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월드컵 가이드

‘마스크맨’ 손흥민, 카타르 사막 누빈다

사상 첫 겨울월드컵이자 중동월드컵


  • 카타르월드컵은 21일(한국시간) 오전 1시 개최국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개막전으로 막을 올린다. 결승전은 12월19일로, 대회는 거의 한 달간 치러진다. 


    조별리그 일정은 11월21일부터 12월3일까지다. 하루에 최대 4경기가 치러지는데, 킥오프 시간은 한국시간으로 오후 7시, 오후 10시, 오전 1시, 오전 4시다(현지시간 오후 1시·4시·7시·10시. 한국과 카타르 시차는 +6시간).


    한국은 24일(목) 오후 10시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치른다. 28일(월) 오후 10시에 가나와 2차전, 다음달 3일(토) 0시에 포르투갈과 3차전을 갖는다. 


    32개 나라가 4개국씩 8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 3경기씩 치른다. 최소 1승2무 혹은 1승1무1패는 거둬야 각 조 1·2위에 주어지는 16강 진출이 가능하다. 이후 8강, 4강, 결승 단판승부를 펼친다. 


  • 4년 전 러시아월드컵 당시 시청 인원은 35억7000만 명으로 집계됐다.


    역대 가장 많은 이들이 TV로 지켜본 스포츠이벤트는 여름올림픽(36억 명), 월드컵(35억7000만 명), 투르 드 프랑스(35억 명), 크리켓 월드컵(22억 명), 겨울 올림픽(21억 명) 순이다. 


    복싱(20억명), 종합격투기 UFC(11억명), 럭비월드컵(8억5700만명), 미국프로풋볼 수퍼보울(1억1440만명)이 뒤를 잇는다.


    카타르월드컵은 전 세계 50억 명이 볼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다 시청자 수를 경신하게 된다.


  • 월드컵은 보통 6~8월에 열리는데, 페르시아만에 자리한 카타르는 여름 최고 기온이 섭씨 40~50도에 육박한다. 한여름 길거리에서 프라이팬 위 계란 프라이가 익을 정도다. 그래서 평균 15~24도인 11~12월에 개최된다.


    8개 축구장 중 7곳(974스타디움 제외)에서 에어컨이 나온다. 한국이 조별리그 3경기를 한국이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치를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도 에어컨 시스템을 갖췄다.


    결승전이 치러질 8만석 규모의 루사일 스타디움을 가보니, 각 좌석 아래쪽에는 에어컨 구멍이 있었다. 차가운 공기가 ‘버블’ 형태로 경기장을 에워싸 섭씨 21~22도를 유지한다.


    카타르 프로축구에서 2년 반을 뛴 구자철(제주)은 “한국 10월초 날씨와 비슷하지만, 실내나 축구장은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 추울 정도다. 반팔·바람막이·경량 패딩 등 3종류의 옷이 필요하다”고 팁을 줬다.


    그렇다면 선수 입장에서는 어떨까. 그라운드 사이드에서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만큼, 측면 미드필더와 수비수는 시원하고 중앙 미드필더는 덥다. 지붕이 뚫려있어 습하고 땀이 난다. 카타르 잔디는 ‘’평평한 양탄자‘ 처럼 기가 막힌다. 


  • 월드컵 기간에 외국 방문객은 비자 대신 하야 카드(Hayya Card)를 지참해야 한다. 앱과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신청이 가능하다. 사전에 경기장 입장권과 숙박 예약 완료도 필수다.


    하야 카드 소지자가 티켓 미소지자 3명까지 초대할 수 있지만, 초청받은 사람은 500리얄(18만원)을 지불해야 한다. 조별리그 이후부터는 하야카드가 없어도 입국 가능하다


    지난달 기준, 월드컵 티켓은 290만장이 팔렸고 약 7% 밖에 남지 않았다. 티켓 가격은 조별리그는 9만원~30만원, 토너먼트는 83만원~166만원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인 2명이 9박10일간 조별리그를 보는 최소 여행경비는 약 6000달러(830만 원) 정도다.


