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관람 못한다? 선입견 깨줄 연령별 박물관

hello! Parents

우리가 박물관을 찾아야 하는 이유

“체험 활동으로 왔는데, 아이는 관심이 없어요”
“아침 일찍 와도 다 보려면 시간이 부족해요”

아이들의 체험 학습 시간이 늘며 박물관을 찾을 기회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박물관에만 가면 늘 허둥지둥 바쁩니다. 볼 건 많은데, 아이들은 관심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냥 가자니 아쉽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뮤지엄 교육 전문 기업 <생각하는박물관>의 전시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교사와 함께 과학관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생각하는박물관

전문가들은 “모든 것을 다 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오명숙 성공회대 민주자료관 연구위원은 “박물관을 공부의 연장선으로만 생각하니 볼 게 많아지는 것”이라며 “박물관 전시와 내 일상을 연결짓는 게 먼저”라고 말합니다. 그러려면 놀이터 가듯 언제든 다시 오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고요.

박물관 전시와 내 일상을 연결지어 생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hello! Parents가 박물관 교육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박물관과 친해지는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핵심은 관찰하고, 확인하고, 해석하는 겁니다. 연령에 따라 박물관 고르는 법부터 박물관마다 반드시 챙겨봐야 할 관람 포인트, 관람 후 활동까지 준비했습니다. 모든 단계를 볼 필요 없습니다. 궁금했던 박물관 유형을 골라 펼쳐보세요.

그래픽=변소라 byun.sora@joongang.co.kr
아이들에게 박물관은 다소 어려운 곳입니다. 어둡고, 조용한 분위기가 주는 엄숙함 때문이겠죠. 그래서 박물관은 초등학생부터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선입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생각이 다릅니다. 박물관을 찾기에 어린 나이는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어릴 때부터 오며 가며 자주 찾는 게 좋다고 합니다. 권남희 뮤지엄교육연구소 대표는 “유모차를 타고 박물관을 다닌 것도 관람 경험”이라며 “아이의 관심사를 찾아 호기심을 유발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아이의 발달 수준에 따라 호기심도 변한다. 사진=생각하는박물관

아이의 관심사는 연령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아이의 연령별 흥밋거리에 따라 가보면 좋을 박물관을 정리했습니다. 다만 가까운 박물관, 우리 지역 박물관을 자주 찾는 게 좋습니다. 박물관은 우리 생활과 맞닿는 장소니까요. 각 지역 박물관을 우선 순위에 놓고 아이와 함께 가고 싶은 박물관을 골라보세요.

① 5~7세, 체험식 박물관에서 시작하세요
이 시기에는 “박물관은 재밌는 놀 거리가 많은 곳”이라는 생각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현실과 상상 혹은 비현실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때인 만큼 상상력을 자극하는 활동이 많으면 좋습니다.

그림책을 접하기 시작하는 5~6세 유아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즐겨 읽는 책에 등장하는 소재와 연결하면 호기심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전시품들을 보는 경험이 아니라, 일상 생활을 주제로 만져보고 체험하는 활동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오래 볼 수 있고 제재 없이 만져볼 수 있는 게 장점인 어린이 박물관을 추천합니다.

② 8~9세, 아이의 흥밋거리에서 시작하세요
현실과 상상을 구분하고, 현실 세계를 인지하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역사와 문화 등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단계죠. 그래서 본격적으로 박물관의 형식을 갖춘 곳을 방문하면 좋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전시물이 많은 곳은 아이가 부담을 느낄 수 있어요. 그래서 첫 박물관은 하나의 주제만 다룬, 전시물이 많지 않은 곳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지역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박물관이나 개인 수집가들이 만든 소규모 박물관 같은 곳입니다. 이런 곳을 관람하면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수집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도 있습니다.

