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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 닮은 빛" 2030 감성 자극했다…다시 부활한 백열전구 [비크닉]
━ #INTRO: 겨울 냄새 얼마 전, '겨울 냄새'가 무엇인지 묻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어요. '스키장 냄새'와 '크리스마스 케이크 냄새'부터 '싸늘하면서도 청량한 아침 공기에 따뜻한 탄 내를 조금 섞은 느낌'이라는 공감각적인 설명까지. 글 하나에 달린 십수 개의 기억과 경험이 눈길을 끌었죠. 제가 기억하는 겨울 냄새는 '모닥불 냄새'예요. 추운 겨울 모닥불 앞에 옹기종기 모여 탁탁, 새끼불이 튀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들숨에 기분이 말랑말랑해지는 바로 그 냄새. 100만년 전부터 동굴 생활을 하면서 모닥불에 익숙해진 덕분일까요. 타는 모닥불을 좋아하는 감성은 우리 DNA에 깊게 새겨진 것 같아요. 사진 일광전구 우리 일상에도 모닥불을 닮은 빛이 있어요. 모닥불을 산업적으로 해석한 백열전구예요. 백열전구의 뿌리는 자연이에요. 130여년 전 백열전구를 발명했을 때 대나무를 탄화해 필라멘트로 사용했고, 2700K의 밝기는 일출 후 두 시간 이내의 청량한 아침 빛의 밝기와 같죠. 사라진 줄만 알았던 백열전구를 아직도 판매하고, 트렌디한 감성의 LED 조명에도 백열전구의 고운 빛깔을 담으려 노력하는 곳이 있어요. 반세기가 넘는 시간 조명 한길을 걸어온 일광전구입니다. 오늘 비크닉에선 모닥불을 닮은 빛을 만드는 국내 유일의 백열전구 제조사, 일광전구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LED가 조화라면, 백열전구는 생화 대구 성서공단에 위치한 일광전구 본사. 사진 일광전구 "백열전구는 낭만을 만드는 전등입니다. 그 밑에선 사람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거든요. 감성이 필요한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에서 지금도 백열전구나 초를 비치하는 이유죠. LED와 같은 전자 조명은 결코 흉내를 낼 수 없는 것, 그걸 지켜내고 싶었어요. 빛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 회사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구 성서공단에 위치한 일광전구는 1962년 창립 이래 지금까지 백열전구를 생산해온 곳, 올해로 환갑을 맞았어요. 구성원은 총 27명밖에 안 되지만, 300여종이 넘는 전구와 등기구를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알짜 기업이랍니다. 제품뿐 아니라 패키지, 브랜드 로고 등 디자인이 독특하고 감성적이죠. 백열전구 속 필라멘트의 디자인이 독특하고 감성적이다. 사진 일광전구 김홍도 일광전구 대표는 백열전구를 '생화', LED를 '조화'라고 소개했어요. 백열전구는 나무를 태우듯 필라멘트를 태워 빛을 내기 때문에 자연 그 자체를 닮았죠. 조화를 생화처럼 만드는 기술이 아무리 좋아지고 있다고 해도, 향기와 아름다움은 생화를 따라갈 수 없다고요. 사실 백열전구는 전력 효율이 매우 안 좋아 오래전 시장에서 퇴출당한 조명이에요. 전력 사용량 중 5%만 빛을 내는 데 사용하고, 나머지 95%는 뜨거운 열에너지로 방출해요. LED와 비교하면 백열전구의 에너지 효율은 8분의 1 수준, 제품 수명은 25분의 1에 불과하죠. 정부는 이러한 이유로 2014년 가정용 백열전구 생산을 규제했어요. ━ #디자인 조명 시대를 준비하다 필라멘트를 동그랗게 여러 번 꼬아 제작하기도 한다. 사진 일광전구 "외국처럼 국내에서도 머지않아 인테리어용 부분 조명 시장이 개화할 것이라고 믿었어요. 3~4년 전부터 시장의 방향성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실내 공간에서 조명이 얼마나 중요한지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했죠." '번개표' 브랜드로 잘 알려진 금호전기, 남영전구 등 국내 백열전구 제조사들이 모두 LED로 사업을 전환합니다. 단 한 곳, 일광전구만이 백열전구 생산을 멈추지 않았어요. 규제 대상이 아닌 산업·장식용 전구로 바꿔 판매했죠. 어딘가에선 백열전구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란 믿음에서였죠. 사진 일광전구 홀로 남은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단 한가지뿐. '합리적인 가격에 디자인과 품질이 우수한 조명'을 만들기로 결심했죠. 제품의 가짓수를 줄이고 디자인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브랜드 로고부터 제품 디자인까지 소비자 취향에 맞춰 모두 바꿨어요. 해외 유명 브랜드와 겨뤄도 부족함이 없는 제품을 만들어내겠다는 다짐이었어요. 유리구를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깎거나 입으로 불어 만들기도 하고, 필라멘트를 동그랗게 여러 번 꼬아 회오리 촛불 모양을 재현하기도 했죠. 심플하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는 디자인이 집, 공간 꾸미기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2030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더현대 서울에 입점, 글로벌 유수의 브랜드 제품들과 나란히 전시될 수 있었던 이유도 디자인의 힘 덕분이었죠. 매년 2월에 개최되는 국내 최대 디자인 전시회인 '서울 리빙 디자인 페어'에 총 6번 연속으로 출품했고, 제품을 눈여겨본 백화점 매장 측이 입점해달라고 요청했대요. 코로나19 확산으로 내부 공간에 대한 가치가 올라가면서 매출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요. ━ #목표는 글로벌 지난해 열린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일광전구 제품들이 전시된 모습. 사진 일광전구 "백열전구를 판매하는 회사는 앞으로도 일광전구가 유일할 겁니다. 회사가 존속하는 한, 우리는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백열전구를 계속해 공급할 거예요. 언젠가 촛불을 찾듯, 백열전구를 찾게 돼 있어요." 최근엔 중대한 결정을 내렸어요. 지난달 14일을 끝으로 백열전구 생산을 잠정 중단한 것. 백열전구 제조사가 사라지니 부품 제조사 등 생태계가 완전히 소멸했고, 국내외에서 원자재 조달이 어려워진 탓이에요. 대신, 지난해 출시한 인테리어 조명기구 'IK시리즈'에 백열전구의 감성을 담으려 노력할 계획이에요. 생산은 멈췄지만,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고가 남아있어서 백열전구 판매도 계속할 예정입니다. 일광전구의 인테리어 조명 '스노우맨'. 사진 일광전구 목표는 한국을 넘어 외국에서 이름을 널리 알려 부가가치가 높은 조명을 수출하는 것. 일광전구는 한때 백열전구 생산량의 80%를 수출했어요. 오랜 시간 백열전구를 만들어왔지만, 인테리어 조명 쪽에선 후발주자인 일광전구,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해외 유수의 디자인상도 여러 차례 받으면서 힘을 기르고 있어요. 김 대표는 "지방의 작은 중소기업이 60년간 한 가지 제품만으로 살 수 있었던 것은 시대에 맞게 유연하게 변해왔기 때문이다. 진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며 "3년 이내에 세계 3대 디자인 쇼에서 상을 받아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했어요.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디자인을 개발해 한국을 대표하는 조명 브랜드가 되겠다는 일광전구의 꿈, 이뤄질 수 있을까요? ━ #뱀발: 아이디어의 아이콘 사진 언스플래시 저효율 조명기기인 백열전구는 역사의 뒤안길로 쓸쓸히 사라지고 있지만, 전력 효율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하찮게만 취급할 제품은 아닌 거 같아요. 아직도 사람들의 뇌리엔 아이디어의 상징으로 살아남아 있거든요. 애니메이션과 광고에선 새롭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떠오른 순간 주인공의 머리 위 백열전구가 반짝 불이 켜지죠. 19세기 말, 백열전구의 등장으로 비로소 빛을 통제하게 된 당시 상황을 독일의 역사학자 에밀 루트비히는 이렇게 정리했어요.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발견한 이후 인류는 두 번째 불을 발견했다. 인류는 이제 어둠에서 벗어났다"고요. 김 대표에 따르면 130여년 전과 현재 백열전구의 제조 과정은 동일합니다. 에디슨이 만들었던 것과 똑같은 규격의 제품을 옆에서 볼 수 있는 거예요. 한 세기 이상을 견뎌낸 아이디어 상품, 조금은 특별해 보이지 않나요? 비크닉 야쿠르트 아줌마 유니폼 힙하게 바뀐 이유 [비크닉] 1시간마다 가격 바뀐다, 삼성도 주목한 '똑똑한 편의점' [비크닉] '고디바'는 귀족부인 이름이었다…명품 초콜릿이 된 비결 [비크닉] [비크닉] 장난감을 뛰어넘은 90살 레고의 매력 박영민 기자 park.y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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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쿠르트 아줌마 유니폼 힙하게 바뀐 이유 [비크닉]
자 오늘은 퀴즈부터 갈게요. 이 패션 화보, 어느 브랜드 광고일까요? 실용적인 디자인이 아웃도어 룩 같기도 한데요. 정답은 바로 한국야쿠르트(hy)입니다. 우리가 알던 야쿠르트 아줌마가 옷이랑 느낌이 완전 다르죠? 그전에 하나 바로잡고 갈게요. 한국야쿠르트가 최근 사명을 ‘hy(에치와이)’로 바꿨어요. 한국 야쿠르트는 왜 회사 이름, 유니폼도 바꾸는 걸까요? 비크닉 브랜드 소개팅에선 hy 박문순 디자인 팀장을 만나고 왔습니다. ━ 아쿠르트색에서 벗어나기 1970년대 야쿠르트 아줌마 유니폼 [hy 제공] 사실 야쿠르트 아줌마 유니폼이 바뀐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야쿠르트 아줌마가 처음 등장한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조금씩 달라졌어요. 그런데 색상이며 디자인까지 모두 확 바뀐 건 처음이래요. 회사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건데요. 회사가 어떻게 달라질지 유니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대요. 가장 큰 변화는 색상입니다. 그동안은 야쿠르트를 떠올리게 하는 베이지와 살구색이 중심이었는데요. 이번엔 처음으로 딥 그린색을 넣었어요. hy 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프레딧’을 떠오르게 하기 위한 전략이었다고 해요. 프레딧은 ‘정직한 신선 유기농 선별샵’이라는 콘셉트로, 야쿠르트뿐만 아니라 유제품, 건강기능식품, 신선식품, 화장품까지 판매하고 있어요. 친환경을 강조하기 위해 로고와 홈페이지 곳곳에 진한 녹색을 쓰고 있죠. “이번 유니폼 리뉴얼을 통해 프레딧을 세상에 제대로 알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프레딧을 떠올릴만한 색상을 넣었고, 상의 패턴엔 나뭇잎을 본뜬 리프커브 라인(Leaf Curve line)디자인을 적용해 ‘신선’과 ‘친환경’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강조했죠.” hy(옛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 유니폼 바지가 없어진 것도 특징이에요. 일하는 분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게 자유롭게 하의를 선택할 수 있게 됐어요. 또 현장에서 여러 물품을 넣을 수 있는 조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반영해 사계절 입을 수 있는 조끼도 만들었대요. ━ 아줌마 아닌 매니저로, hy의 큰 그림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명칭은 3년 전에 사라졌어요. hy는 2019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야쿠르트 아줌마 대신 ‘프레시 매니저’를 쓰겠다고 했거든요. 아줌마는 중년 여성을 얕잡아 부르는 의미가 담겨있기도 하고, 아무래도 전문성이 떨어져 보여서였죠. 하지만 지금도 길을 가다가 야쿠르트를 판매하시는 분을 보면 본능적으로 ‘야쿠르트 아줌마다!’ 싶잖아요. 야쿠르트 아줌마 50년 역사가 만든 엄청난 각인 효과지만, 새로운 기업으로 도약하는 hy입장에선 숙제이기도 해요. 회사는 야쿠르트도, 아줌마도 모두 떼고 싶어하거든요. 왜냐고요? 야쿠르트만으로 지속해서 성장하기 어렵잖아요. hy는 1만여 프레시 매니저의 촘촘한 네트워크를 내세워 종합 유통 기업으로 변화하려고 해요. 요즘엔 발효유, 간편식뿐만 아니라 구매 패턴이 일정한 면도기, 화장품, 여성용품을 배송하며 그 영역을 넓히고 있어요. 배송경쟁력 강화를 위해 과감한 투자도 하고 있어요. 최근엔 신선라스트마일 서비스를 고도화하기 위해 새로운 냉장 전동카트 '코코 3.0'도 선보였고요. 1170억 원을 투자해 논산에 물류센터를 짓기도 했죠. hy의 냉장 전동 카트인 코코 3.0. 코코3.0은 2014년 첫 선을 보인 코코의 3세대 모델이다. [hy 제공] 유니폼을 바꾼 건 회사 미래 비전을 담은 일종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방문 판매 비중이 높은 저희 회사에 매니저 유니폼은 기업의 이미지를 고객에게 직접 알릴 수 있는 중요한 홍보 수단이에요. 그래서 회사가 큰 변화를 예고할 때마다 유니폼도 달라졌죠. 회사가 젊어지고 있다는 걸 소비자들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 ━ “미라클 모닝 실천하며 돈도 번다” MZ세대 매니저 야쿠르트 아줌마가 매니저로 불려야 하는,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이유가 또 있어요. 매니저의 연령대가 다양해지고 있다는 점이에요. 2030대 매니저는 2017년 22명에 불과했지만 올해에는 반 년 만에 179명이 등록했다고 해요. 프레시 매니저가 젊은층에 주목을 받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고요? 실제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소율 (31) 씨를 만나봤어요. 이 씨는 일을 하면서 ‘미라클 모닝’을 실천할 수 있어 가장 좋다고 했어요. 이른 아침에 일어나 독서·운동 등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해요. “보통 일이 6시에 시작되는데요. 아침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어서 좋아요. 코로나 19 이후 2개 이상 일을 하는 N잡러들이 늘어나면서 젊은 분들도 많이 시도하는 것 같아요.” 오후 12시쯤 업무를 마치면 이 씨는 영어학원에서 상담교사로 변신해요. 다양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프레시 매니저 경험이 나중에 자기 일을 할 때 도움이 될 거라고 했어요. “일하다 보면 행복한 일이 많이 생겨요. 아침에 밥 먹고 가라는 할머니도 계시고요, 커피 사 먹으라고 용돈 쥐어주는 분도 계세요. 아침 시간을 쪼개 돈을 벌면서도 이렇게 사랑도 받네요.” 바뀐 유니폼에 대한 코멘트도 잊지 않았어요. “딥 그린색이 얼굴을 더 밝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옷이 젊어지니까 제게 더 잘 맞는 기분이에요. ” ━ 실제 입어보니 유니폼 디자인은 제이청(J.chung)의 정재선 디자이너가 담당했어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고 예쁘게 소화하기 좋은 디자인으로 유명한 분이죠. 제이청 옷은 hy 유니폼과 묘하게 닮았어요. 유니폼과 일상복의 경계가 되게 만들었다는 게 확 와 닿았죠. 제이청의(J.chung) 정재선 디자이너의 옷 [제이청 홈페이지 캡처] 새 유니폼, 저도 한번 입어봤습니다. 제가 입은 건 동복 아우터였는데요. 허리를 예쁘게 조여주는 게 트렌치 코트 느낌이 나면서도 은근히 따뜻하더라고요. 금장으로 된 지퍼가 고급스러워 보였어요. 올해 처음 생겼다는 동계 모자도 써봤는데요. 챙이 넓지 않아 승마 모자 느낌도 났어요. 실제 입는 분들의 반응도 좋대요. 회사 온라인 사보에는 ‘실용성과 세련미가 돋보인다’, ‘영업도 잘될 것 같다’, ‘평상복 느낌이 나서 좋다’, ‘어두운색이라 때 탈 걱정 안 해서 좋다’는 등 긍정적인 댓글이 달렸더라고요. 20년 넘게 프레시 매니저로 활동 중인 윤복예 씨는 “사계절 입을 수 있는 실용적인 조끼가 가장 맘에 든다”면서 “전반적으로 젊은 느낌이라 일터에서도 신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기자가 직접 입어본 hy 프레시 매니저 동복 아우터. 나가며 쿠팡, SSG 등 배송에 특화된 유통 플랫폼 홍수 속에서 hy만의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 50년 배송 노하우입니다. 야쿠르트 아줌마라는 명칭은 사라졌지만, 1970년부터 지금까지 그들이 쌓아온 신뢰는 hy만의 자산이죠. 최근엔 신한 카드를 배송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는데요. 프레시 매니저의 탄탄한 인프라를 이용해 다양한 배송 서비스를 선보일 것 같아요. 야쿠르트 제조를 바탕으로 쌓아온 발효 기술도 있습니다. 발효유 시장 1위는 윌, 2위는 야쿠르트로 모두 hy 제품이에요. 시장 전망도 좋아요. aT 식품산업통계정보(aTFIS)에 따르면 국내 발효유 시장은 최근 5년간 연평균 1.9% 수준의 성장세를 보여요. 작년 발효유 시장 규모는 1조 9400억원인데 5년 뒤에는 2조2500억원으로 커질 거라고 합니다. 게다가 최근 '일반식품 기능성 표시제'가 시행되면서 발효 기능에 대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할 기회도 생겼어요. 여기서 그치진 않겠죠. 프레딧 슬로건이 '건강한 라이프, 매일 매일 프레딧'인만큼 기존 발효 기술을 응용해 밀 키트나 간편식 등 새로운 제품을 개발할 듯합니다. 문득 10년 뒤 프레시 매니저 유니폼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해지네요. 비크닉 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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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마다 가격 바뀐다, 삼성도 주목한 '똑똑한 편의점' [비크닉]
━ #INTRO: 편의점 풍경이 달라졌다 안녕하세요. 지갑은 얇지만 사고 싶은 건 넘치는 박영민 기자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편의점 자주 가세요? 저는 하루 두 번 꼭 편의점에 들러요. 출근길엔 삼각김밥과 바나나우유를 사 먹으며 주린 배를 채우고, 퇴근길엔 과자랑 맥주를 한 봉지 가득 사서 들어가야만 비로소 하루가 제대로 끝나는 기분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집 앞 편의점 모습이 좀 달라졌어요. 사장도, 직원도 없는데 손님들만 가득해요.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무인 시스템을 도입한 편의점이 증가하고 있어요.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과 같은 상시·심야 무인 점포수는 올해 상반기 전국 4000여곳에 달했어요.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주요 편의점 4개사의 무인 점포 3000여곳을 더하면 총 7000여곳으로 늘어나죠. 200여개였던 2019년보다 35배나 증가한 겁니다. 오늘은 색다른 아이디어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무인 편의점 한곳을 소개해드릴게요. 제품 가격이 하루에 24번이나 바뀌는 혁신적인 실험이 벌어지는 이곳, 오늘 비크닉의 주인공은 ‘프라이스랩’입니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AI 편의점 ‘프라이스랩’. 사진 박영민 ━ #1시간마다 바뀌는 가격 올해 5월 서울 용산에 문을 연 프라이스랩은 삼성전자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투자를 받아 창업한 스타트업 ‘치즈에이드’가 만든 무인 편의점입니다. 직원은 총 7명으로 작은 규모죠. 그런데 직원 구성이 일반적인 유통기업이랑은 좀 달라요. UI·UX 디자이너에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있죠. 편의점에 개발자가 왜 필요하냐고요? 답은 프라이스랩 안에 있습니다. 이 편의점의 무기는 1시간 간격으로 하루에 총 24번 바뀌는 가격이에요. 유통기한, 재고량, 선호도 등 소비 데이터와 요일·시간대별 유동인구, 날씨 등 공공 데이터, 주변에서 비슷한 제품을 구할 수 있는지 여부 등 상권을 분석한 데이터로 가격을 조정해요. 프라이스랩의 상품 가격은 1시간 간격으로 바뀐다. 사진 박영민 상품 정보는 실시간으로 상품 앞에 붙어 있는 가격 표시기에 반영돼요. 그런데 이 가격 표시기마저 친환경적입니다. 일반 편의점에선 상품 정보를 변경할 때 종이나 플라스틱을 갈아끼우잖아요. 프라이스랩에선 자체 개발한 ‘가시광 통신 전자가격표시기’를 사용해요. 전자종이처럼 디지털로 글자와 숫자를 보여주는 방식이죠. 치즈에이드가 삼성전자에서 사내 벤처 프로그램에 선정될 수 있었던 것도 이 가시광 통신 기술 덕분입니다. 소비자의 사용방법은 간단해요. 스마트폰으로 프라이스랩 앱을 다운로드하면 쇼핑 준비 완료입니다. 앱으로 상품 바코드를 찍고 등록해놓은 카드로 결제하면 끝이에요. 처음 앱 설치 이후 인기 상품 5개를 선택할 수 있는데, 이 중 한 개를 선택하면 해당 제품을 한 달간 하루에 한 번씩 반값으로 구매할 수 있어요. 매일 한 번씩 편의점에 방문해서 하루 한 번 총 30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거예요. 이건 프라이스랩 관계자가 알려준 팁인데요, 매일 오는 게 귀찮으면 오늘 오후 11시 59분에 방문해서 하나를 사고, 1분간 기다렸다가 다음날 오전 12시가 되면 또 하나를 살 수 있죠. 앱으로 상품 바코드를 찍으면 등록한 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사진 박영민 ━ #편의점에서도 지속 가능한 소비를 할 수 있을까 시시각각 바뀌는 가격, 장점은 뭘까요? 소비자는 필요한 물건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고, 판매자는 골치 아픈 폐기물을 확 줄일 수 있죠. 폐기물이 줄면 버리는 양도 줄어 환경에도 도움이 되고요. 편의점과 같은 식품 유통업계의 가장 큰 고민은 ‘폐기’를 어떻게 줄이느냐입니다. 재고가 많이 생길수록 폐기물을 처리하는 비용도 늘어나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약 550만톤 규모의 식품이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졌어요. 이를 처리하는 비용만 자그마치 1조원이 넘었죠. ‘재고를 줄이는 지속 가능한 소비, 편의점에서도 가능할까’. 프라이스랩을 만든 치즈에이드는 이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었어요.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신선 제품의 가치는 시간과 공급량에 따라 계속 변하는 반면, 오프라인 매장 제품의 가격은 바꾸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처럼 실시간으로 바뀌는 가격을 편의점에 적용해 소비자에게 가격 선택권을 제공하고, 폐기물의 양도 줄여보자 결심했어요. 온라인에선 늘 최저가를 검색하잖아요. 반면, 오프라인 마트에선 소비자에게 가격 선택권이 없죠. 소비자들은 오프라인에서도 더 나은 가격 선택권과 지속 가능한 친환경 쇼핑 경험을 원해요. 20~30대가 선호하는 신선식품으로 진열장을 꽉 채웠다. 사진 박영민 ━ #진열대 채우는 법도 특별해 상품 구성도 일반 편의점과 달랐어요. 우유, 치즈 등 유제품부터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밀키트와 육류까지. 진열대엔 20~30대가 선호하는 신선식품들로 가득합니다. 마트나 편의점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브랜드의 식료품들이라 눈도 즐겁죠. 이계림 치즈에이드 이사는 “1인 가구가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신선 식품을 위주로 콘셉트를 잡았다. 트렌드를 파악하면서 계속 메뉴를 바꿔가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어요. 필요한 상품이 있으면 채널톡으로 의견을 주고 받고, 판매 구성도 조금씩 바꾸고 있어요. 프라이스랩은 제일 먼저 이 근방에서 살 수 없는 물품이 무엇인지 알아봤대요. 쌀이나 생선을 파는 곳이 별로 없더랍니다. 쌀을 내놓으면 잘 팔리겠죠? 그런데 프라이스랩은 쌀이 왜 안 팔리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대요. 그제서야 동네에 커다랗게 자리한 청년주택이 보이더래요. “청년주택에 사는 1인 가구는 집에서 밥을 잘 해먹지 않아요. 요리할 때 냄새가 심한 생선도 마찬가지고요. 쌀과 생선보다는 간편식, 그리고 다른 곳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제품들을 들여놓게 된 이유입니다.” 5개월간 점포를 운영해 보니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도 보였대요. 점심엔 주로 샐러드를 사러 오는 직장인들이 많고, 저녁 6시 이후엔 귀갓길에 할인 상품을 사기 위해 찾아오는 고객이 많아요. 상품이 신선하다는 반응, “이런 가게가 우리 집 근처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도 많이 받았답니다. ━ #나는 어떤 소비를 하는 사람인가 “실시간으로 변하는 가격을 경험해 보고, ‘나는 어떤 소비를 하는 사람인가’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프라이스랩에서 어떤 경험을 하면 좋겠냐는 질문에 이 이사는 이렇게 말했어요. 그는 이어 “친환경적인 소비를 하고 싶은 사람은 유통기한이 도달한 제품을 좀 더 싼 가격에 구입하고, 신선한 제품을 선호하는 사람은 돈을 좀 더 내는 각기 다른 경험들도 재밌을 것 같아요”라고 제안했어요. 지금은 1호점 뿐이지만, 프라이스랩은 연내 5호점까지 점포 수를 늘릴 계획이에요. 우선 강남에 직장인들이 오가면서 건강한 샐러드나 간편식을 즐길 수 있는 편의점을 열 예정입니다. 얼마 전만 해도 많은 제품에 ‘권장소비자가격’이 붙어 있었지만, 지금은 업체마다 판매 가격이 조금씩 달라요. 미래엔 모든 제품마다 상황에 맞춰 가격이 변화할 것입니다. 프라이스랩이 가장 앞서 나아가고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소비’를 외치는 프라이스랩. 팬데믹 이후 온라인 쇼핑 소비 트렌드 속에서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이들의 실험,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앞으로 무인 유통은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사진 언스플래쉬 ━ #뱀발: 무인(無人)이 드리운 그림자 무인 상점을 만든 건 기술의 발전입니다. 바코드와 QR코드를 인식하는 스캐닝 기술, 이미지와 영상을 인식하는 패턴 인식·센싱 기술,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음성 인식 기술,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 기계공학, 구입 이력과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딥러닝 기법, 시스템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IT 솔루션 등 다양한 기술이 무인 시스템에 적용돼있어요. 기술의 탑이 높아질수록 그림자도 짙어집니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소외되는 계층이 늘고 있어요. 프라이스랩에서도 제품을 구입하려면 반드시 스마트폰이 있어야 해요. IT 기기에 취약한 고령자, 모바일 결제를 할 수 없는 미성년자를 어떻게 수용할지는 프라이스랩과 같은 무인 상점의 숙제입니다. 결제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의 대처도 해결해야 할 문제죠. 무인 시스템의 핵심인 키오스크의 확산이 고용 인구 감소를 가속할 것이란 경고도 있어요. 한국고용정보원은 ‘기술 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 보고서에서 2025년 키오스크의 기술 대체효과로 인해 국내 노동자의 약 70%인 18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내다봤어요. 미래의 기술이 우리를 좀 더 편하게 만들어 주는 이기(利器)가 될지, 직업의 파괴자가 될지는 잘 지켜봐야겠습니다. 비크닉 [비크닉] 장난감을 뛰어넘은 90살 레고의 매력 덤플링(dumpling) 아닌 '만두' 즐기는 글로벌 힙스터 [비크닉 영상] 100년간 젤리만 팠다, 하리보의 이유 있는 고집 [비크닉] 600번대 번호표 비밀...더현대 서울 어떻게 '팝업 맛집' 됐을까 [비크닉]박영민 기자 park.y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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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플링(dumpling) 아닌 '만두' 즐기는 글로벌 힙스터 [비크닉 영상]