    카타르는 마스크 착용은 의무가 아니다. 백신접종 여부는 관계없고 코로나19 검사 의무도 해제됐다. 현지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되면 5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역대 가장 작은 나라에서 열리는 월드컵



  • 역대 월드컵을 개최한 22개 국가 중에 가장 작은 나라다. 1954년 대회를 개최한 스위스보다도 작다. 국토 면적(1만1600㎢)은 경기도보다 조금 넓다. 


    수도 도하와 인근 루사일, 알와크라, 알라얀, 알코르 등 총 5개 도시에서 대회를 치른다. 이들 8개 축구장은 도하 중심부 56㎞ 반경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지난 14일 직접 가본 카타르 도하 인근 알라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한국 축구대표팀이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치를 장소다. 서울월드컵경기장과 비슷하게 축구장 바로 옆에 지하철역이 붙어 있었다.


    딱 한 정거장을 이동하니 또 다른 월드컵 경기장인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이 나왔다. 두 경기장을 이동하는데 지하철로 7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한국으로 치면 서울월드컵경기장역에서 3정거장 떨어진 합정역쯤에 또 다른 월드컵 축구장이 있는 셈이다.


    4년 전 러시아월드컵 때는 모스크바에서 소치 축구장까지 가려면 국내선 비행기를 타야 했다. 


    카타르월드컵을 찾은 축구 팬들은 마음먹기에 따라 2경기 내지 최대 4경기까지 직접 관전이 가능하다. 경기 일정에 따라 숙소를 옮길 필요가 없다. 팬들에게는 ‘축구 유토피아’나 다름없다.



  • 카타르 인구는 280만~300만 명에 불과한데, 월드컵 기간에 인구 절반에 해당하는 120만~150만 명의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도하에 마련된 객실은 3만 개가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숙박비는 껑충 뛰었고, 숙박 시설이 부족해 ‘숙박 대란’ 이 우려된다. 카타르는 아파트와 레지던스는 물론 임시방편으로 컨테이너와 텐트촌 객실까지 마련했다.


    도하 시내의 도로 인근에 있는 ‘팬 빌리지 카라반 시티’를 가봤다. 주차장 같은 대형 부지에 수백 개의 조립식 컨테이너와 카라반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가격이 1박에 200달러(약 26만5000원)나 됐다. 침대 2개에 에어컨·냉장고가 설치됐지만, 내부는 비좁을 수밖에 없다. 사진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난민촌 아니냐”며 비난을 쏟아냈다.


    도하에서 차량으로 40분 떨어진 알코르의 해변 마을에 위치한 ‘사막 텐트촌’도 가봤다. 


    대회 조직위는 전통 텐트 숙박료는 1박에 424달러(55만원)라고 공지했다. TV와 냉장고, 샤워 시설을 갖췄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SNS에 유출된 텐트 내부 영상을 보면 침대 2개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다.


    USA투데이는 “2017년 바하마에서 열린 파이어 페스티벌처럼 되는 거 아니냐”고 우려했다. 2017년 바하마에서 유명 그룹을 초청해 호화 페스티벌을 열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실상은 천막 숙소에 재우며 샌드위치를 제공한 일종의 사기극이었다.




  • 엄격한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는 원칙적으로 음주를 금한다. 평상시 외국인에게 지정된 호텔에서만 제한적으로 술을 판매한다. 


    15일 카타르 도하 시내의 5성급 호텔 스포츠바를 직접 방문해 현황을 살펴봤다. 500㎖ 생맥주 한 잔을 60리얄(약 2만2000 원)~70리얄(2만6000 원)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국내 취재진 사이에서는 “금주국가 카타르에서 맥주는 금(金)주”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바 입구에선 건장한 체격의 보안 요원이 출입을 통제했다. 여권을 제시해 외국인임을 인증한 뒤에야 비로소 입장할 수 있었다. 40여 대의 크고 작은 TV가 바 전체를 감싸고 있는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 대부분 축구 경기를 중계했다. 


    맥주 두 잔, 콜라 한 잔, 튀김&버거 세트를 주문했더니 봉사료 포함 513리얄(약 18만8000원)이 나왔다.


