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취임식 이렇게 다르다

1월 2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45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습니다.

한국도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이르면 올 4월 19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부총장(미국학)은
"대통령의 권위는 국민의 지지를 근간으로 하며,
취임식에 대한 관심은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했습니다.

양국 대통령 취임식을 비교해 볼까요?

1월 2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45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습니다.

한국도 탄핵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이르면 올 6월 19대 대통령 취임식이 열릴 수도 있습니다.

양국 대통령 취임식을 비교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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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국회? No. 체육관, 비행기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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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가정집, 에어포스원… 특이한 장소 많았던 미국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1789년 뉴욕의 연방 홀에서 취임했다. 당시 수도가 뉴욕이었기 때문. 2,3대 취임식은 그 다음 수도였던 필라델피아에서 열렸다.

워싱턴 의회 의사당 워싱턴 의회 의사당.

1800년 수도 이전으로, 4대 대통령 취임식부터는 워싱턴 D.C.에 있는 의회 의사당(U.S.Capitol)에서 거행되고 있다.

예외도 있다. 17대 앤드류 존슨 대통령은 워싱턴의 한 호텔에서, 21대 체스터 아서 대통령은 뉴욕 자기 집에서, 26대 테오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버팔로의 친구 집에서, 33대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백악관 국무회의실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이들은 모두 부통령이었다가 대통령 유고로 직을 이어받았다.

36대 린든 존슨 대통령은 댈러스 러브필드 공항 활주로의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 안에서 취임 선서를 했다.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된 당일이다.

선서하는 존슨 대통령의 곁에는 방금 남편을 잃은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가 피 묻은 분홍색 투피스를 입은 채 서 있었다. 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내 취임식'이었다.

국회→체육관→국회로 돌아온 한국

1~3대 이승만 대통령과 5~7대 박정희 대통령 취임식은 서울 중앙청 광장, 4대 윤보선 대통령 취임식은 현재 서울시의회 건물에서 열렸다. 취임식 당시 중앙청은 행정부 청사, 서울시의회 건물은 국회의사당으로 사용하던 곳이다.

여의도 국회 의사당 여의도 국회 의사당.

1972년 박정희 대통령의 8대 취임 때부터는 장충체육관에서 식이 거행됐다. 대통령 선거가 간선제로 체육관에서 치뤄진 것이 시초였다. 이른바 '체육관 선거, 체육관 취임' 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이후 10대 최규하 대통령까지 장충체육관 취임식은 계속 됐다. 11대 전두환 대통령 취임식(1980년)은 1977년 신축된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취임식이 다시 국회의사당으로 돌아온 것은 1988년 13대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다. 직선 대통령이니 취임식도 다시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갖자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취임식 장소는 얼마든지 변경될 수 있다. 장소에 대한 별도 규정은 없고, 법률에 따라 각 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정하면 된다.

How many

참석자 수=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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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면 취임식 구경할 수 있는 미국

미국은 대통령의 대중적 인기에 따라 취임식 참석자 숫자가 천차 만별이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자수, 1993년 빌 클린턴 80만, 1993년 45만, 2001년 조지 부시 60만, 2005년 40만, 2009년 버락 오바마 180만, 2013년 90만

식장에는 공식 초청장 소지자와 유료 입장권 구매자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인기 있는 대통령의 취임식에는 식장 밖에서 카퍼레이드라도 보겠다고 미국 전역에서 인파가 몰려든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첫 취임식(2009년) 공식 초청자는 2000명, 유료 입장권 구매자는 24만명이었다. 하지만 의사당에서부터 백악관까지 2.7㎞ 구간에 운집한 인파가 180만 명에 달했다.

반면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의 참석자는 90만 명에 그쳤다.

초청장 받은 사람만 입장 가능한 한국

한국 대통령 취임식에는 공식 초청장을 받은 사람만 입장할 수 있다.

한국 대통령 취임식 초청인원 수, 1988년 노태우 2만 5천, 1993년 김영삼 3만 8천, 1998년 김대중 4만 5천, 2003년 노무현 4만8천5백, 2008년 이명박 6만, 2013년 박근혜 7만

초청 인원은 취임식준비위원회가 대통령과 상의해 정하는데, 1980년 전두환 대통령 취임 때부터 규모가 대폭 늘었다. 88년 노태우 대통령 취임 땐 규모가 더 늘어 전 전대통령 때의 3배가 됐다.

일반 국민을 취임식에 초청한 건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 인원을 대폭 늘려 전체 초청 인원의 약 절반인 2만명 가량으로 정했다. 국민 초청은 이명박 대통령 때 4만5000명까지 늘었다가 박근혜 대통령 때 3만명으로 줄었다.