몇 년 전만 해도 '한식 세계화가 어려운 이유'가 언론사들의 단골 기삿거리였습니다. 맛의 표준화가 어렵고 조리법이 복잡하며, 문화콘텐트 개발에 게으르다는 등의 이유가 꼽혔죠. 최근 영화·드라마·K팝 등 한국 콘텐트가 확산하면서 K 푸드 진입 장벽은 한층 낮아졌습니다. 무관심이 관심거리가 되고, 두려움이 호기심이 됐죠. 지난해 K 푸드 수출액은 사상 최초로 100억 달러를 넘어서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는데요. 김, 한국 장류, 라면, 김치, 만두 등이 성장의 일등 공신이었습니다 K 푸드의 열광 뒤엔 한식 세계화를 향한 여러 기관과 기업의 K-푸드 진출 고군분투가 담겨있는데요. 비크닉에선 세계인들이 특별한 날이 아닌 일상에서 한식을 즐기게 하기 위해 가장 앞장서서 달려온 'K 푸드 자존심' 비비고의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 글로벌 한식을 일상으로 한국의 대표 음식 비빔밥. 여러 재료가 뒤섞이면서 맛이 어우러지고 영양의 균형까지 잡히는 건강식입니다. 비비고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한국 식문화 글로벌 확산'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지난 2011년 출범한 세계 한식 통합 브랜드입니다. 브랜드명을 '비비고'로 만든 데에는 비빔밥처럼 건강한 한국의 가공식품을 전 세계 누구나 손쉽게 먹을 수 있게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습니다. 전 세계인의 식탁에 한식을 올리는 건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오래전부터 품은 꿈이자 큰 그림이기도 했습니다. 언젠가는 한식이 세계 식문화의 주요 카테고리를 차지하게 되리라 확신하고, 비비고라는 이름으로 '한국 식문화 글로벌 확산'의 첫걸음을 내디딘 거죠. 브랜드 비비고는 '비빔'과 영어 '고(go)'를 합친 합성어에서 비롯됐다. 서로 다른 것이 만나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시작은 '만두'였습니다. 중국·일본식 만두와 달리 얇은 피, 고기와 야채가 조화롭게 섞인 꽉 찬 소를 강조하며 CJ제일제당은 덤플링(dumpling·만두의 영문 표기명)과는 다른, 한국만의 창의적 '만두'를 선보였습니다. 연이어 내놓은 비비고 햇반, 치킨, 김, 김치, K 소스는 각 잡힌 무거운 한식이 아닌 누구든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건강한 한식을 퍼뜨리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한식 고유의 가치를 지켜나가면서 융합해 우리 것으로 만드는 점을 한식의 경쟁력으로 꼽았습니다. 이규민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부학장(외식 경영학 박사)은 "식품 기업들이 (그동안) 창의적인 도전을 많이 해왔다"며 "프라이드치킨이 독특한 한국만의 양념(K 소스)을 만나서 외국인이 가장 체험하고 싶은 한식 1위가 됐다는 건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K콘텐트와 K 푸드의 공통분모는 결국 '비빔' '융합'"이라며 "반도에 있어 대륙과 해양 양쪽 문화를 받아들이고 융합하는 데 능하다. 한국이 가지고 있는 문화 유전자 틀로 보면 지금 한식도 과거처럼 좁은 의미가 아니라 훨씬 개방적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만두를 뜻하는 영문 덤플링(Dumpling) 대신 한국어 발음 만두(MANDU)를 그대로 표기한 비비고 제품. 사진=CJ제일제당 ━ 덤플링 아닌 '만두(Mandu)'가 가능했던 이유 아무리 좋은 제품이어도 유통이 잘 돼야 소비자의 식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특히 냉동식품은 콜드 체인 확보가 관건인데요. CJ제일제당은 2018년 미국 현지 냉동식품 업체 쉬완스 컴퍼니를 인수합니다. 미국 내 17개 생산 공장과 10개 물류센터, 다양한 B2C 유통채널을 확보한 회사였는데요. 코로나 19 팬더믹 시기, 식품업계도 국내외 생산·수출이 주춤해졌지만 쉬완스를 품에 안은 CJ제일제당은 미국 시장에서 오히려 날개를 달았습니다. 고기와 야채가 고루 섞인 한국 만두는 건강한 가공식품이라는 이미지를 확립하면서 쉬완스 유통망을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2022년 현재 미국 시장에서 비비고 만두 단일 품목으로 연 매출 3조원을 내다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비비고 만두를 집어 들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 K 컬처와 K 푸드의 시너지를 내다 '단순 노출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계속해서 반복 노출할수록 호감도가 올라가는 현상을 일컫는 말인데요. CJ그룹은 2012년부터 미국 LA, 뉴욕, 일본 도쿄 등에서 이어온 세계 최대 K 컬처 페스티벌 KCON, 세계적인 프로 골프 대회 더 CJ 컵 등 각종 대규모 이벤트를 열며 '비비고' 브랜드를 대중에 자연스레 스며들게 했죠. 한국 음식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하고 맛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한 겁니다. 지난 10월 20일부터 나흘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콩가리 골프 클럽에서 열린 PGA투어 정규대회 더 CJ컵에서도 비비고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코스 중간 두 군데 마련된 '비비고 코리안 키친'은 식사 시간 전후로 긴 줄이 늘어설 정도로 갤러리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비비고를 상징하는 대표 메뉴 만두(Mandu)를 비롯해 한국식 닭강정(Korean Crunchy Chicken)이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았습니다. 지난 10월 20일부터 나흘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콩가리 골프 클럽에서 열린 PGA투어 정규대회 더 CJ컵에서 갤러리들이 비비고 제품을 즐기고 있다. 사진=CJ제일제당 드라마, 영화 속에 등장하는 K 푸드는 스토리와 맞물려 더 진가를 발휘합니다. 단순 제품 배치, 노출에서 나아가 식품에 얽힌 이야기를 자연스레 극에 녹이기도 하는데요. 콘텐트 자체 제작과 식품 생산이 동시에 가능한 CJ그룹은 복합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셈이죠. 정 평론가는 "이제는 한국 음식이 맛이 있다 없다 평하는 데서 나아가 (글로벌 소비자들이) 그 음식을 즐기는 T.P.O(시간·장소·목적)까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며 "드라마 등 콘텐트를 통해 한식을 즐기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전해주면서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교수는 "(지금 한식 세계화 단계는)1에서 10으로 생각하면 5를 넘었다고 본다. 1에서 5까지 오는 데 오래 시간이 걸렸지만, 5에서 10으로 가는 건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가속화될 수 있다"며 "배고픔을 채우는 기능적 측면에서 나아가 한식을 먹으면서 다채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에서 극 중 주인공이 비비고 왕교자 만두를 조리하고 있다. 사진=CJENM ━ 자발적 '선택' 이어지려면 K 푸드 확산세는 거세지만 지속가능성을 위해 여전히 노력할 부분도 많습니다. 일방의 한식 '전파'가 아닌 자발적인 그들의 '선택'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각국 소비자들의 식문화에 쉽게 어우러질 수 있는 차별화 전략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CJ제일제당은 이미 비비고 만두로 성공을 거둔 미국 사례를 교과서 삼아 유럽 시장 역시 만두, 햇반(가공밥), 치킨, 김 등 전략 상품 중심으로 세를 키울 계획입니다. '비비고 김'은 유럽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데요. 반찬 개념이 아닌 간식(스낵)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바삭한 식감을 한층 개선하고 먹기 좋게 스틱 형태로 제품 외형을 바꿨습니다. 씨 솔트(Sea Salt), 코리안 바비큐(K-BBQ), 핫칠리(Hot Chili) 등의 맛도 개발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식문화가 보수적인 유럽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기 위한 현지화 전략입니다. 유럽 시장 확장을 위해 비비고가 내놓은 김 스낵 제품. CJ제일제당은 반찬 개념이 아닌 간식(스낵) 개념으로 접근하기 위해 식감을 한층 개선하고 먹기 좋게 스틱 형태로 제품 외형을 바꿨다. 사진=CJ제일제당 정 평론가는 "K 푸드가 '힙(hip)'한 음식이 된 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이야' '한식이야' 어깨에 힘을 주는 거로 끝날 게 아니라 글로벌 사회 문화 전체 분위기를 식품 기업이 제대로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죠. 또, "요즘 글로벌 문화는 모두 '다양성'을 우선 가치에 두고 있기 때문에, 그 다양성 안에 한국 음식도 하나의 선택지로서 제대로 각인돼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글로벌 한식 일상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중앙일보 중앙일보 기획·취재=김민정 기자 영상=박재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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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간 젤리만 팠다, 하리보의 이유 있는 고집 [비크닉]
안녕하세요. 브랜드 소개팅 전문 정세희 기자입니다. 여러분 BTS 뷔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이 뭔지 아세요? 싱글 앨범 콘셉트 클립에서 이걸 먹어서 난리가 났잖아요. 가수 성시경도 이 브랜드 그림 그리기 대회에 나가서 상도 탔대요. 알고 보니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즐겨 먹은 간식이었다고 하더라고요. 힌트 드릴게요. 곰돌이 모양 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젤리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찾으면 하루 1억개 이상 생산되고 있대요. 눈치채셨죠? 오늘 만나볼 브랜드는 무려 100년간 젤리 한 우물을 파며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는 구미 젤리의 원조, 하리보입니다. 하리보 골드베렌 이미지 [사진 하리보] ━ 껌 가고 젤리 시대가 왔다 하리보 얘기에 앞서 한국 젤리 시장을 좀 살펴볼게요. 젤리의 상위 시장은 ‘츄잉 푸드’ 시장인데요. 말 그대로 씹는 간식이에요. 젤리뿐만 아니라 껌, 캐러멜, 육포 등이 있죠. 그동안 츄잉 푸드 하면 사실 껌이었는데 이젠 달라졌어요. 젤리 시장이 급속도로 커졌거든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한국 젤리 시장 규모는 2013년 693억에서 작년엔 3000억으로 급증했어요. 유통가에선 ‘껌 가고 젤리 시대 왔다’는 분위기가 퍼진지 꽤 됐다고 해요. 코로나 19 이후 재택근무가 늘면서 집에서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간식을 많이 찾게 되고, 유튜브에서 젤리 먹방 등이 유행하면서 그 인기가 많아졌다는 분석이 많아요. 단무지, 삼겹살 젤리 등 다양한 모양의 젤리가 출시되면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얘기도 있고요. 흥미로운 분석도 있어요. 껌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계속 씹을 수 있어 가성비가 좋지만,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덜 팔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글로벌 젤리 기업들이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있는 아시아를 잠재력 큰 시장으로 보고 있대요. 최근 젤리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간식으로 떠오르면서 숙취 해소, 비타민 등 다양한 기능성 제품도 출시되고 있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해요. ━ 잘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용기 자, 이제 하리보 얘기를 해볼게요. 하리보는 2014년 공식 수입된 이후 2년 뒤부터 매해 구미 젤리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어요. 지난 8월 기준 한국 시장 점유율은 43.4%로 거의 절반에 달하죠. 2위가 오리온 마이구미(13.3%), 3위가 트롤리(10.3%)예요. 소비자들은 구미 젤리 하면 하리보를 떠올린다는 거죠. 알고 보니 하리보는 창립된 지 100년이 넘은 장수기업이었어요. 더 놀라운 건 긴 세월 젤리 하나만 파고 있다는 거예요. 이 정도로 잘 나가면 다른 간식류도 하고 싶을 것 같은데 말예요. 우리나라만 해도 과자 파는 곳에서 젤리 만들고 아이스크림도 만들고 여러 가지 다 만들잖아요. 사업영역을 넓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니콜라이 카르푸조프 하리보 CCO(Chief Commercial Officer)는 “과자나 사탕은 우리보다 잘 만들 기업이 많기 때문에 그들에게 맡겨도 충분하다”면서“우리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과일 젤리를 생산하는 것’”이고 설명했어요. 앞으로도 하리보가 가장 잘하는 일에 집중할 거래요. ━ 초창기 하리보 곰 젤리에는 털이 있었다? 1922년 하리보 댄싱베어의 모습 [하리보 유튜브] 하리보의 시그니처는 곰돌이 모양인데요. 1922년 창립자 한스 리겔이 지역축제에서 곰이 춤추는 걸 보고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걸 보고 ‘이거다’ 싶었대요. 당시 버전을 보면 털 모양도 있어서 진짜 곰 같아요. 이를 더 통통하고 작게 만든 것이 바로 지금의 ‘골드 베렌(Goldbren)’ 이에요. 골드베렌이 100살 생일을 맞아서 한국에서 최초로 생일 파티를 열었어요. ‘하리보 골드베렌 100주년 생일 기념전’이 서울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지난 13일 개막했거든요. 개막 하루 전인 12일, 전시를 기획한 피플리 이명호 기획자를 비크닉이 만나고 왔습니다. ━ 웃음을 잃은 어른들을 위한 곳 [하리보 골든베렌 100주년 전시장 입구 모습 사진 피플리 김명호 기획자] [하리보 골든베렌 100주년 전시장 모습 사진 피플리 김명호 기획자] 전시회장을 들어가는 순간 젤리 덕후의 방이 펼쳐집니다. 보통 젤리 하면 어린이 간식이라고 떠올리기 쉬운데, 세련된 침대 이불이나 정돈된 책상을 보면 꼭 어른의 것 같기도 했어요. 알고 보니 기획자가 일부러 의도한 것이었어요. “독일에서 허리 굽은 할아버지가 젤리 매대에서 뭘 먹을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울컥한 적이 있어요.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광경이었지만 너무 자연스러워 보였어요. 어쩌면 쫄깃쫄깃하고 귀여운 이 간식은 어른들에게 더 필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가 전시회를 기획하면서 가장 신경 쓴 건 사람들이 동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었대요. “쿨한 게 힙한 것으로 통하는 요즘엔 소리 내 웃는 것이 어색해졌어요. 이곳에서만큼은 남의 눈치를 안 보고 마음껏 행복하게 웃길 바랐어요. 웃는 것이 자연스러운 곳이 될 수 있도록 곳곳에 재밌는 요소를 듬뿍 넣었습니다.” 실제 전시회에는 프로젝션 맵핑, 동작 인식 센서, 디지털 액자, 스톱 모션 등 다채로운 방식의 미디어아트가 펼쳐졌어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하는 AR 체험, 미니게임, 기념사진 촬영 등의 인터랙티브 콘텐트도 만나볼 수 있었어요. 그가 전시회에서 가장 공들인 장소는 ‘야생 젤리 구역’이래요. 젤리가 공장에서 찍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나무에 맺혔다가 자연으로 뻗어 나간다는 이야기를 미디어 아트로 표현했는데요. 풀과 꽃 사이에 통통 튀기듯 움직이는 형형색색 젤리가 살아있는 듯했어요. ━ 독일로 직접 날아가 손편지, 그렇게 성덕이 되었다 왼쪽부터 크리스찬 발만(Christian Bahlmann) 하리보 수석 부사장, 이명호 피플리 기획자, 코스타스 블라초스 (Kostas Vlachos )하리보 해외사업 총괄책임자, 차범근 전 축구감독, 정태문 피플리 대표 사진 이명호 기획자 이 기획자가 하리보 전시를 처음 기획한 건 약 4년 전이라고 해요. 2018년 지인들과 전시회 아이템 회의를 하던 중 테이블 위에 있던 하리보 젤리가 눈에 들어왔대요. 원래 젤리를 좋아하던 그는 “이 치명적인 2등신이라면 남녀노소 좋아할 수밖에 없고, 100년간 지속한 에너지라면 이야깃거리도 많겠다”는 확신이 생겼대요. 다짜고짜 본사에 전시회를 함께 열자고 e메일을 보냈대요. 답장을 기다리던 그는 89세 할머니와 함께 직접 하리보 본사가 있는 독일로 떠납니다. 독일까지 갔지만 그는 결국 담당자를 만나지 못했대요. 아쉬운 마음에 직접 손편지를 써서 본사, 공장, 뮤지엄 등에 두고 왔대요. ‘하리보가 전 세계에 뿌린 행복을 예술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요. 기회를 주세요. PS. 생애 마지막 여행이 될 저희 할머니와 함께 독일까지 왔는데 이 정성이 전달되길 바랍니다. ’ 어떻게 됐냐고요? 무려 넉 달 만에 하리보 측에서 “곧 한국으로 가니 미팅을 하자”는 답장을 했대요. 하리보에서도 떠오르는 한국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던 찰나에 반가웠던 거죠. 이 기획자는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새삼 느낀 게 있대요. “그냥 보면 귀여운 곰돌이 젤리구나 싶을 수 있겠지만요. 그 안에는 독일 기업의 엄청난 장인 정신이 있었어요. 하리보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느껴지는 자부심이 대단했거든요. 1.5센티 이 작은 젤리가 전시회를 채울 만큼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고 콘텐트를 제공하듯, 무엇이든 꾸준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나가며 젤리의 인기는 계속될 것 같아요. 젤리를 좋아하던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어도 꾸준히 젤리의 팬이 된다는 점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사실, 어른들의 젤리 사랑에는 스트레스가 한몫하지 않았나 싶어요. 스트레스 받으면 단 게 당긴다고 하잖아요. 이게 근거 없는 말이 아니더라고요. 단맛은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해 행복감을 주는 세로토닌과 도파민이 나온대요. 그리고 씹는 행위는 자율신경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쳐 정신적인 만족을 준다고 하는데요. 저만 봐도 일이 안 될 때 젤리를 먹지, 일이 잘될 때 먹진 않거든요. 하리보가 1960년에 기존 광고 카피 ‘하리보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줍니다’에 ‘그리고 어른들도요’라고 추가한 건 신의 한 수인 것 같네요. 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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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번대 번호표 비밀...더현대 서울 어떻게 '팝업 맛집' 됐을까 [비크닉]
안녕하세요. 브랜드 미식가 박이담 기자입니다. 여러분, 더현대 서울 가보셨나요? 아마 대부분이 “그렇다”고 대답하실텐데요. 어떻게 아느냐고요? 수치가 그렇게 나옵니다. 더현대 서울에서 올해 구매 건수가 1400만건을 돌파했어요. 구경만 하고 오시는 분들도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방문자 수는 3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미 더현대서울은 처음 개장한 지난해에 연 매출 8000억원을 넘어서면서 큰 주목을 받았어요. 2년 차인 올해도 흥행이 계속되는 분위기인데요. 특히 MZ세대가 흥행의 원동력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매출 대부분이 MZ세대로부터 나오고 있어요. 올해 9월 기준 2030세대가 현대백화점 카드 매출의 64%를 차지한다고 하네요. MZ세대는 왜 더현대 서울을 찾아 지갑을 여는 걸까요?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이희석 현대백화점 영패션팀장을 만나봤습니다. 이희석 현대백화점 상품본부 영패션팀장. 사진 현대백화점 ━ MZ를 끌어당기는 엔진, 팝업스토어 더현대 서울에서 MZ세대가 가장 많이 찾는 곳은 바로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그라운드’입니다. 이곳은 기획 단계부터 MZ세대를 겨냥해 만들어진 공간이에요. 이곳에는 성수동이나 신사동에서나 볼법한 힙한 브랜드들이 가득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사람이 몰리는 곳은 팝업스토어에요. 팝업스토어는 짧은 기간 운영하는 임시 매장을 말합니다. 인터넷 웹페이지에서 떴다가 사라지는 팝업 창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크리에이티브그라운드에는 팝업스토어가 총 세 군데에 있어요. 지하철과 연결된 출입구 바로 앞에 있는 ‘팝업 아이코닉’, 그리고 층 깊숙한 곳 좌우에 ‘팝업 웨스트’ ‘팝업 이스트’가 있습니다. 더현대 서울 지하2층에 위치한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의 도면. 지하철 출입구와 좌우 에스컬레이터 앞에 팝업스토어 3곳이 배치됐다. 사진 현대백화점 이희석 팀장은 크리에이티브그라운드의 초기 기획부터 운영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는 팝업스토어를 “MZ세대가 더현대 서울로 방문하도록 하는 핵심 공간”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팝업스토어를 찾은 사람들이 자연스레 다른 브랜드 매장에도 방문하기 때문에 주변에도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까지 한다고 합니다.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내는 겁니다. “저희는 팝업스토어를 ‘엔진’이라고 표현합니다. 새로운 트렌드의 발신지 역할을 하면서 고객을 끌어당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이곳에 세개의 엔진이 있어 낙수효과가 상당합니다. 팝업스토어 주변 브랜드 중에는 매출이 두배 가까이 증가한 곳들도 꽤 됩니다.” 지난해 2월 더현대 서울이 문을 연 후 지금까지 173개의 브랜드가 팝업스토어를 진행했어요. 마뗑킴, 그레일즈, 쿠어, 디스이즈네버댓 등 온라인에서 MZ세대에게 큰 인기를 끈 패션 브랜드는 물론 잔망루피나 뉴진스 같은 캐릭터와 아이돌도 이곳을 거쳤습니다. 더현대 서울은 인기 있는 팝업스토어에서 대기표를 발급하는데, 수백명이 동시에 몰리면서 600번대 대기표도 빈번하게 등장한다고 합니다. “MZ세대에게 팝업스토어는 온라인으로만 만나던 브랜드와의 놀이 공간입니다. 택배 박스로만 만나던 물건을 직접 고를 수 있고, 브랜드를 만든 인플루언서와 사진도 찍을 수 있고, 또 신상품이나 한정판 제품 등 다양한 프로모션에 참여할 수 있어요.” MZ세대 사이에서 더현대 서울의 팝업스토어의 위상이 높아지자 이곳에 입점하려는 브랜드들의 경쟁도 치열해졌습니다. 팝업스토어는 보통 1주에서 2주 정도 열리는데요. 내년 3월까지 이곳 입점 스케줄이 다 찼다고 합니다. 지난 3월 더현대 서울에서 열린 뽀롱뽀롱 뽀로로의 캐릭터 '잔망 루피' 팝업스토어가 입장하려는 고객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 더현대가 브랜드를 발굴하는 법 더현대 바이어들은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하기 위해 치열하게 ‘손품’을 팝니다. 주로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데, 핵심은 ‘광신도’급 충성 고객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브랜드를 찾아내는 겁니다. 손품은 3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시작은 패션 플랫폼. 무신사나 W컨셉 등 감도 높은 국내 브랜드가 몰려 있는 플랫폼에 접속해 판매 랭킹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해 주목할만한 브랜드가 있는지 확인해요. 그다음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차례. 특히 플랫폼에서 발견한 브랜드가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을 면밀히 살펴보죠. 이때 단순히 브랜드들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숫자를 절대적인 판단 기준으로 삼지는 않아요. “인스타그램이 등장한 초반에 이용자들은 이 서비스가 처음이다 보니 여러 계정을 쉽게 쉽게 팔로잉(구독)합니다. 하지만 지금 인스타그램이 나온 지 10년이 넘었거든요. 이제는 팔로잉했던 계정을 언팔로잉(구독 취소)하는 시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브랜드가 최근에 팔로워 2만을 만들었다면, 옛날에 팔로워 10만을 만든 브랜드보다 훨씬 충성도 높은 팬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눈에 띈 브랜드의 팔로워 수 변화를 꾸준히 추적합니다. 뿐만 아니라 댓글과 좋아요 수도 데이터화합니다. 인스타그램에 새로운 피드를 올렸을 때, 어느 정도 반응이 나오는지도 충성 고객 수를 판단하는 척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손품의 끝은 자사몰을 살펴보는 단계입니다. 자사몰은 브랜드가 직접 운영하는 이커머스용 홈페이지를 말해요. 여기선 브랜드의 성장 역량을 엿볼 수 있죠. “자사몰을 보면 해당 브랜드의 정체성이 나타납니다. 어떤 브랜드는 수많은 상품을 빠르게 올리는 데만 치중합니다. 단순한 ‘셀러’라는 느낌만 주죠. 반면, 어떤 브랜드는 이미지 한장 한장에 정성을 기울입니다. 브랜드 이미지에 적합한 모델을 골라 사진을 찍고, 그 사진도 감도 있게 자사몰에 배치하는 거죠. 이런 브랜드는 앞으로의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합니다.” 지난 9월 열린 국내 스트리트 브랜드 '그레일즈'의 팝업스토어에 고객들이 줄지어 서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손품이 끝나면 마지막 관문, ‘발품’이 남았습니다. 업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평판 조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백화점은 이미 수많은 브랜드와 협업하고 있잖아요. 이들 브랜드 담당자들과 만나, 관심 있게 보던 브랜드에 관해서 물어봅니다. 브랜드를 만든 이는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졌는지 말이죠.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거친 브랜드에 비로소 팝업스토어 제안을 합니다. ━ 흥행을 위한 시공간 전략 지난 7월 열린 스윔웨어 브랜드 '써피'의 팝업스토어에 미국 캘리포니아 해변을 연출한 포토스팟이 설치돼 있다. 사진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은 팝업스토어를 더욱 흥행시키기 위해 시·공간적 측면에서 차별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먼저 시간 전략입니다. 더현대 서울은 새로운 팝업스토어를 목요일에 시작합니다. 통상 백화점은 외부 업체와 함께하는 행사를 금요일마다 교체해요.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이 금·토·일요일에 가장 많기 때문이죠. 이 시간대에 맞춰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여 초반 매출을 극대화합니다. 하지만 더현대 서울은 팝업스토어를 여는 브랜드가 MZ세대에게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이들은 충성고객과 온라인으로 활발한 소통을 합니다. 팝업스토어 오픈 소식을 라이브방송이나 SNS로 알리면 첫날인 목요일도 흥행 효과를 누릴 수 있죠. 이어지는 주말에 내방한 고객들로부터도 매출 증대 효과를 얻을 수 있고요. 팝업스토어의 골든 타임을 3일에서 4일로 늘리는 전략이죠. “브랜드가 미리 팝업스토어를 한다고 자사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리면 바로 댓글 수백개가 달립니다. 당일 라이브 방송까지 하면 목요일에 충성 고객들이 몰려와 매출이 크게 올라요. 통상 목요일 매출은 금요일의 30~40%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목요일 매출이 커지면서 전체 매출이 커지는 효과가 생겼어요. 앞으로는 시작일을 목요일에서 수요일로 하루 더 당길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간 전략도 참신합니다. 더현대 서울의 팝업스토어는 ‘사진 맛집’을 지향합니다. 입점한 브랜드가 자신만의 특색을 살린 포토 스폿을 만들도록 해요. 고객들이 이곳의 인증샷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자연스레 온라인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어요. 기존 백화점의 지하층 팝업스토어가 별다른 인테리어 요소 없이 상품만 보여주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죠. “브랜드의 DNA가 느껴질 수 있으면서 인스타그램에 최적화된 포토스폿을 연출하는 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공간이 재미있거나 고급스럽거나 힙하거나 아기자기하거나. 이 중 하나라도 포인트가 있어야 고객들이 사진을 찍습니다. 천편일률적인 마네킹은 아예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 마네킹 회사 몇 개 뿐입니다. 모양이 다 비슷해요. 마네킹 쓰면 기존 백화점과 다를 바가 없어요.” 더현대 서울은 브랜드가 팝업스토어 공간을 연출할 때 직·간접적인 지원을 합니다. 그동안 열었던 100여개 팝업스토어의 공간 연출 자료들을 제공해 줘요. 브랜드들은 이를 기반으로 자기만의 새로운 차별점을 더해 독특한 공간을 연출합니다. 팝업스토어 경험이 부족한 브랜드에는 이곳에서 여러 번 작업을 함께한 인테리어 회사까지 연결해 준다고 합니다. 지난 9월 있었던 '바잇미'의 팝업스토어의 포토스팟에서 한 방문자가 자신의 반려견 사진을 찍고 있다. 박이담 기자 팝업스토어는 많은 것을 바꿨습니다. 더현대 서울을 ‘MZ세대가 오는 백화점’으로 만들어냈죠. 사실 백화점은 젊은 층이 온라인으로 이동한 뒤, 중·장년층만이 남아 고민이 많았습니다. 지갑이 두툼한 현재의 고객은 확보했지만, 미래 고객 확보가 불투명했죠. ‘백화점의 위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요. 그런데 더현대 서울은 팝업스토어를 통해 미래 고객인 MZ세대를 백화점으로 다시 데려오는 데 성공한 겁니다. “더현대 서울을 계기로 오프라인의 반격이 시작될 수 있다고 봅니다. 쇼루밍(Showrooming, 물건은 사지 않고 보기만 하는 행위)이 오프라인의 위기를 불러왔는데, 지금은 팝업스토어에서 역쇼루밍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비디오가 나오면서 영화관이 망한다고 했는데, 영화관은 데이트석도 만들고 팝콘을 팔고 여러 영화를 볼 수 있는 멀티플렉스가 되는 등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며 다시 활황 시대를 맞이했었죠. 오프라인 쇼핑 매장도 공간에 여러 콘텐트를 가져다 놓으면 제2의 활황기가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에 머물던 브랜드들에 팝업스토어는 한 단계 더 성장하는 디딤돌이 됩니다. 여전히 거대한 시장인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작용하는 거죠. 이곳을 찾은 고객을 상대로 브랜드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오프라인 쇼케이스 역할을 합니다. 또 오프라인 매장의 운영 역량과 고객을 동원 능력을 증명해 내고, 대규모 투자를 받아 대형 브랜드로 성장하는 모멘텀을 맞이하기도 하고요. 팝업은 온라인에선 잠시 뜨고 사라지지만, 더현대 서울에선 꾸준히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고,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엔진이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온라인에 주도권에 빼앗겼던 오프라인의 반격까지 끌어내고 있죠. 앞으로는 또 어떤 동력을 만들어낼지 기대됩니다. 박이담 기자 park.id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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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 상처날수록 더 멋지다? 고급 여행가방의 대명사 [비크닉]