    카타르 당국은 월드컵 경기장 내 음주를 금지하는 대신 입장권을 소유한 축구 팬들이 경기장 인근 지정 구역에서 맥주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개막 이틀을 앞두고 경기장 주위에서 맥주를 팔기로 한 계획을 전격 철회했다.


    개최국 카타르의 반대에 결국 FIFA가 팬 페스티벌과 허가된 장소에서만 주류를 판매하기로 했다. 도하 시내 팬 페스티벌 장소인 알비다 공원에서 오후 6시~새벽 1시 사이에 맥주 판매가 허용된다. 



  •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극심한 무더위 등 열악한 환경 탓에 이주 노동자 6750여명이 희생됐다. 


    성소수자 인권 탄압 문제도 제기됐다. 앞서 개최지 선정부터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덴마크 대표팀은 사망한 노동자 애도 차원에서 서드 유니폼 색상을 검정색으로 정했다. 프랑스 파리시는 거리응원 보이콧을 선언했다.  





손흥민이 마스크 쓰고 뛸 월드컵


  • 토트넘 공격수 손흥민은 지난 2일 눈 주위 뼈 4군데 골절상을 당했다. 지난 4일 영국에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손흥민은 9일 SNS를 통해 “지난 2년 동안 여러분이 참고 써온 마스크를 생각하면, 월드컵에서 쓰게 될 마스크는 아무것도 아니다”며 ‘안면 보호 마스크’ 착용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6일에 도하에 도착한 손흥민은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색상은 검정색, 얼굴 윗쪽을 절반 정도 가렸고, 카본 소재로 생각보다 가볍고 단단하다.


    블랙 마스크를 쓴 그는 ‘쾌걸 조로’, ‘배트맨’ 같다.

     

    손흥민은 “헤딩할 정도는 아니지만, 스프린트(단거리 전력질주)에 문제 없었다. 팬들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위험은 감수하고 뛸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가능성이 1% 미만이라도 앞만 보며 달려가겠다”고 다짐했다.

      

    이렇게 강력한 의지라면, 손흥민이 24일 우루과이와의 1차전에 뛸 가능성은 90% 이상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2002년 월드컵 당시엔 코뼈 부상을 당했던 김태영이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경기에 나선 바 있다. 



  • 손흥민이 선발 출전한다면 원톱 스트라이커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지난 6월 칠레전을 기점으로 손흥민이 측면이 아닌 중앙에서 뛰는 ‘센트럴 손’이 가동됐다. 측면에서 수비 가담이 많으면 확 튀어나가는 에너지가 반감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좌우 날개에 황희찬(울버햄프턴)과 이재성(마인츠), 세컨 스트라이커에 활동량이 많은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만약 손흥민이 선발로 못 뛴다면 황의조(올림피아코스)나 조규성(전북)이 원톱 공격수로 나서고, 2선 공격수에 황희찬-정우영-이재성이 나설 전망이다.


  • 벤투 감독은 지난 12일 최종명단 26명을 발표했다. 큰 변화를 선호하지 않는 벤투 감독은 기존에 중용했던 선수들을 대부분 발탁했다. 


    공격수 황의조와 조규성, 미드필더 황희찬(울버햄프턴)과 이재성(마인츠), 수비수 김민재(나폴리)와 김진수(전북)을 예상대로 뽑았다. 


    반면 중앙수비 박지수(김천)은 명단 발표 하루 전에 발목인대가 파열돼 카타르행이 무산됐다. 빠른 스피드를 지닌 엄원상(울산)도 고배를 마셨고, 대신 아이슬란드와 평가전에서 골맛을 본 송민규(전북)가 카타르에 가게 됐다.


    구자철은 “벤투호는 4년간 스타일을 한 번도 바꾸지 않은 꾸준한 팀이다. 벤투 감독의 고집이 약체 한국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그 고집을 믿고 싸우는 방법밖에 없다. 냉정하게 16강행 가능성은 30% 미만이지만, 준비과정을 보면 그 예상을 깰 확률은 50% 이상”이라고 말했다. 


  • 최종명단 발표의 최대 관심사는 이강인(21·마요르카)의 선발 여부였다. 이강인은 극적으로 생애 첫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됐다.


