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크닉] 탄소배출량 8% 차지하는 패션 산업, 친환경이 될 수 있을까

    [비크닉] 탄소배출량 8% 차지하는 패션 산업, 친환경이 될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비크닉 'Voice Matters(목소리는 중요하다)' 김민정 기자입니다. 더 따뜻하고 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의 목소리,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환경과 패션입니다.   # 11년 시간은 흐른다  남은 시간은 11년,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기후 재앙을 맞는다.   지난 2019년 3월 UN(유럽연합) 고위급 총회에서 나온 섬뜩한 경고입니다. 마치 시한폭탄을 건네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조금씩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지만, 당장 내 삶에 치명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자주 후 순위로 미뤄뒀던 문제입니다.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그날 이후 환경을 위해 작지만 꾸준히 실천하는 1인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당장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건 적게 사고 다시 쓰는 것입니다. 실천 의지를 가장 손쉽게 실행시킬 수 있는 곳, 옷장으로 곧장 향했습니다.   # 옷장, 환경을 위한 행동 시작점으로 삼은 이유 이산화탄소 전체 배출량의 8%, 연간 사용하는 물의 양만 1조 5000억 리터, 연간 잘려나가는 나무 1만 5000그루,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지나치게 과소 평가되는 산업. 바로 패션입니다. 어마어마하게 사용되는 자원 못지않게 의류를 염색, 가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화학물질도 치명적 위험이 될 수 있죠. 원료-디자인-제조-소비-폐기 등 일련의 과정만 일직선으로 놓고 볼 때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을 안길 수 있는 산업입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순환적 사고 방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폐기를 최소화하는 대신 제품을 다시 쓰고, 새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애초 제품 생산 첫 단계부터 쓰레기와 오염원을 제거해 설계, 디자인하는 등 전 과정에서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게 된 것입니다.   # '올바른 순환'을 실천하는 브랜드 올바른 순환, 지속가능성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패션 브랜드가 '파타고니아'입니다.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친환경 글로벌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지난 2013년 한국에 직 진출했습니다. 당시 공고한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시장 점유율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죠. 만년 적자였습니다. 그로부터 6년 뒤 드디어 첫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죠. 환경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인식 확산, '착한 기업'에 대한 관심이 매출 신장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시류에 편승한 결과물이 아닌 그저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갔기 때문에 얻은 선물이라고 파타고니아 측은 얘기합니다.   파타고니아 로고. 사진=파타고니아 코리아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 이는 곧 파타고니아의 소명이기도 합니다. 적자가 나더라도 매년 매출액의 1%는 풀뿌리 환경 단체에 기부하는 '지구를 위한 1%(1% For the Planet)', '새 옷 보다 나은 헌 옷(Better that New)'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지난 40년 동안 이어온 원웨어(Worn Wear) 캠페인 등이 대표적 예입니다. 특히 낡은 옷을 수선해 주는 '원웨어'는 우리네 할머니, 선조들이 삶 속에 자연스레 녹여온 고쳐 입기 문화와도 맞닿아 있는데요. 무분별한 소비를 지양하고 오래 입은 옷의 멋스러움을 알리며, 환경 보호를 위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활동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죠.   파타고니아가 전개하고 있는 '원웨어' 캠페인. 사진=파타고니아 코리아     남성 정장 재킷을 해체해서 만든 브랜드 래코드의 여성 상의. 사진=코오롱FnC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에서 BTS(방탄소년단)가 입은 친환경 의상이 주목받았는데요. 코오롱 FnC의 래코드(RE;Code)가 폐기될 자사 의류를 해체, 재조합해 새롭게 탄생시킨 업사이클링 의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3년 동안 판매가 안 된 제품은 수명을 다한 거라 생각하고 폐기하는 게 패션업계 관행이었습니다. 20여개가 넘는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코오롱 FnC로서는 재고 처리가 큰 숙제였죠. 단순 재활용이 아닌 디자인적 요소를 더해 새 숨결을 불어넣기로 마음먹었습니다. 10년 전, 래코드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올바른 순환을 사람들이 일상에서 잘 실천할 수 있도록 갖가지 대중화 노력을 해왔다는데요. 자신이 가진 옷 중에 의미 있는 옷, 그러나 지금 다시 입기는 애매모호한 것을 가지고 가면 최대 50만원 이내 가격으로 디자이너가 관여해 멋스러운 옷으로 재탄생 시키는 리콜렉션(re-collection), 일일 업사이클링 공방 리테이블(re:table) 등이 대표적 예입니다.   코오롱 FnC 래코드가 운영하고 있는 업사이클링 공방 '리테이블'. 사진=리테이블 인스타그램 캡처   # 똑똑한 외면, 행동하는 소비자  이들 브랜드 외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 올바른 순환을 실천하는 브랜드는 많습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용어가 유행처럼 소비되는 때 환경을 고민하지 않는 기업을 찾기가 외려 더 힘든 때이기도 하죠. 하지만 진정한 노력 없이 이 같은 수요에 그저 무임승차하려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깐깐하게 따지고 보면 친환경이라 할 수 없지만, 그럴싸하게 무늬만 포장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그린 워싱' 논란이 심심찮게 일고 있기도 합니다.   영국은 올해부터 기업의 '그린 워싱'을 강력히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요. 규제 당국인 경쟁시장청(CMA)이 첫 조사 대상으로 삼은 건 패션 부문입니다. CMA가 단속 원칙으로 삼은 6가지 '그린 클레임스 코드(Green Claims Code)'는 '친환경 의류'라는 말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특정 브랜드의 어떤 제품보다 몇 % 많은 재활용 섬유를 사용했다, 혹은 이 제품은 어떤 친환경 소재가 몇 % 함유돼 있다 등 자세한 설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만약 설명이 충실하지 못하거나 기업의 허위 주장이 적발되면 해당 기업은 소송까지 당할 수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규제 당국이 이 정도의 깐깐한 잣대를 드리우고 있지는 않은데요. 규제 정비, 강화 속도가 더디다면 소비자의 분별력이 보다 까다로워져야겠죠. 우선 ECOTEC(친환경 섬유제품 인증), 저탄소 인증, GRS(국제 재활용 재료 함량 인증), GOTS(국제 유기농 섬유 인증), bluesign(스위스 친환경 섬유 인증) 등 대표적 친환경 인증을 분별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눈속임하는 브랜드를 향한 똑똑하고 냉정한 외면도 필요하고요. ‘물건 하나 사는 게 이리 복잡하고 힘들까’ 문득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소 번거롭지만 '똑똑한 외면'을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기후변화 대재앙까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10여 년 남짓. 그 귀한 시간은 지금도 흘러가고 있습니다. 대표적 친환경 인증마크   비크닉이 다뤄주면 좋을 브랜드의 목소리, 제보도 환영합니다~. Yes, Voice Matters! 비크닉(Bicnic)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2022.04.27 07:00