비크닉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좋은 브랜드를 탐닉하는 윤경희 기자입니다. 코로나 19로 잠시 잃어버렸던 여행을 다시 찾아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여행’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물건은 아마도 바퀴 달린 여행용 가방인 러기지(luggage)일 겁니다. 우리에겐 ‘트렁크’나 물건을 옮긴다는 의미의 ‘캐리어’란 말이 더 익숙한데요, 이 가방을 돌돌 끌고 시작하는 여정은 설레임 그 자체죠. 그런데 가방이라고 다 같은 가방이 아닙니다. 특히나 가방이 무겁거나 길이 험할 때는 ‘좋은 여행 가방’이 절실해 집니다. 물건의 안전한 보관과 내구성, 부드러운 바퀴의 움직임과 핸들의 고정력까지 기능적인 면은 물론이고, 여행의 감성을 높여주는 디자인과 브랜드 철학까지 놓칠 수 없습니다. 많은 여행 가방 중에서도 고급 여행 가방의 대명사는 바로 ‘리모와(RIMOWA)’죠. 오늘은 바로 이 리모와의 세계로 들어가보려 합니다. 올해 전개하는 리모와의 인제니어스쿤스트(Ingenieurskunst) 캠페인. 사진 리모와 여행용 러기지가 해외여행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은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민간 항공기 시대가 열리면서 비행기에 적재하기 적합한 딱딱한 사각 박스 모양의 캐리어가 각광받기 시작했죠. 이전까지의 박스형 가방과 다르게 끌고 다니기 좋게 바퀴도 달았고요. 이 안에 수트를 잘 접어 넣으면 주름지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어 ‘수트케이스’라고도 불립니다. 특히 세계의 부호들은 고급 수트케이스를 사용했는데요, 그 중에서도 초경량 은색 알루미늄 소재로 만든 러기지가 여행가방계의 럭셔리로 자리 잡았죠. 네, 맞습니다. 바로 리모와입니다.. 럭셔리 캐리어의 시작 리모와는 1898년 독일 쾰른에서 태어났습니다. 처음엔 나무로 만든 여행용 가방 회사였어요. 어느 날 공장에 화재가 나 모든 재료가 소실되고 알루미늄 금속 부품들만 남았죠. 이를 본 설립자 파울 모르스첵(Paul Morszeck)는 불에도 견디는 가벼운 금속을 이용한 여행용 가방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개발에 착수합니다. 이 즈음 아들 리차드 모르스첵이 사업을 함께 하게 되는데요. 그는 개발에 힘을 쏟은 결과, 1937년 금속 소재로 된 수트케이스를 발명합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우리가 아는 리모와 알루미늄 캐리어의 첫 모델입니다. 리모와란 이름은 당시 자신의 이름을 따서 바꾼 회사명 ‘리차드 모르스첵 바렌차이헨(Richard Morszeck Warenzeichen)’의 앞 글자를 딴 만든 것이에요. 바렌차이헨은 상표(트레이드마크)란 뜻의 독일어로, 한글로 풀이하면 ‘리차드 모르스첵 표’ 정도가 되겠네요.. 그루브 디자인에 영감을 준 융커스의 비행기. 사진 리모와 리차드는 소재뿐아니라 디자인에서도 혁신을 이끌어냈어요. 1950년대 브랜드를 상징하는 디자인 ‘그루브’ 무늬를 가방에 접목했죠. 그루브는 길게 파인 홈(그루브)을 나란히 배치하는 디자인 스타일로, 동체 전체를 금속으로 만든 독일 항공사 융커스의 F13 비행기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죠. 리차드는 이를 알루미늄 소재에 적용해 여행용 트렁크를 만들었고, 알루미늄의 가벼움과 견고함에 표면의 마모 방지와 미학적 가치까지 더합니다. 리모와의 알루미늄 러기지는 당시 영화감독과 사진작가 등 예술가들의 눈에 먼저 들어요. 부서지기 쉬운 고가의 촬영 장비를 가지고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들에게 알루미늄 소재의 리모와 가방은 더 없이 좋은 보호장비였어요. 이들의 리모와 사랑에 창립자의 3대손인 디터 모르스첵은 1976년 세계 최초로 방수 처리된 열대 지방용 카메라 케이스를 개발하기도 했고요. 지구촌 각지를 돌며 가방에 상처가 날수록 오히려 리모와는 더 멋있어졌어요. 표면에 난 상처는 그만큼 여행을 많이 했다는 증표이기도 했으니까요. 감각 좋은 아티스트들이 사용하는 모습에 일반인들도 이 가방에 열광하게 되면서, 리모와는 럭셔리 캐리어의 대명사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클래식 러기지에 담긴 진화한 그루브. 사진 리모와 독일 엔지니어링의 예술을 보여주다 리모와는 예술적인 캠페인을 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작가와의 협업으로 캐리어를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가방을 소재로 예술 작품을 만들기도 해요. 이를 통해 120년 넘게 이어온 혁신과 장인정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겁니다. 이번엔 ‘독일 엔지니어링의 예술’을 주제로 한 캠페인 ‘인제니어스쿤스트(Ingenieurskunst, 엔지니어링의 예술)’를 전개하고 있어요. 독일의 엔지니어링은 세상 어느 곳으로든 평생의 여정을 가능하게 해주는 리모와 캐리어의 본질이라는 것과 최고의 기능성을 보장해주는 소재 및 제조 공정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답니다. 캠페인의 지금의 리모와를 있게 한 1930년대 ‘클래식’ 제품과 이를 소재로 만든 움직이는 키네틱 작품이에요. 설치 작품에는 실제 클래식 제품의 리벳 6000개, 양극산화 알루미늄 180장, 그리고 클래식 캐빈 수트케이스의 쉘(껍질)이 사용됐어요. 바람에 흔들리는 들판의 풀처럼 알루미늄 판이 물결치고, 풍차의 한 부분처럼 수트케이스 쉘이 회전하는 등 로봇처럼 움직이는 키네틱 작품이 세계 곳곳을 순회하며 몰입형 AR체험이나 이미지로 보여져요. 예술로 독일 엔지니어링을 표현하는 새로운 표현 방식을 보여주죠. 캠페인의 설치 작품에 담겨 있는 의미도 놀라워요. 이번 키네틱은 제품에 들어가는 크롬, 매트 등 다양한 피니싱과 재질을 가진 재료들을 가지고 브랜드의 엔지니어들이 섬세한 수공업이나 중장비를 사용해 가방을 만드는 한편의 교향곡 같은 관계성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리모와의 마케팅 본부장 에밀리 드 비티스는 “아이코닉한 러기지를 탄생시킨 철두철미한 장인정신에 대한 경의”라고 설명했어요. 움직이는 알루미늄 패널을 여러 개 배치해 만든 키네틱 작품. 사진 리모와 다프트 펑크, 아노말리 베를린...창의성 담다 이번 캠페인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아노말리 베를린’과 협업했어요. 캠페인 필름에는 세계적인 일레트로닉 듀오 뮤지션 ‘다프트 펑크’의 곡 ‘어라운드 더 월드(Around the World)’를 사운드트랙으로 사용했는데, 독일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가 관현악 버전으로 새롭게 연주했습니다. 리모와는 이 과정을 결혼을 뜻하는 독일어 “호흐차이트(Hochzeit)”라고 말했는데요, 리모와 엔지니어들이 하나의 가방을 만들기 위해 2개의 알루미늄 쉘을 처음으로 결합했던 순간을 그렇게 표현한다고 합니다. 비행기 활주로에 줄지어 설치한 인제니어스쿤스트 캠페인의 키네틱 작품. 사진 리모와 캠페인의 소재가 된 ‘클래식’ 모델. 사진 리모와 캠페인과 함께 클래식 모델도 한층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했어요. 1930년대의 모습에 현대인의 여행 패턴을 녹여냈죠. 손잡이엔 그립감을 높여줄 수 있도록 가죽 핸들을 달고, 이를 파프리카·오션·허니 등 8가지 색상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어요. 이와 함께 바퀴도 사용자가 원하는 것으로 고를 수 있어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커스텀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바퀴엔 완충 장치가 달린 축과 볼 베어링을 장착한 휠 시스템을 탑재해 안정성과 이동성을 높였고요. 미국 입국시 문제가 없도록 TSA(미국교통안전청) 잠금장치도 장착했어요. 이음새에 틈을 없앤 설계로 안전성도 높였습니다. 리모와는 올해 또다른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올해 7월부터 판매한 모든 수트케이스의 모든 기능을 평생 보장하는 ‘평생 보증 서비스’를 론칭한 겁니다. 일반적인 캐리어의 품질 보증 기간은 1년이죠. 여행의 평생 동반자가 되겠다는 리모와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비크닉 '에이지즘'이란 말 아세요?…초고령화에 답하는 브랜드의 자세 [비크닉] 단 '2초'면 된다, 인스타그램으로 사람들 홀린 무신사 비법 [비크닉] 떡볶이에 와인 마시는 동네마켓 있다? 요즘 입소문 난 그곳 [비크닉] 이 핸드크림 다 써봤지? 韓 연매출 914억, 스킨케어계의 애플 [비크닉]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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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지즘'이란 말 아세요?…초고령화에 답하는 브랜드의 자세 [비크닉]
안녕하세요. 좀 더 나은 삶,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의 목소리를 쫓아갑니다. 'Voice Matters(목소리는 중요하다)' 김민정 기자입니다. ━ MZ세대 신드롬에 빠져 놓친 진짜 문제 "나이 들어 쓸모없어지니 무슨 재미로 사노." 여든이 넘긴 할머니가 읊조리던 말들이 부쩍 와 닿는 요즘입니다. 밀레니얼 세대 후기에 해당하는 제가 나이듦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게 다소 이른 감도 없지 않아 있는데요.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고령 인구 비중 증가 속도를 보면 그리 때 이른 고민도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16.6%. 3년 뒤인 2025년에는 20.6%를 차지하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합니다. 2025년에는 5명당 1명이 노령 인구라는 뜻이죠. 사실 고령화 진행 속도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건 노인, 나이듦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입니다. '에이지즘(Ageism·연령차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노인의학 전문의 로버트 버틀러가 1969년 일찌감치 제시한 용어로, 나이에 따른 고정관념을 빗대 표현한 말입니다. 노화는 종종 혐오와 부정의 대상이 되기도 하죠. 늙으면 사고가 폐쇄적으로 바뀌고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대표적 관념입니다. 생물학적으로 진행되는 신체 노화에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할 때는 물론 도움(부양)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인구 5명당 1명이 노령 인구가 되는 현실 앞에 노인을 그저 부양의 대상으로만 여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노인 역시 사회의 일원으로 공존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활기차게 뛰어오르는 젊은 세대와 지팡이에 의존해 힘겹게 걸어가고 있는 노인의 그림자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고령화 진행 속도보다 중요한 건 노인, 나이듦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다. 사진 픽사베이 물리적으로 나이를 먹어도 삶의 목적의식이 분명하면 삶의 질은 달라집니다. 어떤 일을 열심히 해서 이뤄내면 그 속에서 보람, 의미를 찾고 '자기 효능감'을 맛보기도 합니다. 여전히 '쓸모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그 자체가 삶의 활력이 되기도 하고요. 그러나 뜨거운 MZ세대 담론만큼이나 모든 인간의 공통 과제라 할 수 있는 나이듦에 대해서 우리는 보다 체계적인 준비가 미흡했던 것 같습니다. 'MZ세대의 특징은 이렇다'라는 분석과 평가는 즐비하지만, 노년에 대한 언급과 고민은 현저히 낮다는 말이죠. 고려대 고령사회연구센터는 책 『에이지 프렌들리』를 통해 "최근 많은 기업이 ESG 경영을 추진하지만 대부분 환경에 치우쳐져 있다. 시장의 주 타깃도 MZ세대에 머물러 있다"며 "(ESG, MZ세대 담론만큼이나) 사회정책이 집중해야 할 곳은 고령화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 초고령사회에 대처하는 브랜드의 자세 기업, 브랜드가 시니어 시장을 대하는 대표적 방법은 그들을 시장 소비자로 인식하는 겁니다. 보유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노인 맞춤형으로 최적화하거나 혹은 아예 특화 상품을 별도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죠.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려 합니다. 시니어를 직접 제품 생산 공정에 개입시키고 시장에 ‘참여’하게 하는 거죠. 이들의 손길이 깃든 제품은 당당히 시장에서 제값에 팔려 수익이 되고, 그 수익은 또다시 시니어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이 됩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2020년 12월 내놓은 교복 업사이클링 브랜드 '리버드(RE:BUD)'는 이 같은 선순환 구조와 궤를 같이합니다. 리버드는 Re(다시), Birth(탄생), Upcyle(새활용), Dream(꿈)의 네 단어를 조합해 만들었는데요. 해마다 적잖게 버려지는 교복을 가방·지갑 등 새로운 패션 상품으로 새활용(업사이클링)하고, 그 과정에 노인들의 손길이 더해진다는 측면에서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켜주는 착한 브랜드 중 하나입니다. 충북 청주 시니어클럽에 소속된 한 어르신이 교복 원단을 재봉틀로 바느질하고 있다. 수명을 다 한 교복은 이 같은 어르신들의 작업과 디자이너의 전문적인 손길을 통해 가방이나 지갑 등 새로운 패션 상품으로 재탄생한다. 사진 SK하이닉스 리버드 버려진 교복이 새로운 상품으로 탄생하기까지는 많은 손길이 닿아야 합니다. 우선 교복 상태에 따라 분류해서 깨끗하게 세탁해야 하죠. 새 제품으로 태어나기 위해서 교복을 해체하고 패턴에 맞춰 재단해야 하기도 하고요. 이 과정을 다양한 연령대의 시니어들이 함께 해주고 있는 겁니다. 현재 리버드는 충청북도 청주 지역 시니어 클럽과 손잡고 그곳에 소속된 65세 이상 어르신을 생산 과정에 참여시키고 있습니다. 청주는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반도체 생산 공장들이 자리 잡고 있는 남다른 인연의 도시이기도 한데요. 2018년 SK하이닉스는 교복을 기증받아 어르신들이 수선, 세탁해 시중가의 10%로 재판매하는 '행복 교복' 사업을 이곳에서 벌이기도 했습니다. 이 활동을 보다 확장, 시니어들의 손길이 깃든 업사이클링 브랜드로 탄생한 것이죠. 어르신들이 사용하지 않는 교복을 해체, 재단하면 디자이너가 감각을 발휘합니다. 리버드는 현재 두 개 라인으로 구분해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요. 줄무늬 패턴 등 교복 원단 특유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서 작은 동전 지갑, 파우치 등을 만든 기본(베이직)라인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전혀 다른 소재의 교복 여러 개를 혼합해서 가방 등을 만드는 퍼센트 라인입니다. 얼핏 보면 해당 제품 원단이 버려진 교복에서 비롯된 것인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러 원단을 적당한 비율(%, 퍼센트)로 조화롭게 배치한 것이죠. 줄무늬 패턴 등 교복 원단 특유의 특징을 그대로 살려 만든 카드, 동전 지갑. 사진 리버드 전혀 다른 소재의 교복 여러 개를 혼합해서 만든 리버드 '퍼센트' 라인의 가방. 사진 리버드 교복 해체 작업 자체는 그리 세밀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상당히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에요. 리버드와 어르신들의 공생은 이 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과거 양장점을 운영하셨던 분 등 봉제 기술을 가진 베테랑 어르신들이 적극적인 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거든요. 특히 빼어난 봉제 기술 보유자는 가방, 파우치 등 직접적인 상품 디자인과 생산까지 힘을 보태기도 합니다. 손근열리버드 대표는 "다시 쓸모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에 본인이 일조하고 있다는 것 자체에 어르신들이 상당한 자부심을 느낀다"고 귀띔했습니다. 현재 리버드는 29cm, 텐바이텐, 지그재그 등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해 있는데요. 아직 판매량이 눈에 띄게 높지 않지만, 보다 많은 시니어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여러 프로젝트를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손 대표는 "해체작업, 단순 봉제작업을 넘어 시니어 분들의 참여 범위를 넓히려 하고 있다"며 "일례로 어르신들의 손 그림과 손글씨를 활용한 제품을 준비 중이다"고 전했습니다. 차근차근 시니어 참여 정도를 확대해 청주 지역뿐 아니라 다른 지역 어르신들의 참여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충북 청주 시니어클럽에 소속된 어르신들이 버려진 교복을 해체, 재단, 재봉하고 있다. 사진 리버드 ━ 다양성 포용성을 말하는 기업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이것 요즘 기업들은 저마다 D&I(Diversity and Inclusion,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갖가지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D&I는 신체적 특성, 인종, 나이, 성별 등과 관계없이 각기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품는 것을 말하는데요. 사회와 일상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둘러보면 여전히 자신의 '쓸모 있음'을 사회에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시니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제껏 이들을 있는 그대로 사회의 일원으로 품으며 공존할 수 있는 해법들을 치열하게 고민해 보지 않았습니다. 부양의 대상이 아니라 적극적 참여를 끌어낼 수 있도록, 갇히지 않고 세상과 끊임없이 호흡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기회가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연륜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영역은 분명 있으니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 하나. 우리는 모두 늙습니다. 자신의 노년이 누군가에게 짐이 되는 모습을 상상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겁니다. Bicnic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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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2초'면 된다, 인스타그램으로 사람들 홀린 무신사 비법 [비크닉]
'10만원으로 풀착장하기', 'T.P.O(시간·장소·상황)에 맞는 스타일링', '발목 양말로 페이크 삭스 만드는 팁'. 론칭 5개월 만에 조회 수 50만회를 넘긴 영상이 부지기수다. 10~15초 짧은 영상을 통해 유행하는 패션 아이템을 광고하는 패션 커머스 무신사의 인스타그램 릴스(Reels) 이야기다. 무신사와 케이스티파이는 인스타 마케팅을 잘 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다. 두 곳의 마케팅 담당자에게 활용 노하우를 들었다. ━ 승부는 단 2초…무신사가 릴스 만드는 법 무신사 홍정은 숏폼콘텐츠팀장(왼쪽), 김하은 SNS마케팅팀 파트장(오른쪽). 사진 무신사 무신사는 인스타그램이 지난해 2월 숏폼(짧은 영상) 서비스 릴스를 국내에 출시하자 발빠르게 프레임을 전환했다. 지금은 한 달에 60~70개의 릴스를 생산해낸다. 덕분에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도 34만9000명으로 크게 성장했다. 홍정은 무신사 숏폼콘텐츠팀장은 짧은 순간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영상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게 폭풍 성장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시청자들은 참을성이 없어요. 단 2초 안에 승부를 내지 못하면 지루해하거든요. 영화, 광고, 인상 깊은 사진 등 시각적으로 임팩트 있는 것에 주목해요." 제작 과정은 여타 콘텐트 제작과 다르지 않다. '기획-촬영 준비(모델 섭외, 장소 물색, 스타일링, 소품 준비)-촬영-편집'이라는 프로세스를 거친다. 하나 특별한 것이 있다. 오직 스마트폰으로 촬영한다는 것. 홍 팀장은 "스마트폰 카메라엔 DSLR 풀 프레임 카메라와는 다른 묘한 감성이 있다"며 "일반적인 쇼핑 영상은 디자인 요소로 가득하고, 셀럽이 나와도 기업에서 만든 광고란 인식이 있어서 인스타그램에선 잘 안 먹힌다. 오히려 보통 사람이 찍은 듯한 영상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무신사 인스타그램 이미지. 그래픽 박현아 ━ 대가도, 수수료도 없다…무신사의 릴스 서비스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를 위한 콘텐트를 제작하면서 어떠한 대가나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 당장 매출이 적고 영향력이 크지 않아도 무신사가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좋아할 브랜드를 위해 릴스를 제작한다. 입점 브랜드가 하기 어려운 일을 대신해주는 것으로 성장한 무신사의 '브랜드 퍼스트(Brand First)' 경영 철학의 일환이다. 김하은 무신사 SNS 마케팅팀 파트장은 "입점 브랜드 제품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고 브랜드와 상생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신사 채널은 '쇼룸'이자 일반인 크리에이터들에겐 성장의 무대다. 무신사는 일반인 모델 '무신사 크루'를 모집해 크리에이터로 키우고 있다. 릴스와 무신사 라이브에 고정적으로 얼굴을 비추면서 크루들의 팬덤도 생기고 있다. 최근엔 신진 뮤지션과도 협업을 늘리고 있다. 가수 '데미안', 래퍼 '지호지방시' 등이다. 전반적으로 릴스 자체의 반응도 좋았고, 아티스트와 브랜드 모두 만족한 협업 사례였다. 홍 팀장은 "내년엔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터 집단을 키울 생각”이라며 “이들이 등장하는 콘텐트의 가치도 올라가고, 그것이 브랜드에도 도움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케이스티파이다움' 널리 알리다 케이스티파이 인스타그램 이미지. 그래픽 박현아 글로벌 테크 액세서리 기업인 케이스티파이(CASETiFY)는 2019년 인스타그램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후 매해 평균 세 자릿수 판매 성장률을 기록했다. 케이스티파이의 슬로건인 'Show Your Colors(너의 색깔을 보여줘)'와 '케이스티파이다움'을 표현하는 데 주력한다. 임연희 마케팅팀 매니저는 "브랜드·크리에이터·소비자가 한 계정에 모여 콘텐트를 통해 주고받는 이야기가 제품 개발에 반영된다"면서 "브랜드가 소비자와 민첩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인스타그램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케이스티파이는 개개인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케이스로 제작하는 '커스터마이징 디자인'으로 유명해진 브랜드다. 협업 디자인부터 제품 홍보를 위한 콘텐트 제작까지, 크리에이터와 협업에 힘쓰는 이유다. 임 매니저는 "콜라보레이션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브랜드와 크리에이터의 동반 성장"이라며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그들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을 수 있도록 육성하는 데 집중한다"고 말했다. ━ 인스타그램 챗봇으로 1만개 제품 문의 해결 케이스티파이는 올해 인스타그램 내에 챗봇을 도입해 고객 문의에 대응하고 있다. 브랜드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인스타그램에서도 문의가 늘고 있어서다. 인공지능(AI)이 질문을 해결해준다. 임 매니저는 "케이스티파이는 모든 제품을 해외로 배송하는데, 챗봇 도입 전엔 고객과 배송 관련 문의를 e-메일로 주고받아야 했다"면서 "이젠 배송 위치 등의 정보를 소비자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또 "단순 피드 포스팅에 그치지 않고, 제품 관심도에 따라 세밀한 타게팅을 할 수 있도록 제품 태그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스타그램에선 게시물당 최대 20개의 제품 태그를 달 수 있다. 태그를 누르면 제품의 세부 정보가 보이고, 숍(Shops) 등 상품 구매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1만여개 제품 중 필요한 걸 손쉽게 찾도록 해 자연스럽게 구매로 연결하는 방법이다. ◈ 인스타그램은 월간 활성 이용자수가 20억명에 달하는 SNS다. 2010년 이미지 중심의 소셜 미디어로 출발, 최근엔 릴스에 주력하고 있다. 모기업 메타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인스타그램 이용 시간의 20%를 릴스 시청에 쓴다. 비크닉 떡볶이에 와인 마시는 동네마켓 있다? 요즘 입소문 난 그곳 이 핸드크림 다 써봤지? 韓 연매출 914억, 스킨케어계의 애플 성수동 검은 'ㅅ' 건물의 정체…'몸값 4조' 무신사의 이런 실험 "인생사진 건진다"…뙤약볕에 몇시간 줄서도 웃음 터지는 이곳박영민 기자 park.y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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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에 와인 마시는 동네마켓 있다? 요즘 입소문 난 그곳 [비크닉]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좋은 브랜드를 탐닉하는 윤경희 기자입니다. 최근 유럽에선 패션위크가 한창입니다. 지난주 런던에 이어 다음 주엔 파리에서 패션위크가 열려요. 아쉽게도 올해는 못 갔지만, 유럽에 출장을 가면 꼭 시간을 내 들르는 곳이 있는데 바로 숙소가 있는 동네의 그로서리 마켓이에요. 그로서리 마켓은 커피와 간단한 먹을 거리를 파는 식료품점입니다. 편안한 차림으로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산책길에 잠시 앉아 커피와 빵을 먹고, 그날그날 필요한 소소한 식료품을 사는 동네의 사랑방 같은 곳이죠. 동네의 한가로움과 일상이 녹아 특유의 분위기를 가집니다. 우리로 치면 동네 슈퍼+동네 카페를 결합한 개념인데, 하나의 브랜드가 된 곳으로는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타치 마켓’이 잘 알려져 있어요. 최근엔 국내에도 이와 비슷한 성격의 공간이 속속 생기고 있어요. 오늘은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보마켓’을 소개하려 해요. 동네의 일상을 담는 브랜드이자 공간으로 함께 들어가 보시죠. '생활밀착형 동네 마켓'을 지향하는 보마켓 경리단점. 사진 보마켓 소소하지만 유용한, 동네 사람들이 필요한 걸 파는 가게 2년 전 패션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야외에서 떡볶이에 와인을 마실 수 있는 멋진 공간이 생겼다’는 입소문이 돌았어요. 보마켓의 2호점인 경리단점이었죠. 떡볶이에 와인이라니, 생소한 조합이지만 구미가 당겼어요. 가게 안에 있는 와인을 골라 빵이나 떡볶이를 사서 같이 먹어도 되고, 가게에 설치한 팬트리에서 먹고 싶은 치즈나 감자칩 같은 간단한 안줏거리를 집어와서 먹어도 되는, 자유롭고 캐주얼하게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었어요. 그런데 이곳, 이게 전부가 아니에요. 다른 한쪽에는 심플한 디자인의 그릇과 플라스틱 쟁반, 그물 장바구니, 러그 같은 아기자기한 생활용품까지 팔아요. 이곳의 업태를 뭐로 정의해야 할지 고민되는 부분이죠. 동네 슈퍼이자, 편의점이자, 식료품 가게이자, 브런치 카페. 이곳을 만든 유보라 대표는 이런 공간들을 한데 합친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존의 공간 분류로는 딱 떨어지지 않는 거예요. 보마켓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냐는 질문에 유 대표는 “생활밀착형 동네 마켓”이라고 답했어요. 2014년 문을 연 보마켓 1호점(남산점)의 입구. 사진 보마켓 보마켓의 시작은 2014년 유 대표가 살던 ‘남산맨션’이라는 남산 끝자락에 있는 작은 아파트 단지부터예요. 100가구 남짓이 사는 외딴 섬 같은 단지인데, 남산이 만들어내는 운치는 좋았지만 주변에 대형마트나 카페 등 상업시설이 없어 일상생활엔 불편함이 있었어요. 가깝게 식료품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아파트 1층에 있던 슈퍼마켓이었는데, 그곳이 그만 문을 닫아 버린 겁니다. 유 대표는 그 자리에 자신이 즐겨 먹지만, 그 동네에서 사기 어려운 식료품을 직접 팔기로 했어요. “시작은 생수 좀 마음 편하게 먹어보자-였어요. 당시엔 지금처럼 식료품 배송이 쉽지 않았거든요. 생수 한 병을 사려 해도 차를 타고 나가야 했어요. 어린 시절 갈 때마다 기분 좋았던 수입 과자 가게의 기억을 떠올려, 제가 동네 가게에서 사고 싶은 콜라나 와인, 꽁치통조림과 시리얼, 수세미 같은 수입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들여놓고 팔게 됐죠.” 퇴사 후 창업 같은 인생 2막의 결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어요. 직장을 다니면서 말 그대로 '우리 동네에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가게를 만든 겁니다. 인테리어와 상품 구성도 직접 친구와 놀면서 했어요. 가게를 차리기로 마음 먹고 3달 동안 친구와 텅 빈 가게에 앉아 와인을 마시며 ‘여기엔 뭐를 놓을까’ ‘색은 뭐로 칠할까’하며 지냈답니다. 그러던 하루 할머니 한 분이 아파트에서 내려오시더니 “대체 문을 언제 열 거냐. 가게 열기 기다리다 죽겠다”고 하시더랍니다. “그때 알았어요. 나만 이런 가게가 필요한 게 아니었구나. 다른 아파트 주민들도 슬리퍼를 신고 쉽게 가서 먹을 것을 사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는 것을요. 정신이 번쩍 들어 속도를 내 가게를 오픈했어요.” 보마켓 남산점의 냉장고. 동네 주민들이 슬리퍼에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와서 사고 싶어했던 신선한 우유, 채소, 과일 등 싱싱한 먹을 거리들을 판다. 사진 보마켓 UX 디자이너가 풀어낸 ‘생활밀착형 마켓’ 보마켓은 지금 가장 인기 있는 공간 중 하나로 꼽힙니다. 힙한 공간을 찾는 MZ세대부터 3~4인 가구 동네 주민까지 이곳을 찾아요. 