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에 맞설 한국의 '핵 선택지'는

한반도 ‘핵 무장론’ AtoZ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시험 발사와 7차 핵실험 동향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핵무기를 활용한 북한의 대남 타격은 '실존적 위협'으로 자리했고, 국내에선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국도 핵무기로 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핵 무장의 구체적 방법론과 현실적 한계 등 핵심 쟁점을 짚어봤습니다.

분출하는 한반도 '핵 무장론'

  • 지난 3월 화성-17형 미사일 발사 현장을 참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북한은 2006년 10월 풍계리에서 첫 핵실험에 나선 이후 지금까지 총 6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했습니다. 미사일 도발 역시 그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을 포함해 올해에만 총 24발의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습니다.

     

    다만 2006년 1차 핵실험 때만 해도 ‘허풍’ 수준이었던 북한의 핵 위협은 이제 한반도 안보를 뒤흔드는 실존적 위협으로 자리했습니다. DJ의 햇볕 정책과 MB의 비핵·개방 3000,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등 한국의 대북 정책이 냉·온탕을 오가는 동안 북한은 꾸준히 핵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지난달 8일 공개된 ‘핵 무력 법령’을 통해 북한은 스스로 핵 보유국임을 강조했고, 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열어놨습니다.

    군과 안보 당국은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치적 결단만 있으면 언제든 7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이는 핵탄두의 경량화·소형화 등 전술핵 사용을 최종 점검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단거리탄도미사일 등에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해 주요 시설을 타격하는 전술핵을 실전 배치할 수 있는 수준으로 북한의 핵 고도화가 진전된 셈입니다. 한국의 대북정책, 특히 북핵 대응 체계의 근본적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북한 뿐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 역시 동북아의 ‘핵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 침공에 이어 “조만간 핵전쟁이 불가피하다”고 위협하는 등 ‘미치광이 전략(Mad man strategy)’에 나선 상태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지난 16일 자신의 3연임을 확정짓는 공산당 당 대회에서 “강대한 전략 위력 체계 구축”을 언급하며 핵 전력 강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중국 군사ㆍ안보 전개 상황’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2030년에 최소 1000기 이상의 핵 탄두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중·러는 미·중 ‘신냉전’ 기류 속 한·미·일 3국과 직·간접적으로 경쟁하는 국가들입니다. 주변국이 앞다퉈 핵 전력을 증강하고 핵 위협을 노골화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일단 북핵 위협을 중심에 둔 한·미 확장 억제 강화에 방점을 찍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한국도 핵 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핵에는 핵으로 맞대응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 1961년 당시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존 F케네디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국의 확장 억제에 대한 의문을 표하며 핵 개발 의지를 다졌다. [중앙포토]


    “파리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습니까.” 1961년 3월 당시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존 F 케네디 대통령에게 던진 질문입니다. 뉴욕에 핵폭탄이 떨어지는 상황을 감수하면서까지 프랑스를 지킬 수 있겠냐는 게 드골 대통령이 가진 의문이었습니다.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 즉 ‘핵 우산’에 대한 이같은 의문은 프랑스의 핵개발로 이어졌습니다. 

     

    북한이 서울과 워싱턴에 각각 핵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국은 워싱턴을 희생하면서까지 서울을 향해 오는 핵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을까요? 국내 일각에서 핵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역시 북한의 핵 공격은 ‘실존적 위협’이고, 북핵을 억제할 보다 강력한 수단이 필요하다는 위기감 때문일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잘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뒤 국내에선 정치권을 중심으로 각종 핵 무장론이 분출하고 있습니다. 북핵 위협에 한국도 핵으로 맞대응하기 위한 핵 무장 방안은 ▶전술핵 재배치 ▶핵공유 ▶자체 핵무장 등으로 나뉩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제 결단의 순간이 됐다”며 핵 무장에 힘을 실었고, 당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미국과 핵공유, 전술핵 재배치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한 발 나아가 북한을 ‘미친개’에 비유하며 “핵 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현실적 한계와 어려움에도 이같은 핵 무장론이 제기되는 건 북한의 핵 공격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국민적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일 겁니다. 