  • [비크닉] 꼬북칩 성공 이끈 비밀은 ‘100대 0’의 법칙

    [비크닉] 꼬북칩 성공 이끈 비밀은 ‘100대 0’의 법칙

    오리온 꼬북칩 ‘스윗바닐라’를 만든 김무건 글로벌 연구소 선임연구원(왼쪽), 김성률 선임연구원(오른쪽) 오리온의 대표 제품은 누가 뭐래도 초코파이였다. 1974년 출시 이후 60개국에서 사랑을 받았고, 지난해엔 처음으로 전 세계 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으니 명실상부 효자 상품이다. 그런데 이제 5년 차 막내 꼬북칩의 성장세가 무섭다. 국내 매출은 꼬북칩(610억원)이 초코파이(700억원)를 넘보고 있다. 국내 누적 매출도 2000억원을 돌파했다.     꼬북칩의 성공에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새로운 과자가 성공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맛·제형 등이 나올 만큼 나온 보수적인 제과업계에서 히트작은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다. 실제 2000년대 이후 품절 대란을 일으킨 건 꼬북칩과 허니버터칩(해태제과) 정도다.     지난달 16일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에서 꼬북칩 일곱 번째 시리즈 ‘스윗바닐라’를 만든 김무건 글로벌 연구소 선임연구원(맛 구현 담당), 김성률 선임연구원(스낵 담당)을 만났다.      ━  바닐라 아이스크림, 새로운 맛의 탄생   오리온 꼬북칩 스윗바닐라맛 제품 이미지 [오리온 제공] 스윗바닐라는 과자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아이스크림 느낌을 구현했다.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선 ‘꼬북칩을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찍어 먹는 느낌’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 입만 먹어도 풍부한 디저트 느낌을 낼 수 있게 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아이디어를 낸 김무건 연구원은 “단순히 바닐라향 과자가 아니라 아이스크림의 느낌을 내기 위해서는 입에서 사르르 녹는 식감이 중요했다”면서 “그런데 해당 원료인 유지(기름) 특성상 쉽게 녹고 손에 잘 묻어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술적 난제는 순간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얼리는 급속 냉각기술로 풀었다. 스낵을 담당한 김성률 연구원은 “몇주간 공장에서 밤을 새우며 하나로 달라붙은 과자를 떼 보고 하고 통째로 버리기도 하며 최적의 방법을 찾아냈다”면서 “풍부한 식감을 내기 위해 스낵 높이도 올려 한 입만 먹어도 충족되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  숨은 조력자, 다름 아닌 오리온 사장   개발하며 힘들 때 의지할 든든한 조력자도 있었다. 그들이 입 모아 지목한 인물은 바로 오리온 한국법인 대표 이승준 사장이었다. 이 사장은 글로벌연구소장 시절 꼬북칩 개발을 이끈 탄생 주역이기도 하다.    “대표님이 강조하는 ‘100대 0’ 법칙이 있어요. 제품 출시 전 내부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데 부정적인 의견이 하나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개발을 거듭하는 겁니다. 심지어 제품이 나오고 나서도 소비자 피드백을 보고 사장님이 직접 수정 지시를 하기도 해요. 그런데 이 피드백이 굉장히 정확해요.”(김무건)   너무 까다로운 상사와 일하는 건 힘들지 않을까. 김성률 연구원은 “원료에 대해서 자세히 알 정도로 전문가라 실무자로서 무언가를 설득하거나 설명할 때 훨씬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  맛·식감·감성 모두 잡아야    꼬북칩은 지난 2017년 오리온의 ‘식감 이노베이션’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식감으로 다채로움을 주자는 것이다. 기존에 있던 포카칩(1겹), 오감자(두겹)에 이어 이제는 다겹의 과자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한다.     향후 과자 업계의 트렌드로 이들은 ‘감성’에 주목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맛과 식감뿐만 아니라 고유의 분위기와 느낌마저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김무건 연구원은 “꼬북칩 바닐라 맛은 스윗 바닐라랑 느낌이 다르다. 요즘엔 입소문이 SNS로 나기 때문에 이미지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 없어 제품 이름, 포장 디자인도 감수성을 충족시키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먹거리 트렌드를 읽기 위해 이제 분식, 주류, 빵류까지 공부해요. 고추칩도 SNS에서 고추 튀김이 인기인 걸 보고 생각했거든요. 앞으로도 맛과 감성 모두 잡는 혁신 선보일게요.”   관련기사"삼립 사장님도 못 구합니다" 포켓몬빵 마케터의 웃픈 고백 [비크닉][비크닉] 우크라 난민을 위해 이케아, 에어비엔비가 보여준 '브랜드의 힘'[비크닉] 오버핏 패션 브랜드, 불황에도 성장한 이유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2022.04.19 06:30

  • "삼립 사장님도 못 구합니다" 포켓몬빵 마케터의 웃픈 고백 [비크닉]

    "삼립 사장님도 못 구합니다" 포켓몬빵 마케터의 웃픈 고백 [비크닉]