하지만 보마켓의 ‘명성’만 듣고 방문한 사람 중엔 실망감을 표현하는 사람도 있어요. 입이 떡 벌어지는 세련된 공간 디자인이나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물건을 갖춘 곳은 아니거든요. 파는 음식은 햄버거·샌드위치·샐러드·떡볶이 같은 가벼운 메뉴들이고, 판매하는 생활용품도 어떻게 보면 소소하다 할만한 것들이죠. 그런데요. 자꾸 눈이 가고 발길이 향한다는 사람이 많아요. 브랜드는 이들과 협업하고 싶어 줄을 서고요. 이유가 뭘까요. 여기엔 유보라란 사람을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어요. 지금은 보마켓에 전념하고 있지만, 유 대표는 자동차 UX(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로 오랜 경력을 쌓았어요. 대학에선 산업 디자인을 전공했고, 졸업 후 한국과 일본 자동차회사에서 근무하며 콘셉트 카를 제작했습니다. 어린 시절엔 집 짓기 놀이를 가장 좋아했던 소녀였데요. 코로나 19가 퍼지기 전 3년간 근무한 일본에선 오모테산도, 나카메구로 지역에 살았어요. 일본 중에서도 라이프스타일 문화가 풍부한 곳으로 손꼽히는 동네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한국에 돌아온 그는 일본에서 접했던 ‘좋은 동네 마켓’을 만들어 보기로 결심했어요. 그는 그 시작과 끝은 “보마켓을 찾은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제가 만약 라이프스타일과 연관된 분야에서 일했거나 이게 직업이었다면 시각이 달랐을 것 같아요. 그런데 직종이 자동차라는 무거운 분야이다 보니, 오히려 고객의 행동을 더 많이 관찰하게 됐어요. ‘왜 이걸 좋아하지’ ‘왜 저렇게 하시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판매할 상품을 구성하고, 동선을 잡아요." 보마켓의 유보라 대표. 보마켓의 ‘보’는 유 대표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사진 본인 제공 UX디자이너로서 사용자의 관심과 움직임을 관찰하고, 경험을 설계했던 노하우를 그대로 동네 마켓에 녹여 낸 거예요. 그래서 보마켓 집기는 대부분이 움직이기 쉬운 것들이에요. 시기에 따라, 고객의 관심에 따라 진열 방법을 다르게 바꾸기 위해서요. 얼마 전에는 경리단점의 잘게 나누어져 있는 진열장을 하나로 텄답니다. 고객들이 더 편하게 그릇과 상품을 집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죠. 사료·배식그릇 등 강아지 용품은 강아지가 가게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코를 들이대는 곳에 놓고, 크레파스는 아이들의 시선이 닿는 조금 아래쪽 선반에 배치합니다. “저는 이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물건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의 시선에 맞춰서 상품을 놓아야 쉽게 볼 수 있잖아요.” 타깃 고객의 시선에 맞춰 정리돼 있는 잼, 과자 등 식료품들. 사진에 보이는 책은 보마켓이 참가해 미래 주거의 컨셉을 제시한 '2022 하우스 비전'의 책이다. 윤경희 기자 보마켓 신촌점. 사진 보마켓 마켓의 물건에도 사용자 관점과 유 대표의 철학이 담겨 있어요. '그냥 예쁜 것'이 아니라 '예쁜데, 쓰면 좋은 것'으로요. 이제 매장에는 창업 당시 취급했던 수입 제품에서 이젠 사용할수록 가치 있는 국내 브랜드 제품으로 바뀌고 있어요. 예를 들어 생분해되는 '라브아'의 섬유유연제, 자연 원료를 고집하는 '아로마티카'의 샴푸나 '희녹'의 탈취제 같은 것들이죠. 요즘 세련된 편집숍마다 취급하는 '솔트레인' 치약은 보마켓만을 위한 상품을 만들었는데요, 치약 개발에만 유 대표 입 안이 헐 정도로 3개월 동안 테스트를 했데요. 그러면서 종이 패키지는 다른 상품과 다르게 코팅 처리를 안 한 무광 패키지도 만들었고요. '포장할 수밖에 없다면, 재활용될 수 있도록 코팅이라도 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답니다. 또 매장 음식에 사용하는 채소는 농업회사 '만나CEA'에서 공급하는 것을 쓰고, 성수점은 '존쿡델리미트'의 햄을 사용합니다. 두 회사 모두 소리 없이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생산·유통 공정을 실행하는 회사들입니다. ‘동네 맥락’ 담긴 어른들의 놀이터 보마켓에서 동네 사람들은 단순한 고객이 아닙니다. 마켓에 놓을 물건을 고르는 머천다이저(MD)이자, 공간의 콘텐트를 만들어가는 기획자죠. 유 대표는 이들이 원하는 것을 보고 듣고, 여기에 자신의 바람과 감각을 담아 정리해 보여줍니다. ‘주인이 좋아하는 예쁜 것들’을 보여주는 편집숍이 아니라, ‘이용자가 일상에서 필요로 하는 것들’을 제공하는 공간인 겁니다. 동네 사람들의 취향이 담긴 생활밀착형 플랫폼이라 말할 만해요. “마케팅도 브랜드 전략도 없었다”고 말하지만, 유 대표는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지켜보고(고객 리서치), 이를 자신의 색깔로 해석한 상품을 선정하고(상품 기획), 이를 발 빠르게 내놔 반응을 보고(AB 테스트), 실제로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만을 골라 본격적으로 판매(상설화)하는 과정을 본능적으로 실행하고 있었어요. 일러스트레이터 티보 에렘이 그린 보마켓과 강아지 장미. 사진 보마켓 특히 단골은 보마켓의 콘텐트를 함께 만들어가는 파트너예요. 먼저 보마켓에서 판매하는 그림 카드를 볼까요. 1호점의 전경과 가게 밖을 내다 보고 있는 강아지 그림(유 대표의 반려견 장미. 실제로 늘 이 모습으로 가게에 앉아 있었다)인데요, 남산맨션에 3개월간 머물던 일러스트레이터 티보 에렘이 그렸어요. 티보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그린 작가로 지난해 방영한 드라마 ‘그해 우리는’에서 주인공 최우식이 그린 그림의 원작자이기도 하죠. 아침마다 보마켓에 와서 커피를 마시며 앉아있는 그에게 유 대표가 가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부탁했고, 일상 속 건물과 식물을 소재로 삼아온 그는 흔쾌히 수락했어요. 6년간 1호점을 운영해온 유 대표가 경리단길에 2호점을 낼 때도 그랬어요. “멀리서 오는 손님들 앉으라고 자리를 양보하는 동네 주민들을 보니, 그분들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는 매장을 하나 더 내야겠더라고요. 그랬더니 주변에 먹을만한 빵집이 없다고, 빵집도 만들어 달라 하셨어요. 어떡해요, 만들었죠.” 보마켓이 운영하는 5개의 매장은 같은 곳이 없어요. 브랜드 컬러와 톤은 유지하되, 매장마다 음식 메뉴와 선보이는 상품이 다릅니다. 인테리어와 상품 진열 방식도요. 프랜차이즈처럼 하나의 스타일을 만들고 그대로 확산하면 쉬울 텐데, 굳이 지점마다 차별화를 두는 이유가 있어요. “우리의 기본이 동네 마켓이니, 지역별로 다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네가 가진 맥락이 다르잖아요.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어떤 분위기를 좋아하고, 어떤 것들을 찾는지요.” 보마켓 서울로점은 만리동의 100년 넘은 건물에 자리 잡았다. 레스토랑 '베리키친'과 함께 있어, 장을 볼수도 다이닝을 즐길 수도 있는 공간. 사진 보마켓 가장 최근에 생긴 5호점 신촌점. 20대가 많은 동네 특성에 맞춰 기존 보마켓과는 다르게 깔끔하고 미니멀한 컨셉을 택했다. 사진 보마켓 가장 최근에 문을 연 신촌점은 SK D&D의 코리빙 하우스 브랜드 ‘에피소드’ 1층에 자리 잡았어요. '동네 생활밀착형'을 강조하는 유 대표는 이곳에 매장을 열면서 아예 집을 이곳으로 옮겼어요. 직접 이 동네 주민이 되기로 한 거죠. “여기 와서 동네를 계속 돌아다녔어요. 이 근처에 편의점, 동네 슈퍼, 다이소, 심지어 백화점까지 근처에 있는데, 우리는 그곳과는 다르게 가야 하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직접 이곳에 살면서 동네 주민이 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겠더라고요. 지금은 매장이 많이 비어있는 상태예요. 이곳의 기존 상권과 상생하면서 주민들이 놀러 올 수 있는 공간을 그리며 천천히 채워가고 있습니다.” 일본 디자이너 하라 켄야는 “좋은 디자인이란 ‘생활’이라는 살아있는 시간의 퇴적이, 필연성에서 비롯된 형태를 한층 완성시켜주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그의 이야기는 디자인뿐 아니라 공간과 브랜드에도 적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네 사람들의 생활에 그 근간을 두고 있는 보마켓이 매력적인 이유이기도 하고요. 어른들을 위한 놀이터가 되겠다는 보마켓, 앞으로 또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 기대해 봅니다. 비크닉 이 핸드크림 다 써봤지? 韓 연매출 914억, 스킨케어계의 애플 [비크닉] 성수동 검은 'ㅅ' 건물의 정체…'몸값 4조' 무신사의 이런 실험 [비크닉] 그 흔한 토스터·선풍기 10배 주고 산다…발뮤다 '감성가전' 비결 [비크닉] "인생사진 건진다"…뙤약볕에 몇시간 줄서도 웃음 터지는 이곳 [비크닉]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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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진 건진다"…뙤약볕에 몇시간 줄서도 웃음 터지는 이곳 [비크닉]
안녕하세요. 브랜드 소개팅 전문 정세희 기자입니다. 여러분 인생네컷 찍어보셨어요? 혹시 ‘그게 뭐냐’고 하실 분들을 위해 설명을 하자면, 요즘 Z세대가 줄 서서 찍는 셀프 사진 스튜디오 브랜드예요. 창립 5년 만에 매장 수가 300여개 넘고요. 작년 한 해 이용자 수만 1800만명이라고 해요. 고화질 휴대폰을 놔두고 왜 굳이 아날로그 사진을 찍는지 궁금하시다고요? 이번 브랜드 소개팅은 인생네컷을 운영하는 엘케이벤처스 이호익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 Z세대의 새로운 놀이 문화 인생네컷 매장 앞에서 고객들이 줄 서 있는 모습. 사진 인생네컷 인생네컷 고객들이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인생네컷 인생네컷은 요즘 MZ세대가 친구를 만나면 밥을 먹듯 꼭 하는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어요. 사진을 찍겠다고 이 더운 날 몇 미터씩 줄 서기를 하는 광경도 흔해요. 즐기는 방법도 함께 진화하고 있어요. 마음의 준비를 못 하고 카메라 앞에 서면 어색한 표정을 짓고 경직된 자세를 취하기 쉽잖아요. 몇번 실패를 겪은 상급자(?)들은 미리 인터넷에서 인원 수별 인생네컷 포즈 팁을 보고 같이 연습도 해요. 친구 얼굴에 손가락으로 하트를 그린다거나, 다 함께 귀를 당겨 원숭이처럼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는 등 다양한 포즈를 연습하다 보면 그 자체로 재밌겠죠? 이처럼 인생네컷은 사진관을 찾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냈어요. “사진관에서 우리는 항상 진중했어요. 대부분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 목적인지라 의상을 맞추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했죠. 처음 보는 사진가 앞에서 어색하게 웃어야 했고요. 말 그대로 사진 찍기 참 힘들었어요. 그렇다고 스마트폰은 너무 쉬워요. 쉽게 찍고 지우면 그만이었잖아요.” 기존 사진관의 번거로움과 휴대폰 사진의 남발성에서 오는 아쉬움을 해소하는 새로운 솔루션을 제시한 거죠. 일상을 손쉽게 기록하고 싶어하는 시대의 요구와도 절묘하게 맞아떨어졌고요. “아이가 중학생만 돼도 가족사진은커녕 모이는 것도 힘들잖아요. 그런 아들이 인생네컷을 찍을 때는 얼굴을 들이 밀어준단 말이에요. 금전적으로도 가볍고, 보정하느라 애쓰지 않아도 편하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거죠.” ━ 몇 시간씩 기다려도 들어가면 웃음 터지는 신기한 곳 인생네컷 고객들이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인생네컷 처음 인생네컷은 사진 장비(키오스크) 하나로 대구에서 시작했어요. 매장도 따로 없이 사람 많이 지나다니는 골목에 세워뒀대요. 지하철역에 놓인 증명사진 기계처럼요. 그런데 얼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던 그 증명사진 기계와 달리 인생네컷으로 찍으면 얼굴이 묘하게 예쁘게 나왔어요. 사람들 사이에선 정말 ‘인생 사진’이 나온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고요. 우연히 인생네컷을 접한 이 대표는 ‘이거다’ 싶었대요. 당시 인생네컷을 제조·유통하던 대표에게 찾아가 서울·경기 총판을 맡겠다고 연락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왜 사진을 찍는지는 이해가 안 갔어요. 젊은 친구들이 사진 찍기 위해 줄을 서는 희한한 일이 벌어지니까 안경집 사장, 식당 주인 등 주변 상인들이 다 나와서 무슨 일이냐며 구경했어요.” 더 신기한 일은 그 작은 기계 안에서 벌어졌다고 해요. “여름 뙤약볕이 얼마나 뜨거워요. 숨 막히는 더위에 기나긴 줄을 서서 겨우 깡통 같은 곳에 들어가면, 이상하게도 꺄르르 꺄르르 웃음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들어가는 사람마다 1, 2분 정도 난리가 났어요. 그걸 보고 이 기계가 쉴 새 없이 사람들을 소리치게 하는 ‘롤러코스터’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으악’하는 괴성은 안 나오지만요. (웃음)” 하지만 이 대표는 인생네컷의 전망에 많은 기대를 걸지 않았어요. 날씨가 추워지고 눈이라도 내리면 망할 줄 알았답니다. 겨울에 저 쇳덩이를 만지면 당장 손이 시릴 텐데 누가 찾을까 싶어서요. 그런데 그 줄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어요. 지금까지도요. ━ 고데기 하고 화장 고치는 만남의 장소 인생네컷 매장에 꼭 필요한 화장대. 밝은 조명 아래 머리를 만질 수 있는 빗, 고데기 등이 놓여있다. 사진 인생네컷 지금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을 만든 것은 거리에서 고생하던 젊은 친구들이 생각나서였대요. “답답한 깡통기기 안에 들어가겠다고 줄 서 있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 괜히 죄짓는 마음이 들었어요. 제가 돈을 벌고 있다는 게 미안했어요. 그것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요. 그래서 이들이 더 편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 싶었죠.” 그는 2017년 4월 인생네컷 전국 사업권을 포함, 모든 권리를 인수했어요. 그리고는 바로 그해 겨울 청주, 부평, 안산, 인천 등에 매장을 열었습니다. “스타벅스가 성공한 건 커피에 공간을 입혔기 때문이잖아요. 단순히 커피만 파는 게 아니라 쾌적하고 아늑한 곳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했죠. 인생네컷이 단순히 사진 찍는 곳이 아니라 만남의 장소가 됐으면 했어요. 친구 만나기 전에 고데기하고 거울 보면서 화장도 고칠 수 있는 편안한 곳이요.” 사실 이 대표가 인생네컷을 인수하고 매장으로 사업형태를 전환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선 모두 반대했다고 해요. 이미 인기 있는 상권에 장비가 다 들어간 상태라 더는 확장 가능성이 없다고 본 거죠. 하지만 이 대표는 ‘된다’는 확신이 있었답니다. 직접 몸으로 쌓은 경험에서 나온 촉이 발동했죠.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무인 자판기 시장에 관심이 많았대요. 소주에 타 먹는 녹차 맛 액상 자판기를 운영해보기도 하고, 군대에 납품하는 라면 자판기 사업도 준비하고요. “사업적으로 자동판매기는 비용이 적게 들어 운영 부담이 적다는 장점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자판기가 아무리 잘 나가도 하나의 ‘브랜드’로 알려지는 건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인생네컷은 이미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 스스로 바이럴 되고 있더라고요. ‘인생사진 건지는 기계’로요. 나중에 사진 자판기는 못 팔지언정, 인생네컷이라는 브랜드는 키울 수 있겠다 싶었어요.” ━ 옛날 스티커 사진이랑 비교하지 말아 주세요 2000년대 유행이었던 스티커 사진. 사진 JTBC 드라마 '경우의 수' 사실 스티커 사진은 이미 유행한 적 있어요. 1990년대 말에 등장해 2000년대 초반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휴대폰이나 다이어리에 스티커 사진 한장 안 붙인 사람이 없었죠. 하지만 이 대표는 당시의 스티커 사진기와 비교하지 말아 달라고 했어요. 영역이 완전히 다르다고요. “스티커 사진 판매기가 나온 지 20년이 넘었는데요.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있나요? 없을 겁니다. 이름도 없었어요. 스티커 사진 찍으러 가자고 했지, 인생네컷 하러 가자곤 안 했잖아요.” 사람들에게 이름으로 불리지 않았다는 것은 많은 것을 의미해요. 고유의 정체성이나 철학이 없는 채로 죽어있는 상태였다는 것을 말하죠. “브랜드가 된다는 것은 물건만 파는 장사와 달리 어떤 가치를 만든다는 거고, 이에 공감하는 사람이 생긴다는 거예요. 반면 당시 스티커 사진 시장은 일본 사진을 카피해 들여놓기 바빴죠. 돈은 벌었을 지 모르겠지만 감동은 주지 못했어요.” 그는 일상을 재미있게 기록하고 추억할 수 있는 MZ세대의 문화 구심점이 되겠다는 철학을 세웠다고 했어요. “스티커 사진 회사에는 기기 고장을 수리하는 부서는 있을지 몰라도,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부는 없었을 거예요. 저희는 사진 프레임은 물론 공간의 작은 요소까지 고객들의 이야기를 반영하려고 해요. 문화라는 건 함께 만들어 나가는 거니까요.” ━ 인생네컷의 무기, 역시 소통 지금의 핑크색 간판 인생네컷이 나오기까지 시행착오도 많았대요. 좋은 공간을 선사하겠다는 욕심에 접근성은 무시한 채 건물 3층에 100평짜리 매장을 꾸며보기도 하고, 지금 컨셉과는 전혀 다른 화이트와 우드톤의 인테리어를 시도해보기도 하고요. 그 중 고수하던 게 있어요. 바로 사진 고유의 감성이에요. “처음 저희가 유명해진 건 뭐니뭐니해도 인생사진을 건진다는 것 때문이었잖아요. 물론 과거 자판기 시절 프로그램은 다 바꿨지만 그때의 톤은 그대로 가져가려고 해요.” 요즘엔 가장 만족할만한 얼굴이 나올 수 있도록 개별 보정 값을 만들어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해요. 예쁘게 나오는 칼러 톤이나 개인이 특별히 보정하고 싶은 데이터를 앱에 저장해두면 자동으로 기기와 연동되는 거죠. 또 고객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려고 애쓴다고 해요. 혹시 기존 프레임이 지루하게 느낄까 하는 마음에 밸런타인데이, 광복절, 삼일절 등 한정판 프레임을 선보여봤는데 반응이 좋았대요. “실제 한 고객에게서 ‘오늘 여자친구와 100일인데 프레임을 만들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받고 100일 프레임을 만든 적도 있어요. 이후 더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고자 앱을 출시했어요. 앱에는 300~400개의 프레임이 있는데요. 그것도 모자라 직접 만들 수 있게끔 했어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프레임이죠.” 한글날을 기념해 선보인 '인생넉장' 프레임. 사진 인생네컷 ━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처럼, 전 세대가 협업해야 요즘 브랜드가 성공하려면 MZ세대를 사로잡아야 한다잖아요. 그는 MZ를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라고 해서 무조건 젊은 친구들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강박은 갖지 말라고 조언했어요. “사실 조직에서 Z세대가 많다고 해서 그들이 MZ세대를 완벽하게 대변한다고 볼 순 없어요. 그리고 기성세대라고 고리타분하지만은 않죠.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아이디어를 실천할 힘이 있으니까요. 저희 회사에는 20대 초반 친구도 있고 50살 넘으신 분도 있어요. 이들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게 제 할 일이죠.” 실제 브랜드 활동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를 많이 시도하고 있어요. 사진 찍기 10초 전 영상, 스냅 디지털 파일 등이 대표적이에요. 인생네컷에서 찍은 사진을 NFT 공간에서 디지털 창작물로 나오게끔 하는 새로운 도전도 하고 있죠. 앞으로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사진 문화 플랫폼 기업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해요. ━ 사람 또 찾게 하는 건 결국 진심 성공 비결을 물을 때마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재차 말하던 이 대표도 자부하는 게 있었어요. 진심으로 사람(고객)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싶었다는 것. “어떤 심오한 철학으로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어요. 그저 더운 날 고생하는 친구들이 내년에 다시 이 경험을 하게 해선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꼭 사진 찍지 않아도 되니 편하게 놀다가는 곳,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곳이 됐으면 했어요. 무슨 동심 어린 생각이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단언컨대 이 마음은 브랜드에 저해요소가 되지 않아요. 왜냐면요. 결국 사람들이 또 찾을 거 아녜요.” 머무는 시간을 늘려 결국 사진을 찍게 하는 게 전략 아니냐고요? 이 대표는 만약 그렇다면 기계당 회전율을 높였을 거라고 답했어요. 인생네컷은 ‘한 철 장사’가 아닌 ‘인생 단골’을 만드는 곳이었으면 좋겠다면서요. “한팀이 사진 찍고 한 2분 안에 빨리 나오면 새로운 사람이 들어가게 하는 게 돈을 빨리 버는 방법이겠죠. 그건 단기간에 이익은 얻을 수 있어도 브랜드로 성장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이용’만 하면 결국은 쉽게 식상해질 거거든요.” ━ 나가며 코로나 19 때문에 함께 수업도 잘 못 듣고 마음껏 어울려 놀지 못했던 MZ세대에게 인생네컷은 사진찍기라는 미션을 함께 수행하는 놀이터가 아닐까요? 카메라 앞에서 모두가 실컷 웃고, 자연스럽게 다른 지역 친구들도 만나고, 성공적인 포즈를 핑계 삼아 다음 약속을 기약할 수 있으니까요. 이곳이 놀이터라면 길고 긴 줄 서기도 이해가 가요. 재미있는 놀이 기구를 기다리며 친구들과 수다 떨듯,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게 아닐까요. 평생 갈 추억이 될 사진을 위해 기꺼이 줄 서 있는 모습이 낭만적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인생네컷의 꿈은 전 세계에서 K-포토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이미 베트남과 태국 등에서 20여개 매장이 있다고 해요. 해외에서도 들어가면 웃음 끊이지 않는 매력적인 장소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게요. 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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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850만개 받은 제니 신발…악어 고무신의 인기 비결
안녕하세요. 브랜드 미식가 박이담 기자입니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옵니다. 다들 어디로 떠나시나요? 국내외로 여행 계획을 세우며 설레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저는 바다로 갈지 워터파크에 갈지 고민 중입니다. 그러다 보니 물놀이용 신발에 먼저 관심이 가더라고요. 신발장에 크록스가 하나 있는데, 수년 동안 신다 보니 너무 낡았어요. 휴가 기분 낼 겸 새로운 크록스를 사려고 알아봤죠. 근데, 크록스가 옛날 크록스가 아니었어요. 유명 명품 브랜드들과 콜라보(Collaboration) 제품을 내놓기도 했고요. 유명 스타들도 크록스를 패션 아이템으로 착용했더라고요. 그러면서 MZ세대 사이 핫템으로 등극했다는데요. 아니 그동안 크록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크록스란 브랜드가 가진 이야기를 함께 음미해 보시죠. 비 오는 날, 크록스를 신고 외출에 나선 한 시민. 박이담 기자 ━ 비버도 제니도 ‘픽’했다 지난 7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패션위크. 이곳에 등장한 한 초딩에 관심이 쏠렸어요. 바로 할리우드 패셔니스타 킴 카다시안의 딸 노스 카다시안. 카다시안은 딸이 갓난아이였을 때부터 여러 패션 행사장에 데려오곤 했어요. 당연히 본인만큼이나 멋지게 딸을 차려입혔죠. 이번에도 딸이 어떤 패션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았어요. 그런데, 가장 눈길은 끈 건 다름 아닌 신발이었어요. 두툼한 통굽이 달린 검정 크록스였죠. 크록스가 명품 패션 브랜드 발렌시아가와 콜라보해 내놓은 제품이었습니다. 그 유명한 저스틴 비버도 이 신발을 시상식에서 신었어요. 지난 4월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에서요. 비버는 오버핏 정장에 이 크록스를 매치했죠. 언뜻 보기엔 조화롭지 않아 보이기도 해요. 하지만 사람들은 비버 패션이 크록스 덕분에 탈권위적인 럭셔리룩이 완성됐다고 평가하더라고요. (하이패션의 세계는 역시 난해하네요) 아이돌그룹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가 크록스와 발렌시아가가 협업해 내놓은 블랙 러버 부츠를 신고 있다. 사진 제니 인스타그램. 국내에선 블랙핑크 제니가 크록스로 화제였어요. 역시 크록스와 발렌시아가가 콜라보한 블랙 러버 부츠를 신고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었죠. 둥그런 앞코가 크록스스러운 부츠였죠. 반응은 뜨거웠어요. 해당 게시물에는 좋아요가 850만개가 달렸죠. 다른 게시물들엔 좋아요가 평균 600만개인데 훨씬 높은 수치인 셈이에요. 전 세계적인 셀럽들도 자의 반 타의 반 크록스 인기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요.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 배우 알 파치노, 모델 브룩 쉴즈 등이 크록스를 즐겨 신는 사진이 공개된 적이 있어요. 사람들에게 크록스를 더욱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죠. 아이돌 가수 송민호가 여러 크록스를 신어보고 있다. MBC 나혼자산다 캡처 ━ 서핑 즐기던 세 친구, 악어 고무신(?)을 내놓다 크록스는 팝스타들의 픽을 받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지만 역사가 그리 길진 않아요. 그 시작은 우리나라에 월드컵 열풍이 휘몰아치던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이죠. 미국 콜로라도 출신 세 친구가 바로 크록스의 아버지입니다. 이들 이름은 스콧 시맨스(Scott Seamans), 린든 핸슨(Lyndon Hanson), 조지 보덱커(George Boedecker). 셋은 바다에서 서핑을 즐겨 했는데, 신발에 물이 차 골치거리였다고 해요. 그래서 직접 물이 잘 빠지는 신발을 만들기로 의기투합해요. 재료로 크로슬라이트라는 고무 소재를 낙점합니다. 발이 편안하고, 미끄러지지도 않았죠. 수분이 흡수되지 않아서 땀도 쉽게 배출됐어요. 좋은 재료도 찾았겠다, 다음 과정은 디자인이죠. 물이 잘 빠지도록 구멍을 숭숭 뚫고, 잘 벗겨지지 않도록 뒤꿈치용 스트랩도 붙였습니다. 철저히 실용성에만 초점을 맞췄죠. 회사 이름은 크록스. 악어(Crocodile)에서 따온 이름이에요. 악어처럼 물과 뭍 모두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의미예요. 세 친구가 합심한 작품은 성공적이었어요. 2002년에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린 한 보트 박람회에 200켤레를 들고 갔는데, 하루 만에 모두 판매됐대요. 수상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지갑을 열만큼 상품성이 있다는 걸 확인한 거예요. 세 친구가 크록스를 낳았다면, 길러낸 건 론 스나이더(Ron Snyder)라고 할 수 있어요. 그는 크록스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고 평가받아요. 2005년에 크록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뒤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요. 먼저, 생산시설부터 확충합니다. 캐나다, 멕시코, 중국, 이탈리아 등 전 세계 각지에 제조 공장을 사들여요. 그리고 제품군도 다양화합니다. 샌들, 운동화, 하이힐까지 개발합니다. 크록스는 안정적인 생산라인과 다채로워진 상품군으로 폭풍 성장을 이어갑니다. 결국, 창업 5년 만에 전 세계 90여개국에 진출해요. 그리고 2006년에는 미국 나스닥(NASDAQ) 시장에도 상장하게 되지요. ━ 1년 매출 3조, 인기 신발 브랜드 6위 크록스의 성장세는 놀라웠어요. 창업 첫해 매출은 2만4000달러(우리돈 약 3100만원). 이듬해엔 100만달러(약 13억원)를 넘겼어요. 나스닥에 상장했던 2006년에는 매출이 3억5000만달러(약 4540억원)까지 치솟아요. 창업 5년 만에 1000배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한 거죠. 항상 좋았던 것만은 아니에요. 2008년 금융위기 때는 직격탄을 맞아요. 매출은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마이너스를 나타냈어요. 창업 초기 폭발적인 성장세에 발맞춰 늘렸던 생산시설과 제품군이 경기 침체기에는 족쇄로 변한 거예요. 그동안 인기를 끌다 보니 여기저기 짝퉁(모조품)이 많아진 것도 악재로 작용했어요. 지비츠로 개성 있게 꾸민 크록스의 다양한 제품들. 사진 크록스코리아. 하지만, 크록스는 다시 한번 일어섭니다. 먼저 너저분했던 제품군을 깔끔하게 정리해요. 스테디셀러인 클로그와 샌들에만 집중하기로 합니다. (지금도 크록스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신발 종류가 6개 정도예요) 일부 공장도 매각하고, 주요 제품을 위탁생산하기도 해요. 그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져요. 크록스에겐 새로운 기회로 작용해요. 외출이 어려워지니 집 근처에서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신발 수요가 폭증해요. 사람들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바로 크록스. 인기가 하늘을 찌르게 됩니다. 이는 실적으로도 증명됐어요. 크록스의 지난 2017년 매출은 10억 달러였지만 지난해엔 23억 달러로 두배 이상 증가해요. 이는 우리 돈으로 3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에요. 올해에도 성장세는 계속되는 분위기입니다. 올해 1분기 매출이 6억6000만 달러(약 8570억원)에 달했어요.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43.5% 증가한 수치죠. 껑충 뛴 실적만큼 브랜드 충성도 높아지고 있어요. 특히 MZ세대가 열광적이에요. 