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바뀝니다

'검수완박' 이후 달라지는 세상

  • 1949년 검찰청법 제정과 함께 확립한 검사의 수사 및 기소를 토대로 한 형사사법 시스템이 73년 만에 대변화를 맞게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3일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처리를 강행한 ‘검수완박’ 2개 법안(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을 공포‧가운데 검찰청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하면서죠.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특징으로 하는 이번 개정안으로 검찰의 수사권은 완전히 폐지된 것인지, ‘검수완박’으로 달라진 세상, 수사·재판을 Q&A로 뜯어 봤습니다.

  • 검수완박,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완전히 없앤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4월 22일 박병석 국회의장 중재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시킨 법안은 현행 검찰의 6대 범죄 직접 수사권(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가운데 ‘부패’와 ‘경제’ 범죄 수사권은 남긴 겁니다.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4개 범죄만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삭제하고 경찰로 넘기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 중 선거범죄의 경우 한 달 뒤인 6월 1일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되고 선거범죄 공소시효가 6개월인 점을 감안해 막판에 올해 연말까지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뒀습니다.당초 검찰 수사권을 남김없이 폐지하고, 기소만 담당하도록 하고 검찰이 담당하던 6대 중요 범죄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해 맡기려던 당초 계획과는 많이 달라진 셈이죠. 민주당은 중수청 설치 등을 논의할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안도 본회의에서 의결했지만 1년 6개월 내 출범시킨다던 원래 약속도 기약이 없어졌습니다. 결국 각계각층의 반대 여론과 수사 공백 우려로 인해 검수완박은 일부만 실현됐습니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도 검수완박이 덜 됐다, 반만 됐다는 뜻으로 ‘검수'덜'박’ ‘검수'半'박’이란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 검찰이 진행 중인 수사에서 일부는 계속 할 수 있고, 일부는 경찰로 넘겨야 합니다. 대장동 피의자들의 대표적인 혐의인 공직자들의 뇌물 혐의는 부패 범죄에 해당하고 업무상 배임은 경제 범죄죠. 이 두 범죄는 검찰에 수사권이 남았기 때문에 같은 혐의를 받는 추가 공범 수사는 계속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직자 범죄 등 4대 범죄의 경우 법안 공포 뒤 4개월 뒤 경찰로 넘겨야만 합니다. 예를 들어,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의 사퇴 종용 의혹 등과 관련해 성남시 공무원 연루 의혹 관련 추가 증거가 발견되더라도 검찰은 수사할 수 없습니다. 직권남용 혐의는 공직자 범죄로 검수완박 이후 경찰이 맡기 때문입니다.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허위공문서작성 등 다른 공직자 범죄 혐의가 발견되더라도 역시 앞으로는 경찰이 수사를 맡아야 합니다. 검찰이 지금까지 대장동 수사를 주도해왔더라도 핵심인 배임·뇌물 혐의 등과 연결된 여죄의 경우 실체 규명을 위해선 통합 수사가 필요하더라도 경찰과 혐의 별로 사건을 쪼개야 합니다. 앞으로 대형 권력형 부패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검찰과 경찰이 나눠 수사하다보면 양쪽 모두 실체적 진실 규명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검수완박 법안이 현재 검찰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선 적용되지 않는다는 법무부 판단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장동 사건 등에 대해선 검찰이 수사를 이어갈 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 그렇습니다. 이 중 뇌물만 부패 범죄이므로 검찰이 수사할 수 있습니다. 현실에선 뇌물 범죄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 하나의 범죄 양상으로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검찰이 지적하는 문제입니다. 뇌물의 대가로 입찰 정보와 같은 공무상비밀을 유출하거나 다른 특혜를 제공해 직권을 남용하는 다른 공직자 범죄들이 연결될 수 있는 데 이들 혐의만 떼서 경찰로 사건을 넘기게 되면 결국 수사만 지연되고 증거인멸 시간만 벌어줄 수 있다고도 우려합니다.
    국정농단 사건을 예를 들어 보면 검찰 수사는 처음에는 청와대 등이 K스포츠재단 등에 삼성그룹 등 대기업에 후원금을 요구한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던 도중 최씨의 딸이 타는 승마용 말을 구입해주는 등 73억원 뇌물수수 혐의를 포착했습니다. 이런 사례는 앞으로는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공직자범죄는 경찰만 수사할 수 있고, 검찰은 손을 못 대는 탓입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수사 중 사안과 유기적으로 결부된 직권남용 등 공직자범죄 부분을 사건 분리해 경찰 이송할 수밖에 없어 실무상 상당한 혼란, 공백 예상됨"이라고 밝혔습니다. 