    “죄송해요. 이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어요.” 재출시 43일 만에 1000만개가 팔리는 신기록을 세운 포켓몬빵. 1998년 첫 판매 이후 24년만의 포켓몬빵 재출시를 기획한 주인공 SPC삼립 베이커리 마케팅실 윤민석 (35) 과장이 밝힌 소감이다.    그는 지난 5일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추운 새벽에 노숙하고 중고거래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드는 심정은 솔직히 죄송스럽다. 마음 같아서는 보온병 갖고 가 커피라도 타 드리고 싶다”면서 “수요가 너무 많다 보니 24시간 공장을 풀 가동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  우울한 코로나 시대 1500원 빵 하나로 추억여행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포켓몬빵'. [연합뉴스] 그가 포켓몬빵을 재소환하기로 한 건 일차적으로 소비자들의 간절한 요구 때문이었다. 포켓몬빵이 단종된 이후 회사 홈페이지나 고객센터, SNS 등에 고객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윤 과장은 “단순히 빵을 재출시해달라는 요청이 아니라 돌아온 고오스 케이크, 로켓단 초코롤 등 구체적이고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다. 고객의 진심을 생생하게 느끼면서 출시를 결심했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었다. 구체적인 기획안을 떠올리게 된 건 코로나 영향이 컸다.  “레트로 열풍은 늘 있었지만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과거를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어요. 당시엔 행복한 줄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너무 그리운 거죠. 여행조차 못 하는 시기에 1500원짜리 빵 하나로 과거로의 추억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싶었죠.”   포켓몬빵에 들어있던 띠부띠부씰(떼었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 모으기를 즐겼던 1980~90년대생가 메인 타깃. ‘과거로의 추억 소환’이라는 컨셉트로 재출시를 본격적으로 기획했다. 최대한 당시의 빵 맛을 비슷하게 내고 띠부띠부씰도 1세대 포켓몬 캐릭터를 살리겠다는 생각이었다.    내부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에선 지금 초등학생들을 타깃으로 삼고, 최근에 나온 포켓몬 캐릭터를 스티커에 담는 게 어떠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 과장은 “옛날 제품명까지 달달 외우고 있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단순히 포켓몬빵 재출시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들이 옛 추억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속해서 설득했다”고 말했다.      ━  “중학교 때 공기까지 생각난다” 소비자 반응 폭발   한 편의점 앞에 붙은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재출시 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SPC삼립의 '포켓몬빵'에 수요가 적은 상품을 묶어 판매하는 '끼워팔기'가 등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예상은 적중했다. 출시 즉시 편의점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최근엔 중고시장에서 띠부띠부씰이 수십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워낙 구하기가 어려워 ‘회사가 빵 공급량을 조절한다, 인기 스티커는 일부러 조금만 공급한다’는 등 각종 루머까지 나온다.  “제가 할 수만 있다면 마이크를 들고 세상에 외치고 싶어요. 빵 구하기 힘든 건 저도, 회사 대표님도 마찬가지랍니다.”   윤 과장은 최근 열풍에 대해 “한 소비자분이 ‘포켓몬빵을 베어 물면 어렸을 적 중학교 공기까지 생각난다’는 말을 해줬는데 기획의도를 알아주는 것 같아 마음이 뭉클했다”면서 “사람들이 포켓몬빵에 담긴 저마다의 추억을 사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87년생인 그에게도 포켓몬빵과 함께한 아련한 기억이 있다. “사실 그때는 스티커 모으는 재미를 못 느꼈어요. 당시 빵은 저에게 배 채우는 주식이었거든요. 중학교 때부터 자취했는데 포켓몬빵 로켓단 초코롤을 좋아해서 항상 밥처럼 먹었어요. 이번에 재출시돼 저 역시 너무 반가웠어요.”   그는 포켓몬빵이 모든 세대를 어우를 수 있는 하나의 콘텐트가 되기를 희망한다.  “요즘 모든 콘텐트가 너무나 세분돼 있어 세대가 함께 공감할만한 이야기가 많지 않아요. 포켓몬빵을 통해 학창시절 스티커를 모았던 2030, 당시 부모였던 5060, 지금의 초등학생까지 전 연령대가 함께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비크닉 연재물[비크닉] 우크라 난민을 위해 이케아, 에어비엔비가 보여준 '브랜드의 힘'[비크닉] 22만원이 1300만원에 팔리는 한정판 신발의 마법[비크닉] 로마의 석양까지 닮겠다...불가리의 못 말리는 로마 사랑[비크닉]기업가치 3조 당근마켓의 꿈은 동네 사랑방?[비크닉]"씻을 권리를 주자" 노숙인에게 연민보다 필요한 것은? 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2022.04.12 05:00

  • [비크닉] 우크라 난민을 위해 이케아, 에어비엔비가 보여준 '브랜드의 힘'

    [비크닉] 우크라 난민을 위해 이케아, 에어비엔비가 보여준 '브랜드의 힘'