올해 미국 투자은행인 파이퍼샌들러가 실시한 미국 10대가 선호하는 브랜드 설문조사에서 크록스는 6위를 기록했어요. ━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신발 다양한 지비츠로 장식한 크록스의 클로그. 사진 크록스코리아. 사람들은 왜 이렇게 크록스에 열광할까요. 그 비결 중 하나를 알려드릴게요. 거리에서 다양한 액세서리를 꼽은 크록스를 본 적이 있나요? 그 액세서리가 바로 크록스 인기를 끈 비결 중 하나에요. 정확한 이름은 '지비츠(Jibbitz)'. 바람과 물이 잘 통하라고 뚫린 크록스 구멍에 꽂는 아이템이랍니다. 크록스가 지비츠를 처음 만든 건 아니에요. 한 주부가 단추와 보석으로 자녀들의 크록스를 꾸민 적이 있어요. 여기저기서 액세서리에 관심을 보이자 그녀는 아예 전문업체를 차립니다. 그런데 이 지비츠 인기가 심상치 않아요. 미국과 유럽 소매업체 수천 곳에 입점할 정도가 됩니다. 이를 본 크록스는 2006년에 1000만 달러(약 130억원)를 들여 지비츠를 직접 인수합니다. 이 결정은 신의 한 수로 평가받아요. 지비츠 몇 개만 있으면 투박한 고무신이 개성 넘치는 패션 슈즈가 되는 마법이 일어나거든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기만의 크록스를 꾸밀 수 있다는 점에 사람들이 열광해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엔 지비츠로 크록스를 꾸미는 방법을 공유하고 인증하는 콘텐트가 넘쳐나고 있어요. 특히 최근 MZ세대 사이에선 ‘신꾸(신발 꾸미기)’라는 용어까지 나오면서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지고 있어요. 지비츠는 매출 증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추정돼요. 크록스 기본 슈즈인 클로그는 한 켤레 당 6~8만원 정도예요. 그런데 지비츠 5개짜리 한 세트가 보통 2만 원대거든요. 기본 슈즈를 구매한 고객이 지비츠를 두세 세트만 추가로 구입해도 클로그 한 켤레를 더 판매한 꼴이 됩니다. ━ 친환경 행보, MZ 마음을 훔치다 크록스가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로 친환경 행보가 꼽혀요. 최근 트렌드를 이끄는 MZ세대는 소비를 할 때도 환경과 윤리 등을 고려한다고 해요.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MZ세대 380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실천하는 착한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밝혔어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여러 기업이 친환경 제품을 내놓고 있죠. 이런 분위기에 크록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요. 지난해엔 ESG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탄소 없는 편안함을 제공하겠다는 게 골자였죠. 구체적으로 2030년까지 넷 제로(Net Zero)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어요. 넷 제로란 배출하는 탄소량과 제거하는 탄소량을 더했을 때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것을 말해요. 다른 표현으론 탄소 중립이라고도 해요. 실제 행동도 기민했어요. 주요 제품을 만들 때, 지속 가능한 바이오 기반 크로슬라이트를 주재료로 사용하기로 했어요. 본래 크록스의 주력 제품인 ‘클래식 클로그’의 탄소 배출량은 한 켤레당 4kg 정도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2.56kg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어요. 현재 크록스 공식 홈페이지에는 제품마다 생산할 때 탄소가 얼마나 발생하는지 표기하고 있어요. 크록스 홈페이지에서는 판매 상품마다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표기하고 있다. 사진 크록스코리아. ━ 화룡점정, 전방위 콜라보 크록스 인기 비결의 화룡점정은 ‘전방위적인 콜라보’라고 할 수 있어요. 정말 다양한 콜라보 방식으로 MZ세대를 홀딱 반하게 하고 있거든요. MZ세대는 ‘펀슈머’라는 별칭을 가질 정도로 새롭고 재미있는 소비를 지향해요. 이런 MZ세대에 특성을 쫓아가기 위해 패션 브랜드들은 ‘콜라보’로 대응하고 있어요. 기존 브랜드와 상품만으론 새롭고 재밌기 어렵잖아요? 다른 브랜드와 손잡고 변주를 꾀하는 거죠. 지난해 성균관대 조경숙 교수가 한 연구를 내놔요. MZ세대를 겨냥해 성공한 콜라보가 많아지다 보니, 이를 유형별로 분류한 거예요. 종류는 총 3가지예요. 첫째는 동종 업계에 있는 브랜드들이 서로의 자원을 공유하는 ‘상호보완 콜라보’. 둘째는 서로 다른 영역에 있는 브랜드들이 융합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 ‘창조융합 콜라보’. 마지막은 브랜드가 사회문화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과 협업하는 ‘감성가치 콜라보’에요. 발렌시아가와 크록스의 콜라보 제품. 사진 발렌시아가 그런데, 크록스는 이 다양한 콜라보를 모두 해내요. 크록스는 위에서 언급한 발렌시아가와 지난 2018년부터 협업을 계속해오고 있어요. 내놓는 제품들 가격은 백만원이 훌쩍 넘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예요. 리셀러들까지 몰려들면서 리셀 플랫폼에 수십만원 비싸게 올라올 정도로 인기죠. 대중 브랜드 크록스와 럭셔리 브랜드들의 성공적인 만남이라고 할 수 있어요. 상호보완 콜라보라고도 할 수 있고요. 이런 콜라보로 발렌시아가는 소비자 연령층을 낮추고 젊은 이미지를 얻게 돼요. 반대로 크록스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었죠. 크록스는 올해 스트릿 신의 명품 브랜드로 유명한 팔라스와도 손잡으면서 콜라보 강자로서의 면모를 계속 보이고 있어요. 크록스는 지비츠를 ‘창조융합 콜라보’에 적극 활용하고 있어요. 전 세계적으로 인기인 디즈니나 마블의 캐릭터를 지비츠로 내놓기도 했고요. 국내에서도 다양한 기업과 콜라보하고 있어요. MCN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와 손잡고 유명 유튜버 캐릭터 지비츠를 만들기도 했고, 식품 기업인 농심과는 바나나킥, 새우깡 등 과자 지비츠를 함께 제작하기도 했어요. 모두 크록스와 전혀 접점이 없는 영역의 브랜드들이에요. 셀럽과의 ‘감성가치 콜라보’도 왕성했어요. 저스틴 비버, 포스트 말론 등 팝스타에서부터 크리스토퍼 케인, 패트리샤 필드 같은 디자이너까지 크록스와 협업했어요. 이들이 내놓은 결과물은 제품을 뛰어넘은 작품으로 인식되면서 MZ세대에게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줄 수 있었어요. 일상적으로 신는 신발이 아니라, 영향력 있는 인물이 기획한 예술품이라면 지갑이 쉽게 열리겠죠? 크록스와 픽사의 콜라보 제품. 사진 크록스. ━ 크록스의 다음 변신은? 크록스가 가진 이야기들이 어떠셨나요? 저는 크록스 상징을 악어에서 카멜레온으로 바꿔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변신을 매우 잘해서 말이죠. 크록스는 초창기만 해도 못생긴 신발이라는 조롱을 받았어요. 지난 2010년에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은 최악의 발명품 50선에 크록스를 포함했어요. 그 이유로는 “너무 못생겼다”고 설명했죠. 이랬던 크록스가 지비츠 인수, 친환경 행보, 콜라보로 변신을 거듭해 결국 MZ세대 사이의 핫템으로 떠올랐잖아요. 지난해 크록스가 인수한 이탈리아 브랜드 헤이듀드. 사진 헤이듀드. 크록스의 변신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지난해 연말엔 이탈리아 신발브랜드 헤이듀드(Hey Dude)를 25억 달러(약 2조9700억원)에 인수합니다. 헤이듀드는 크록스는 완전히 다른 상품군인 캐주얼화를 만들어요. 시장에서는 인수가가 너무 비싼 거 아니냐며 우려가 크기도 했지만, 한편에선 크록스가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서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와요. 크록스는 변신의 귀재잖아요? 헤이듀드가 자비츠처럼 크록스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지 같이 지켜봐요. 박이담 기자 park.id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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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때문에 못 봤던 500조 시장…'우영우'들 품는 포용의 패션 [비크닉]
안녕하세요. 좀 더 나은 삶, 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의 목소리를 쫓아갑니다. 'Voice Matters' 김민정 기자입니다. 요즘 어디에 가나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얘기입니다. 천재적인 두뇌,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지닌 신입 변호사 우영우의 성장기를 담은 16부작 드라마인데요. 매회 저도 드라마의 호흡을 따라가며 미처 깨닫지 못한 제 편견을 마주합니다. 압도적인 우영우의 재능에 번번이 좌절하다 '공정'이란 단어를 활용해 역차별론을 펼치는 '권모술수' 권민우, 왠지 모를 질투심이 깔려 있지만 회전문을 제대로 지나지 못하는 우영우를 기꺼이 돕는 '봄날의 햇살' 같은 최수연 등 실제 우리 주변에서 만날 법한 인물이 드라마에 잘 녹아 있습니다. 드라마에 대한 여러 평이 SNS에 올라오는데요. 그중 유독 눈길을 끄는 게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권모술수 권민우처럼 살면서 본인이 봄날의 햇살 최수연이 줄 안다"는 촌철살인의 의견이었어요. 뜨끔한 부분도 있지만, 무심한 듯 세심하게 우영우의 곁에서 따뜻한 도움을 건네는 최수연에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고 그를 꿈꾸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좀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긍정적 신호라 읽힙니다. [사진 픽사베이] 본성과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내적 다툼을 하며 편견을 깨부수고자 노력하는 '워너비(Wanna Be) 최수연'을 위해 비크닉 Voice Matters는 D&I(Diversity & Inclusion, 다양성과 포용성)에 관해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합니다. D&I는 신체적 특성, 인종, 나이, 성별 등과 관계없이 각기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품는 것을 말하는데요. 의도하건 하지 않았건 사회와 일상에서 배제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밑바탕이 돼야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우리가 매일 입고 생활하는 옷에 관해 얘기하려 합니다. ━ # 관심 밖의 500조 시장 옷은 우리 몸을 보호함과 동시에 때때로 나의 정체성과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마음먹고 때와 장소, 목적에 맞는 멋진 옷을 고를 선택지는 많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건 아니죠. 스스로 옷을 입고 벗기 어려운 지체 장애인이나 휠체어 사용자들에게는 내게 꼭 맞는 옷 한 벌을 손에 넣는 일이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의 수도 절대적으로 적어요. 장애가 있어도 몸이 불편해도 내가 관심 있는 브랜드에서 내 체형, 모습에 어울리는 옷을 마음껏 선택할 수 있는 건 정말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일까요? 다행히 타미 힐피거를 비롯해 글로벌 브랜드 몇몇은 이 같은 목소리에 화답했습니다. 지난 2016년 타미 힐피거는 비영리단체 런웨이오브 드림(Runway of Dream)과 함께 장애 아동을 위한 의류 라인 '타미어댑티브(Tommy Adaptive)'를 출시했는데요. 이후 꾸준히 관련 커뮤니티와 소통하며 매 시즌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핵심은 장애인, 비장애인 경계 없이 모두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어댑티브(Adaptive, 적응형) 패션을 추구한다는 점입니다. 타미 힐피거가 장애 아동을 위해 출시한 '타미 어댑티브' 라인. [사진 타미 힐피거 홈페이지 캡처]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어댑티브 패션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3340억 달러(434조원)로 집계됐다고 하는데요. 2026년에는 4000억 달러(500조원)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시장에서 국내 패션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포용의 패션이 미국 또는 영국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활성화돼 있지만 국내 패션 시장에서는 여전히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죠. 관심 밖의 500조 시장인 겁니다. ━ # '모든 몸'을 위한 패션 국내에서도 지난 2019년 '포용의 패션'을 여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장애인 전문 비즈니스 캐주얼을 내세운 브랜드 하티스트가 생겨난 건데요. 삼성물산 패션 부문에서 내놓은 이 브랜드는 따뜻한 마음(heart)을 지닌 아티스트(Artist)들이 모여 뜻깊은 일을 해낸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뜻깊은 일'이라는 건 장애가 있건 없건 모든 사람, 모든 몸을 위한 패션을 추구한다는 의미입니다. 멋스러운 디자인뿐 아니라 장시간 앉아있고, 상체를 주로 쓰는 휠체어 사용자들을 위한 기능적 요소까지 꼼꼼히 고려하기 위해 패션 전문가, 재활의학과 전문의, 장애인 먼저실천운동본부 등과 협업했습니다. 장애인을 앰배서더(홍보대사)로 선정해 홍보뿐 아니라 실제 제품 연구개발에도 의견을 보탤 기회를 주기도 했고요. '장애인과 함께 제품을 만드는 것이지 그냥 그들을 위해서만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다'라는 브랜드의 지향점을 실현한 것입니다. 소매 접합 부분에 신축성 있는 원단을 사용해 활동하기 편하게 만든 액션 밴드, 붙였다 뗐다 쉽게 할 수 있는 마그네틱 버튼, 유린백(소변백) 등 보조기구를 편하게 사용할 수 있게 한 벨크로(찍찍이) 여밈 바지 밑단 등은 모두가 함께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지퍼 부분에 고리 스트링(사진 왼쪽)을 만들고, 바지 밑단을 벨크로(찍찍이) 여밈으로 처리해 몸이 불편한 이들도 쉽게 옷을 입고 벗을 수 있다. [사진 삼성물산 하티스트] 하티스트는 이제 출시 4년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냉정히 말해 영업이익을 내는 구조는 아닙니다. 비이커 등 삼성물산 여타 브랜드에서 판매하는 의류와 동일한 고급 원자재를 사용해 생산하지만 제품가는 대폭 낮춰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죠. 현재 삼성물산 온라인몰(SSF)을 통해서만 판매하고 있는데, 구매자의 편의를 위해 배송도 모두 무료로 해줍니다. 숫자로만 보면 일찌감치 접었어야 할 사업이지만 하티스트는 그냥 뚜벅뚜벅 지금처럼 걸어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브랜드 론칭부터 상품기획을 담당해온 부정연 수석은 "고객 중 한 분이 하티스트 옷을 입고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얘기했다"며 "왜 이 브랜드를 끝까지 지속해야 하는지 그 답을 알려 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눈 뭉치를 같이 굴려요" 삼성물산 하티스트의 2022년 SS(봄여름) 라인. [사진 삼성물산] 하티스트는 계속해서 뜻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지금은 20~40대를 타깃으로 한 비즈니스 캐주얼을 선보이지만, 앞으로 아동복 라인까지 확장할 계획도 있다고 하네요. 올해는 뜻을 같이하는 이들과 적극적인 협업도 한답니다.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플랫폼 한 곳과 장애인·비장애인 상관없이 누구나 편하고 멋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슬랙스(정장 바지)' 라인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현재 하티스트 브랜드 매출의 40% 이상이 바지라고 하는데요. 협업하는 패션 플랫폼 역시 자체 브랜드를 내놓고 슬랙스 라인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하티스트와 협업 결과물이 어떤 따뜻한 바람을 일으킬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당장 오는 10월에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공기 주입 조끼(베스트)를 만드는 소셜벤처 '돌봄드림'과 협업 결과물을 내놓는데요. 대개 자폐 스펙트럼이 있는 아이들은 환경에 민감하거나 유난히 섬세한 감각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민감성은 때때로 과도한 자극으로 이어져 오감 중 하나 이상이 대처할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하게 자극되는 감각 과부하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 감각 과부하를 덜기 위해 담요 등으로 몸을 감싸거나 압박 조끼를 착용케 하는 등 깊은 압력을 주는데요. 적절한 압박으로 누군가 따뜻하게 안아주는 느낌을 전하는 것이지요. 심부 압박으로 착용자에게 안정감을 주는 돌봄드림의 공기 주입식 조끼 '허기(HUGgy)'가 이와 같은 겁니다. 이 조끼에 삼성물산의 감각적 디자인 등이 더해져 곧 세상에 나올 예정입니다. 하티스트 앰버서더(홍보대사)가 활동하기 편한 바지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삼성물산] 부 수석은 대화를 이어가는 중간중간 "눈 뭉치를 같이 굴리자"는 말을 자주 했는데요. 포용의 패션을 널리 알리고 필요로 하는 곳에 잘 닿게 하기 위해서는 여럿의 힘이 필요하다는 말이겠지요. 장애인의 적극성, 활동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헬스케어 등 여러 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스타트업들과 적극적인 협업을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습니다. ━ #포용의 힘 신체적 특성 등과 관계없이 각자의 존재 방식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포용은 단순히 착한 일, 자선활동이 아닙니다. 1808년 이탈리아 발명가 펠레그리노투리가 세계 최초의 타자기를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도 앞을 보지 못하는 그의 여자 친구를 위한 포용에서 시작됐죠. 있는 그대로 그를 품으며 시력을 잃어도 힘겹지 않게 글을 써 내려 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겁니다. 포용의 힘이 사회를 혁신하는 마중물이 됐다는 건 이렇듯 이미 오래전 증명이 된 셈이죠. 기회를 찾고 시장을 확대할 창의적인 무언가를 바라나요? 그렇다면 해답은 분명합니다. 포용의 힘을 느끼면 됩니다. Bicnic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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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비건미트' 어디까지? 닭다리·가슴살 육질차까지 재현한다 [비크닉]
━ [비크닉]브랜드 소개팅-유홍훈 농심 식재개발실장 안녕하세요. 브랜드 소개팅 전문 정세희 기자입니다. 요즘 비건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떠오르면서 대체육에 대한 관심도 커가고 있어요. 주 소비층인 비건 인구가 250만명으로 증가한 데다, 동물복지와 친환경 관심 갖는 사람들도 많아진 까닭이죠. 늘어난 수요에 식품기업이 대체육에 도전하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데요. 눈에 띄는 회사가 있어요. 바로 농심입니다. 농심은 신라면의 회사잖아요. 그런데 최근 대체육 식품을 선보이고 레스토랑까지 냈다고 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두근두근 소개팅 시작합니다. ━ 대체육 역사는 1000년 전에 시작됐다 대체육이란 대체 단백질 식품을 일컫는 말로, 고기를 대신할 수 있는 식품을 말해요. 대체육 역사는 생각보다 굉장히 오래됐어요. 인류 최초의 대체육은 바로 ‘두부’입니다. 전통적으로 동물성 식품이 귀했던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는 1000년 전부터 콩을 이용한 조직화 단백 식품인 두부를 즐겨 먹었다고 해요. 400년 이상 이어져 오는 인도네시아의 청국장인 템페, 밀고기라도 불리는 세이탄도 대체육의 원조 격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가장 오래된 대체육인 두부 [사진 중앙일보] 밀고기라도 불리는 세이탄 [사진 위키피디아] 서양에서는 19세기부터 채식주의를 신봉하는 일부 기독교 종파에서 소규모로 생산됐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973년 유가폭등으로 식량 위기가 발생하면서 본격적으로 대체육 연구가 활성화됐다고 해요.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콩고기(콩단백)’라는 이름으로 도시락 반찬에 등장하기 시작했죠. 비건 인구가 늘고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체육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7년 주요 식품 기업들이 대체육 시장에 진출한 이후 투자와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어요. 글로벌 시장 규모 순위를 보면 한국은 38위(1740만 달러)로 이제 태동기라고 볼 수 있죠. 참고로 1위는 미국(10억 달러), 2위는 영국 (6.1억 달러), 3위는 중국(2.8억 달러)이랍니다. ━ 닭의 다리, 가슴살 부위까지 따라 한다고? 유홍훈 농심그룹 식품연구소 식재개발실장 [사진 농심] 비크닉이 만난 사람은 유홍훈 농심그룹 식품연구소 식재개발실장입니다. 지난 2017년부터 현재까지 농심의 대체육 브랜드인 ‘베지가든’을 이끄는 분이죠. 요즘 대체육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느냐면요. 농심은 닭의 부드러운 다리살, 다소 퍽퍽한 가슴살 등 부위별 질감까지 나타낼 수 있대요. 소, 돼지, 닭 등 종류별 다른 맛과 향을 내는 건 당연하고요. “베지가든대체육은 실제 고기 질감을 90% 가까이 구현해내요. 저희는 고기가 음식의 부재료가 되는 음식이 아닌, 고기가 주인공인 스테이크나 너비아니 같은 메뉴에 자신이 있어요. 질감 자체로 승부한다는 거죠.” 이러한 자신감은 자체 개발한 기술에서 나왔어요. 바로 HMMA(High Moisture Meat Analogue, 고수분 대체육 제조기술) 공법입니다. “콩, 완두 등 식물성 단백을 혼합해서 수분과 함께 고온에서 밀어내면 좁은 구멍을 통과하며 조직이 발생해요. 포슬포슬한 백설기를 가래떡 기기에 넣으면 쫀득쫀득한 질감으로 바뀌는 것과 비슷해요. 이후 냉각을 하면 대체육에 결이 생기죠” 기술력이 왜 중요하냐면 국내 대부분 기업이 핵심 원료 기술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식물로부터 추출한 단백질을 조직화한 형태를 식물성 조직 단백(Texturized Vegetable Protein, 이하 TVP)이라고 하는데요. 아직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TVP를 가져오고 이를 배합하는 후공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 대체육 이름 떼고도 맛있어야 베지가든 스테이크 단면컷 [농심] 농심은 왜 질감에 집중할까요. 사실 처음 대체육을 개발하라는 미션을 받았을 때 유 실장은 ‘고기 좋아하는 사람이 과연 먹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대요. 그동안 대체육은 콩이나 두부 맛 나는 가짜 고기라는 인식이 강했잖아요. “그런데 미국 비욘드미트를 먹어보고 깜짝 놀랐어요. 꽤 고기 같은 거예요. 그런데 한국 고객은 더더욱 고기를 흉내 내는 정도로는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미국은 아무래도 고기를 워낙 많이 먹은 나라기 때문에 육류의 부작용에 대해 모두 인지하고 있어요. 그만큼 비건이 절실한 사람이 많죠. 하지만 한국은 다르잖아요. 동양은 예전부터 채식을 많이 하고 고기 먹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아직 고기에 대한 호감도 높죠. 결국은 정말 고기 맛이 나야 성공해요.” 농심의 주요 타깃은 비건인 뿐만 아니라 ‘일반인’으로 넓게 잡았대요. 엄격한 비건을 고수 하지 않더라도 건강한 식품과 동물 복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로요.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고 할 때 대체육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 라면이 그러했듯 대체육이 식량 위기 구할 것 충북의 한 농촌의 모습 [사진 중앙일보] 그래서 라면 회사 농심이 왜 대체육에 도전하는 거냐고요? 유 실장은 대뜸 농심의 역사를 꺼냈어요. “1965년도 농심이 설립된 시절은 우리나라가 먹고 살기 힘들었을 때예요. 라면은 배고프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쌀을 대체할 수 있는 ‘식량’이었어요. 그래서 지금도 국가에서 라면 가격을 컨트롤하는 거고요. 대체육도 마찬가지예요. 당장 30년만 지나면 세계 인구가 100억명에 가까워지고, 육류로는 식량을 충분히 공급할 수 없어요. 새로운 식량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기존 저희의 철학과 다르지 않아요.” 매출의 78%가 라면인 농심 입장에선 따끈따끈한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했을 겁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세계 대체육 시장 규모는 2015년 4조 2400억 원에서 올해 6조1900억 원으로 커졌고, 2023년엔 7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입니다. 대체육이 2030년 전 세계 육류 시장의 30%를, 2040년에는 60% 이상을 차지해 기존 육류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도 있고요. 농심 짜파게티 [사진 농심] 그래도 라면과 대체육은 안 어울린다고요? 사실 짜파게티에 들어가는 동글동글한 완자는 식물 성분을 사용한 대체육이에요. 실제 신동원 농심 회장은 직원들에게 “우리는 수십 년 전부터 이미 만들고 있었다”고 자신감을 북돋웠대요. 라면 회사였기 때문에 개발에 유리한 것도 있었다고 합니다. “대체육은 질감뿐만 아니라 맛도 중요한데요. 저희는 라면 수프에 국물 내는 기술이 있잖아요. 소고기가 없어도 고기 맛이 나고, 새우가 없어도 새우 맛이 나는 수프가 대표적이죠. 소, 돼지, 수산물, 참치 등 다양한 액상 기술을 대체육에 활용했어요” ━ 미생물 먹이까지…살벌한 비건 인증 베지가든은 글로벌 비건 인증기관인 영국 비건 협회에서 비건 인증을 받았는데요. 굳이 영국에서 받아야 하나 싶었는데, 우리나라는 현재 국가 공인 기관이 없는 상태래요. 식약처가 한국비건인증원을 인증 기관으로 승인한 적이 있긴 하지만 기한이 지난 2019년 5월까지로 끝난 상태고, 이후엔 민간 기관의 자율 인증으로 그 체계가 바뀌었어요. 암튼 1944년 설립된 영국 비건협회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비건 인증 기관이래요. 브랜드 하나를 인증하는 게 아니라 제품 원료부터 생산 전 과정을 까다롭게 살펴봐 인증받기가 정말 어렵다고 해요. “저희 대체육에 맛을 내는 소재가 하나 있거든요. 천연 단백질인 밀 단백을 효소를 써서 분해해서 만드는데요. 예전에 식품첨가물인 MSG를 대체하는 재료로 쓰였죠. 그런데 이게 딱 걸렸어요. 효소를 키울 때 쓰이는 미생물에게 주는 먹이에 유당(우유의 젖당 성분)이 들어간 게 발견된 거예요. 결국 효소 업체에 사정해 유당 대신 다른 식물성 당 성분으로 바꿨어요. 공기 중에 떠다니는 동물성 성분까지 잡아낼 생각으로 철저하게 관리를 해요.” ━ 한 끼 7만7000원 고급화 전략 대체육을 개발하며 쌓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 비건 레스토랑도 오픈했습니다. 농심은 지난 5월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비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Forest Kitchen)’을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차렸는데요. 저녁 10개, 점심 7개 요리가 있는데 이 중 3가지 요리에 대체육을 사용해요. 디너에 7만7000원, 런치에 5만5000원. 꽤 비싸죠? 농심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 메뉴 [사진 농심] 비건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라면 햄버거, 파스타 등을 제공하는 캐주얼 레스토랑이 더 친근했을 것 같은데 왜 고급 레스토랑을 지향했을까요. “사실 캐주얼 비건 다이닝은 꽤 많아요. 하지만 외국에서 국빈이 왔을 때 자랑스럽게 초대할만한 레스토랑을 만들어보자, 그런 소망을 담았어요. 비즈니스적으로도 접근성이 좋아요. 롯데 월드타워의 시그니처인 최고급 호텔 시그니엘도 있으니 이곳에 묵으면서 자연스럽게 고급 식사를 할 수도 있고요.” 최근 2040세대에서 파인 다이닝과 오마카세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현상도 눈여겨봤대요. 비용이 들더라도 색다른 경험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판단한 거죠. 그리고 프리미엄 다이닝을 맛보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소비까지 실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짰다고 합니다. 요즘 잘 나가냐고요? 지난달 방문객 1000명을 돌파했고, 주말엔 모든 예약이 꽉 찼다고 해요. ━ 떡갈비, 너비아니 전통 한식으로 K 비건 이끈다 농심은 B2C 시장뿐만 아니라 B2B 시장에도 공을 많이 들이고 있대요. 단체 급식이나 편의점 제품에 베지가든 재료를 공급하고 있어요. 대체육 업계에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죠. 궁극적으로 K 비건을 이끄는 리더가 되는 게 꿈이라고 해요. “저희 제품은 서양식 대체육보다는 탕수육, 너비아니, 떡갈비, 완자 같은 제품이 많거든요. 비건의 본토인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K 비건이 얼마나 맛있는지 보여주고 싶어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고기보다 맛있는 음식’으로 평가받고 싶대요. 본능적으로 고기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비건으로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고요. “요즘에는 모태 비건이 등장할 만큼 많이 대중화됐지만, 아직 채식이 어려운 사람들이 더 많아요. 하지만 맛있는 거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자연스럽게 비건 세계에 입문하게 하고 싶어요.” 비크닉2년만에 매출 50억→500억…"미쳤네" 말 나온 마뗑킴의 비밀 [비크닉]캠핑 용품계의 에르메스, 알고보니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 [비크닉][비크닉] 키워드로 읽는 2022 칸 국제광고제 결산 ━ 대체육의 미래 우리나라 대체육 시장이 이제 막 커지고 있는 만큼 넘어야 할 산도 많아요. 영양적으로 보면 단백질 함유량은 일반고기와 비슷하지만, 고기 맛을 흉내 내려고 하다 보니 포화지방과 나트륨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지적이 있어요. 문제는 현재 대체육을 인증하고 관리할 제도가 아직 없다는 거예요. 정부가 대체육을 유망산업으로 선정하고 올해까지 대체식품에 대한 표시 규격 기준, 안전 관리 절차를 마련한다고 하니 지켜봐야겠어요. 참, 기존 축산업계와 갈등도 풀어야 할 숙제예요. 축산업계에선 당장 대체육이라는 단어를 써선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거든요. 고기가 아닌 데 왜 고기 육자를 쓰냐는 건데요. 사실 이는 이미 해외에서 발생한 일이기도 해요. 미국에서 2019년 7월에 식물로 만든 인공 고기를 식육·고기 등으로 부르는 것을 막는 법안이 발의됐고, 미주리·미시시피·루이지애나주 등 3개 주에서 법이 통과됐어요. 유럽의회에서는 육류를 함유한 식품에 대해서만 ‘버거’ ‘스테이크’라는 명칭을 쓸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표결에 부쳐지기도 했죠. 대체육을 둘러싼 각종 논란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인류의 건강, 환경, 윤리 이슈로 인해 대체육 시장은 앞으로 점차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특히 푸드 테크가 발전하면서 맛, 식감, 영양, 가격 문제는 생각보다 빨리 해결될 것으로 보이고요. 그럼 먼 훗날 대체육이 고기를 대체할 날도 올까요? 적어도 대체육과 진짜 고기를 놓고 무엇이 더 맛있을까 고민하는 날은 곧 올 것 같습니다. ━ 나가며 식용곤충으로 만든 단백질 바[사진 중앙일보] 배양육으로 만든 닭고기[사진 잇저스트] 비건 식품의 필요성을 말할 때 빠짐 없이 나오는 게 환경 문제잖아요. 식단 하나 바꾼다고 정말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의심된다고요? 2016년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완전 채식주의 식습관이 세계적으로 확대되면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70% 가까이 줄어든다고 해요. 비만, 심장질환, 당뇨, 뇌졸중, 암으로부터 800만 명 이상의 목숨도 구하고요. 기후변화 걱정되고 건강도 챙기고 싶지만 완전 채식은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고기가 주는 행복(?)도 버리기 힘들고요. 수십 년 뒤엔 대체육이 더 맛있고 건강해져서 환경과 인류의 건강을 구해줄 식량이 돼줄지 궁금해져요. 참 이번 뉴스레터엔 소개 못 했지만 대체육 시장엔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대체육만 있는 게 아녜요. 살아있는 동물의 세포를 채취해 세포공학 기술로 배양해 만드는 식용 고기인 배양육도 있고요. 곤충 단백질도 있어요. 식용곤충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이용한 건데요. 암 환자를 위한 간식, 사료·펫푸드, 곤충 분말제품, 단백질 바·셰이크 제품, 곤충 쿠키 등이 있답니다. 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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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매출 50억→500억…"미쳤네" 말 나온 마뗑킴의 비밀 [비크닉]