    이강인은 2019년 20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을 이끌며 ‘골든보이’라 불렸다. 하지만 ‘벤투호’에서 출전한 건 작년 3월 일본전이 마지막이다. 지난 9월에 1년6개월 만에 대표팀에 뽑혔지만, 2경기에서 출전시간은 0분에 그쳤다.


    이강인은 스페인 라리가에서 2골-3도움을 올리며 실력으로 벤투의 마음을 돌렸다. 결국 벤투 감독은 “이강인은 상당히 기술이 좋고 발전했다”고 인정했다.  


    이강인은 “너무 뛰고 싶은 월드컵이었다. 행복하다. 어제보다 오늘 더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카타르월드컵에서 ‘특급 조커’가 될 수 있다. 확고한 주전 미드필더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이 있어 이강인은 선발보다는 교체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33골 중 세트피스로 12골(33%)을 넣었다. 상황에 따라 이강인의 날카로운 왼발킥에 기대를 걸어봐도 좋다.  

메시와 호날두의 마지막 월드컵

  • 우루과이에서는 예측불허의 중거리 슈팅을 때리는 레알 마드리드 미드필더 페데리코 발베르데(26)가 위협적이다. 발베르데의 이적시장 가치는 8000만 유로(1132억원)로 손흥민(7000만 유로)보다 높다.


    가나의 아스널 미드필더 토마스 파티(29)도 대포알 중거리 슛을 쏜다. 


    포르투갈에는 베르나르두 실바(맨시티), 하파엘 레앙(AC밀란) 등 스타들이 즐비한데, 그 중 브루노 페르난데스(28· 맨유)가 경계대상 1호로 꼽힌다.


  •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는 35세,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37세다. 메시는 지난달 “카타르월드컵이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선언했다. 


    2026년 월드컵 출전국이 48개국으로 확대돼 4년 뒤 두 사람을 볼 가능성은 남았지만, 경기력 측면만 따지면 마지막 월드컵이라고 보는 게 맞다. 


    구자철은 “호날두가 한국 친선 경기에서 ‘노 쇼’로 욕을 먹었지만, 업적과 기록은 인정해야 한다. 메시와 호날두 시대가 막을 내려가는 순간을 보고 싶다면, 죽기 전에 놓치지 말아야 할 월드컵”이라고 했다.


  • 베팅업체 bet 365의 우승 배당률은 브라질(4배), 아르헨티나(5.5배), 프랑스(6배), 잉글랜드(8배), 스페인(8.5배) 순이다. 우승 가능성이 클수록 배당률은 낮아진다. 


    H조 포르투갈은 14배, 우루과이는 50배, 한국과 가나는 250배다. 


    메시는 “브라질과 프랑스가 가장 우승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감독이 바뀌지 않고 꾸준히 호흡을 맞췄다”고 했다. 한준희 해설위원은 “ 브라질은 측면 수비와 나이가 많은 수비진이 그나마 약점으로 꼽히지만, 밸런스가 가장 완벽한 팀” 이라고 했다.


    골든부트(득점왕) 확률은 해리 케인(잉글랜드·7배), 킬리안 음바페(프랑스·8배), 카림 벤제마(프랑스), 메시(아르헨티나·12배) 순이다.


  •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각국의 핵심 선수들의 부상이 이어지고 있다. 부상 선수로만 베스트11 구성이 가능할 정도다. 


    독일 공격수 티모 베르너(라이프치히)는 발목, 프랑스 미드필더 포그바(유벤투스)와 캉테(첼시)은 각각 무릎과 햄스트링 부상으로 카타르행이 무산됐다. 


    한국과 같은조인 포르투갈 공격수 디오고 조타(리버풀)은 종아리 부상으로 월드컵이 좌절됐고, 우루과이 수비수 로날드 아라우호(바르셀로나)는 재활 중이지만 경기 출전이 불투명하다.  


    월드컵 개최가 겨울로 미뤄지면서, 유럽프로축구가 무리한 시즌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부상을 당하면 회복시간이 부족하다. 


    잉글랜드 대표팀 출신 제이미 캐러거는 “평생 월드컵을 꿈꿨던 선수들이 10일 혹은 2주 부상으로 월드컵에 나서지 못할 수도 있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카타르에 개최권을 줘선 안 됐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