    #Voice matters! (목소리는 중요하다!) 안녕하세요. 비크닉 'Voice Matters' 김민정 기자입니다.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들의 목소리,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전쟁과 난민입니다.   #승자 없는 전쟁, 우크라이나의 비극 1000만명.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피해 피란을 떠난 사람 수입니다. 지난달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달을 넘어섰습니다. 유엔 난민기구(UNHCR)와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집계된 국외 난민은 약 349만 명, 우크라이나 국내 난민은 약 648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 가운데 13.5%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무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당시에도 피해를 당한 사람이라고 하는데요. 포탄과 피로 얼룩진 전쟁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Support Ukraine', 우크라이나 옆에 선 브랜드   가슴 아픈 전쟁의 실상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참혹함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SupportUkraine, 저마다의 방법으로 우크라이나인에게 힘이 되고 있는데요. 국내외 기업, 브랜드도 예외는 아닙니다. 물질적 지원은 물론 ‘탈러시아’ 움직임도 보입니다. 세계광고주연맹(The World Federation of Advertisers) 소속 31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 이상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내 미디어 광고와 영업을 일제히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글로벌 채용 플랫폼 링크드인에서는 전쟁 장기화로 경제활동과 생계유지에 힘든 시간을 보낼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 일자리 마련에 앞장서는 기업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인을 위한 채용공고. 사진=링크드인 캡처 #난민 수용소가 아닌 온기 있는 집(home) 최근 벌어진 우크라이나 참상 때문에 난민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사실 그 이전에도 인종·종교·정치·사상의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떠난 난민들은 세계 도처에 많았습니다. 불안정한 상황이 일시적이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수년간 이어지죠. 이들에게 '집(home)'이라는 개념은 그래서 더욱 각별합니다.     집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 외부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심신의 안정, 회복을 돕는 곳입니다. 집 잃은 난민이 최초로 마주하는 공간은 난민 캠프입니다. 캠프라는 말의 뜻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임시 막사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간다운 삶을 이어갈 공간이 아니지요. 오래도록 캠프 생활이 이어지면 불미스러운 일들도 종종 벌어집니다. 보안·안전의 개념은 사라지고 여성과 아이를 상대로 한 인신매매와 성 착취, 학대 등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난민 캠프에서도 18세 우크라이나 소녀와 젊은 남성이 독일에 마련된 임시 난민 숙소에서 성범죄 피해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안전한 거처, 집다운 집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가구전문회사 이케아(IKEA)는 지난 2010년부터 유엔난민기구(UNHCR)와 손잡고 'Brighter Lives for Refugees(난민을 위한 더 나은 삶)'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이어진 'Better Shelter(베터쉘터, 더 나은 쉼터)' 프로젝트도 이 캠페인의 일환인데요. 베터쉘터는 이케아가 가구 제작 기술을 총동원해 만든 일종의 가설 주택입니다. 조립도 쉽고,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장착해 전원 공급도 가능합니다. 서서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이에 창문, 보안을 위한 잠금 시설도 갖추고 있습니다. 벽면은 패널로 만들어 내구성도 강한 편이라고 합니다.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난민 캠프에 최초 도입된 이 베터쉘터는 현재 세계 난민촌 곳곳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이케아가 만든 '베터쉘터'에서 지내고 있는 난민 모습. 사진=베터쉘터 홈페이지 캡처 #'연결의 힘'을 만든 플랫폼 개인의 힘은 별 것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와 너의 힘이 모여 우리가 되면 상황은 달라지죠. 선한 마음을 지닌 세계 곳곳의 사람을 인류애로 뭉칠 수 있도록 연결의 고리를 제공한 플랫폼 기업도 있습니다.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고 나서 4일 후 airbnb.org를 통해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해 10만개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급작스러운 일회성 이벤트는 물론 아닙니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자 트위터 언급. 사진=트위터 캡처   airbnb.org는 2012년 만들어진 사회공헌 조직인데요. 당시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뉴욕을 덮쳤을 때 브루클린에 사는 한 호스트가 이재민을 위해 무료로 숙소를 제공했어요. 이후 도움을 주겠다는 호스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선의를 품은 이들을 위해 빠르게 시스템을 갖췄고, airbnb.org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이후 10여년간 이재민뿐 아니라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등 여러 지역 난민 2만명에게 거처를 제공하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호스트가 무료로 집을 내놓으면 에어비앤비와 제휴한 국제구조위원회 등 비영리단체에서 거처가 필요한 난민에게 숙소 예약 바우처를 건넵니다. 그러면 해당 난민이 직접 방을 예약하면 되는 겁니다.   에어비앤비가 운영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플랫폼. 사진=airbnb.org 캡처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겪으면서 airbnb.org에 더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의 자발적인 '착한 노 쇼(No show)'가 시작된 건데요. 여행을 가지도 못할 우크라이나의 숙소를 예약하는 방식으로 현지에 남아있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에게 임시거처를 마련해주는 겁니다. 국내에선 배우 임시완(33)이 이런 움직임에 동참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착한 노 쇼'로 우크라이나인들이 위기를 넘긴 구체적인 일화가 SNS에 공유되면서 이에 참여한 사람들은 강한 결속을 느끼기도 합니다. 음성원 에어비앤비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에어비앤비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개인의 힘이 많은 영역, 심지어 국가 간 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플랫폼 기업의 진짜 연결의 힘은 이런 게 아닐까요.   착한 노쇼에 참여한 배우 임시완 인스타그램 일부. 사진=임시완 인스타그램 캡처 #제보를 기다립니다   비크닉은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습니다. 비크닉이 다뤄주면 좋을 브랜드의 목소리, 제보를 기다립니다.   Yes, Voice Matters!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2022.03.30 07:00

  • [비크닉] 로마의 석양까지 닮겠다...불가리의 못 말리는 로마 사랑

    [비크닉] 로마의 석양까지 닮겠다...불가리의 못 말리는 로마 사랑

     ━  [브랜드 뮤지엄] 불가리 영감의 원천, 로마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젤라또 먹는 장면으로 유명한 명소.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계단'은 1725년 건축 당시부터 만남의 장소로 사랑받았다. 로마의 작가와 미술가, 멋쟁이들이 모여 개성을 뽐내는 핫플레이스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돼 전 세계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다 보니 여기저기 훼손되기 시작했다. 결국 2015년 보수 공사에 나섰다. 문화재 복원 사업은 시간도 돈도 많이 드는 일인데, 이때 150만 유로(한화 약 30억원)를 복원비로 기부한 기업이 있다. 바로 명품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다.    불가리는 고대 그리스 로마 조각상과 카라칼라 욕장 복원에도 나섰다. 불가리가 로마 유산에 후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  콜로세움을 품은 비제로원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사진 pixabay] 불가리 비제로원 밀레니얼 시대를 맞아 1999년에 출시된 비제로원은 20년만에 200만개 이상이 팔린 베스트 셀러다. 비제로원은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얇은 링에 다이아몬드 보석을 올린 전형성을 깨뜨리고 반지 형태 자체에 집중하면서 반지를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제로원의 디자인은 콜로세움에서 영감을 얻었다.  콜로세움은 전투사들이 피 튀기며 싸웠던 고대 로마 제국의 원형 경기장이다. 로마의 역동성이 주얼리에 담긴 셈이다.    ━  카라칼라 스파를 본 딴 디바스 드림    카라칼라 스파와 디바스드림 컬렉션 [불가리 제공] 디바스 드림 컬렉션 디자인은 ‘카라칼라 대욕장’에서 따왔다. 200년대 초반, 고대 로마제국이 건설한 카라칼라 욕장은 1500명을 수용하는 거대한 대중목욕탕일 뿐만 아니라, 도서관·운동장까지 있는 초대형 복합 문화시설이었다. 이 밖에도 고대 로마 동전을 감싸고 있는 글귀를 본 따 만든 불가리 더블 로고 등 불가리 제품 곳곳에 로마의 흔적이 있다.    불가리는 화려한 색을 고급스럽게 쓰는데, 이 역시 이탈리아 고유의 낭만이 담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예컨대 다채로운 하이주얼리의 색채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부라노 마을과 닮은 꼴이다. 브랜드 컬러인 은은한 주황빛 역시 로마의 저녁 노을에서 떠올린 것이라고 한다.   불가리 CEO(최고 경영자) 장 크리스토퍼 바뱅은 스페인 계단 복원 사업 당시 “로마의 풍부한 고고학적, 예술적, 그리고 건축적인 유산이 불가리의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베니스 부라노 불가리의 컬러풀한 하이주얼리 [불가리 제공]  ━  로마에서 태어난 브랜드, 고향의 선물   불가리가 로마를 사랑하는 건 기본적으로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불가리는 그리스 출신의 은세공가 소티리오 불가리(Sotirio Bulgari)가 1884년에 이탈리아 로마에 설립했다. 로마는 이탈리아의 수도이자, 약 2800년이라는 장구한 역사를 지닌 도시다. 로마 제국의 수도였고 가톨릭 교회, 르네상스의 중심지로 도시 자체가 하나의 세계 유산이다. 그래서 근대 역사학자 랑케는 “모든 고대사는 로마사로 흘러 들어가고, 모든 근대사는 로마사에서 흘러나온다”라고 했다. 지금도 ‘세계의 머리(Caput mundi)’, ‘영원한 도시(la Città Eterna)’라고 불린다.     서구의 가장 풍요롭고 역동적인 시대, 고대 로마. 불가리는 그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고, 영원한 도시의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비크닉 이전 기사 보기[비크닉] 쇼핑보다 소셜...당근마켓이 동네생활 미는 이유[비크닉] 생리대 광고의 피는 왜 파랄까?[비크닉]노숙인에게 연민보다 필요한 건 샤워할 권리?       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영상 박재현·홍성철·남채린 PD, 최승이 디자이너