박 대통령 취임 때는 식장 입장에 1시간 정도가 걸렸다.

special guest

손님을 보면 정부 비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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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놀랄 '깜짝 손님' 부르는 미국

2009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땐 초청 손님이 급히 추가됐다. 영화 '설리:허드슨 강의 기적'(2016년작) 의 실제 주인공인 체슬리 설런버거 기장이다. 그는 취임식 닷새 전 고장 난 비행기를 몰고 뉴욕 허드슨 강에 불시착해 탑승객 150명 전원을 살렸다.

  •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U.S.Airway의 체슬리 설런버거 기장 오바마 취임식에서 인사하는 U.S.Airway 설런버거 기장.
  • 취임식에서 연설하는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에서 연설하는 레이건 대통령.

설런버거 기장은 미국이 추구하는 인도주의를 상징하는 영웅이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지향점과도 일맥상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설런버거 기장과 가족을 직접 취임식에 초대했다. '리틀록 나인'도 초청돼 화제가 됐다. 이들은 미국 대법원으로부터 "흑백 교육 분리는 위헌"이라는 판결이 나온 뒤 처음으로 미국 아칸소 주 리틀록의 공립학교에 입학한 9명의 흑인 남녀로, 미국 인권운동사의 기념비적 인물들로 꼽힌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기존 국가 외교 정책을 수정하겠다며 1981년 취임식에 대만 고위급 대표단을 직접 초청했다. 중국 지도부는 발칵 뒤집혔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의 '중국 도발'은 트럼프 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당선 직후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 전화 통화를 했고, 대만은 차이 총통의 후견인이자 전직 총리급 인사인 유시쿤 전 행정원장을 대표로 하는 취임 축하 사절단을 미국에 보냈다. 중국 외교부는 이를 두고 "미국이 대만 사절단을 받아들이지 않기를 촉구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 전 원장은 취임식 당일 앞쪽 자리에서 트럼프의 취임 선서를 지켜봤다. 대만 사절단이 방미 기간 중 트럼프 측과 공식 만남을 가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화 · 경제 · 안보…초청 '키워드' 있는 한국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역대 미국 대통령의 사랑을 고루 받았다. 조지 H.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그를 백악관으로 초청했고, 빌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 때 그와 함께 직접 노래를 했다. 그랬던 잭슨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해 한국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마이클 잭슨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마이클 잭슨.
  • 서문시장 아지매 박종분 씨와 이명박 대통령의 유세 당시 모습 '서문시장 아지매' 박종분 씨와 이명박 대통령의 유세 당시 모습.
  • 석해균 전 삼호주얼리호 선장 석해균 전 삼호주얼리호 선장.

김 대통령과 잭슨의 공통분모는 '평화'였다. 반전(反戰) 운동에 열심이었던 잭슨은 정치인 DJ에게 "평화를 위한 노력에 감명받았다"며 "대통령이 되면 취임식에 꼭 참석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지켰다.

'경제 대통령'을 자처한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식에 '시장 아지매'를 초청했다. 주인공은 대구 서문시장 토박이 상인 박종분 씨. 박씨는 MB의 대선 유세 당시 "제발 경제를 살려달라"고 호소했던 이다. 원래 명단에 없었지만 이 대통령이 특별히 챙겨 불렀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의 키워드는 '안보'였다.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전 삼호주얼리호 선장, 김구 선생의 손자인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 무장공비 김신조 일당의 청와대 습격을 막다 순직한 최규식 종로경찰서장의 아들 최민석 씨 등이 초청을 받았다.

천안함 폭침 당시 수색ㆍ구조 작업을 벌이다 순직한 한주호 준위의 부인 김말순 씨도 참석했다.

celebrity

당대의 별들이 무대를 빛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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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하는 대통령 취임식만 가는 미국 스타

스티비 원더, 비욘세, 보노... 2009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과 전야제에 등장한 스타들이다.