전술핵 재배치

  • 전술핵은 통상 대도시 전체를 초토화해 전쟁의 양상 자체를 바꾸는 전략핵보다 위력이 작은 핵무기를 의미합니다. 군사시설 등 특정 목표물을 타격하는 용도입니다. 수십kt의 파괴력을 가진 핵탄두를 순항 미사일이나 야포 등 단거리 투발수단에 장착하거나, 폭격기·항공기 등에 핵폭탄을 탑재해 공중 투하하는 방식으로 사용됩니다.

    전략핵은 적국에 ‘궤멸’ 수준의 타격을 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됐습니다. 대규모 민간인 피해와 방사성 낙진으로 인한 피폭 등이 뒤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전략핵 사용시 ‘팃포탯(tit for tat, 맞대응 전략)’, 즉 비례적 대응으로 인한 쌍방 궤멸이라는 극단적 상황이 불가피합니다. 


    북한의 2017년 6차 핵실험을 통해 괌은 물론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전략핵 기술을 완성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이후 핵 개발의 방향을 선회해,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을 타격할 수 있는 전략핵 고도화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 한국도 핵으로 무장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냉전이 한창이던 1958년 미국은 당시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주한미군에 핵탄두가 장착된 어니스트 존 지대지 미사일 등 전술핵을 배치하기 시작했습니다. 주한미군이 운용하던 전술핵은 1960년대 후반에는 900여기에 달했습니다.


    1991년 남북 간 첫 핵 관련 합의인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채택됐다. 사진은 1992년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비핵화 공동선언에 공식 서명하는 모습. [중앙포토]


    하지만 탈냉전의 시대가 도래하며 1991년 미·소 정상은 한국에 배치된 전술핵을 전량 철수키로 합의했습니다. 전술핵 철수 이후 1991년 12월 남북 간 최초의 핵 관련 합의인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채택했습니다. 최근 분출하는 전술핵 관련 논의에 ‘재’배치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미국이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재배치한다면 항공기 탑재 핵폭탄인 ‘B61-12’가 유력한 후보로 꼽힙니다. B61-12는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개발된 전술핵으로, 미 본토와 나토 등에 배치된 기존 B61의 개량형입니다. 0.3~50kt까지 4단계로 폭발력을 조절할 수 있고, 위성항법장치(GPS)를 탑재해 정밀 유도 능력이 강화됐습니다. 

     

    다만 주한미군에 전술핵이 재배치될 경우 그 운용과 관련한 모든 권한은 미군 측에 있습니다. 평시 운용은 물론 북한의 대남타격 등 유사시에도 전술핵을 활용한 맞대응 여부는 오롯이 미국이 판단해 결정합니다. 미국이 관리·운용하는 전술핵이 물리적으로 한반도 내에 배치될 뿐입니다.

  • 핵 무장은 한국이 1975년 가입한 핵확산금지조약(NPT)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1970년 발효한 NPT는 현재 191개국이 가입했습니다. 196개 유엔 회원국 중 NPT 미가입국은 북한·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남수단 뿐입니다.


    NPT는 핵무기 개발과 생산은 물론 핵보유국이 비핵보유국으로 핵을 이전·양도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직접 핵무기를 개발·보유하는 자체 핵무장에 나선다면 NPT를 탈퇴해야 합니다. 다만 전술핵 재배치의 경우 소유부터 운영까지 모든 권한을 미국이 행사하고, 배치 역시 주한미군 기지 내에 이뤄지기 때문에 NPT 틀 내에서도 추진 가능합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통해 “NPT 체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켜낼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전술핵 재배치에 선을 그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실은 NPT 체제에 대한 의지는 전술핵 재배치와는 무관한 셈입니다. 북핵 위협에 대응하고 확장 억제를 강화하기 위해 전술핵을 재배치한다 해도 NPT 체제를 지켜내겠다는 입장 자체를 철회하는 결과로 이어지진 않습니다.

  • 전술핵 재배치 여부를 결정하는 것 미국 몫입니다. 국내에서 전술핵 재배치론이 분출하고 잇지만, 정작 미국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탓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전술핵 재배치 문제와 관련 '한반도의 비핵화'를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는 물론 한국 역시 일체의 핵무기가 배치돼선 안 된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 “우리 목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의 비핵화”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는 18일 “(전술핵 재배치는) 무책임하고 위험한 얘기”라며 직접적인 우려의 뜻을 표했습니다.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는 NPT 체제 내에서도 가능하지만, 한반도 비핵화 원칙과는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결국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한 커비 조정관의 메시지는 원론적인 입장이면서 동시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전술핵 재배치는 동시에 1991년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을 파기하는 결정이기도 합니다.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를 요구·압박해 온 핵심 근거였습니다. 전술핵을 재배치할 경우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를 요구할 명분이 사라지고, 한반도는 사실상의 ‘핵 대결’ 구도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큽니다.