    2022.03.18 07:10

  • [비크닉] 쇼핑보다 소셜...당근마켓이 동네생활 미는 이유

    [비크닉] 쇼핑보다 소셜...당근마켓이 동네생활 미는 이유

     ━  김문주 당근마켓 동네생활 팀장 인터뷰   당근마켓 김문주 동네생활 팀장 당근마켓이 최근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등 양대 앱 마켓 소셜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카카오톡(3위), 페이스북(4위)보다 높은 순위다. ‘요즘 잘 나가네’라고 넘기기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당근마켓이 쇼핑 카테고리가 아니라 ‘소셜’ 앱으로 등록돼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번개장터나 중고나라는 쇼핑 카테고리에 있다.   시장 추정치 몸값 3조원에 달하는 당근마켓이 소셜에 집중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지난달 25일 서울 강남구 당근마켓 본사에서 당근마켓 지역 커뮤니티의 핵심인 ‘동네생활’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김문주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당근마켓을 여전히 중고거래 앱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  당근마켓이 원래 꿈꾸던 게 지역 기반 커뮤니티였다. 그래서 2020년 쇼핑 카테고리에서 소셜 카테고리로 바꾸었다. 중고거래는 핵심 서비스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그동안 진짜 이웃끼리 믿고 거래하는 서비스로 입지를 다졌다면, 이제는 소통의 장이자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당근마켓 동네생활 홍보 문구.   동네생활 서비스 소개를 해달라   2020년 9월 오픈한 동네생활은 이웃끼리 유용한 동네 정보나 소식을 나누고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동네 사람들끼리 모여 자유롭게 소통하는 21세기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다. 동네 사건·사고,  우리동네질문이 기본 주제로 열려 있고 세부 관심 주제로 동네소식, 동네맛집, 분실·실종센터, 반려동물, 취미, 교육·학원, 출산·육아 등 다양한 게시판이 운영된다.     어떤 글들이 가장 많이 올라오나?  지난 한 해 동안 약 3000만 건의 이웃 간 소통이 이뤄졌다. 그중 공감과 댓글 수, 조회 수 등 가장 많은 반응을 보인 주제는 귀여운 강아지, 고양이 이야기였다.    무엇을 의미하는가? 단순히 고양이가 귀여워서만은 아닐 것이다. 동네 사람들만 아는 장소에 있어서, 그 특유의 감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어서 사람들이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사실 지나다가 찍은 동네 고양이 사진은 인스타에 잘 올리지 않을 것이다. 동네 고양이 사진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소통할 사람들은 그 고양이를 매일 마주치는 동네 사람들이니까.     당근마켓의 경쟁사는? 당근마켓의 핵심 서비스를 중고거래로 보는 이들은 중고나라나 번개장터로 묶으려고 하는 시각도 있고, 지역 커뮤니티 앱으로 보는 사람들은 네이버 카페 등과 비교한다. 하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커뮤니티가 나왔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동네생활의 경쟁력은? 동네 사람들이라서 주고받을 수 있는 얘기들이 많다. 늦은 시간 수선해주는 세탁소, 특정한 전구 파는 곳 등 이런 내용은 사실 검색해도 잘 안 나온다. 이 소소하지만 꼭 필요한 질문에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성심성의껏 해주는 문화가 있다. 무엇보다 동네 자체가 편하다. 관심사별로 운영되는 커뮤니티는 많지만 사실 이런 모임은 각 잡고 시내에 나가야 한다. (웃음) 하지만 동네에서는 ‘강아지 산책하실 분’하고 부담 없이 모였다가 헤어질 수 있다.  당근마켓 캡처   당근마켓 캡처 기억에 남는 글이 있나? 당근을 들여다보면 세상엔 우리가 놀랄 만큼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 어느 수험생이 ‘수능 망쳐서 우울해요. 노래 추천해주세요’라고 올렸는데 댓글이 순식간에 수십 개가 달렸다. 노래 제목만 봐도 어떤 세대인지 알 수 있는데 남녀노소 나서서 위로해줬다. 물건을 잃어버렸다는 글이 올라오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꼭 위로의 한마디를 던지고, 어떻게든 도움이 되려고 비슷한 걸 무료 나눔 하겠다는 사람까지 있다.    익명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에서 어떻게 가능한가? 이용자들이 생각보다 서로 ‘이웃이잖아요’라는 말을 많이 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사는 삶의 터전인 동네에 대한 애착을 가진 것 같다. 매일 오고 가는 동네에 대한 애틋함, 정겨움 말이다. 동네 사람에 대한 동질감도 크다. 이웃이기 때문에 행한 선한 행동들은 선순환이 잘 이뤄지는 것 같다.    악플이나 업자의 글이 올라오면 어떻게 하나? 운영상 고민은 없나.   일단 당근마켓 사용자들은 동네 분위기를 흐리는 글이 올라오면 자율적으로 신고를 해주는 편이다. 게시글을 모니터링하는 운영팀도 꾸리고 있다. 팀의 정확한 숫자를 밝힐 순 없지만 다른 소셜 앱보다 인원수도 많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편이다. 당근마켓은 로컬(지역)을 지향하기 때문에 지역의 한 축인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다른 한 축인 중소상공인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업자 분들을 커뮤니티에서 퇴출해야 할 존재로 보지 않고, 이 분들에게 최적화된 새로운 연결 고리를 만들어주려고 했다. 비즈프로필이라는 별도의 채널을 만들어 보다 자유롭고 편하게 가게를 알리고, 지역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게끔 했다.    비크닉 연재기사[비크닉] 오버핏 패션 브랜드, 불황에도 성장한 이유[비크닉]“스펙 대신 OO” Z플립3, MZ세대 사로잡은 마케팅 비법[비크닉] 생리대 광고의 피는 왜 파랄까? 유튜브 조회수 494만회를 기록한 너덜트의 ‘당근이세요’ 등 관련 콘텐트가 많다. 마케팅의 일환인가? PPL(간접광고) 아니었고 저희도 재밌게 봤다. 자발적으로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당근 미담 스토리’를 연재하는 분도 있다. 최근 MBC ‘놀면 뭐하니’에서도 동네생활이 나왔는데 저희가 요청한 한 게 아니었다. 인위적으로 알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관련 콘텐트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당근마켓이 일종의 문화가 돼 잘 자리 잡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커뮤니티 수익화 전략은?  사실 수익이 발생하는 비즈니스 모델로는 원하는 지역에 광고를 게시하는 ‘지역 광고’가 있다. 하지만 지금은 당장의 수익을 생각하기보다 연결을 통한 가치 실현, 이용자 경험 등에 집중하려고 한다. 이용자들에게 유익한 서비스 경험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비즈니스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따라올 거라고 생각한다.  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2022.03.14 13:39

