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6개월째

서방은 '가을' 총력, 푸틴은 '겨울' 전략

우크라이나 전쟁 6개월째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7월 24일로 6개월 차에 접어듭니다. 서방 전문가들이 "일주일이면 끝날 것"이라고 우려했던 것과 달리 우크라이나는 150일 넘게 버티고 있습니다. 동부 돈바스로 전선이 좁혀진 상황에서 러시아는 여전히 "전쟁 범위가 더 확대될 수 있다(7월 20일)"고 경고하고,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는 계속해서 서방에 첨단 무기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장기화된 전쟁 여파로 경제 위기에 처한 서방이 대러 단일대오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느냐는 거죠. 이 전쟁 어떻게 끝날까요.

고전하던 러시아, 이젠 큰소리

  • 지난 3월, 수도 키이우를 탈환하지 못하고 퇴각한 러시아군은 이후 절치부심한 끝에 7월 초 돈바스 지역 75%를 차지했습니다. 개전 초기와 달리 러시아군의 진용과 사기는 상당 부분 개선됐습니다. 특히 돈바스의 드넓은 평원에선 '포병 제국'이라 불린 러시아군의 막강한 화력이 기세를 되찾았습니다. 러시아군은 하루 최대 7만 발 포탄을 쏟아부었고, 이에 우크라이나군은 하루 수백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군은 전쟁 초기 두 달간 투입한 병력의 25%가 전사하거나 다치면서 자존심을 구겼는데요, 돈바스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대거 피해를 보면서 양쪽 병력 손실이 각각 약 6만명(미국 정보당국 추정치)으로 비슷해졌습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 진격 속도가 느리긴 해도, 러시아는 야금야금 우크라이나를 삼키고 있습니다. 남부 헤르손주·자포리자주 일부(3월 점령)와 도네츠크주 마리우폴(5월)을 장악하며, 러시아 본토 서부 국경부터 2014년에 합병한 크림반도까지 육지 회랑을 구축했습니다. 또 루한스크주(7월)를 완전히 점령한 후, 이제 도네츠크주 전체 장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7월 들어 러시아는 동부전선뿐만 아니라 남부·중부·북동부 지역에도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아파트·쇼핑센터 등을 강타해 민간인 수십 명이 사망했지만, 러시아는 "서방이 지원한 무기를 파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초반 기세가 무너지고, 이젠 병력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5월 북동부 하르키우 지역을 수복한 이후 큰 전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7월 초 미국이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으로 헤르손·자포리자주에서 반격에 나섰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습니다.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전을 주요 공격기지로 삼아 반격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기자 kim.eungyo@joongang.co.kr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22년 7월 19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회담에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개전 초부터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에 거리를 두던 중국·인도·이란은 친러 행보를 노골화하며, 그 와중에 이익을 챙기고 있습니다. 서방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 조처를 하면서 유가가 급등하자 중국·인도는 기존보다 싸게 나온 러시아산 원유를 대량 ‘줍줍’했습니다. 러시아는 그 덕에 할인가에 팔아도 수입이 늘었습니다. 올 2분기 원유 수출로만 581억 달러(약 76조원)를 벌어들였습니다. 러시아의 일일 전쟁 비용은 8억7600만 달러(1조원)로 추정되는데, 원유 수출로만 76일치 전쟁비용을 충당한 셈이죠. 미 정보당국에 따르면 이란은 러시아에 수백 대의 무인항공기(UAV)를 팔 계획입니다. 서방에 맞선 러시아의 '전략적 파트너'들이 러시아에 전쟁 동력을 공급하는 양상입니다.
     

전쟁 피로감, 제재 역효과

  • 서방은 개전 후 5개월 동안 금융·무역·투자 등에서 170여개에 달하는 대(對)러 제재(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추산)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할 테면 해보라(7월 7일)'는 식입니다. 이처럼 큰소리칠 수 있는 건 지난 2분기 러시아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701억 달러(약 93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나 늘었기 때문입니다. 핵심 수출품목인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반면 서방 제재로 수입은 급감했으니까요.

    러시아 정부의 강력한 금융 통제 정책으로 루블화 가치(139→57루블)는 개전 초기보다 오히려 높아졌습니다. 러시아 내에서 300여 개 외국 기업이 철수했지만, 자국 브랜드로 그 빈자리를 메웠습니다. 서구 경제의 상징 맥도날드 대신 러시아판 맥도날드가 3개월 만에 문을 열어 소비자를 부르고 있습니다. 최근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러시아 경제를 압박할 수단이 소진됐고 서방 지도자들은 추가 제재로 인해 대가를 치를 것임을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 게다가 서방과 러시아 간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위태합니다. 이번 전쟁으로 인한 나비효과는 개발도상국에 가장 심각하게 미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흑해 장악으로 우크라이나산 곡물 최대 2500만t의 주요 수출길이 막히면서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동·아프리카·아시아 개발도상국이 심각한 기아난을 겪을 수 있다는 경고등이 켜졌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인접국 폴란드·루마니아 등으로 육로·수로를 뚫고 있지만 병목 현상·수송량 한계 등으로 세계 식량 위기를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흑해 문지기인 튀르키예(터키)와 유엔의 중재로 러시아·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협상이 최종 타결(7월 22일)되면서 흑해 길이 열릴 조짐입니다. 실제 곡물 수출이 재개되기까지는 향후 수 주가 걸릴 예정입니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언제든지 협정을 준수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여기고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김은교 기자 kim.eungyo@joongang.co.kr 

  • "이게 다 푸틴 때문이야"가 유행어가 됐습니다. 전쟁으로 국가 유가가 상승하고 공급망 차질로 원자재·곡물 가격이 급등하며, 전 세계가 '생활비 위기'를 겪으면서 나온 말입니다. 올해 글로벌 물가 상승률이 6.7%로 예상되는데, 그 주요 원인으로 '푸틴플레이션(푸틴+인플레이션)'이 꼽히고 있습니다.


