 최종권(청주), 백경서(대구)
  • 기획 조혜경
  • 데이터수집·정제 코드나무 김승범
  • 개발 전기환, 원나연, 김승섭
  • 디자인 김민희, 김은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