  • [비크닉]"씻을 권리를 주자" 노숙인에게 연민보다 필요한 것은?

    [비크닉]"씻을 권리를 주자" 노숙인에게 연민보다 필요한 것은?

    #Yes. Voice matters! (YVM)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들의 목소리,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홈리스(homeless, 노숙인)' 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한 마디 "Stay safe" 코로나 초창기 저는 런던에 있었습니다. 봉쇄령(Lock down)이 임박할 무렵, 사재기가 기승을 부리고 질 좋은 마스크 한 장 구하기 힘들었습니다.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이것저것 정신없이 찾아 헤매다 집 근처 마트 앞 거리에 주저앉아 있는 한 노숙인을 만났어요. (그 아저씨는 늘 그 마트 언저리를 서성이며 지냈지만 제 눈에 그제야 보인 거죠) 소독제이며 각종 위생용품, 식료품을 장바구니 가득 담아가는 제 모습과 휑한 거리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그의 모습이 교차하며 마음이 매우 좋지 못했죠. 재킷 주머니에 예비로 넣어둔 마스크와 바나나 등 먹거리 몇 개를 가지고 다가갔어요. "마스크가 필요할 때가 있을 거예요. 건강히 지내세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아저씨와 런던에서 나눈 인사가 됐습니다.   #차별 없이 누리는 '인간다움' #The Right to Shower(씻을 권리) 코로나가 3년째 이어지면서 문득 그 노숙인이 떠오릅니다. 전염병은 늘 노숙인 등 사회 취약층에게 치명적이죠. 살 공간이 없는 홈리스는 자가격리와 손 씻기 등 개인위생 의무를 다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전염병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단이 없습니다.   1948년 12월 10일 유엔총회에서 제정된 세계인권선언과 이를 구체화한 유엔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The International Covenant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은 인권에 관한 가장 권위 있는 국제 규범인데요. 모든 인간은 사회 경제적 위치와 관계없이 주거권·노동권·건강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홈리스들은 종종 투명인간처럼 잊히곤 하죠.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그들을 위해 힘을 모으는 국내외 브랜드가 있습니다.    유니레버 '라이트투샤워' 브랜드 길에 내몰린 사람에게 존엄성을 부여하자 다국적생활용품업체 유니레버는 최근 'The Right to Shower(더 라이트 투 샤워, 씻을 수 있는 권리)'라는 브랜드를 출시했습니다. 8~12달러 정도 하는 비누, 샴푸, 샤워젤 등의 제품을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유니레버는 판매 수익의 30%와 '더 라이트 투 샤워' 제품을 라마베(LavaMae)라는 미국의 한 자선단체에 전달합니다. 라마베는 이동식 샤워장을 운영해 노숙인들이 맘 놓고 몸을 씻을 수 있게 해주고 있어요. 브랜드 공식 SNS에는 갖가지 사연이 올라와 있는데요. 1978년 엄마와 엘살바도르에서 이민 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한 크루즈라는 여성은 "비로소 내가 보호받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프레네일이라는 남성은 "몸을 깨끗이 씻었을 뿐인데 자존감이 다시 생겨났다. 좋아하는 작곡을 제대로 시작해 보고 싶다"고 했고요. 몸을 깨끗하게 한다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을 회복하고, 사회 일원으로 재기할 수 있는 힘이 부여된 셈이죠. 유니레버는 라바메 뿐 아니라 50여개 자선단체와 협업하며 캠페인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유니레버 '라이트투샤워' 캠페인. 출처=라이트투샤워 인스타그램 #The Vicious Circle, 악순환을 끊어라 우리가 노숙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지나치게 단순할 때가 많습니다. 개인적인 무지, 나태, 결핍으로 인해 그 자리에 이르렀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한 사람의 인생이 그리 단편적일 순 없습니다. 다양한 사회, 경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죠. 거리에서의 삶을 끝내고 싶어도 제도적 공백이 노숙인을 노숙인의 삶에 그대로 가둬 버리기도 합니다.     HSBC의 The Vicious Circle 광고는 한 여자 노숙인이 주거지를 증명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은행 창구에서 번번이 거절당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이 때문에 일자리조차 얻기 힘들고, 수입 없이 마땅한 거처를 얻기는 더욱 불가능해집니다. 다시 은행을 찾아도 '안 돼(No)'라는 말만 들을 뿐이죠.   평소 '부자 외국인만을 위한 은행'이라는 다소 부정적 이미지였던 HSBC는 자신들의 진짜 가치를 제대로 전할 기회라 생각했어요. HSBC UK는 정해진 거주지가 없는 홈리스가 은행 계좌를 열 수 있도록 자선단체 쉘터(Shelter)와 협업합니다. 쉘터의 사회복지사를 동반하면 거처가 명확하지 않은 노숙인도 은행 계좌 개설이 가능하게끔 한 거죠. 쉘터가 일종의 신분증명(identification)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단 2개 지점에서 시작한 'It's time to break the circle(이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입니다)' 서비스는 전 세계 100개 지점으로 확대됐다고 하는데요. 노숙인을 다시 사회 일원으로 품을 수 있는 본질적 해법이 무엇인지 브랜드 차원에서 고민한 좋은 사례입니다. HSBC UK가 운영하고 있는 'The Vicious Circle' 캠페인   #편견의 꼬리표를 떼어주세요 우리나라에도 노숙인 등 취약 계층의 온전한 홀로서기를 묵묵히 돕는 기업이 있습니다. 물류 서비스 '품고'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두핸즈인데요. 지난 2012년 7월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빈곤 퇴치'를 기치로 걸고 품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박찬재 두핸즈 대표는 2011년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 사건을 지켜보며 창업을 결심했어요.   박 대표를 전화로 만나봤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내내 말을 아꼈어요.     "품고 정규직원 30%는 노숙인을 포함해 한부모 가정, 신체적 활동이 가능한 고령자 등 사회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이런 사실을 알리는 것도 이제 조금 조심스럽습니다. 지금은 온전히 자립하셨음에도 여전히 '노숙인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게 싫다며 속상해하시는 분들도 많고…노숙인이라는 건 그 사람의 일시적 상태일 뿐이죠. 그 꼬리표가 영원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저희의 미션은 '인간의 존엄성 회복'입니다"   실직이나 건강 악화로 소득이 없어지면 누구든 홈리스가 될 위기에 처할 수 있죠. 그러나 그 상황이 영원히 지속하는 것도 아닙니다. 재기를 위해 힘이 되는 민간과 정부의 손길도 있죠. 거리에 있든 아니든, 우리는 모두 존중받아야 할 인간입니다.   〈참고문헌〉 박은철. (2015). 노숙 진입에서 탈출까지 경로와 정책과제. 정책리포트, (198), 1-26. 유송희. (2020). 노숙인의 관점에서 본 노숙과 자활: 생애사 연구를 중심으로. 행정논총, 58. 정원오. (2005). 노숙인 인권상황 실태조사. [NHRC] 국가인권위원회 발간자료, 0-0. 한국도시연구소(2020) 서울시 재난 상황에서 노숙인 등 인권상황 실태조사   #제보를 기다립니다 세상 모든 일이 두렵고 한 발 나아가기도 힘겨울 때, 스쳐 지나가는말 한 마디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도 합니다. 비크닉은 그런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습니다. 비크닉이 다뤄주면 좋을 브랜드의 목소리, 제보를 기다립니다. Yes, Voice Matters! Bicnic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2022.03.02 07:00