━ 김다인 대표 "MZ세대 브랜드에서 중요한 것은 소통" 푹푹 찌는 날씨에 아침마다 옷차림이 고민입니다. 이런 날씨에 가장 손이 가는 게 프린트 반팔 티셔츠와 바람막이입니다. 가슴팍에 프린트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바람막이는 가방에 둘둘 말아 넣었다가 에어컨 바람이 강한 실내나 차 안에서, 또는 갑자기 비가 쏟아질 때 꺼내 입으면 이만큼 좋은 협업이 없죠. 그래서 여름이면 괜찮은 프린트 티셔츠와 바람막이를 찾는데, 올해 유독 눈에 띄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Martin Kim’입니다. 무신사부터 W컨셉, 29cm, 하고까지 온갖 패션 플랫폼의 여성복 순위 상위에 랭크된 티셔츠와 바람막이에 새겨져 있죠. 마틴 킴? 아뇨, 패션업계 관계자들이 ‘올해 가장 성공한 여성복 브랜드’로 꼽는 ‘마뗑킴’입니다. 요즘 '잘 나가는 여성복 브랜드'를 찾으면 꼭 나오는 이름이 바로 '마뗑킴'이다. [사진 마뗑킴] 마뗑킴은 92년생 김다인 대표가 설립한 패션 브랜드입니다. 온라인, 그중에서도 소셜미디어를 출발점으로 잡은 만큼 패션에 관심 있는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선 인기가 높은 ‘잘 나가는 브랜드’이지만, 아직 이름이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겁니다. 비크닉이 마뗑킴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들의 행보가 MZ세대 대상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 기억할만한 전략과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 2년 만에 50억→500억, 이렇게 잘 팔린다고? 마뗑킴의 히트작 중 하나인 바람막이. 브랜드명 마뗑킴은 'Martin'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강렬하고 활기찬 느낌이 좋아 선택했다. 이를 '마틴'이 아니고 '마뗑'으로 한 이유는 외국인이 읽는 발음 그대로를 한글로 적어 재미를 준 것이다. [사진 마뗑킴] “미쳤다.” 한 국내 패션업계 관계자가 마뗑킴의 성장세를 보고 한 말이에요. 그럴 만도 한 게 불과 5년 전만 해도 연 매출 10억 정도였던 쇼핑몰이었던 마뗑킴이 자신의 브랜드를 전개하기 시작하더니, 3년 만에 매출 50억원(2020년)을 달성합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어요. 2021년 마뗑킴의 연매출은 200억원을 찍었습니다. 1년 만에 4배의 성장을 이뤄냈죠. 올해는 어떨까요. 6월 말 이미 지난해 1년 매출액을 넘어섰고, 올해 말 500억원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에선 “큰 이슈가 없는 한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내더군요. 2년 만에 브랜드 규모가 10배나 커진 겁니다. 지금까지 마뗑킴의 유통 채널은 온라인이었습니다. 2021년 무신사를 시작으로 W컨셉, 하고, 29cm 등 국내 유명 패션 플랫폼엔 모두 입점했습니다. 올해는 온라인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오프라인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2일엔 서울 성수동에 플래그십 매장을 마련했고, 올해 하반기엔 주요 백화점 4곳의 오프라인 매장에도 도전한다고 합니다. 온라인에서 시작해 오프라인까지 성공을 거둔 스트리트 브랜드는 꽤 있었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이런 규모를 만들어낸 여성복 브랜드는 없었습니다. 대체 무엇이 마뗑킴을 이런 스타 브랜드로 만든 걸까요. ━ 친구처럼 '패션 토크'… 소통의 힘 마뗑킴의 모든 것을 기획하고 만드는 92년생 김다인 대표. 마뗑킴은 김 대표의 스타일이 그대로 담긴 패션 브랜드다. [사진 마뗑킴] 마뗑킴과 다른 여성복 브랜드의 다른 점을 꼽자면 단연 ‘소통’입니다. 자칭 ‘인스타그램 헤비유저’인 김 대표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11만7000명이에요. 이들과 친구처럼 언니처럼 소통하고, 리그램을 통해 서로의 게시물을 나눕니다. 이런 친근함은 오프라인에서도 그대로 연결되는데요, 어디서든 김 대표를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면 마치 오랜만에 만난 동네 친구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함께 사진을 찍어요. 자신의 옷이라도 입고 있으면 단숨에 알아보고 “마뗑 입었네요!”라며 손가락 하트를 날리고요. 이런 유쾌함과 열정을 맛본 사람들은 금세 마뗑킴에 ‘입덕’하게 됩니다.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저는 사람들에게 친구처럼 찾아갔어요. 워낙 사람을 좋아하기도 하고, 서로 취향이 같으면 소통하는 게 즐겁잖아요. 멋진 척, 무게 있는 척하지 않고 (소셜미디어에서) 더 쉽고 가깝게 사람들과 어울렸어요.” 김 대표가 방송인 김나영(왼쪽)과 함께 재미있는 포즈로 셀피를 찍고 있다. [사진 마뗑킴] 사실 패션 브랜드와 소비자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있어요. 디자이너, 패션 전문가가 일방적으로 ‘이것이 멋진 것’이라는 메시지와 제품을 보여주죠. 그런데 김 대표는 이런 벽을 깼어요. 패션을 소재로 같이 놉니다. 그의 인스타그램만 봐도 이를 알 수 있어요. 한껏 멋진 포즈를 잡은 사진도 있지만, 기괴한 포즈나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에 고무줄로 머리를 질끈 멘 모습도 그대로 보여줘요. 특히 그가 즐겨 사용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엔 ‘짤’이라 해도 믿을 정도로 재미있는 것들이 많아요. 누군가가 “언니 이 티셔츠 재고 있어요?”라고 질문을 올리면 그걸 캡처해서 “있습죠(하트)”라고 써서 같이 올려주고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퀘스천 박스(질문 툴)를 사용해 직접 팔로워와 소비자의 궁금증을 듣고 답해줍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의 속도감을 좋아해요. 다이나믹하고 신나거든요. 저와 함께 스토리에서 소통하는 친구들도 그런 속도감을 좋아하고요. 그렇게 함께 놀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직접 캐치하고 브랜드 방향성을 정해가는데, MZ세대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반영되고 브랜드가 달라지는 것에 매우 기뻐해요.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거죠.” ━ 디자이너? 아니, 시대에 반응하는 크리에이터 마뗑킴 김다인 대표. [사진 김다인 인스타그램 캡처] 김 대표는 패션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누구보다도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20대 중반의 나이에 남편인 아티스트 박문수씨와 함께 1년간 해외에 거주하던 시절, 포에버21에서 파는 빅사이즈 옷처럼 한국엔 없는 옷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연출해 입고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 사람들과 소통하기 시작했어요. 다른 인플루언서들처럼 그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공동구매도 하고, 자신의 아이템을 만들어 본 게 브랜드의 시작이 됐답니다. 처음엔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옷을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떼다가 파는 쇼핑몰을 운영하다가, 2018년부터는 아예 자신이 디자인한 제품을 만들면서 브랜드 마뗑킴이 태어났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패션 인플루언서 아미 송과 그의 브랜드 ‘더 스타일 오브 송’과 비슷한 행보죠. 김다인 대표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서 운영하는 퀘스천 박스. 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받은 의견을 브랜드 정책이나 상품 기획에 반영한다. [사진 김다인 인스타그램 캡처] 소셜미디어와 디지털을 통해 패션을 배운 김 대표는 트렌드에 그 누구보다 민감한 사람이 됐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뗑킴의 제품을 이야기할 때 꼭 나오는 말이 ‘지금 딱 입어야 할 아이템’이란 말이에요. 한마디로 압축하면 ‘트렌드’에 딱 맞는 제품을 만들어 낸다는 거죠. 김 대표 주변의 업계 관계자들은 “그는 본능적으로 트렌드가 뭔지 아는 것 같다”고 말해요. 지금 10~20대 소비자들이 입고 싶어하는 패션 트렌드를 콕콕 집어내고, 이를 한국인의 정서와 체형에 맞게 잘 만들어 낸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가슴이 보일 정도로 길이가 짧은 크롭 티셔츠가 유행이라면, 이를 가져와 가슴에 영어 로고를 새기고 길이와 통을 조정해 몸에 잘 맞게 변형해요. "제품을 만들 땐 디자이너의 관점보다는 나도 소비자라고 생각하고 만들어요. 한국 사람은 패션을 볼 때 실용성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가방이라고 하면 더 많은 수납공간이 있었으면 좋겠고, 크롭 티셔츠가 유행이더라도 더 오래 여기저기 편하게 입고 싶어해요. 이 모든 것은 친구들(고객과 팔로워)과 이야기하면서 알아가는 것들이에요." ━ 조력자 '하고'를 만나다 가방은 출시하자마자 품절되는 마뗑킴의 대표 인기 아이템이다. 기존 대비 생산 물량을 늘렸지만, 찾는 이 또한 빠르게 늘어 이 핑크색 버클 백 역시 지금 예약 주문하면 다음달 말에나 받을 수 있다. [사진 마뗑킴] 마뗑킴에 수백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브랜드로 성장한 데는 또 하나의 결정적 계기가 있었습니다. 바로 든든한 조력자를 만난 것이죠. 패션 브랜드가 성장할수록 갖춰야 할 것도 늘어납니다. 창의성으로 시작한 패션 브랜드의 경우 경영과 유통 관리가 특히 더 풀기 힘든 난제가 되고, 이를 해결해줄 전문가가 필요해집니다. 2021년 초 마뗑킴은 패션 플랫폼이자 패션 브랜드 전문 투자사 ‘하고 엘앤에프(이하 하고)’를 만나 이를 해결했습니다. 하고는 대명화학의 투자를 받아 최근 몇 년 사이 무서운 속도로 국내 디자이너 기반 패션 브랜드에 투자하고 있는 컴퍼니 빌더입니다. 컴퍼니 빌더는 패션 브랜드를 인수하기보다는, 브랜드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해요. 지분 투자 방식으로 들어가지만, 디자인이나 브랜드 방향성엔 개입을 최소화하고요.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벤처캐피탈의 액셀러레이터 역할과 같죠. 하고 외에도 오픈런 프로젝트, 코웰패션 등이 대표적인 국내 패션업계 컴퍼니 빌더들입니다. 오랜 시간 한 국내 패션 대기업에서 함께 일해온 대표와 직원들이 크루처럼 모여 있는 하고는 과거 패션 디자이너와 대기업의 M&A 히스토리를 기반으로 새로운 한국 패션 브랜드 성장기를 그려내고 있어요. 가능성이 있는 ‘이 시대의 브랜드’를 찾고, 이들을 키워냅니다. 그들의 포트폴리오에 이름을 올린 브랜드만 해도 지금까지 분더캄머·르917·제이청·리플레인·WMM 등 총 23개나 되는데, 첫 번째 빅 히트작이 바로 마뗑킴이 될 것 같군요. 하고의 구체적인 역할은 이렇습니다. 우선 브랜드가 운영될 수 있는 자금을 수혈하고, 작은 브랜드가 가질 수밖에 없는 경영과 생산, 유통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줍니다. 온라인 대비 규모가 큰 오프라인 패션 시장에서의 익힌 노하우를 기반으로 온라인 브랜드의 규모를 키워주는 겁니다. 생산 관리를 예로 들면, 기존 마뗑킴의 생산 시스템은 소량 주문 생산 방식이었습니다. 상품을 드랍 방식으로 내놓고 반응을 봐 팔릴 때마다 50개, 100개씩 공장에 전화해 주문하고 이를 그때그때 생산해 팔았어요. 얼마나 팔릴지 보장하기 힘든 작은 브랜드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이긴 하지만, 그만큼 생산 원가가 올라가고 팔아야 할 ‘때’를 놓친다는 단점이 있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아이템별 팔릴 수량을 예측해 한 번에 생산해내는 것인데, 이를 경험 많은 하고가 대신해준 겁니다. 또 유통망을 확장할 때도 하고는 든든한 멘토가 되어줬습니다. 온라인으로 시작한 브랜드의 경우,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싶어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려면 매장을 채울 만큼의 물건을 미리 만들어서 놔야 해 재고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죠. 만들어 놨는데 안 팔리면 그만큼을 브랜드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니 위험할 수밖에 없죠. 백화점이 이를 책임져주진 않으니까요. 이럴 때 ‘누가 얼마나 만들어야 할지 길을 알려주길’ 바라게 되는데, 이때도 하고의 도움을 받습니다. 먼저 백화점 팝업스토어로 ‘간’을 본 뒤, 반응을 봐서 오프라인 진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전략을 짰어요. 지난해 롯데백화점 본점과 현대백화점 판교 두 곳에서 팝업을 먼저 진행했는데, 결과는 대성공. 아침부터 이곳에 마뗑킴 팝업에 오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줄이 백화점 한 층을 둘러쌀 정도로 길게 늘어섰죠. 백화점 관계자들이 깜짝 놀란 것은 물론이고, 김 대표 역시 이때 “오프라인에 도전해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공간을 마련하다 지난 7월 초 서울 성수동에 마련한 마뗑킴과 더뮤지엄비지터의 공간 '하우스 바이'. [사진 마뗑킴] 마뗑킴은 7월 초 성수동에 자신의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옷과 마뗑킴의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대형 쇼룸으로, 남편인 박문수 디렉터의 브랜드 ‘더뮤지엄비지터’와 함께 사용해요. 오픈 날인 7월 2일엔 “쏟아붓는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양이 비가 내렸는데도 약 4000명이 이곳을 찾았죠. 도넛 브랜드 노티드는 오픈을 축하하며 무상으로 도넛을 보내 주기도 했고요. 올해 하반기엔 주요 백화점 4곳에 매장을 냅니다. 시기는 9~10월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온라인 세계에서 익힌 성공하는 법이 마뗑킴의 오프라인도 성공으로 이끌어줄지 궁금합니다. 온라인으로 시작한 브랜드 중 오프라인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여성복 브랜드는 아직 없거든요. 렉토·로우클래식·닐바이피·보카바카처럼 온라인과 해외 홀세일로 성공적인 브랜드는 꽤 있지만요. 응원하는 마음으로 마뗑킴의 행보를 지켜봐야겠습니다. 비크닉캠핑 용품계의 에르메스, 알고보니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 [비크닉]'개당 450만원' 英 여왕 즉위 70주년 한정판 만년필 두 점 한국에전 작품 1초만에 완판…왜 이리 핫할까, 샘바이펜 페이크 아트 [비크닉][비크닉] 키워드로 읽는 2022 칸 국제광고제 결산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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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크닉] 키워드로 읽는 2022 칸 국제광고제 결산
지난주(20~24일) 프랑스 남부도시 칸에서는 '광고계의 칸 영화제'라 일컫는 칸 라이언즈 국제광고제가 열렸습니다. 전 세계 광고회사와 브랜드 마케터뿐 아니라 아마존, 메타, 넷플릭스 등 IT 기업도 참여하는 미디어 축제죠. 칸 라이언즈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칸 라이언즈 멤버십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는데요. 현재까지 유료 구독자가 1만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저도 5일간 온라인으로 축제 여정을 쫓아 가봤습니다. 칸 바닷가를 거닐 순 없었지만, 디지털로 광고제 구석구석을 참관하며 보고 들은 내용을 네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봤습니다. # 전쟁에 맞서는 광고 크리에이터 우리의 관심은 이미 식었을지 모르지만, 올해 초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칸에 모인 크리에이티브디렉터들은 생사의 기로에 놓인 이들의 참혹한 현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하나가 됐습니다. 칸 라이언즈는 올해 러시아 참관단과 출품작을 받지 않았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는 모든 크리에이티브 전문가들은 작품 출품비를 포함해 전액 무료로 칸 라이언즈에 참석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생계가 어려운 우크라이나 광고업계 종사자들을 위해 인재 명부(talent directory)를 만들어 일자리 얻을 기회도 주고 있죠. 이 플랫폼에 프로필을 올리면 인재가 필요한 회사 혹은 개인과 직접 접촉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지지 의사를 밝힌 2022 칸 라이언즈 선언. 사진=칸 라이언즈 공식 홈페이지 캡처 광고제 첫날 열린 '폭탄 속 창작이란(Creativity Under Bombs)' 세션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는데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화상으로 참여해 전 세계 크리에이터에게 도움을 호소했습니다. 올해 칸 라이언즈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작품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합니다(Backup Ukraine)'입니다. 유네스코와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버추 월드와이드 뉴욕이 이끈 이 프로젝트는 어찌 보면 간단합니다. 우크라이나 내 문화유산의 앞, 뒤, 좌, 우 등을 휴대폰으로 찍어 특정 앱에 올리면 기존에 업로드된 사진과 조합해 실사에 근접한 3D 입체 영상을 만들어냅니다. 한 국가의 정체성을 뒤흔들고 말살하는 비문명적이고 폭력적이면서도 손쉬운 방식이 문화유산 파괴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전쟁의 고통 속에서 개인의 간절한 바람과 희망이 어떻게 한 나라의 문화와 정체성을 지켜내는 힘이 되는지를 진정성 있게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22 칸 라이언즈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Backup Ukraine' 영상 일부. 사진=유네스코 # 칸 국제 광고제에 등장한 넷플릭스 2년 전부터 칸 라이언즈에는 정통 광고기업 외 아마존, 메타, 넷플릭스 등 IT 기업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잘 만든 디지털 광고를 실어 널리 확산하는 데 적확한 플랫폼이기 때문이죠. IT 기업 역시 각자 나름대로 ‘광고 효율성 최적화’ 장점을 내세우며 광고주와 광고 기획자 등의 이목을 끄는데 바빴습니다. 디지털 광고 시장을 선점하는 게 자사의 영업이익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올해 칸 라이언즈의 핵심은 '넷플릭스'였습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23일(현지시간) 열렸던 '스트리밍 서비스의 미래'와 관련한 대담에서 건넨 발언 때문인데요. 원하는 콘텐트를 원하는 시간에 '광고 없이' 볼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우며 세를 확장한 넷플릭스가 이르면 올해 말부터 광고 영업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테드 서랜도스(오른쪽)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가 23일(현지시간) 열렸던 2022 칸 라이언즈 '스트리밍 서비스의 미래'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칸 라이언즈 디지털 영상 캡처 사실 이 계획은 지난 4월 넷플릭스의 1분기 사업실적 발표 때 처음 언급이 됐는데요. 넷플릭스의 1분기 유료가입자 수가 2011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는 등 매출 둔화세를 보이자 광고 지원 상품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죠. 광고제 동안서랜도스 대표는 팀을 꾸려 구글 뿐 아니라 미국 미디어 기업 컴캐스트,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 로쿠 등과 적극적으로 접촉하며 광고 사업 파트너십을 논의했다는 후문입니다. 사실 아마존, 디즈니 등 넷플릭스 경쟁사들은 이미 OTT(온라인동영상 서비스)에 광고를 넣고 있는데요. 광고가 붙는 대신 이전보다 더 싼 요금을 내게 하거나 아예 무료로 즐길 수 있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업계 1위가 후발주자들의 전략을 뒤따르는 셈입니다. 넷플릭스까지 OTT 광고 전쟁에 가세하면서 광고주와 광고기획자, 브랜드 마케터들의 고민도 깊어졌습니다. 타겟팅(목표 설정) 광고 역시 좀 더 세밀하게 시행할 수 있게 됐지만 동시에 넘어야 할 산도 많은데요. 현재 OTT 광고만을 위한 규제는 사실상 없어 광고 효과 측정은 물론 소위 좋은 광고, 나쁜 광고를 분류하는 잣대가 불분명합니다. 측정법에 따라 트래픽이 많은 것처럼 눈가림할 수도 있다는 거죠. 디지털 광고 시장의 대세가 된 OTT 업계가 어떻게 나아갈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합니다. #우유로 묻는 따뜻한 안부 인사 (feat. 한국 기업 수상 쾌거) 올해 칸 라이언즈는 세상을 옳은 방향으로, 따뜻한 방향으로 이끈 작품에 더 큰 갈채를 보냈습니다.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은 지난 2003년부터 독거노인의 안부를 묻는 후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요. 전날 배달한 우유가 그대로 남아있을 경우 혹여 있을지 모를 사고나 고독사를 대비해 관공서나 가족에게 긴급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우유 그 자체도 어르신의 고른 영양 섭취에 매우 필요한 식품이고요. 매일유업은 지난 2016년 이 사업에 합류한 뒤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공급해 오고 있습니다. 캠페인의 선한 취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매일유업은 디지털 광고회사 이노레드와 손잡고 '우유안부(Greeting Milk)' 광고를 기획했는데요. 이 광고는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 액티베이션 부문 은사자상에 이어 PR 부문 동사자상을 받는 등 2관왕을 달성했습니다. 사진=2022 칸 라이언즈 홈페이지 캡처 #미리 보는 소비자 트렌드 칸 라이언즈에는 해마다 트렌드를 예측하는 컨설팅회사 또는 마케팅 관련 업체들이 별도 세션을 마련해 키워드를 던지기도 합니다. 올해는 글로벌 트렌드 예측회사 WGSN이 내놓은 소비자 트렌드가 눈길을 끌었는데요. 그 중 'Awe(경외감)'이라는 단어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코로나를 지나오며 작은 것,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감각을 연구하는 사학자 마크 스미스는 코로나 이후 다수가 '감각혁명(Sensory Revolution)'을 겪었다고 얘기하는데요. 우리 마음은 여러 사람, 여러 사물과 직접 교류하며 오감(五感)을 제대로 사용할 때 점차 진화하고 성장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단절을 경험하며 이 오감으로 세상을 탐구하는 절대적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일상으로 조금 복귀하고 있는 요즘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만지며 느끼는 게 얼마나 값진 것인지 새삼 깨닫고 있지요. 같은 일출, 일몰을 보고 숲을 거닐어도 코로나 이전과 느끼는 감각은 다를 겁니다. 모든 게 귀하고 동시에 이 시간이 또 사라지지 않을까 두렵기도 합니다. 3년 전이라면 그냥 지나칠 일상에 'Awe(경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지요. 브랜드의 성장을 고민하는 이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광고와 마케팅을 고민하는 이들이라면 이 키워드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WGSN의 조언입니다. 오감으로 일상의 작은 순간을 호흡할 수 있게 커뮤니티(교류의 장)를 구축하고 소비자와 호흡하는 게 핵심이라는 말이지요. 사진=칸 라이언즈 #멋지고 아름다운 게 전부는 아니다 "그냥 멋지고 아름다운 광고를 만들고 싶진 않아요. 의미 있는 걸 만들고 싶죠. 우리가 옳다고 믿는 것, 그것이 널리 퍼져나갈 수 있도록 구심점을 만드는 겁니다. 그러려면 세상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살펴야죠. 그리고 그 일을 창작의 연료(fuel)로 삼아야죠" 칸 광고제에선 하루를 정리해주는 영상을 띄워줍니다. 현장에 참여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현장 인터뷰도 선별해서 넣어서요. 그 중 'Voice Matters'의 취지와 꼭 들어맞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아 비크닉 독자 여러분께 전해봅니다. Bicnic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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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서서 사는 박재범 '원소주'…이 남자의 '힙한 비법' 통했다 [비크닉]