  •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2009년) 때 축가를 부르는 록밴드 U2의 보컬 보노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2009년) 때 축가를 부르는 록밴드 U2의 보컬 보노.
  • 취임식 때 함께 단상에 올라 춤을 춘 가수 리키 마틴(왼쪽)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식 때 함께 단상에 올라 춤을 춘 가수 리키 마틴(왼쪽)과 조지 W. 부시 대통령.
  •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2009년)에서 노래하는 스티비 원더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2009년)에서 노래하는 스티비 원더.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는 '별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평소 오바마를 지지해온 비욘세는 2009년 취임식에서 전야제 공연을 했고, 2013년 재선 취임석에서는 미국 국가를 불렀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취임식의 국가는 라틴계 팝스타 리키 마틴이 불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공연은 섭외에 난항을 겪었다. 셀린 디옹, 엘튼 존,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 등 유명 가수가 잇다라 공연 제의를 거절했다. 축가를 부르기로 했던 가수 제니퍼 홀리데이는 "판단 실수"였다며 출연을 번복했다. 축가는 결국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스 갓 탤런트' 준우승자 출신인 10대 가수 재키 에반코가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서 미국 국가를 부르는 재키 에반코.

정치성향 관계없이 무대에 서는 한국 스타

한국 대통령 취임식 역시 연예인들이 무대에 오른다. 차이가 있다면 정치 성향과 크게 관계 없이 출연을 '영예'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라는 것.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식전행사는 방송인 김제동이 사회를 봤다.

유명 성악가의 등장은 김영삼 대통령 때의 메조소프라노 김학남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는 소프라노 조수미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팝페라 가수 임형주가 애국가를 불렀다.

  •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 축하 공연을 하는 가수 김장훈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때 축하 공연을 하는 가수 김장훈.
  •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 공연을 하는 가수 싸이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때 공연을 하는 가수 싸이.
  •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서 소프라노 조수미가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서 소프라노 조수미가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본격적인 대중가수 출연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 그룹 코리아나와 김수철,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유진박이 공연한 것이 원조다.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가수 god가 공연했고, 양희은은 노 대통령 애창곡인 '상록수'를 불렀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서는 가수 김장훈이,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는 월드스타 싸이가 말춤을 추며 공연해 화제가 됐다.

speech

새 대통령의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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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명연설'로 남은 미국 취임사

미국 대통령 취임사

미국 대통령 취임사 중 일부는 '명연설'로 꼽힌다. 아브라함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사가 대표적이다.

링컨 대통령은 남북전쟁의 승기를 잡아가던 때 재선에 성공한 뒤 짧은 취임사를 남겼다. "아무에게도 적의를 품지 말고 모두에게 자선의 마음으로 의로운 편에 굳건히 서서 우리가 처해 있는 일을 끝내도록 노력합시다. 이 나라의 상처를 싸매도록 온 힘을 다합시다. 전투에서 쓰러진 사람과 미망인, 고아들을 돌보도록 애씁시다."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라고 외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뉴딜 정책으로 대공황을 극복했다.

44세의 케네디 대통령은 "국가가 당신을 위해 무엇을 할지가 아니라,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으라"는 연설로 미국인의 정신을 자극했다.

로널드 레이건의 연설도 유명하다. 그는 "정부가 바로 문제 그 자체"라고 했고 취임 후 '작은 정부'를 목표로 국정을 운영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사의 핵심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다. 그는 "수십 년간 우리의 것으로 다른 나라들을 지켜왔다"며 "이제부터 무역·세금·이민·외교에 관한 모든 결정은 미국의 노동자와 미국에게 이익이 되는 쪽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연설했다. "더 이상 다른 나라가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 가지 않게 할 것"이라는 말에 취임식장의 백인 남성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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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현존하는 동맹을 강화하면서 새로운 동맹을 찾겠다"고도 말해, 향후 국제 정세와 한·미 관계에도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사 한·영 전문 보기

'국정운영 예고편' 한국 취임사

한국 대통령 취임사

한국 대통령들은 취임사를 통해 앞으로 펼칠 국정을 예고했다.

전두환 대통령의 1980년 취임사는 학생운동에 대한 선전포고 같았다. "정부는 대학에서 연구하고 공부하는 자유는 최대한 보장하겠습니다. 그러나 대학인들이 현실정치에 뛰어들거나 사회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로 나올 때 이것은 안보적 차원에서도 결코 용납될 수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혀두고자 합니다."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자신의 예고를 그대로 실행했다.

"우리와 교류가 없던 저 대륙국가에도 국제협력의 통로를 넓게 하여 북방외교를 활발히 전개할 것"이라고 취임사에 밝혔던 노태우 대통령은 실제로 소련, 러시아와 수교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때 "위로부터의 개혁"을 선언했다. 이어 곧 하나회 청산, 금융실명제 실행 등을 단행해 취임사가 빈 말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IMF 경제위기 타개를 다짐하며 눈물을 보인 김대중 대통령의 취임사와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해왔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 취임사 역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명박 대통령은 '실용의 시대', 박근혜 대통령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강조했다.