  • [비크닉]“스펙 대신 OO” Z플립3, MZ세대 사로잡은 마케팅 비법

    [비크닉]“스펙 대신 OO” Z플립3, MZ세대 사로잡은 마케팅 비법

     ━  장소연 삼성전자 브랜드마케팅 상무 인터뷰    지난해 삼성전자 모바일 매출 100조에 기여한 건 누가 뭐래도 ‘Z플립3’이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지난해 1000만대 이상 판매됐으리라 추정한다. Z플립3는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에 질린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이 얼마나 스타일리시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기본적으로 잘 만든 폴더블 기술 덕도 있지만, 예쁜 폰에 대한 소비자의 갈망을 읽어낸 브랜드 마케팅의 승리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장소연 브랜드마케팅 1그룹 상무를 만나 마케팅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삼성전자 브랜드마케팅 1그룹 장소연 상무 Z플립 브랜드 마케팅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폴더블이라는 혁신적인 기술뿐만 아니라,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Z플립만이 선사하는 소비자 경험에 집중하려고 했다. 기술 혁신 그 자체 보다는 그 혁신이 소비자에게 주는 의미를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주는 의미라면?  “굳이 왜 접어야 해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은 것 같다. 그렇게 묻는 사람과 기술만 얘기하면 몇 마디 주고받기 어렵다. ‘단말기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소비자가 단말기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예를 들어 ‘테이블에 놓고 다양한 각도로 사진 찍고 영상통화 할 수 있다, ‘열지 않고도 커버 화면으로 결제할 수 있다’, '접어서 주머니에 쏙 넣을 수 있다' 등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무언지 보여주는 거다. 혁신 기술이 주는 소비자 경험을 알리는 데 집중했고, 소비자들은 이에 뜨겁게 반응했다.    폴더블폰은 디스플레이가 접힐 수 있도록 소재와 공법에서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 또한 배터리, 힌지 등 다른 하드웨어 부품까지 폴더블에 최적화해 개발해야 한다. Z플립 개발팀은 '플렉스 모드' 등 폴더블 특화 기능 개발에도 힘썼다. 구글 등 다양한 파트너사와 함께 최적화 작업을 하고 폴더블에 최적화된 앱, 액세서리 등 생태계 구축에도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기술 혁신을 소비자가 유용하게 사용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다.    Z플립은 2세대를 건너뛰고 Z플립3으로 갔다.  Z폴드3와 함께 출시하면서 플립 역시 3세대 폴더블폰이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 제품 이름을 통일했다. (1세대에 비해 괄목할만한 혁신이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브랜드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Z플립3은 타임지 2021년 최고의 발명품에 선정됐는데. 앞다퉈 스크린 사이즈를 키워가던 스마트폰 트렌드에서 큰 스크린이라는 장점은 유지한 채, 휴대성과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폴더블 기술 자체가 뛰어난 혁신이다 보니, 단말의 기술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웠을 수 있다. 하지만 마케팅에서는 그 기술이 혁신을 위한 혁신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어떤 경험을 주는지를 중점적으로 알리려고 했다. '첫 폴더블 메인스트림 제품(the first mainstream phone with a foldable display)'이라는 타임지의 평가로도 연결이 된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 삼성전자 Z플립3 이미지   마케팅 관점에서 Z플립의 가장 뛰어난 경쟁력은.  여느 획일적인 스마트폰과는 달리 시선을 끄는 아이코닉한 디자인 아닐까. 보는 순간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보고 싶게 만든다. 한번 접는 경험을 한다면 그것이 습관이 되고,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   Z플립3의 성공을 확신했나. 내부 임직원 대상으로 처음 선보였을 때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내부 서베이를 하다 보면 세대별로 선호하는 색상이나 디자인이 다른 경우가 있다. 그런데 Z플립3는 남녀노소 모든 임직원에게 호평을 받았다. 당연히 시장에서도 성공적일 거라 자신했다.   기억에 남는 반응은. MZ세대는 담당자들조차도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방식으로 스마트폰을 꾸미고 이를 SNS에 공유하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그걸 보면서 소비자가 정말 원하는 스마트폰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기기인 만큼 나와 가장 많이 닮고, 나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Z플립이 그런 아이템이 된 듯해 뿌듯하다.     Z플립3에 대한 더 흥미로운 이야기는 비크닉 레터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비크닉 이전 기사 보기[비크닉] 생리대 광고의 피는 왜 파랄까?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2022.02.15 17:00

  • [비크닉] 생리대 광고의 피는 왜 파랄까?