  • 3급 이상 공직자는 그럴 수도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금처럼 검사를 포함한 3급 이상 공무원은 혐의를 따로 나누지 않고 수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사건이 여러 수사 기관으로 쪼개지는 것이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3급 이상 공직자 범죄 가운데 부패·경제 범죄라면 검찰도 할 수 있고, 나머지 범죄는 경찰이 수사하게 됩니다. 이 와중에 공수처가 3급 이상 공직자 특정 범죄에 대해 이관을 요구하는 경우 공수처로 해당 사건에 대해선 검찰과 경찰로부터 넘겨받을 수 있습니다. 공직자 범죄 사건이 결국 수사 대상의 직위나 혐의에 따라 여러 수사기관이 동시에 중복수사할 수도 있고 혐의별로 따로 떼어 수사받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게 된 거죠. 동일한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여러 곳보다 한 곳에서 하는 게 빠르고 효율적인 사실은 당연합니다.

  • 원칙적으로 선거 범죄는 검찰의 직접수사 대상에서 삭제됐습니다. 하지만 6월 지방선거까진 검찰이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아 막판에 올해 12월까지 검사의 직접수사권 폐지를 한시적으로 유예했죠. 그 이후엔 경찰로 수사권이 넘어갑니다.

    선거범죄의 공소시효는 6개월. 다른 범죄들에 비해 매우 짧습니다. 당선무효형이 선고될 수 있는 중요 선거범죄의 경우 제한된 시간 내에 수사력을 집중해 성과를 내려면 경찰보다 검찰이 맡는 게 낫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지금도 우리는 훨씬 많은 선거범죄를 수사하고 있다"고 반박했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재 경찰은 사건 수는 많지만 '투표지 촬영, 현수막 훼손, 선거관계자 폭행 등' 비교적 간단한 선거범죄를 주로 수사합니다. 반면, 검찰은 '당선자 관련 사건, 공무원 개입 등 조직범죄'처럼 법리가 복잡한 사건을 맡고 있습니다. 특히 당선자를 겨냥하는 수사는 외풍에 취약한 경찰이 맡기엔 무리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등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는 "선거범죄와 공직자범죄를 검사의 직접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부패한 정치인과 고위공무원의 선거개입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 밝혔습니다.

  • 대형참사는 삼풍백화점 붕괴, 여객기 추락 및 세월호 사건 등 다수 사망하는 사회적 참사를 말합니다. 대형참사도 ‘검수완박’에 따라 앞으로는 경찰이 수사를 전담하게 됩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처럼 다양한 법률 적용 문제, 선장 등 선원과 해운업체뿐만 아니라 해경 등 책임 소재와 관련해 복잡한 사건을 수사할 경우 법률 전문가인 검찰의 수사 역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법조계에선 대형참사 범죄가 타범죄에 비해 유기적, 종합적인 수사가 중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지금도 경찰과 검찰, 노동청 등 유관부서가 협업해 사건을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죠.  

    2015년, 20대 하청업체 직원이 강남역 스크린도어에 끼어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에서 노동청은 산업안전보건법위반,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각각 수사하고 검찰에선 수사 과정을 종합적으로 조율했습니다. 덕분에 사고 원인 규명에 그치지 않고, 스크린도어 유지보수업체의 비리혐의까지 일괄 기소했습니다. 검찰이 빠진 공백을 잘 메울 수 있을지 걱정이 드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 방위사업 범죄는 방산 비리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해군의 통영함 납품 비리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검찰은 통영함의 음파탐기지 성능 미달과 관련해 비리를 수사해 관련자들을 기소하는 등 성과를 냈습니다.

    방위사업 범죄가 검찰의 직접수사에서 삭제된 것에 대한 법조계 반응은 “방위사업은 도대체 왜?”라는 의문입니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수사 공정성,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예세민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은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방위사업 관련해선 공정성 논란이 없다”고 수사권 폐지를 반대했습니다.

    방위사업 범죄는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로 손꼽힙니다. 검찰도 수원지검에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형사부를 두고 전문성을 쌓는 데 노력 중입니다. 갑작스럽게 수사를 넘겨 받은 경찰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긴 어려워 보입니다.

