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사람들

文저격수서 尹소방수로…“닮고 싶은 상사” 추경호

  • 추경호는 윤석열 정부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1960년 7월 29일 경상북도 달성군에서 태어났다. 대구 계성고(66회)와 고려대(79학번)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미국 오리건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 재학 중이던 1981년 제25회 행정고시에 합격, 1983년 대학 졸업과 동시에 총무처(현 행정안전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87년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으로 옮겨 경제 관료 경력을 쌓았다. 1999~2002년에는 세계은행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로 미국 근무를 경험했다.


    추경호는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으로 일했고, 이듬해 차관급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올라섰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중용돼 2013년 기획재정부 1차관을 역임한 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장관급인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추경호는 경제 관료 시절에 실력과 품성 등 모든 면에서 선후배들의 신망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은행제도과장 시절 내부 설문조사에서는 ‘가장 닮고 싶은 상사’로 뽑혔다.



    추경호는 2016년 정치권에 입문, 제20대 총선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경제정책에 밝은 야당 국회의원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는 데 앞장섰다. 제21대 국회에서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를 지냈고, 2022년 5월 11일 윤석열 정부 초대 경제사령탑에 공식 취임했다.


    경제관료 출신으로 윤 정부에서 탄탄한 인맥이 그의 강점이다. 우선 김주현 금융위원장과는 행정고시(25회) 동기다. 또한 기재부 관료 출신인 한덕수(8회) 국무총리, 김대기(22회) 대통령실 비서실장, 최상목(29회)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과 행시 기수 등을 바탕으로 끈끈한 선후배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추경호는 또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측근으로도 꼽힌다. 추경호는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장 시절이던 2015년 황 전 총리와 호흡을 맞췄다.

  • 추경호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기간 가장 어려움을 겪던 시절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며 윤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와의 갈등으로 추락하던 때다. 추경호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이자 윤석열 캠프 원내대책단장 시절이던 2022년 1월 6일 오전 10시 당내 의원총회에서 이 전 대표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안했다. 총회 첫 발언자로 나선 추경호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며 “이제 당대표 사퇴에 대해 결심할 때가 됐고 여기에서 결정하자”고 말했다. 당대표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대신 윤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직접 총대를 멘 것이다. 회의는 7시간 이상 진행됐고, 과반수 찬성으로 이 전 대표 사퇴 촉구안이 총회를 통과했다.


    @연합뉴스


    소식을 들은 윤 대통령은 이날 밤 8시30분께 의총장을 찾아 이 전 대표와 직접 만났다. 두 사람은 대화 끝에 서로 끌어안는 결정적 장면을 연출했고 의총장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환호로 가득 찼다. 이 전 대표의 잠행과 선거대책위원회 사퇴 파동으로 2개월 넘게 이어지던 국민의힘 내홍이 마무리 되고, 대선 승리의 발판이 된 순간이었다. 추경호의 이날 발언이 윤 대통령과 이 전 대표의 갈등을 봉합하는 촉매 역할을 했다는 게 당시 정치권의 중론이다.

  • 추경호가 윤석열 대통령과 본격적으로 손발을 맞춘 시기는 2021년 12월이다. 즉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가 윤석열 캠프 원내대책단장으로 추경호를 임명하면서부터다. 추경호는 대선 기간 윤 대통령과 선거 운동을 함께하며 신뢰 관계를 쌓았다. 선대위 해체 후 표류하던 윤 캠프의 정책 라인을 다잡는 역할도 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이던 2022년 3월 1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를 총괄할 기획조정분과 간사에 추경호를 임명하며 그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 대통령은 취임 1개월 전 발표한 내각 인선에서도 추경호 당시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를 중용했다. 새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그를 지명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2022년 4월 10일 내각 인선안을 직접 발표하며 “추 후보자는 정통 경제 관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고 국정 현안에 대한 기획 조정 능력을 높이 평가받아왔다”고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추경호의 지명에는 ‘여소야대’ 정국 돌파를 염두에 둔 윤 대통령의 의지도 반영됐다. 경제 전문가이면서 거대 야당과의 ‘가교’ 역할을 할 인물로 추경호만한 이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윤 대통령은 “추 의원은 국회에서도 기획재정위 간사,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당의 전략 기획과 원내 협상을 주도했다”며 “공직에서의 전문성, 의정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닦고 의회와 소통도 원만히 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