Tradition

대통령 바뀌어도 안 바뀌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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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손 얹고 취임선서하는 미국 대통령

미국 대통령은 취임 때 성경에 손을 얹고 "헌법을 준수하고 보호하겠다"고 선서를 한다. 성경 앞에 선서하라는 법 규정은 없다. 하지만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그랬고, 19세기 들어 전통으로 굳어졌다.

  • 취임선서를 하고 있는 손 역대 대통령들이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oath)를 하고 있다.
  • 취임선서를 하고있는 클린턴 취임선서를 하고있는 클린턴 전 대통령.
  • 취임선서를 하고있는 조지 W. 부시 취임선서를 하고있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 취임선서를 하고있는 오바마 취임선서를 하고있는 오바마 전 대통령.

일부 예외도 있다. 1963년 케네디 암살 직후 대통령 전용기 내에서 대통령에 취임한 린든 존슨 부통령은 가톨릭 미사전서에 손을 얹고 선서를 했다. 전직 케네디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였기에 기내에 성서 대신 가톨릭 미사전서만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케네디 대통령 자신은 외가에서 물려받은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했다.

6대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 14대 프랭클린 피어스 대통령은 성경 대신 법전에 손을 얹고 선서했다. 26대 테오도어 루스벨트 대통령 역시 1기 취임 선서 때 성경을 사용하지 않았다.

선서 때 사용할 성경은 대통령이 직접 고른다. 가문 대대로 내려온 성경이나, 특별한 사연이 담긴 것을 택한다.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이 사용했던 성경이 특히 인기다. 워런 하딩,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지미 카터, 조지 H. 부시 대통령이 취임 때 이 성경을 사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기 취임식에는 링컨 대통령의 성경, 2기 때는 링컨의 성경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성경을 함께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머니에게 받은 성경과 링컨 대통령의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했다.

식전에 현충원 참배하는 한국 대통령

역대 한국 대통령들은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대통령으로서의 공식 일정을 시작해 왔다. 보통 취임식이 있는 날 아침 일찍 방문한다. 노태우 대통령 이래 계속된 전통이다.

통상의 절차는 이렇다. 현충탑에 헌화와 분향을 하고 '호국영령에 대한 경례'를 한다. 이어 잠시 묵념을 한 뒤 현충문 앞에 마련된 방명록에 글을 적고 떠난다.

  • 국립현충원 국회로 가기 전 국립현충원을 참배하는 것은 한국 대통령들의 전통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 이명박 전 대통령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 박근혜 대통령 국립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방명록에 적는 내용도 사람들의 관심사다. 신임 대통령으로서 어떤 국정과제를 중시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15대 김대중 대통령, 16대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첫날 방문 때 이름만 남겼다. 앞서 대통령 당선 직후 현충원을 방문했을 땐 각각 "백세유방(百世流芳: 꽃다운 이름이 후세에 길이 전하다)" "멸사봉공(滅私奉公: 사사로움을 버리고 공의를 받들다)하겠습니다" 라고 적었다.

17대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첫날 "국민을 섬기며 선진일류국가를 만드는데 온몸을 바치겠읍니다"라고 현충원 방명록을 남겼다. 맞춤법에 맞지 않는 "바치겠읍니다"란 표현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에도 현충원을 찾아 "국민을 잘 섬기겠습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겠습니다"라고 적었다.

18대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으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고 적었다.

Difference

유독 그 대통령만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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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디 취임 땐 프로스트가 시 낭송

미국 대통령들은 정해진 식순을 따르면서도 대통령의 성향에 따라 취임식 세부 내용에 차이를 뒀다.

194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4번째 취임식에는 퍼레이드와 축하행사가 모두 생략됐다. 세계 2차대전 중 치러졌기 때문이다. 점심식사도 치킨샐러드와 버터 없는 롤빵, 커피 등만 제공했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에는 처음으로 시인이 단상에 올랐다. '가지 않은 길'로 유명한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가 자작시를 낭독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 때 프로스트가 낭송했던 자작시 존 F. 케네디 대통령 취임식 때 프로스트가 낭송했던 시 'The Gift Outright'.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 때는 이란 정부가 400여일 간 억류했던 미국인 인질 52명을 무조건 석방하겠다고 발표했다. '강력한 미국'이라는 레이건 대통령의 모토와 딱 맞아떨어지는 이벤트였다. 공화당과 이란 정부의 사전 조율설도 제기됐다.