나토식·한국식 핵 공유

  • 북핵 위협에 맞서 핵 무장에 나서는 또 다른 방법으로 ‘핵 공유’가 거론됩니다. 핵 공유는 통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식 핵 공유를 지칭합니다. 

     

    나토식 핵공유는 미국의 전술핵을 나토 회원국에 배치하되 평시에는 나토 회원국 국방장관으로 구성된 ‘핵계획그룹(NPG)’에서 핵 정책을 결정하고, 유사시에는 미국이 핵 무기 사용 권한을 보유하는 구조입니다. 평시에는 미국이 아닌 NPG가 핵 운용과 관련한 전반적 사항을 관리한다는 차이 외에는 나토식 핵공유와 전술핵 재배치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미국은 현재 독일과 이탈리아, 벨기에 등 핵무기 공유협정을 체결한 유럽 5개국 6개 기지에 이같은 방식으로 전술핵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 최근엔 ‘한국식 핵공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한국식 핵공유의 정의는 명확치 않습니다. 최근 논의되는 한국식 핵공유 방안으로는 핵무기를 탑재한 미국의 각종 전략 자산을 번갈아가며 한반도 인근에 순환 배치함으로써 사실상의 상시 배치와 같은 효과를 내는 방식 등이 있습니다.

    미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 배치는 북한의 5차 핵실험 직후인 2016년 말 추진된 전례가 있습니다. 당시 한국 정부는 B-2, B-52 등 각종 전략폭격기와 핵추진잠수함, 핵추진항모 등 미 전략사령부가 지휘 통제하는 모든 무기 체계를 한반도와 주변 해역 및 상공에 주기적으로 순환 배치하는 방안을 미국 측에 요청했습니다. 


    이같은 미 전략무기의 '상시 순환 배치'가 이뤄진다면 한반도 내에 전술핵을 배치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측의 반대 기류에 이어 2017년 한국의 정권 교체로 결국 한국형 핵 공유 방안은 사실상 무산됐습니다.

자체 핵무장

  • 한국이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개발·보유하자는 주장은 여러 핵 무장론 중 북핵 위협 저지라는 측면에선 가장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극단적인 주장이자,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방안이기도 합니다.


    1968년 한국원자력연구소(현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시찰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 [중앙포토]


    국내에서 처음으로 핵 개발 논의가 시작된 건 1970년 닉슨 미국 행정부가 한국 정부에 주한미군 철수 계획을 통보한 직후였습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무기개발위원회(WEC)를 설립하고 핵무기 개발 논의를 시작했고, 핵 재처리 시설과 핵폭탄 원료인 플로토늄을 추출하는 NRX 연구로 등을 프랑스·캐나다로부터 수입하기 위한 협상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1974년 인도의 핵실험 성공으로 한국을 향한 미국의 ‘비핵 유지’ 압박이 거세졌습니다. 결국 한국은 이듬해인 1975년 NPT에 서명하며 공식적으로 일체의 핵 무기 개발 시도가 중단됐습니다. 

  • 핵무기 제조의 3요소는 핵 물질과 투발(운반) 수단, 기폭장치입니다. 한국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이같은 3요소를 충족시켜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것으로 평가됩니다. 1977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는 핵무기를 만들 능력은 있다. (미국이) 핵을 거둬간다면 우리가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것과 무관하게 실제 한국이 핵무기 개발에 나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단 평가가 많습니다. 우선 NPT를 탈퇴해야 하는데,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과 고립을 자초하게 됩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의 제재 조치가 가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지난 5월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한국이  핵 개발에 나설 경우 NPT 체제 수호 의지를 다지는 미국과의 갈등이 불가피합니다. 한국 외교의 근간인 한·미 동맹이 뿌리채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모든 국가가 외교를 통해 핵 비확산 체제를 강화하는데 전념할 것을 촉구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핵 개발에 나선다면 북핵 위협에 맞설 억제력은 갖출 수 있겠으나, 그로 인해 한·미 동맹이 파탄나고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결과는 북한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