자연과 동식물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면 ‘자연사 박물관’이 제격입니다. 거대한 공룡 화석은 대단한 몰입감을 주죠. 자연사 박물관에선 추상적으로만 상상했던 것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③10세 이상, 교과서 참고해 선택해보세요.
초등 3학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한국사를 배우게 됩니다. 용어와 개념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한국사를 어렵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럴 째 박물관이 옛이야기와 내 삶을 이어주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과거 의식주와 생활용품을 주제로 한 민속사 박물관이나 고고역사박물관 같은 대형 박물관을 추천하는 이유죠.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가”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게 목적입니다.

초등 고학년은 근현대사로 주제를 확장합니다. 인물기념관을 활용하면 좋습니다. 이 시기에는 존경하는 인물을 찾아가는 때이기 때문에 다양한 인물의 삶을 보고 자신의 가치관을 생각해보아도 좋습니다. 단, 아이들에게 연대나 시기, 건축물 구조와 이름을 외워야 한다는 부담은 주지 마세요.

그래픽=변소라 byun.sora@joongang.co.kr
① 60분 이상 연속 관람은 피하세요
아이마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폐쇄된 공간에 1시간 이상 머무는 건 쉽지 않습니다. 수업 시간이 40분 안팎인 초등학생에게는 더욱 곤욕입니다. 1시간 이상의 연속 관람은 무리입니다. 1시간 내외로 한 차례씩 휴식 시간을 갖길 권합니다. 휴식 시간 포함 전체 관람 시간은 4~7세는 1시간 내외, 7~9세는 90분 내외, 10~13세는 2시간 내외가 적당합니다.

② 선 없는 미니 메모장 챙기기
박물관 관람을 하며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기록하면 좋습니다. 전시물 정보를 그대로 베끼어 쓰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 필기를 하다 보면 체력 소모도 많고요. 대신 관람 중간중간 그림을 그려보게 하세요. 전시물도 좋고, 전시실 풍경도 좋습니다. 전시물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더 꼼꼼하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자면 선 있는 메모장보다는 선 없는 백지 메모장이 더 좋겠죠? 너무 큰 스케치북은 부담되고요. 한 손에 들어올 정도의 작은 크기로 준비해주세요.

박물관 입장 전 관람 예절을 매번 숙지시켜야 한다. 사진=뮤지엄교육연구소

③ 박물관 에티켓 숙지하기
박물관에는 보존 가치가 높은 전시물이 많습니다. 주의하지 않으면 훼손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입장 전 매번 관람 예절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하면 안 된다’는 식의 부정적인 표현보다 그 이유를 완곡한 표현으로 설명하면 좋습니다. 행동에 제약이 있다고 생각하면 박물관을 불편한 곳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전시장 유리에서 살짝 떨어져서 감상해요
박물관 유리장은 유리만 닦는 전문가가 있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유리에 몸을 가까이하면 얼룩이 지고, 온도에 변화가 생깁니다. 유리장이 더러워지면 전시물도 선명하게 볼 수 없겠죠. 모두의 관람을 위해 유리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 주세요.

📢 소곤소곤 작은 목소리로 말해요
박물관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아주 오래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곳입니다. 많은 조용히 생각하고 상상하는 활동이 이뤄지는 장소인 만큼 다른 관람객을 위해 목소리를 줄여주세요.

📢 뛰지 않고 사뿐사뿐 걸어요
전시실 내부에는 투명 유리장이 많습니다. 유리장 안에 전시물이 전시되어 있는데요. 유리를 워낙 깨끗하게 닦다 보니 유리장인 줄 모르고 부딪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뛰거나 거친 행동을 하다 부딪치면 유리가 깨져 다칠 수도 있습니다. 사고가 나면 소중한 전시물도 훼손되겠죠. 전시실에서는 행동을 조심해야 합니다.

📢 음식은 전시실 밖에서 먹어요
박물관에는 오래된 나무와 천, 금속으로 만들어진 유물들이 많습니다. 이 유물들은 벌레와 곤충에 취약합니다. 전시장에서 물과 음료, 젤리, 껌을 씹다 떨어뜨리면 벌레가 침입합니다. 전시물을 잘 간직하기 위해 전시실에 음식은 절대 반입 금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