    체질이 약한 신흥국 경제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지경입니다. 미국 등 주요 나라들이 고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 금리를 인상하자 신흥국의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습니다. 외채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빠졌습니다. 지난 5월 스리랑카에 이어 엘살바도르·가나·이집트·튀니지·파키스탄 등이 도미노 디폴트에 처할 위기입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전쟁 분수령은

  • 전문가들은 전쟁이 결국 협상으로 가고, 더 유리한 조건이 담긴 문서에 서명하는 측이 승자가 될 거라고 봅니다. 우크라이나 영토 20%를 장악한 러시아는 겨울이 되면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까지 굴복시킬 수 있다고 계산하는 듯합니다. 러시아 가스에 의존도가 높은 일부 유럽 국가들이 가스 부족에 시달리다 보면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협상을 압박할 것이라는 셈법이죠.


    우크라이나도 "겨울이 지나고 러시아가 발판을 마련하면 더 어려워질 것"(안드리 예르막 대통령실 비서실장)이란 걸 압니다. 그래서 서방과 우크라이나는 올여름·가을에 반격해 러시아군에 큰 타격을 입혀 협상에서 우위에 서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가 7월 들어 서방의 첨단 무기를 앞세워 남부 지역 탈환에 힘을 쏟는 이유입니다.

        그래픽=김은교 기자 kim.eungyo@joongang.co.kr 

  • 푸틴의 '에너지 무기화'는 노골적입니다. 불가리아·폴란드·핀란드·네덜란드 등이 루블화 결제를 거부하자 가스를 끊기도 했습니다. 6월 중순부터는 유럽에 연간 최대 550억㎥ 이상 공급할 수 있는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을 조이면서 7월 중순에는 하루 공급량을 30%까지 줄였습니다. 여름에 가스를 비축해 겨울을 나려던 유럽은 조급해졌습니다. 아제르바이잔·알제리 등에서 가스 수입량을 늘리고, 내년 3월까지 가스 사용을 15% 줄이자고 제안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안 쓰는 전등 끄기(7월 14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에너지 졸라매기도 한창입니다.

         그래픽=김은교 기자 kim.eungyo@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게다가 우크라이나를 돕던 서방의 지도자들이 물러나거나 입지가 좁아진 것도 새로운 변수입니다. '반푸틴' 대열에서 앞장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파티게이트' 사건으로 결국 7월 초 사임했습니다. 러시아 가스 가격 상한제를 추진한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도 연립정부 내 갈등으로 7월 21일 사임했습니다.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가 열리는데, 공화당이 승리할 경우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비판론이 커질 수도 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전망했습니다.
    일부 도발적인 공화당 의원들이 민주당 비판에 앞장선다면 우크라이나 지원까지 꼬투리 잡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로 떨어졌습니다. 

        그래픽=김은교 기자 kim.eungyo@joongang.co.kr 

전쟁 종결 양상은

  • 이번 전쟁이 한반도처럼 휴전으로 끝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전 사령관, 미국 고위 관리 등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종전이 1953년 휴전 협정으로 전쟁을 중단한 한반도와 같은 길을 걷거나, 그보다 낮은 강도의 분쟁 상황으로 굳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를 완전히 장악하고, 우크라이나가 남부 헤르손·자포리자주 반격에서 실패한다면, 러시아는 크림반도(2014년 러시아가 합병)를 제외한 우크라이나 영토 중 약 20%를 차지하고 휴전을 제안할 수 있다는 거죠.


    만약 우크라이나가 남부를 탈환한다면 곡물 수출 바닷길인 흑해 통제권을 다시 얻고, 동부 2개 주(전체 영토에서 약 10%)만 내주고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습니다. 


  • 40여개 나라가 7월 5일 스위스 루가노에서 열린 재건회의에 참석해 회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7500억 달러(983조원). 우크라이나 정부가 전쟁 후 재건에 필요한 비용을 추산한 수치입니다. 7월 초 스위스 루가노에서 한국을 포함한 40여개 나라와 유럽연합(EU),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WB) 등이 모여 전후 재건 회의를 열었습니다.


    문제는 재건 비용을 어디서 충당하느냐죠. EU·영국 등이 수십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지만, 턱없이 모자랍니다. 우크라이나는 서방 제재로 동결된 러시아 정부와 올리가르히(러시아 신흥 재벌) 해외 자산을 몰수해 최대 5000억 달러(656조원)를 마련하자고 주장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다. 또 사유재산권 침해라는 지적이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 최악은 전쟁이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치달아 모두가 패자가 되는 경우죠. 실제로 러시아 측 고위 인사들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핵 전쟁 위험이 심각하다"고 경고하고, 러시아 국영방송에선 핵미사일로 미국 동부와 남부를 쓸어버릴 수 있다는 보도도 했습니다. 서방도 핵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가정을 배제하지 않습니다. 미국 뉴욕시는 7월 중순 핵 공격을 당할 때 행동 요령을 안내하는 영상을 만들어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그전에 이 전쟁은 멈춰야 할 텐데, 과연 그 출구는 어디 있을까요.

        그래픽=김은교 기자 kim.eungyo@joongang.co.kr