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돌아오다
중국의 3연패는 내가 막는다
김.소.희

김소희가 해냈다

18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태권도 여자 48kg급 결승에서 티야나 보그다노비치(세르비아)를 7-6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첫 출전인 태권도팀 막내가 이룬 쾌거다.

이 체급 강자는 중국의 우징위. 올림픽 태권도 사상 첫 3연패를 노리는 중국 태권도의 간판스타다. 그 우징위를 8강전에서 꺾은 실력자가 티야나 보그다노비치다. 김소희는 보그다노비치를 꺾고 세계 최정상 실력을 입증했다.

출전을 앞두고 담담히 고백했던 김소희의 지난 4년과 심경을 소개한다.

올림픽 나가는 게 이렇게 힘들다니

2015년 멕시코시티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김소희는 딱 한 경기만 이기면 올림픽 출전권을 따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첫 상대가 우징위(29•중국)였다. 우징위는 2008 베이징올림픽과 2012 런던올림픽 태권도여자 -49kg급에서 연달아 금메달을 따낸 중국 태권도 간판스타다.

김소희도 세계선수권 2연패(2011·2013 46kg급)를 달성한 세계 최강이지만, 우징위는 생각 이상으로 노련했다. 2014년 수조우 그랑프리에서 김소희를 꺾었던 우징위다. 그래서 김소희는 더 위축됐다. 결과는 이번에도 아쉬운 패배였다.

2012년 런던올림픽 태권도 여자 -49kg급 결승에서 승리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중국의 우징위가 환호하고 있다. [ 중앙포토 ]

기적적인 출전

올림픽 자동출전권은 세계랭킹 6위까지 주어진다.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김소희의 랭킹은 9위까지 밀려날 수 있었다. 김소희는 자신의 올림픽 출전권을 다른 선수의 경기가 좌우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 이트젤 만자레즈이
  • 멕시코 | 여자 -46kg급

월드그랑프리 동메달 결정전, 멕시코의 이트젤 만자레즈이와 태국의 패니팍이 맞붙었다. 당시 세계랭킹 8위인 만자레즈이가 이 경기에서 이기면 김소희의 올림픽 출전권은 만자레즈이에게 돌아가는 상황. 김소희는 차마 경기를 볼 수 없어 눈을 감았다. 기도가 절로 나왔다.

  • 패니팍
  • 태국 | 여자 -46kg급

태국이 이기게 해주세요
올림픽 나가게 해주세요

김소희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을까. 태국의 패니팍이 멕시코의 만자레즈이를 꺾었다. 김소희는 기적적으로 리우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나는 엄마의 꿈이자
아빠의 자랑이다 - 김소희 휴대폰 배경화면 -

우징위 3연패 꼭 막겠다

김소희의 목표는 확고하다. 우징위의 올림픽 3연패를 막는 것. 김소희는 세계 최강 우징위와의 맞대결을 앞두고 시합을 뛰어보기 전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전 2패를 기록했지만, 그 과정에서 우징위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한 것이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46kg급에 출전한 김소희의 경기 모습. 김소희는 이 대회에서 -46kg급 금메달을 땄다. [ 중앙포토 ]

하체 근력 28.6% 향상,
강한 체력으로 무장하다

김소희는 리우 올림픽을 준비하는 동안 김언호 박사(한국스포츠개발원)의 지도하에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을 받았다. 측정 결과 상체 근력은 19.2%, 하체 근력은 28.6% 향상됐다. 근육량이 크게 늘어 강한 체력을 경기 막판까지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스스로 체감하는 체력도 확실히 강해졌다고 한다. 김소희는 황경선(-67kg급 2008 2012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듯, 자신도 경량급에서 금메달을 따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 김소희
  • 여자 -49kg급
  • 2014년 아시안게임 여자 -46kg급 금메달
  • 2013년 세계선수권 -46kg급 금메달
  • 출생 : 1994년생 1월 29일
  • 나이 : 22세
  • 신장 : 165cm
  • 발 크기 : 235mm
  • 장점 : 빠른 발차기, 날마다 훈련일지를 작성하는 꼼꼼함

빨라서 발이 안 보이죠

김소희의 주특기는 뒷발 얼굴 상단차기다. 상체를 낮추고 몸을 회전하여 상대방의 얼굴을 공격하는 기술이다. 허리에서 뒤틀림을 강하게 받아야 제대로 된 동작이 나온다.

김소희의 뒷발 얼굴 상단치기는 다른 선수들보다 빠르다. 빨라서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자타가 공인한다. 박종만 태권도 국가태표 감독은 김소희의 빠른 발차기는 상대 선수를 당황하게 만들기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Q. '리틀 황경선'으로 불리는 것 알고 있나

알고 있다. 나에겐 정말 영광스러운 수식어다. 내 롤 모델이 황경선(2008•2012올림픽 -67kg급 금메달) 언니다.

"황경선 언니가 롤 모델"

힘들 때마다 언니에게 전화를 건다. 내가 고민을 토로하면 언니도 똑같이 겪었던 것들이라며 공감해주고 조언을 해준다. 친 언니같이 대해줘서 정말 고맙다.

Q. 멘탈 관리는 어떻게 하나

동료들 덕을 많이 본다. 특히 오혜리 언니에게 정말 고맙다. 언니와 태릉선수촌에서 같은 방을 쓰고 있다. 훈련을 하다보면 내 맘같이 안 될 때가 많아 눈물이 난다. 그때마다 언니가 와서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해준다.

"훈련 힘들어 밤마다 울기도 해요"

혜리 언니가 없었으면 많이 위축됐을 것 같다. 언니의 강한 멘탈을 배우고 싶다.

Q. 배우 박보검의 팬이라고.

맞다. 정말 좋아한다. 착하고 잘생기지 않았나. 여자들의 로망이니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나. 이상형이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도 전회 챙겨봤다. 영화 '차이나타운'도 봤다.

"박보검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박보검씨, 혹시 시간되신다면 올림픽 경기 꼭 지켜봐주시길. 그럼 힘이 나서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웃음)

Q. 리우 끝나면 뭘 할 건가

운전면허를 따고 싶다. 원래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따려고 했었다. 근데 시합 일정이 빡빡해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 올림픽 끝나고 휴가를 받는다면 운전면허부터 꼭 딸 거다.

"미뤄왔던 운전면허 따고 싶어요"

차를 사고 싶은 건 아니다. (웃음) 그저 내 얼굴이 박힌 면허증을 보고 싶다.

Q. 휴대폰 배경화면에 적힌 말은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인터넷에서 보자마자 가슴에 와 닿았다. 항상 이 글귀를 떠올리며 훈련한다.

"나는 엄마의 꿈이자
아빠의 자랑이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 부모님이 오신다. 브라질까지 와서 응원해주신다. 고1때 엄마가 운영하는 식당 벽에 ‘국가대표가 돼 부모님 해외여행을 시켜드리겠다’고 썼었다. 그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이번에 기업의 후원을 받아 리우에 부모님을 모시고 간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