안녕하세요. 브랜드 소개팅 전문 정세희 기자입니다. 요즘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한다는 소주가 있습니다. 뮤지션 박재범이 만든 ‘원소주’입니다. 꺅! 박재범을 만나고 왔냐고요? 아뇨. (아쉽지만 바쁘신 몸이라…) 원소주 탄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숨은 기획자, 김희준 원스피리츠 CCO(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를 만나봤습니다. 그런데 잠깐! 소개팅 시작하기 전에 원소주 리뷰를 들려드릴 분을 먼저 소개할게요. ━ 우리 소주가 달라졌어요 비크닉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쇼핑에 진심인 1n년차 마케터, 한재동입니다. 미리 고백하건대 술맛에 대한 리뷰는 없습니다. 아직도 원소주 오픈런 1분 컷의 벽을 넘지 못해 세계 최초로 제품을 마셔보지 못하고 글을 썼기 때문이에요. (여러분, 주류 중고 거래는 불법입니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소주를 고르고 있다. [연힙뉴스] ‘소주’와 ‘힙하다’는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었습니다. 그간 소주의 이미지는 ‘독하다’,‘녹색병’, ‘삼겹살과 어울리는 술’ 정도였지요. 제가 술을 처음 접했던 세기말 즈음 소주는 독주라는 인식에 점점 젊은 세대에게 외면받기 시작했습니다. 주류회사들이 선택한 돌파구는 허름한 삼겹살집 한구석에 붙어있는 포스터에 여자 연예인을 모델로 쓴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져 올 줄은 솔직히 몰랐습니다. 변화가 체감된 건 2019년 진로이즈백이 출시되면서예요. 우선 병이 달라졌습니다. MZ세대의 뉴트로 트렌드를 자극하는 디자인이었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대형소주잔 같은 굿즈는 품절 대란을 일으켰고, 패션잡화 등 다양한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이 이어졌습니다. 소주병의 재활용을 위한 업계의 녹색병 사용 협약을 깼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묻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정말 소주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박재범이 만든 전통 소주 ‘원소주’를 사기 위해 백화점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팝업스토어가 끝나고 온라인으로 판매를 시작한 지 한참 지난 지금도 1분 만에 품절이 되는 ‘1분 컷’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의 원소주 구매인증을 보면 그간 소주와는 친하지 않을 것 같은 MZ세대 인싸들이 대다수입니다. 원소주는 어떻게 MZ세대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브랜드가 되었을까요? ━ 원소주 오픈런, 증류식 소주의 시대 열렸나 지난 2월 더 현대 서울에서 원소주 팝업스토어 오픈 행사를 연 힙합 아티스트 겸 원스피리츠 대표 박재범. 현대백화점 제공 소주는 희석식 소주와 증류식 소주가 있어요. ‘서민물가 비상, 소주 n천원 시대’ 이런 식의 기사에 등장하는 녹색병이 바로 희석식 소주입니다. 우리의 소울푸드 삼겹살의 단짝이며, 편의점에서도 2000원 이하(360ml기준)에 구할 수 있는 대한민국 대표 주류입니다. 원소주는 전통 방식으로 제조한 증류식 소주예요. 증류식 소주에서 가장 대중적인 화요나 일품진로의 경우 350ml 용량에 편의점에서 1만원 중반대, 원소주는 같은 용량에 1만4900원인 프리미엄 주류입니다. 떠오르는 소비주체인 MZ세대의 술 소비 트렌드는 기성세대와 달라요. 기성세대가 ‘부어라 마셔라 or 마시고 죽자’였다면, MZ세대는 술의 맛과 스토리를 즐기는 쪽이랄까요. 원소주라는 브랜드를 경험해 보았다는 것을 공유하는 놀이가 된 것입니다. 일단 원소주로 부어라 마셔라 하려면 지갑이 탈탈 털립니다. 술값 자체가 최대 7배 비싸요. (물론 돈으로 플렉스 할 수도 있겠지만….) 원소주가 증류식 소주의 시대를 열었다는 반응도 있어요. 원소주 이전에도 힙스터들이 뉴욕에서 구해서 먹었다고 입소문이 돌았던 ‘토끼 소주’나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배우 고소영 등이 극찬했다는 ‘KHEE 소주’ 등이 스토리와 희소성 등으로 SNS 등에서 이슈가 되면서 증류주 바람을 예고했지요. ━ 온라인에서 살 수 있는 술은 뭐가 달라? 배달 앱에서 음식을 주문하거나 온라인 마트에서 장 볼 때 맥주나 소주 배달이 안 돼 불편했던 경험 있으시죠? 일반적으로 술은 온라인 판매가 금지돼 있어요. 미성년자는 아닌지, 신분 확인을 할 수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2017년부터 정부는 전통주를 보호·육성하기 위해 요건을 충족한 제품에 한해 온라인 판매를 허용했습니다. 주류 부문 무형문화재 보유자 혹은 대한민국 식품명인이 만들거나, 농업 경영체 및 생산자 단체가 직접 생산, 또는 주류제조장 소재지 관할 및 인접 시·군·구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하는 주류가 이에 해당합니다. 원소주는 양조장이 강원도 원주에 있고 100% 원주에서 생산된 쌀만 사용하기 때문에 전통주로 분류돼 온라인 판매 허들을 넘었어요. 앞서 말씀드린 토끼 소주는 원래는 미국 술이었어요. 한국 전통 소주의 매력에 빠진 미국인 브랜 힐이 술 빚는 법을 배워 2016년 뉴욕에서 생산한 증류식 소주입니다. 누룩을 수입하지 못해 뉴욕에서 직접 배양에 성공하면서 이슈가 됐죠. 2020년 충청북도 충주시에 양조장을 세웠고, 지역 전통술로 인정받아 온라인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 공병까지 당근하면 술이야, 굿즈야? ‘Soju(소주)’는 박재범의 첫 번째 미국 진출 싱글 제목입니다. 소주를 진탕 마셔보자는 가사로 도배가 되어 있을 정도로 소주에 대한 사랑이 가득하죠. 2019년부터 박재범은 소주 회사를 차릴 것이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하고 다녔습니다. 소주병의 디자인 패키지에도 하나하나 브랜드 스토리가 들어가 있습니다. 일단 ‘원’이라는 네이밍에는 하나(One)와 승리(Won)와 소망(Want)이라는 의미를 담았다고 합니다. 태극기 건곤감리에서 패키지 디자인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고요. 하나하나 인스타에 자랑하기 좋게 되어있습니다. 원소주가 당근마켓에서 거래되고 있는 모습 박재범 팬덤은 화력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예전에 박재범이 방송에 신고 나왔던 곰돌이 양말을 사기 위해 공장에 연락해 단종된 모델을 재생산하게 만든 일화는 팬덤 굿즈업계에서도 전설처럼 회자됩니다. 당장 당근마켓에 들어가서 원소주를 검색해보세요. 심심치 않게 공병을 거래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어떤가요. 원소주 인기는 단순한 스타 팬덤일까요? 원소주 기획자 김희준 CCO와 브랜드 소개팅을 하고 돌아온 정세희 기자에게 다시 바통을 넘깁니다. ━ 프로필 [원스피리츠 인스타그램] 생년월일: 2022년 2월 25일 워너비 : 술 좋아하고 광고도 잘 만드는 라이언 레이놀즈 가치관 : WANT하는 걸 WON하고 ONLY ONE이 되자 꿈: 대한민국 소주의 세계화 이상형: 오늘 하루 응원하고 내일의 파이팅을 외치고 싶은 모든 이들 ━ 첫인상 김희준 원소주 브랜드 매니저 [김희준 제공] 원소주 소개팅은 오후 1시에 진행됐어요. 점심을 일찍 먹고 오나 했는데 4년째 점심을 건너뛰었다고 해요. 아침도 아닌 점심을 굶은 이유는 일할 때 식곤증을 느끼기 싫어서! 대신 저녁 한 끼만은 맛있는 음식과 술을 곁들인답니다. 낮에 늘어지지 않으니 집중하기 좋고, 건강에도 좋다(?)고 주장했고요. 술과 여행을 좋아한다는 그는 원소주에서 덕업일치 삶을 실천하고 있었죠. ━ 초록색 소주는 가라, 힙한 소주가 왔다 김희준 CCO가 소주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스코틀랜드를 여행하면서였대요. 스코틀랜드가 위스키로 유명하잖아요. 동네 술이 전 세계인이 즐기는 술이 됐으니 자부심이 상당했겠죠. 그때 생각했대요. ‘왜 한국의 전통주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지 못할까.’ “해외여행 가서 ‘한국에도 좋은 술이 많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사람들이 모르더라고요. 초록색 병 술을 아는 사람도 있지만 브랜드는 몰랐어요. 희석식 소주 말고도 우리나라에 잘 만든 술이 많은데 안타까웠어요.” 이런 고민을 지인에게 털어놨는데 마침 박재범이 소주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며 연결해줬대요. 박재범은 2019년부터 꾸준히 소주 브랜드화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의 술에 대한 지식, 다양한 마케팅 경험과 박재범의 트렌디한 감각이 만나는 순간이었죠. ━ 소주에서 쌀향이 난다고? 사진 연합뉴스 “일제강점기 이후 희석식 소주가 들어오면서 그게 마치 우리나라 전통주처럼 돼버렸는데, 증류식 소주가 원조예요. 뚜껑을 열어서 한번 향을 맡아보세요. 그러면 ‘막걸리 향이 나요, 사케 같아요’ 이런 얘기들을 하시거든요. 쌀의 향을 느끼는 거예요.” 증류식 소주는 쌀, 보리, 고구마 등 재료를 발효시킨 다음 이를 증류시켜 만드는데요. 재료 본연의 맛을 잘 느낄 수 있어요. 보통 20도 이상으로 도수가 높아요. 반면 초록병 소주는 주정에 감미료를 넣고 물에 희석해 만들어요. 주정은 전분 성분이 있는 술의 재료인데요. 희석식 소주에는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자라는 카사바 식물 뿌리에서 추출한 식용 녹말 타피오카가 많이 쓰여요. “쌀이 귀했던 시절이 있었잖아요. 1960~70년대만 해도 쌀로 밥을 해 먹지도 못했는데 이걸로 술을 빚는다는 거 자체가 어려웠죠. 그래서 주정을 활용한 희석식 소주가 많이 나왔어요. 이후 폭탄주 문화가 형성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희석식 소주가 더욱 빠르게 대중화됐죠.” 생각 날 때 꺼내 한 두 잔씩 마시고 잠가 두는 위스키처럼, 기분 좋게 적당히 마시는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싶은 술이 원소주가 되었으면 좋겠대요. “부어라 마셔라 문화에선 빨리 취할 수 있는 소주가 가성비가 좋았죠. 그런데 코로나 이후 술 문화도 빠르게 변했어요. 좋아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과 딱 좋을 때까지 즐기고, 술의 재료나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술을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어요.” ━ 22도, 24도 도수에 담긴 전략 원소주 도수는 22도로 일반 소주보다 높아요. 22도가 독하게 느껴지는 건 요즘의 희석식 소주에 길든 탓이라고요. 원소주로 도수에 대한 고정관념도 깨고 싶었대요. “증류식 술은 도수가 높을수록 맛있어요. 하지만 16~17도짜리 술을 즐기던 분에게 너무 높을 수 있으니까, 일단 한 발짝 손을 내밀었어요. ‘증류주의 매력에 한 번 빠져 보세요’하고요. 다행히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요. 1차는 통과한 거죠.” 7월에 출시될 신제품은 24도로 2도 더 올렸어요. “한식은 맛이 강하기 때문에 22도가 음식을 뚫고 나오기에는 부족하거든요. ‘자 이제 2도 차이로 맛이 또 얼마나 달라지는지 경험해보세요’ 하고 한 번 더 손 내민 거예요.” ━ 전통을 내세우지 않는 라벨링 원소주 팝업 현장 포스터 [원스피리츠 제공] 원소주를 제작할 때 가장 오래 걸렸던 것은 라벨링이었어요. 끝까지 고심한 부분은 ‘소주 같지만 소주 같지 않고 전통주면서도 전통을 말하지 않는 것’. “우리나라 사람들은 양주 같다고 평가하지만, 외국인들이 봤을 때 라벨이 굉장히 전통적이라고 해요. 자세히 보면 태극기의 건곤감리도 들어가 있고 한국의 원 화폐 단위도 들어가 있어요. 소재 자체도 천으로 만들었어요. 한지를 떠올리게 해 더욱 전통적인 느낌이 나죠.” 홍보할 때 전통주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에요. “MZ세대들도 K팝, K뷰티 등 한류 문화로 우리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하지만 고유의 것을 대놓고 어필하면 젊은층과 멀어져요. 트렌드에 끌려서 먹어보니 전통주였네를 노린 거죠. 그래야만 ‘우리나라 전통주가 맛있네, 다른 전통주는 또 뭐가 있을까?’하며 자발적으로 움직일 거거든요.” ━ ‘원’불교와 목탁 에디션? 유쾌한 원소주 “브랜드는 사람들이 마음껏 가지고 놀 수 있어야 성공한다고 생각해요. 이미 사람들이 원소주의 ‘원’을 갖고 놀고 있어요. 댓글을 달아도 응‘원’해요, 원소주 ‘원’해요 라고요. 저희도 재밌는 기획을 많이 구상중이에요. 이런 얘기도 해요. ‘원’불교랑 콜라보 해서 목탁 에디션을 만들까? 멋있으면서 위트 있는 사람들이 저희 브랜드를 즐기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스타마케팅의 승리로는 끝내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도 보였어요. “박재범 대표님의 원 소주라는 건 영원하겠죠. 그런데 그 틀 안에 갇힐 생각은 없어요.” 원소주는 애초에 처음부터 수출을 목표로 만든 술이었대요. 이미 ‘원 밀리언(부자되는 술)’ 같은 원소주 칵테일 레시피도 만들었다는데요. 칵테일을 만들려면 베이스가 깔끔해야 하는데, 이미 글로벌화까지 생각해 준비한 거죠. “금탑산업훈장을 받는 게 목표예요. 올해 안에 해외에 진출할 예정이에요. 한국의 술 하면 원소주를 떠올리게 만들 거예요. 나중에 ‘원소주가 외화벌이하느라 고생했구나’ 칭찬하며 상을 줬으면 좋겠어요.” ━ 원소주 맛있게 먹는 법 차가운 냉장고 말고 상온에 둬야 쌀 본연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하고요. 추천 안주는 견과류와 해산물. 소주와 견과류라, 어색하다고요? 아직 우리가 희석식 소주에 익숙해서 그래요. 원소주의 인기에 가수 임창정도 증류식 소주를 판매한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증류식 소주 시장이 커지는 걸까요? 연예인의 사업 아이템으로 변질되는 건 아닐지 우려된다고요? 똑똑한 소비자들은 소주에 진심인 브랜드를 기가 막히게 찾을 거라고 봐요. 참, 원소주는 7월부터 GS 편의점에서도 만나볼 수 있대요. 이번 소개팅은 여기까지예요. 원소주 더 만나볼까요, 말까요? 혹시 만나고픈 브랜드가 있으면 알려주세요. 비크닉10만원 폰케이스, 왜 잘 팔리나…'명품 인싸템' 신경쓴 두 가지 [비크닉][비크닉] 게임보이와 함께였던 인생 최고의 순간"삼립 사장님도 못 구합니다" 포켓몬빵 마케터의 웃픈 고백 [비크닉][비크닉] 우크라 난민을 위해 이케아, 에어비엔비가 보여준 '브랜드의 힘' 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한재동 중앙일보 BP팀 마케터 han.jaed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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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크닉] 그린워싱, 무조건 때리는 게 지구에 득일까?
안녕하세요. 비크닉 'Voice Matters' 김민정 기자입니다. 3주 전 보내 드린 뉴스레터에선 기후변화 대재앙을 막기 위해 실천하는 브랜드를 만나봤습니다. 모범답안 같은 편지를 보내놓고도 지난 3주를 아쉬움 속에 보냈습니다. 비크닉 독자 여러분과 생각을 공유하고 얘기 나누고 싶은 '진짜 이야기'를 미처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 못다한 이야기를 지금 시작하려 합니다. 좀 더 나은 삶, 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의 목소리.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그린워싱입니다. ━ 마케터 절반이 두려움에 떠는 그것 지난해 영국공인마케팅협회에서 마케터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습니다. 이들 중 절반 가까이(49%)가 이것을 하는데 큰 두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는데요. 바로 지속가능한 성장, 좁혀 말해 환경 이슈와 관련된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 것입니다. 자칫하면 빚어질 수 있는 '그린워싱(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친환경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 논란이 두려웠다고 합니다. 이 중 40%는 자신이 지속가능한 성장, 친환경을 논할 자질이 부족하다고도 했습니다. 자신감 결여는 다 이유가 있지요. 자질 부족을 이야기한 사람의 76%는 자신이 브랜드의 지속가능 성장을 논하고 있지만, 정작 관련 전문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한국 사정도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소비자의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고, 각국 규제는 더 날카롭게 정비되고 있습니다. 자칫 커뮤니케이션 오류나 전문성 결여로 신뢰감을 저버리면 의도가 있건 없건 소비자는 실망할 겁니다. 그린워싱 뭇매를 맞은 브랜드는 그나마 친환경인 척하느라 들이던 노력마저 포기할 우려가 크죠. 스테판 로에르케 세계광고주연맹 회장은 "환경에 관한 기업들의 주장을 의심하는 회의주의가 판치고 있다. 브랜드 마케터들은 그린워싱 논란이 일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이런 교착상태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대안 모색에 가장 큰 장애물"이라 우려했습니다. ━ 그린 워싱, 무조건 때려야 할까 지난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만큼이나 그린워싱 논란도 뜨거웠습니다. 국제소비자보호집행기구네트워크(ICPEN)가 지난해 패션, 뷰티(화장품), 식음료 업체 500개 웹사이트를 무작위 조사한 결과, 40%가 소비자에게 혼란을 가져올 친환경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에코(eco)', '지속가능성' 등의 단어를 명확한 인과관계와 증거 없이 가져다 붙이거나, 설명을 눈에 띄지 않게 숨겨둬 정보 전달을 모호하게 하고, 인증되지 않은 친환경 로고를 부착해 소비자를 호도하는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의 자연주의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초 '종이병(Paper bottle)' 때문에 뭇매를 맞았죠. SNS의 어느 환경보호 실천 커뮤니티에 소비자가 올린 글과 사진 때문인데요. 화장품 용기에는 'HELLO, I'M PAPER BOTTLE(안녕, 나는 종이 용기야)'라고 적혀 있지만, 종이를 해체하니 플라스틱병이 나와 크게 실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브랜드를 믿고 선택한 이들에게 충분히 배신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사안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집니다.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 종이병(Paper bottle) 내부. 사진=페이스북 커뮤니티 캡처 해당 제품은 겉면에 종이 라벨을 씌우고, 안은 재활용률이 높은 무색 PE(Polyethylene)로 만들었다는 게 제품 포장 박스와 홈페이지에 쓰여 있습니다. '기존 제품 대비 51.8% 플라스틱을 절감해 생산됐다'는 문구도 있고요. 분리배출 방법도 설명돼 있습니다. 플라스틱을 획기적으로 줄이면서 패키지 강도를 보강하기 위해 종이를 쓴 건데요. '종이병'이라고 표현하는 바람에 종이만으로 용기를 만들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거죠. 해당 브랜드 측도 미숙한 소통을 빠르게 인정했습니다. 종이병 분리수거 과정이 명시된 이니스프리 포장지. 사진=중앙일보 이니스프리 측은 "화장품 용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논의하기 위해 매월 지속가능 협의체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플라스틱을 덜 쓰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미죠. 눈속임의 의도가 있는 그린워싱은 당연히 비윤리적 행위이고 질타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미흡한 실수, 의도치 않은 결과도 생길 수 있습니다. 실수를 바탕으로 더 발전된 행보를 약속하는 브랜드에는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그린워싱이 환경과 관련한 모든 이슈를 삼켜버리는 단어가 된다면, 브랜드는 긁어 부스럼 만드느니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손을 놓을지도 모릅니다. 환경에는 가장 암담한 시나리오죠. 우리의 목표는 기후 대재앙에 대한 실질적인 대응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생략하지 말고 전부 털어놓기 세계광고주연맹(WFA)은 지난달 브랜드가 어떻게 환경에 대한 신념, 주장을 소비자에게 신뢰감 있게 전할 수 있는지 6가지 원칙을 담은 가이드북을 처음으로 내놨는데요. 그중 세 번째 원칙이 유독 눈에 띄었습니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제품 성분(구성)에 관한 정보를 생략하지 말라. 시간과 공간이 부족하면 다른 방법으로 양질의 정보를 소비자한테 적절히 전달해야 한다." 불리한 정보는 숨기는 게 아니라 브랜드가 환경을 위해 고민해온 그대로를 고객과 솔직하게 소통하라는 의미 아닐까요.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비즈니스 컨설턴트 마크 W. 셰퍼는『인간적인 브랜드가 살아남는다』(원제: Marketing Rebellion)에서 오늘날 마케터에게 주어진 새로운 임무를 다음과 같이 언급했습니다. "고객들이 자신이 선택한 브랜드 또는 제품의 이야기를 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고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완벽한 친환경이 아니면 어떤가요. 환경을 생각한다는 방향은 지키면서 실수하고 수정하며 성장해가는 브랜드가 더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 겁니다. 비크닉이 다뤄주면 좋을 브랜드의 목소리, 제보를 기다립니다~. Yes, Voice Matters!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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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구하던 삶은? 29CM 첫 브랜드 캠페인 기획한 이 사람[비크닉]
패션 플랫폼 전성기 시대. 대부분 플랫폼이 더 저렴하게, 가능한 많은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애쓸 때 ‘감도(感度) 높은 편집숍’을 고집하는 곳이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안 쓰는 단어를 내세우는 이곳은 트렌드를 안다는 사람이라면 다 안다는 29CM다. 2011년 창립 이후 5년 평균 거래액이 70% 이상 늘며 꾸준히 성장하더니 2018년 기점으로 매출이 급속도로 뛰었다. 2020년엔 처음으로 연 손익분기점 넘어선 이후 올해는 1분기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했다. 이 기세를 이어 최근엔 창립 이래 최초로 ‘당신이(2) 구(9)하던 삶’이라는 브랜드 캠페인을 선보였다. 개성 가득한 5명의 스토리텔러가 “당신이 어떤 삶을 구하든 깊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응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담당자인 하태희 29CM 브랜드 마케팅팀 리더를 만났다. 하태희 29cm 브랜드 마케팅팀 리더 [29cm 제공] 캠페인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는지. 브랜드 인지도 조사를 한번 해봤는데요. 저희 브랜드가 '취향이 있는 사람들이 이용할 것 같은 플랫폼'을 물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최초 상기도는 되게 높았어요. 그런데 다른 브랜드와 함께 물으면 그 인지도가 떨어지는 거예요. 아는 사람은 되게 확실하게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는 거예요. 사실 저희가 한 번도 대외적으로 대중 매체에 ‘29CM가 이런 곳이다’라고 공식적으로 소개한 적이 없거든요. 더 많은 사람한테 우리답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29CM스러움이 무엇인지?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가이드(Guide to Better Choice)라는 브랜드 미션이 저희다움을 가장 잘 보여줘요. 여기서 더 나은 선택은 하나가 아녜요. 나다운 삶을 의미해요. 사람들이 자신의 취향과 철학에 따라 살 수 있도록 돕겠다는 건데요. 그래서 단순히 취향에 맞춘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환경을 위한 라이프스타일, 여행과 음악을 즐기는 생활 등 다양한 선택을 발굴하고 제안하죠. 이를 브랜드 캠페인에 어떻게 녹였는지? 지금 MZ세대(2535세)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자기다움’을 찾는 데에 적극적인 사람들이에요. 이들에게 소비란 나다움의 증거가 되는 물건을 사는 것, 그 힌트가 되는 책을 사는 것이죠. 그리고 나다움을 찾는 건 굉장히 어렵고 긴 여정이에요. 계속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니까요. 저희가 그 여정에서 쿨하고 믿음직스러운 가이드가 돼주겠다는 것을 보여 드리려고 했어요. 그게 29CM가 계속해 온 것이기도 하고요. 당신2 9하던 삶 브랜드 캠페인 [29cm제공] '당신2 9하던 삶' 캠페인에는 싱어송라이터 죠지, 포토그래퍼 하시시박, 페인터 연경, 올라운드 아티스트 문선, 노스트레스버거 디렉터 동진 등 페르소나 5인이 스토리텔러로 등장한다. 모델은 어떻게 선정했나.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을 되게 많이 했어요. 유명 모델을 쓰는 데 대한 거부감이 들까 봐 최대한 진정성 있는 분을 찾으려고 했어요. 그러면서도 저희 고객들의 취향을 어느 정도는 대변해줄 수 있는 분을 선정했어요. 29cm의 당신2 9하던 삶 브랜드 캠페인 [29cm 제공] 유명 모델에 대한 거부감? 얼마 전에 팀에서 회의할 때 우스갯소리로 29CM 사람들은 왠지 택시를 탈 때 타다를 탈 것 같고, 휴대폰은 애플을 쓸 것 같다는 얘기를 하면서 웃었어요. 대체로 저희 고객들이 확실한 취향을 갖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아요. 저희가 정의한 고객 페르소나를 보면 브랜드 이야기에 관심이 많거나 세련되거나,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하거나, 트렌디하고 새로운 시도에 열려 있는,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질 좋은 소비를 원하는, 환경을 생각하는, 책 영화 전시 등의 문화생활 좋아하는, 주류와 비주류의 어디엔가 속하는 등이 있어요. 한국 사회에서는 트렌드를 따르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나? 같은 직장인이라고 해도 멀리서 봤을 때 비슷해 보이지 모두 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생김새도 말투도 좋아하는 것도 먹는 취향도 다르죠. 쉽게 예를 들어볼게요. 저는 저답지 않은 옷을 입으면 너무 싫어요. 핑크 색깔 티셔츠를 입어야 한다, 행사장에서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면 개성을 가리는 것 같아서 싫어요. 누구나 나답지 않았을 때 거부감이 생길 거예요. 그게 하나의 취향이에요. 이런 거 없는 사람은 없을 걸요. 29CM 는 감성적인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데. 이런 방식을 추구하는 이유는? 마스다 무네아키가 쓴 『지적 자본론』이라는 책을 읽으며 편집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한 적이 있어요. 예전에는 물건 자체가 귀했으니까 뭐만 내놓으면 그냥 팔리는 시대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좋은 물건은 넘치죠. 게다가 이를 파는 유통까지 잘되니 생산과 유통을 뛰어넘어서 이를 편집해주는 게 경쟁력이죠.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세련된 방식으로 제안하는 거요.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텔링은 가장 좋은 방식이 아닐까 해요. 결국은 가격을 비교하고 다른 곳에서 구매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은데 가격만이 중요한 고객은 다른 플랫폼을 이용할 수 있죠. 저희는 단순히 할인, 가격만 이야기하지 않아요. 브랜드가 왜 당신의 삶에 필요하고 어울릴지, 상상력을 자극하며 기분 좋은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해요. 이 역시 사람들이 브랜드를 인지하고 콘텐트를 즐기고 상품 구매로 이어질 수 있는 선순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봐요. 브랜드마케팅팀에선 이 플랫폼을 어떻게 하면 매력적인 브랜드로 느끼게 하고, 결국 이곳에서 사게끔 하는지에 집중하려고 해요. 스토리텔링 기반의 마케팅이 실제 매출로도 이어졌는지? 네. 그럼요. 최근 들어 사람들이 물건을 살 때 나답다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어요. 그럴수록 이 욕구를 채워주는 저희 플랫폼을 찾아주는 것 같아요. 마케터로서 고민은? 어떻게 하면 팀원들의 커리어 성장을 도울 것인가 생각을 많이 해요. 저는 뭐든 다 시도해보는 걸 좋아해 팀 분위기를 스스로 아젠다를 편하게 얘기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써요. 답은 절대 없기 때문에 이건 안 된다는 식의 사고는 지양하려고 하고요. 비크닉탄소배출량 8% 차지하는 패션 산업, 친환경이 될 수 있을까게임보이와 함께였던 인생 최고의 순간꼬북칩 성공 이끈 비밀은 ‘100대 0’의 법칙"삼립 사장님도 못 구합니다" 포켓몬빵 마케터의 웃픈 고백 [비크닉]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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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크닉] 탄소배출량 8% 차지하는 패션 산업, 친환경이 될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비크닉 'Voice Matters(목소리는 중요하다)' 김민정 기자입니다. 더 따뜻하고 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의 목소리,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환경과 패션입니다. # 11년 시간은 흐른다 남은 시간은 11년,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 없는 기후 재앙을 맞는다. 지난 2019년 3월 UN(유럽연합) 고위급 총회에서 나온 섬뜩한 경고입니다. 마치 시한폭탄을 건네받은 기분이었습니다. 조금씩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지만, 당장 내 삶에 치명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자주 후 순위로 미뤄뒀던 문제입니다.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그날 이후 환경을 위해 작지만 꾸준히 실천하는 1인이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당장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건 적게 사고 다시 쓰는 것입니다. 실천 의지를 가장 손쉽게 실행시킬 수 있는 곳, 옷장으로 곧장 향했습니다. # 옷장, 환경을 위한 행동 시작점으로 삼은 이유 이산화탄소 전체 배출량의 8%, 연간 사용하는 물의 양만 1조 5000억 리터, 연간 잘려나가는 나무 1만 5000그루,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지나치게 과소 평가되는 산업. 바로 패션입니다. 어마어마하게 사용되는 자원 못지않게 의류를 염색, 가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화학물질도 치명적 위험이 될 수 있죠. 