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사람들

서울대 82학번 트로이카…‘강북 우파’ 강석훈

  •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한 KDB산업은행 회장이다. 1964년 경북 봉화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블로그 ‘서초 경제 박사 강석훈’에는 “세 살 때 아버지가 돈 벌러 서울로 떠났다. 열 살이 돼서야 아버지가 식구들을 서울(강북구 우이동)로 불렀다”는 회고가 나온다. 이후 흙수저가 ‘기회의 사다리’를 타고 성공할수록 보수 성향을 띠는 소위 ‘강북 우파’의 궤적을 그렸다. 경제연구소 연구원으로서, 경제학과 교수로서, 국회의원으로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서 일관되게 “기회의 평등”과 “부실기업 구조개혁”을 외쳤다. 그의 대학 동기는 “당시 유행한 스터디 모임에서 강석훈은 늘 주도적이었다. 그때부터 학자가 된 다음에도 현실 참여적 성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강석훈이 2020년 1월 내놓은 책 『호프노믹스』는 그의 자유주의적 세계관을 압축한다. 경제민주화보다는 경제활성화에 방점을 찍으며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상향 정책 등에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강석훈과 경제 이념적으로 가장 대극에 선 인물로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에 관여한 김상조 전 정책실장이 꼽힌다.

  •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이다. 이혜훈 전 새누리당 의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 이용우 민주당 의원, 김한정 민주당 의원 등이 강석훈의 동기다. 출신 배경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서 서울대 경제학과는 수혜를 누리고 있다. 강석훈의 산업은행장 임명 외에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의 입지가 상승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지만, 윤 정부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도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경제학과 7년 선배인 유일호 전 의원은 강석훈이 경제수석으로 일했을 때, 경제부총리로서 호흡을 맞췄다. 강석훈이 19대 총선 선거사무소를 여는 날, 유일호가 찾아올 정도로 관계가 막역하다. 김영삼 정부 경제수석이었던 김인호 시장경제연구원 이사장은 당시 강석훈의 후원회장을 맡아줬다. 이날 개소식에는 영화배우 박중훈도 찾아왔다. 강석훈과 박중훈은 이종사촌 관계다. 또 5선 의원 출신인 정병국 청년정치학교 교장은 강석훈의 서라벌고 5년 선배다.


    @제주도

    강석훈은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서울대 법학), 원희룡 국토부 장관(서울대 법학)과 더불어 ‘윤 정부의 서울대 82학번 트로이카’로 불린다. 윤 대통령은 대선 승리 후 인수위 정책특보로 강석훈을 임명했고, 6월 7일 산업은행장으로 내정했다.

  • 강석훈은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뒤, 미국 중서부의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립대인 위스콘신대는 상대적으로 학비와 물가가 저렴하고, 전통적으로 경제학과의 수준이 높다. 그 덕분에 경제학과 전공자들이나 경제 관료들이 이곳을 유학지로 선호했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정부에서 ‘위스콘신 4인방’으로 불린 최경환(경북 경산‧청도), 안종범(비례대표), 유승민(대구 동을) 그리고 강석훈(서울 서초을)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전부 당선됐다.

     

    @중앙포토


    ‘위스콘신 4인방’은 박근혜의 2007년 대선 경선 때까지만 해도 비교적 위화감 없이 정치적 행보를 같이했다. 가장 먼저 친박이 된 최경환은 당시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강석훈과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안종범을 박근혜 캠프로 끌어들였다. 강석훈과 안종범은 위스콘신대에서 박사를 마친 뒤 한국에 돌아와 대우경제연구소에서 함께 일한 인연도 있다. 이때 대우경제연구소 소장이 이한구 전 의원이다. 이한구도 나중에 정치에 입문했고, ‘박근혜의 경제 교사’로서 세간에 각인된다.


    하지만 ‘위스콘신 4인방’은 이후 분열의 행로를 걷는다. 먼저 유승민은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 정책 등에서 다른 색깔을 발하려다가 새누리당 원내대표에서 낙마하는 등 고초를 겪는다. 결국 ‘배신의 정치’라는 프레임에 갇히며 2016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조차 받지 못했다. 하지만 친박의 일방적 공천에 반발한 김무성 당시 당대표의 ‘옥새 파동’ 여파로 새누리당은 유승민의 지역구에 공천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유승민은 무소속 신분으로 당선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념 투쟁 과정에서 강석훈과 유승민의 관계는 멀어졌다. 이들 관계를 잘 아는 국민의힘 인사는 “위스콘신이라는 대학교에서 공부했다는 점만 같을 뿐, 이들을 4인방으로 묶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2012년 12월 박근혜는 대통령에 당선됐고, 강석훈은 2013년 1월 출범한 인수위에 참여했다. 이후 2016년 5월 청와대 경제수석에 임명됐다. 당시 경제부총리는 유일호,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안종범이었다. 유일호의 전임자는 최경환, 강석훈의 전임자는 안종범이었다. 강석훈보다 시기적으로 먼저 청와대에서 중책을 맡았던 최경환과 안종범은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려 구속됐다.


    반면 강석훈은 2022년 윤석열 인수위에 다시 참여, 보수 정부에서 연속으로 경제 정책에 관여하며 주류로 재진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박근혜‧최경환‧안종범을 처벌했지만, 강석훈은 악연을 피하며 산업은행장으로 영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