    [비크닉] 생리대 광고의 피는 왜 파랄까?

    백날 떠들어봐야 소용없다. 누군가의 의견, 목소리를 평가절하하는 말이죠. 그러나 때로는 떠들면 소용이 있습니다. 목소리 높일 만한 가치 있는 일에는 힘 있게 떠들고, 의미 있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 노력한다면 세상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요?    최근 여러 브랜드는 이윤 추구에서 나아가 사회 변화의 구심점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꾸준하고 묵묵하게 목소리를 내 세상을 보다 이롭게 바꾸는 데 기여하는 브랜드를 깊게 들여다보려 합니다. 그 첫 번째 목소리를 들어 볼게요.    ━  #첫번째 목소리 #월경빈곤해소 #EndPeriodPoverty    5년 전 '깔창 생리대' 사건이 전국을 뒤흔들었습니다. 어느 여학생이 생리대 살 돈이 없어 신문지나 신발 깔창 등으로 버텨왔다는 안타까운 이야기였습니다. 이에 정부는 2018년부터 만 11~18세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에게 월 1만1500원어치 생리대 바우처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여러 브랜드도 꾸준히 '생리빈곤종결(#EndPeriodPoverty)'을 외치고 있는데요.   유한킴벌리의 생리용품 브랜드 '좋은 느낌'의 '힘내라 딸들아' 캠페인이 대표적입니다. 2016년부터 해마다 생리대 100만장 이상을 여성 청소년들에게 기부하고 있어요.     유한킴벌리 '힘내라 딸들아' 캠페인. 사진제공=유한킴벌리  ━  #발달 장애, 지적장애 아동의 월경을 도와라   지난 2019년 겨울, 유한킴벌리 앞으로 특수교사가 보낸 e-메일이 한 통 날아왔습니다. 대형마트에서 판촉용으로 쓰는 샘플 생리대를 받을 수 있냐는 요청이었습니다. 유한킴벌리 담당자는 메일을 보낸 교사에게 전화했고, 비로소 진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발달·지적장애 아동에게는 생리대를 교체하는 것 자체가 큰 도전이에요. 실제 제품을 활용해 반복적으로 교육한다면 그래도 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유한킴벌리는 이 목소리를 흘려 듣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샘플 제품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았어요. 곧장 보건교사협의회와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1년여 시행착오 끝에 '처음생리팬티'가 2020년 8월 세상에 나왔습니다. 제품 탄생의 목표는 하나,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게! 장애인, 비장애인 누구나 쉽게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생리 팬티를 개발했는데요.     방수 처리를 한 생리용 위생 팬티 안쪽에 생리대 패드와 날개를 부착하는 위치를 알려 주는 디자인을 넣어 장애아동은 물론 초경을 경험하는 누구든 쉽고 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유니버셜(보편적) 디자인 원칙'을 바탕으로 제작된 셈이죠. 처음생리팬티는 전 세계 140여개 국에서 특허출원 중이랍니다.   유한킴벌리 처음생리팬티. 사진제공=유한킴벌리  ━  #브랜드 액티비즘, 생리 존엄성을 외치다     '생리 빈곤'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보다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는 브랜드도 있습니다. 우먼 웰니스 브랜드 라엘(Rael)은 여성을 위한 '생리 존엄성(Menstrual Dignity)', '월경권'을 외치고 있는데요. 라엘은 생리 자체를 금기시하고 말을 꺼내기 힘겨운 환경 때문에 '깔창 생리대' 같은 안타까운 현실이 오랫동안 감춰져 있었다고 보는 거죠. 여성이 생리하는 것은 부끄럽고 숨길 일이 아니라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누구든 쉽게 말할 수 있는 삶의 과정이자 권리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겁니다.   여성을 위한 '생리 존엄성(Menstrual Dignity)'을 외치고 있는 기업 라엘. 사진제공=라엘 홈페이지 캡처  ━  #생리대 광고의 피는 왜 파랄까     스웨덴 위생 보건 용품 회사 에시티(Essity)의 브랜드 바디폼(BODYFORM)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갑니다. 바디폼(BODYFORM)은 'Blood Normal' 캠페인으로 2018년 칸 광고제에서 수상했습니다. 기존 생리대 광고가 생리혈을 파란색 액체로 표현한 걸 붉은색 있는 그대로 드러내 주목받았습니다. TV 광고에서 금기를 깨고 붉은 혈을 사실 그대로 보여준 최초의 광고라 할 수 있죠.     Bodyform 'blood normal' 캠페인 영상 캡처 2021 칸 라이언즈 광고제에서도 'Womb Stories(자궁 이야기)' 영상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인공수정으로 임신하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 자궁내막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여성, 갱년기를 겪고 있는 여성, 초경을 경험한 여성 등 다양한 '자궁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생리와 임신, 인공수정, 질병, 갱년기 등 자궁과 관련된 이야기와 고민을 가족에게까지 숨겨야 하는 사회적 관습이 깨져야 여성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왜 이런 목소리를 내는지 바디폼은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12살께 생리를 시작하죠. 고통을 느껴요. 아이도 출산하고요. 또 생리를 이어가죠. 50대쯤에 폐경을 겪죠. 근데 그거 아세요? 그게 말처럼 이렇게 간단한 게 아니에요. 보이지 않는, 말 못 할, 알려지지 않은 얘기들이 더 많아요. 그 복잡하고 심오한 얘기들을 하나, 둘 꺼내 보려 합니다."      ━  #다음 목소리 미리 듣기     비크닉 Voice Matters 코너의 두 번째 목소리는 homeless(홈리스), 마땅한 거처 없이 거리를 떠도는 노숙인에게 희망의 '빛'을 선물하기 위해 꾸준히 애쓰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비크닉이 다뤄주면 좋을 브랜드의 목소리, 제보도 환영합니다. Yes, Voice Matters!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2022.02.10 0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