첫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대통령 취임식 땐 최초로 여성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이 사회를 봤다. 축하 퍼레이드에 공식적으로 동성애자가 참가한 최초의 취임식이기도 하다. 4중주 축하공연 연주자를 요요마(첼로·아시아계)와 이츠하크 펄만(바이올린·유대계), 가브리엘라 몬테로(피아노·히스패닉), 앤서니 맥길(클라리넷·흑인) 등 모두 '유색인종'으로 구성해 주목받았다.

가장 비극적인 취임식의 주인공은 1841년의 윌리엄 해리슨 대통령이다. 68세의 고령이었던 그는 2시간에 걸쳐 8445 단어 분량의 긴 취임연설을 했다. 취임 한달 만에 그가 독감에 걸려 숨지자 '취임식 때 무리해 병을 얻은 게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논란 빚은 박근혜 '오방낭 이벤트'

전두환 대통령 때 취임 축하 퍼레이드가 처음 열렸다. 군인과 경찰, 남녀 고교생 악대와 민속놀이단 5000여 명이 남대문에서부터 동대문까지 100분간 행진했다.

노태우 대통령은 취임식 때 호칭에 신경을 썼다. 전임 대통령들이 자신을 '나는' '본인은'이라고 지칭한 것과 달리 '저는'이라고 했다. 사회자도 '각하'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 '대통령찬가'를 부르지 않은 첫 취임식이기도 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식 때 풍선 날리기와 종이 꽃가루 뿌리기를 없앴다. 작위적이고 환경에 나쁘다는 이유에서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 땐 '합토제'가 진행됐다. 전국 16개 시도, 이북 5도의 흙과 물을 모아 국회 중앙 화단에 뿌리고 대통령이 '화합의 나무'를 심었다.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취임 식후 행사 희망이 열리는 나무에 참석해 오방낭(복주머니)를 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취임 식후 행사 '희망이 열리는 나무'에 참석해 오방낭(복주머니)을 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땐 '파란 머플러'가 히트였다. 참석자 전원에게 방한용 목도리를 나눠줬는데, 파란ㆍ빨간ㆍ흰색 가운데 파란색이 단연 인기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식 직후 광화문 광장으로 가서 복주머니 개봉행사를 가졌다. 거대한 오방색 복주머니 속에서 작은 오방낭 365개가 달린 나무가 나왔다. 박 대통령은 주머니에서 국민 소원을 적힌 종이를 꺼내 읽었다. 뒷날 국정농단 사건의 주인공인 최순실의 태블릿 PC에서 이 오방낭 초안이 나와 논란이 됐다.

Money

그래서 얼마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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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 기부금으로 식 치르는 미국

미국 대통령 취임식 비용, 1993년 한화 약 388억, 2005년 한화 약 497억, 2009년 한화 약 1763억원

미국 대통령 취임식 비용을 보면 당시 시대상을 알 수 있다. '강력한 미국'을 주창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1981년 취임식은 1940만 달러가 들었다. 전임자 카터 대통령 때(350만 달러)의 5배 이상이다. 인플레이션이 있었던 데다가 무도회 횟수를 늘렸기 때문이다.

반면 1913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은 3만 달러로 취임식을 치렀다. 윌슨 대통령이 춤을 좋아하지 않아 무도회를 생략했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의 취임 선서식은 전액 세금으로 치러진다. 하지만 취임 기념 무도회, 파티, 콘서트는 기부금을 받아 진행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개인 기부자들에게 취임식 비용 5300만 달러를 모금했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식을 위해 5000만 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모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든 전체 비용은 2억 달러로 추정된다.

전액 국고에서 비용 대는 한국

한국 대통령 취임식 비용, 1993년 10억 2천만, 1998년 14억 5백만, 2003년 20억 3천4백만, 2008년 24억 7천9백만, 2013년 31억원

한국은 지난 반세기 급속한 경제 발전을 이뤘다. 덩달아 대통령 취임식 비용 역시 계속 늘었다. 물가가 오른 탓도 있지만, 국민화합을 중시해 참석 인원을 계속 늘린 까닭도 있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취임식 비용은 10억 2000만원이었지만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 비용은 31억원이었다. 20년 새 3배가 된 셈이다.

한국의 대통령 취임식 비용은 전액 국고에서 나간다. 각 취임식준비위원회가 '어디서 취임식 비용을 줄일까'를 고민하는 이유다.

취임식 비용을 두고 국회의 날선 비판도 나온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 땐 각국에서 건너온 해외 경축 사절이 150여명으로 대폭 늘며 비용 부담이 컸다. 후임자인 노무현 대통령 때 비용이 이보다 더 늘자, 2004년 당시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호화로운 취임식을 치른 데 대한 책임소재를 밝히고 관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