원료-디자인-제조-소비-폐기 등 일련의 과정만 일직선으로 놓고 볼 때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을 안길 수 있는 산업입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순환적 사고 방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폐기를 최소화하는 대신 제품을 다시 쓰고, 새로 쓸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애초 제품 생산 첫 단계부터 쓰레기와 오염원을 제거해 설계, 디자인하는 등 전 과정에서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게 된 것입니다. # '올바른 순환'을 실천하는 브랜드 올바른 순환, 지속가능성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패션 브랜드가 '파타고니아'입니다. 197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친환경 글로벌 아웃도어 스포츠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지난 2013년 한국에 직 진출했습니다. 당시 공고한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시장 점유율을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죠. 만년 적자였습니다. 그로부터 6년 뒤 드디어 첫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죠. 환경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인식 확산, '착한 기업'에 대한 관심이 매출 신장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시류에 편승한 결과물이 아닌 그저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갔기 때문에 얻은 선물이라고 파타고니아 측은 얘기합니다. 파타고니아 로고. 사진=파타고니아 코리아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구하기 위해 사업을 합니다(We're in Business to save our home planet) 이는 곧 파타고니아의 소명이기도 합니다. 적자가 나더라도 매년 매출액의 1%는 풀뿌리 환경 단체에 기부하는 '지구를 위한 1%(1% For the Planet)', '새 옷 보다 나은 헌 옷(Better that New)'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지난 40년 동안 이어온 원웨어(Worn Wear) 캠페인 등이 대표적 예입니다. 특히 낡은 옷을 수선해 주는 '원웨어'는 우리네 할머니, 선조들이 삶 속에 자연스레 녹여온 고쳐 입기 문화와도 맞닿아 있는데요. 무분별한 소비를 지양하고 오래 입은 옷의 멋스러움을 알리며, 환경 보호를 위해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활동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죠. 파타고니아가 전개하고 있는 '원웨어' 캠페인. 사진=파타고니아 코리아 남성 정장 재킷을 해체해서 만든 브랜드 래코드의 여성 상의. 사진=코오롱FnC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유엔총회에서 BTS(방탄소년단)가 입은 친환경 의상이 주목받았는데요. 코오롱 FnC의 래코드(RE;Code)가 폐기될 자사 의류를 해체, 재조합해 새롭게 탄생시킨 업사이클링 의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3년 동안 판매가 안 된 제품은 수명을 다한 거라 생각하고 폐기하는 게 패션업계 관행이었습니다. 20여개가 넘는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코오롱 FnC로서는 재고 처리가 큰 숙제였죠. 단순 재활용이 아닌 디자인적 요소를 더해 새 숨결을 불어넣기로 마음먹었습니다. 10년 전, 래코드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올바른 순환을 사람들이 일상에서 잘 실천할 수 있도록 갖가지 대중화 노력을 해왔다는데요. 자신이 가진 옷 중에 의미 있는 옷, 그러나 지금 다시 입기는 애매모호한 것을 가지고 가면 최대 50만원 이내 가격으로 디자이너가 관여해 멋스러운 옷으로 재탄생 시키는 리콜렉션(re-collection), 일일 업사이클링 공방 리테이블(re:table) 등이 대표적 예입니다. 코오롱 FnC 래코드가 운영하고 있는 업사이클링 공방 '리테이블'. 사진=리테이블 인스타그램 캡처 # 똑똑한 외면, 행동하는 소비자 이들 브랜드 외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 올바른 순환을 실천하는 브랜드는 많습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용어가 유행처럼 소비되는 때 환경을 고민하지 않는 기업을 찾기가 외려 더 힘든 때이기도 하죠. 하지만 진정한 노력 없이 이 같은 수요에 그저 무임승차하려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깐깐하게 따지고 보면 친환경이라 할 수 없지만, 그럴싸하게 무늬만 포장해 소비자를 현혹하는 '그린 워싱' 논란이 심심찮게 일고 있기도 합니다. 영국은 올해부터 기업의 '그린 워싱'을 강력히 단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요. 규제 당국인 경쟁시장청(CMA)이 첫 조사 대상으로 삼은 건 패션 부문입니다. CMA가 단속 원칙으로 삼은 6가지 '그린 클레임스 코드(Green Claims Code)'는 '친환경 의류'라는 말의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특정 브랜드의 어떤 제품보다 몇 % 많은 재활용 섬유를 사용했다, 혹은 이 제품은 어떤 친환경 소재가 몇 % 함유돼 있다 등 자세한 설명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만약 설명이 충실하지 못하거나 기업의 허위 주장이 적발되면 해당 기업은 소송까지 당할 수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규제 당국이 이 정도의 깐깐한 잣대를 드리우고 있지는 않은데요. 규제 정비, 강화 속도가 더디다면 소비자의 분별력이 보다 까다로워져야겠죠. 우선 ECOTEC(친환경 섬유제품 인증), 저탄소 인증, GRS(국제 재활용 재료 함량 인증), GOTS(국제 유기농 섬유 인증), bluesign(스위스 친환경 섬유 인증) 등 대표적 친환경 인증을 분별해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눈속임하는 브랜드를 향한 똑똑하고 냉정한 외면도 필요하고요. ‘물건 하나 사는 게 이리 복잡하고 힘들까’ 문득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소 번거롭지만 '똑똑한 외면'을 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기후변화 대재앙까지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10여 년 남짓. 그 귀한 시간은 지금도 흘러가고 있습니다. 대표적 친환경 인증마크 비크닉이 다뤄주면 좋을 브랜드의 목소리, 제보도 환영합니다~. Yes, Voice Matters! 비크닉(Bicnic)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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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크닉] 꼬북칩 성공 이끈 비밀은 ‘100대 0’의 법칙
오리온 꼬북칩 ‘스윗바닐라’를 만든 김무건 글로벌 연구소 선임연구원(왼쪽), 김성률 선임연구원(오른쪽) 오리온의 대표 제품은 누가 뭐래도 초코파이였다. 1974년 출시 이후 60개국에서 사랑을 받았고, 지난해엔 처음으로 전 세계 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으니 명실상부 효자 상품이다. 그런데 이제 5년 차 막내 꼬북칩의 성장세가 무섭다. 국내 매출은 꼬북칩(610억원)이 초코파이(700억원)를 넘보고 있다. 국내 누적 매출도 2000억원을 돌파했다. 꼬북칩의 성공에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새로운 과자가 성공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맛·제형 등이 나올 만큼 나온 보수적인 제과업계에서 히트작은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다. 실제 2000년대 이후 품절 대란을 일으킨 건 꼬북칩과 허니버터칩(해태제과) 정도다. 지난달 16일 서울 용산구 오리온 본사에서 꼬북칩 일곱 번째 시리즈 ‘스윗바닐라’를 만든 김무건 글로벌 연구소 선임연구원(맛 구현 담당), 김성률 선임연구원(스낵 담당)을 만났다. ━ 바닐라 아이스크림, 새로운 맛의 탄생 오리온 꼬북칩 스윗바닐라맛 제품 이미지 [오리온 제공] 스윗바닐라는 과자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아이스크림 느낌을 구현했다. 실제 소비자들 사이에선 ‘꼬북칩을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찍어 먹는 느낌’이라는 평가가 많다. 한 입만 먹어도 풍부한 디저트 느낌을 낼 수 있게 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아이디어를 낸 김무건 연구원은 “단순히 바닐라향 과자가 아니라 아이스크림의 느낌을 내기 위해서는 입에서 사르르 녹는 식감이 중요했다”면서 “그런데 해당 원료인 유지(기름) 특성상 쉽게 녹고 손에 잘 묻어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술적 난제는 순간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얼리는 급속 냉각기술로 풀었다. 스낵을 담당한 김성률 연구원은 “몇주간 공장에서 밤을 새우며 하나로 달라붙은 과자를 떼 보고 하고 통째로 버리기도 하며 최적의 방법을 찾아냈다”면서 “풍부한 식감을 내기 위해 스낵 높이도 올려 한 입만 먹어도 충족되게끔 했다”고 설명했다. ━ 숨은 조력자, 다름 아닌 오리온 사장 개발하며 힘들 때 의지할 든든한 조력자도 있었다. 그들이 입 모아 지목한 인물은 바로 오리온 한국법인 대표 이승준 사장이었다. 이 사장은 글로벌연구소장 시절 꼬북칩 개발을 이끈 탄생 주역이기도 하다. “대표님이 강조하는 ‘100대 0’ 법칙이 있어요. 제품 출시 전 내부에서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데 부정적인 의견이 하나도 나오지 않을 때까지 개발을 거듭하는 겁니다. 심지어 제품이 나오고 나서도 소비자 피드백을 보고 사장님이 직접 수정 지시를 하기도 해요. 그런데 이 피드백이 굉장히 정확해요.”(김무건) 너무 까다로운 상사와 일하는 건 힘들지 않을까. 김성률 연구원은 “원료에 대해서 자세히 알 정도로 전문가라 실무자로서 무언가를 설득하거나 설명할 때 훨씬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 맛·식감·감성 모두 잡아야 꼬북칩은 지난 2017년 오리온의 ‘식감 이노베이션’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식감으로 다채로움을 주자는 것이다. 기존에 있던 포카칩(1겹), 오감자(두겹)에 이어 이제는 다겹의 과자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한다. 향후 과자 업계의 트렌드로 이들은 ‘감성’에 주목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맛과 식감뿐만 아니라 고유의 분위기와 느낌마저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김무건 연구원은 “꼬북칩 바닐라 맛은 스윗 바닐라랑 느낌이 다르다. 요즘엔 입소문이 SNS로 나기 때문에 이미지적인 요소도 무시할 수 없어 제품 이름, 포장 디자인도 감수성을 충족시키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먹거리 트렌드를 읽기 위해 이제 분식, 주류, 빵류까지 공부해요. 고추칩도 SNS에서 고추 튀김이 인기인 걸 보고 생각했거든요. 앞으로도 맛과 감성 모두 잡는 혁신 선보일게요.” 관련기사"삼립 사장님도 못 구합니다" 포켓몬빵 마케터의 웃픈 고백 [비크닉][비크닉] 우크라 난민을 위해 이케아, 에어비엔비가 보여준 '브랜드의 힘'[비크닉] 오버핏 패션 브랜드, 불황에도 성장한 이유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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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립 사장님도 못 구합니다" 포켓몬빵 마케터의 웃픈 고백 [비크닉]
“죄송해요. 이 말씀밖에 드릴 수가 없어요.” 재출시 43일 만에 1000만개가 팔리는 신기록을 세운 포켓몬빵. 1998년 첫 판매 이후 24년만의 포켓몬빵 재출시를 기획한 주인공 SPC삼립 베이커리 마케팅실 윤민석 (35) 과장이 밝힌 소감이다. 그는 지난 5일 화상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추운 새벽에 노숙하고 중고거래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드는 심정은 솔직히 죄송스럽다. 마음 같아서는 보온병 갖고 가 커피라도 타 드리고 싶다”면서 “수요가 너무 많다 보니 24시간 공장을 풀 가동하고 있지만 어려움이 있다.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 우울한 코로나 시대 1500원 빵 하나로 추억여행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포켓몬빵'. [연합뉴스] 그가 포켓몬빵을 재소환하기로 한 건 일차적으로 소비자들의 간절한 요구 때문이었다. 포켓몬빵이 단종된 이후 회사 홈페이지나 고객센터, SNS 등에 고객 문의가 끊이질 않았다. 윤 과장은 “단순히 빵을 재출시해달라는 요청이 아니라 돌아온 고오스 케이크, 로켓단 초코롤 등 구체적이고 다양한 목소리가 있었다. 고객의 진심을 생생하게 느끼면서 출시를 결심했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었다. 구체적인 기획안을 떠올리게 된 건 코로나 영향이 컸다. “레트로 열풍은 늘 있었지만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과거를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어요. 당시엔 행복한 줄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너무 그리운 거죠. 여행조차 못 하는 시기에 1500원짜리 빵 하나로 과거로의 추억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싶었죠.” 포켓몬빵에 들어있던 띠부띠부씰(떼었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 모으기를 즐겼던 1980~90년대생가 메인 타깃. ‘과거로의 추억 소환’이라는 컨셉트로 재출시를 본격적으로 기획했다. 최대한 당시의 빵 맛을 비슷하게 내고 띠부띠부씰도 1세대 포켓몬 캐릭터를 살리겠다는 생각이었다. 내부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에선 지금 초등학생들을 타깃으로 삼고, 최근에 나온 포켓몬 캐릭터를 스티커에 담는 게 어떠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 과장은 “옛날 제품명까지 달달 외우고 있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단순히 포켓몬빵 재출시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그들이 옛 추억을 최대한 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속해서 설득했다”고 말했다. ━ “중학교 때 공기까지 생각난다” 소비자 반응 폭발 한 편의점 앞에 붙은 안내문.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지난달 재출시 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SPC삼립의 '포켓몬빵'에 수요가 적은 상품을 묶어 판매하는 '끼워팔기'가 등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예상은 적중했다. 출시 즉시 편의점에서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최근엔 중고시장에서 띠부띠부씰이 수십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워낙 구하기가 어려워 ‘회사가 빵 공급량을 조절한다, 인기 스티커는 일부러 조금만 공급한다’는 등 각종 루머까지 나온다. “제가 할 수만 있다면 마이크를 들고 세상에 외치고 싶어요. 빵 구하기 힘든 건 저도, 회사 대표님도 마찬가지랍니다.” 윤 과장은 최근 열풍에 대해 “한 소비자분이 ‘포켓몬빵을 베어 물면 어렸을 적 중학교 공기까지 생각난다’는 말을 해줬는데 기획의도를 알아주는 것 같아 마음이 뭉클했다”면서 “사람들이 포켓몬빵에 담긴 저마다의 추억을 사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87년생인 그에게도 포켓몬빵과 함께한 아련한 기억이 있다. “사실 그때는 스티커 모으는 재미를 못 느꼈어요. 당시 빵은 저에게 배 채우는 주식이었거든요. 중학교 때부터 자취했는데 포켓몬빵 로켓단 초코롤을 좋아해서 항상 밥처럼 먹었어요. 이번에 재출시돼 저 역시 너무 반가웠어요.” 그는 포켓몬빵이 모든 세대를 어우를 수 있는 하나의 콘텐트가 되기를 희망한다. “요즘 모든 콘텐트가 너무나 세분돼 있어 세대가 함께 공감할만한 이야기가 많지 않아요. 포켓몬빵을 통해 학창시절 스티커를 모았던 2030, 당시 부모였던 5060, 지금의 초등학생까지 전 연령대가 함께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비크닉 연재물[비크닉] 우크라 난민을 위해 이케아, 에어비엔비가 보여준 '브랜드의 힘'[비크닉] 22만원이 1300만원에 팔리는 한정판 신발의 마법[비크닉] 로마의 석양까지 닮겠다...불가리의 못 말리는 로마 사랑[비크닉]기업가치 3조 당근마켓의 꿈은 동네 사랑방?[비크닉]"씻을 권리를 주자" 노숙인에게 연민보다 필요한 것은? 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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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크닉] 우크라 난민을 위해 이케아, 에어비엔비가 보여준 '브랜드의 힘'
#Voice matters! (목소리는 중요하다!) 안녕하세요. 비크닉 'Voice Matters' 김민정 기자입니다.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브랜드들의 목소리,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전쟁과 난민입니다. #승자 없는 전쟁, 우크라이나의 비극 1000만명.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을 피해 피란을 떠난 사람 수입니다. 지난달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달을 넘어섰습니다. 유엔 난민기구(UNHCR)와 유엔 산하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집계된 국외 난민은 약 349만 명, 우크라이나 국내 난민은 약 648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 가운데 13.5%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무력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당시에도 피해를 당한 사람이라고 하는데요. 포탄과 피로 얼룩진 전쟁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Support Ukraine', 우크라이나 옆에 선 브랜드 가슴 아픈 전쟁의 실상은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 참혹함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SupportUkraine, 저마다의 방법으로 우크라이나인에게 힘이 되고 있는데요. 국내외 기업, 브랜드도 예외는 아닙니다. 물질적 지원은 물론 ‘탈러시아’ 움직임도 보입니다. 세계광고주연맹(The World Federation of Advertisers) 소속 31개 브랜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5% 이상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내 미디어 광고와 영업을 일제히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글로벌 채용 플랫폼 링크드인에서는 전쟁 장기화로 경제활동과 생계유지에 힘든 시간을 보낼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 일자리 마련에 앞장서는 기업도 종종 만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인을 위한 채용공고. 사진=링크드인 캡처 #난민 수용소가 아닌 온기 있는 집(home) 최근 벌어진 우크라이나 참상 때문에 난민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사실 그 이전에도 인종·종교·정치·사상의 차이로 인한 박해를 피해 떠난 난민들은 세계 도처에 많았습니다. 불안정한 상황이 일시적이면 좋겠지만, 대부분은 수년간 이어지죠. 이들에게 '집(home)'이라는 개념은 그래서 더욱 각별합니다. 집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 외부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심신의 안정, 회복을 돕는 곳입니다. 집 잃은 난민이 최초로 마주하는 공간은 난민 캠프입니다. 캠프라는 말의 뜻에서 알 수 있듯, 이곳은 임시 막사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간다운 삶을 이어갈 공간이 아니지요. 오래도록 캠프 생활이 이어지면 불미스러운 일들도 종종 벌어집니다. 보안·안전의 개념은 사라지고 여성과 아이를 상대로 한 인신매매와 성 착취, 학대 등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최근 우크라이나 난민 캠프에서도 18세 우크라이나 소녀와 젊은 남성이 독일에 마련된 임시 난민 숙소에서 성범죄 피해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안전한 거처, 집다운 집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가구전문회사 이케아(IKEA)는 지난 2010년부터 유엔난민기구(UNHCR)와 손잡고 'Brighter Lives for Refugees(난민을 위한 더 나은 삶)'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이어진 'Better Shelter(베터쉘터, 더 나은 쉼터)' 프로젝트도 이 캠페인의 일환인데요. 베터쉘터는 이케아가 가구 제작 기술을 총동원해 만든 일종의 가설 주택입니다. 조립도 쉽고,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장착해 전원 공급도 가능합니다. 서서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높이에 창문, 보안을 위한 잠금 시설도 갖추고 있습니다. 벽면은 패널로 만들어 내구성도 강한 편이라고 합니다.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난민 캠프에 최초 도입된 이 베터쉘터는 현재 세계 난민촌 곳곳에 공급되고 있습니다. 이케아가 만든 '베터쉘터'에서 지내고 있는 난민 모습. 사진=베터쉘터 홈페이지 캡처 #'연결의 힘'을 만든 플랫폼 개인의 힘은 별 것 아닐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와 너의 힘이 모여 우리가 되면 상황은 달라지죠. 선한 마음을 지닌 세계 곳곳의 사람을 인류애로 뭉칠 수 있도록 연결의 고리를 제공한 플랫폼 기업도 있습니다.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의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고 나서 4일 후 airbnb.org를 통해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해 10만개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급작스러운 일회성 이벤트는 물론 아닙니다.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최고경영자 트위터 언급. 사진=트위터 캡처 airbnb.org는 2012년 만들어진 사회공헌 조직인데요. 당시 허리케인 샌디가 미국 뉴욕을 덮쳤을 때 브루클린에 사는 한 호스트가 이재민을 위해 무료로 숙소를 제공했어요. 이후 도움을 주겠다는 호스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습니다. 에어비앤비는 선의를 품은 이들을 위해 빠르게 시스템을 갖췄고, airbnb.org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이후 10여년간 이재민뿐 아니라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등 여러 지역 난민 2만명에게 거처를 제공하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호스트가 무료로 집을 내놓으면 에어비앤비와 제휴한 국제구조위원회 등 비영리단체에서 거처가 필요한 난민에게 숙소 예약 바우처를 건넵니다. 그러면 해당 난민이 직접 방을 예약하면 되는 겁니다. 에어비앤비가 운영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플랫폼. 사진=airbnb.org 캡처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겪으면서 airbnb.org에 더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의 자발적인 '착한 노 쇼(No show)'가 시작된 건데요. 여행을 가지도 못할 우크라이나의 숙소를 예약하는 방식으로 현지에 남아있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에게 임시거처를 마련해주는 겁니다. 국내에선 배우 임시완(33)이 이런 움직임에 동참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착한 노 쇼'로 우크라이나인들이 위기를 넘긴 구체적인 일화가 SNS에 공유되면서 이에 참여한 사람들은 강한 결속을 느끼기도 합니다. 음성원 에어비앤비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에어비앤비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을 통해 개인의 힘이 많은 영역, 심지어 국가 간 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플랫폼 기업의 진짜 연결의 힘은 이런 게 아닐까요. 착한 노쇼에 참여한 배우 임시완 인스타그램 일부. 사진=임시완 인스타그램 캡처 #제보를 기다립니다 비크닉은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싶습니다. 비크닉이 다뤄주면 좋을 브랜드의 목소리, 제보를 기다립니다. Yes, Voice Matters!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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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크닉] 로마의 석양까지 닮겠다...불가리의 못 말리는 로마 사랑
━ [브랜드 뮤지엄] 불가리 영감의 원천, 로마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젤라또 먹는 장면으로 유명한 명소.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계단'은 1725년 건축 당시부터 만남의 장소로 사랑받았다. 로마의 작가와 미술가, 멋쟁이들이 모여 개성을 뽐내는 핫플레이스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도 등재돼 전 세계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다 보니 여기저기 훼손되기 시작했다. 결국 2015년 보수 공사에 나섰다. 문화재 복원 사업은 시간도 돈도 많이 드는 일인데, 이때 150만 유로(한화 약 30억원)를 복원비로 기부한 기업이 있다. 바로 명품 주얼리 브랜드 불가리다. 불가리는 고대 그리스 로마 조각상과 카라칼라 욕장 복원에도 나섰다. 불가리가 로마 유산에 후원을 아끼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 콜로세움을 품은 비제로원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사진 pixabay] 불가리 비제로원 밀레니얼 시대를 맞아 1999년에 출시된 비제로원은 20년만에 200만개 이상이 팔린 베스트 셀러다. 비제로원은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얇은 링에 다이아몬드 보석을 올린 전형성을 깨뜨리고 반지 형태 자체에 집중하면서 반지를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제로원의 디자인은 콜로세움에서 영감을 얻었다. 콜로세움은 전투사들이 피 튀기며 싸웠던 고대 로마 제국의 원형 경기장이다. 로마의 역동성이 주얼리에 담긴 셈이다. ━ 카라칼라 스파를 본 딴 디바스 드림 카라칼라 스파와 디바스드림 컬렉션 [불가리 제공] 디바스 드림 컬렉션 디자인은 ‘카라칼라 대욕장’에서 따왔다. 200년대 초반, 고대 로마제국이 건설한 카라칼라 욕장은 1500명을 수용하는 거대한 대중목욕탕일 뿐만 아니라, 도서관·운동장까지 있는 초대형 복합 문화시설이었다. 이 밖에도 고대 로마 동전을 감싸고 있는 글귀를 본 따 만든 불가리 더블 로고 등 불가리 제품 곳곳에 로마의 흔적이 있다. 불가리는 화려한 색을 고급스럽게 쓰는데, 이 역시 이탈리아 고유의 낭만이 담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예컨대 다채로운 하이주얼리의 색채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부라노 마을과 닮은 꼴이다. 브랜드 컬러인 은은한 주황빛 역시 로마의 저녁 노을에서 떠올린 것이라고 한다. 불가리 CEO(최고 경영자) 장 크리스토퍼 바뱅은 스페인 계단 복원 사업 당시 “로마의 풍부한 고고학적, 예술적, 그리고 건축적인 유산이 불가리의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베니스 부라노 불가리의 컬러풀한 하이주얼리 [불가리 제공] ━ 로마에서 태어난 브랜드, 고향의 선물 불가리가 로마를 사랑하는 건 기본적으로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불가리는 그리스 출신의 은세공가 소티리오 불가리(Sotirio Bulgari)가 1884년에 이탈리아 로마에 설립했다. 로마는 이탈리아의 수도이자, 약 2800년이라는 장구한 역사를 지닌 도시다. 로마 제국의 수도였고 가톨릭 교회, 르네상스의 중심지로 도시 자체가 하나의 세계 유산이다. 그래서 근대 역사학자 랑케는 “모든 고대사는 로마사로 흘러 들어가고, 모든 근대사는 로마사에서 흘러나온다”라고 했다. 지금도 ‘세계의 머리(Caput mundi)’, ‘영원한 도시(la Città Eterna)’라고 불린다. 서구의 가장 풍요롭고 역동적인 시대, 고대 로마. 불가리는 그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고, 영원한 도시의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비크닉 이전 기사 보기[비크닉] 쇼핑보다 소셜...당근마켓이 동네생활 미는 이유[비크닉] 생리대 광고의 피는 왜 파랄까?[비크닉]노숙인에게 연민보다 필요한 건 샤워할 권리? 정세희 기자 jeong.saehee@joongang.co.kr, 영상 박재현·홍성철·남채린 PD, 최승이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