  • 피해 당사자인 고소인은 경찰이 무혐의 결정을 했더라도 이의신청을 통해 검찰의 보완수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수완박 법안은 3가지 유형은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수사”하라고 보완수사를 제한했습니다. 경찰이 수사한 범위 안에서만 검찰이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겁니다.

    3가지 유형은 ▶️고소인 등이 경찰 처분을 납득하지 못해 이의신청한 사건 외에 ▶️검사가 경찰에 시정조치를 요구했으나 불응해 송치된 사건 ▶️피의자 체포, 구속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의심된다는 검사의 판단으로 송치된 사건 등입니다. 이 사건들의 경우, 피의자들의 여죄(별개의 범죄)나 공범을 파악해도 수사를 못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14세 아동이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건에서 경찰이 ‘혐의없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고소인의 이의 신청으로 검사가 보완수사에 나선 적이 있습니다. 검사는 피의자에게 혐의를 적용한 것은 물론 공범 1명까지 파악해 구속했는데, ‘동일성’ 제한이 있었다면 공범에 대해선 수사가 불가능합니다.

  • 맞습니다. 고발인은 이제 경찰의 무혐의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하지 못합니다. 기업 비리를 알리는 내부 고발이나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 계층을 대리하는 공익적 목적의 시민단체 등 제삼자 고발이 많다는 점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감사원이나 국민권익위원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국민 전체를 대신한 정부기관 고발 사건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인권법센터 김예원 변호사의 말을 빌리면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확정 판결과 똑같다. 사건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아무 것도 없어진다. (이의신청으로 검찰에 수사 맡기는) 심폐소생술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한 시민단체가 장애인이 학대당한 사건을 고발했는데, 경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 고발인 자격인 시민단체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피해 당사자가 직접 고소했다면 이의신청을 할 수 있었겠죠. 고발장 한 장이 버거운 사회적 약자들이 우리 주변엔 너무나 많습니다.

  • 계곡 살인 사건은 2019년 첫 조사 당시 경찰, 검찰 모두 혐의를 발견하지 못하고 단순 변사 사건으로 종결됐습니다. 피의자 이은해씨에 살인 혐의가 적용된 건 언론 보도로 사건이 공론화돼 재수사에 착수한 결과입니다. 숨진 남편의 지인 제보가 재수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가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사망한 남편의 지인이 이은해씨를 고발하고 경찰이 무혐의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검수완박 이후엔 사건이 그대로 묻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발인은 이의신청을 할 수 없게 바뀐 탓입니다. 고발인 입장에선 경찰의 무혐의 결정에 대해 대응할 방법이 없습니다.

    지난해 청주 여중생 성폭행 사건에서도 형사사법 시스템의 미비점이 드러났습니다. 피해자 여중생이 친구의 양아버지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한 뒤, 피해자 부모가 고소해 경찰 수사가 시작됐죠. 해당 여중생 두 명은 경찰 수사 도중 ‘(가해자가) 1년이면 나온대’라는 문자메시지를 남긴 채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이후 검·경은 각각 성폭행과 친족강간 혐의를 포함해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 같은 고소 사건의 경우 무혐의에 대해 이의신청이 가능합니다. 검찰은 ‘동일한 범위’에서 보완수사를 할 수 있지만 당사자가 직접 이의신청을 해야 합니다.

  • 지금까지 경찰은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면 역할을 마쳤습니다. 앞으로는 직접 재판 과정까지 챙겨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부분 사건에서 검찰의 직접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위증 등에 대해 경찰이 채워줘야 합니다. 사소한 사실관계라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으면 재판 진행이 어렵기 때문에 법정에서 경찰의 임무가 막중해졌습니다. 경찰이 직접 증언대에서 피고인 자백을 청취한 상황을 말하거나 변호인과 공방을 벌이는 모습도 나올 수 있습니다. 미국 법정 드라마에 나오는 장면들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재판 환경에 검찰과 경찰 모두 준비가 돼있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현직 부장판사는 "경찰 조사 등 수사 내용에 대해 검찰이 팩트체크를 할 수 없으니 공소 유지가 상당히 어려울 것 같다"며 "재판절차가 지연되고, 혐의 입증은 어려워져 무죄 판결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형두 법원행정처 차장 역시 지난달 25일 국회 법사위에서 “조금이라도 수사에 관여한 검사가 기소나 재판에 도움을 준 경우 피고인 측이 사건 자체를 무효라 주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범죄자는 검수완박 반긴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